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94)
94화. 호위 임무
아카데미로 가는 길까지 정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 들르는 마을에서 위디아 공작가의 돈으로 좋은 여관이나 모텔에서 잠을 청하고 다시 떠나는 게 반복이었다.
위디아의 문양 때문인지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겁과 경외 어린 시선을 보내며 슬금슬금 피할 뿐이었다.
“몬스터 안 나오네.”
“아카데미까지 가는 길이 치안이 안 좋은 건 아니니까, 거기에 위디아 공작령도 아직 벗어나지 않았는데 당연하지 않아?”
참고로 우리는 위디아 공작령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정확히는 위디아 공작령이 끝나는 경계선과 서부의 지배자인 코하리트 제국과 고아탄 제국이 겹쳐지는 무역 도시에 아카데미가 있기에 위험하지도 않았다.
‘하긴, 귀족들만 가는 곳인데 몬스터가 나온다고 해도 자잘한 녀석들 정도겠지.’
생각해보면 오히려 몬스터가 등장하는 게 더욱 이상했다.
아무튼 간에 가는 길은 순탄했고, 결국 아카데미가 있는 도시에 도착했다.
우리 행성은 그런 시답잖은 이유 때문에 멸망이 진행 중인 거구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저 멀리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처음 오지?”
“응. 그런 너는?”
“마탑에 올 때 와본 적이 있어. 저기가 아카데미야.”
에리나가 가리키는 손길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위디아 공작가보다도 거대한 성 하나가 있었다.
도시의 성벽 안에 보이는 거대한 성벽은 웬만한 왕국보다도 위엄이 높았다.
“……”
멍하니 성을 바라보고 있으니 에리나가 피식 웃었다.
“3개의 제국이 맞물려 있는 곳이야. 애초에 여기도 엄청 작은 왕국이었다고 해.”
“미쳤네.”
“맞아. 그래서 이 소국은 결국 진로를 바꿔서 아카데미가 되었다고 해. 애초에 왕국이었다고 해도 이 도시 하나만 남기고 전부 빼앗겼다고 하니까. 이 성도 결국 제국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눈치 보느라 이렇게 되었다고도 하더라.”
아무튼 간에 이곳은 결국 껍데기만 남은 왕국의 마지막 잔해였고, 3제국의 합의 하에 이곳에 평화의 상징인 아카데미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제국 인사들끼리의 만찬도 이곳에서 즐길 정도였기에, 이 정도 건축물은 어쩌면 당연했다.
애초에 남아있던 왕국을 아카데미로 꾸민 것일 수도 있겠지.
“먼저 호텔로 가겠습니다.”
아네스는 예약해두었던 호텔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카데미에 도착하였다.
***
이곳의 도시는 아무래도 아카데미 학생들로 인해 활성화되는 것 같았다.
호텔에서 잠시 나와 도시를 둘러보고 있는 나는 감탄을 계속해서 내뱉었다.
‘진짜 사람들이 사는 나라 같네요. 아니, 애초에 나라에서 변형된 거니 이게 당연한 건가?’
‘……’
아무튼 간에 아카데미다 보니 교복이 존재하는지 가끔가다 동일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나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아마 선배나 아니면 입학식 전에 교복을 입어본 학생들일 것이다.
[근데 어딜 가는 거냐?]‘기다려보면 알아.’
곧이어 우리는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직원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하프 엘프?’
하프 엘프는 인간과 친하게 지내기는 하지만 오래 사는 만큼 지식을 탐구하는 일이 많다.
그 지식은 인간 세상에 귀한 자료나 다름없기에, 수많은 귀족들이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하프 엘프를 고용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하프 엘프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육신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식당에서 직원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해 보였다.
“어서 오세요. 아직 지금 휴식 시간이라서 나중에 다시 와주시겠어요?”
직원이 싱긋 웃으며 다시 나가라고 권유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까마귀를 먹었어요.”
“…..고기는 맛있었나요?”
“잊어버렸어.”
“어떤걸요?”
“기억일걸요?”
그 말에 직원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돼지로 만든 고기 드실래요?”
“저야 좋죠.”
“이리 오세요. 지금은 휴식 시간이라 안에서 먹어야 하거든요.”
“실례하겠습니다.”
직원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 도착한 직원은 품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고,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자 서서히 주방의 분위기가 바뀌더니 작은 게이트 하나가 만들어졌다.
‘저거….. 업적을 가지고 있어.’
반지에 아주 작게 일렁거리는 기운은 분명 업적이었다.
아마 업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일 확률이 높았다.
“들어가세요.”
끄덕.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나는 게이트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5명 정도 되는 남녀가 어딘가 토굴인 것 같은 느낌의 장소에 서 있었다.
“어머나? 이건 웬 꼬마 아이야?”
나를 보자마자 반응하는 하얀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성을 보며 품으로 손을 가져갔다.
-스윽.
은룡패를 꺼내 여성한테 보여주었다.
“으음? 너도 이번 임무에 참여하는 거야?”
끄덕.
“나이로 보면 막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 같은데….. 아하? 콜로렌스 추천으로 들어왔다는 꼬맹이가 너구나? 반가워! 나는 헤이트라고 해!”
그 말에 내 얼굴은 살짝 일그러졌다.
미래에 꼭두각시 인형 제조사라고 불리었던 그녀의 별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에서 무리하지 않도록 해. 네 몸은 소재가 너무 좋으니까.”
[이 발동됩니다.]손을 뻗어 내 몸으로 다가오고 있던 곳을 낚아챘다.
[이건….. 흠. 마나가 아니군. ‘초능력’이라는 힘과 비슷해 보이는데?]백골이는 내 손에 잡힌 실을 보며 그 힘이 마나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카스마라 일족인가.’
초능력이라는 힘에 대한 확고한 정립이 안 되지만, 초능력은 마나로 이루어진 마법보다 부수기 쉽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머?”
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뜯어내자 헤이트는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작전을 말해라.”
내 말과 함께 나한테 관심도 주지 않던 나머지 4명이 시선을 돌렸다.
“야 너…..”
가장 덩치가 커 보이는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더 이상 그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후웅!
내가 나왔던 자리에 다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하더니, 초록색 눈동자를 선명하게 빛내는 아탈리네 황녀가 등장했다.
황녀의 뒤로는 저번에 봤던 세린과 포니아, 그리고 실버 드래곤 단장인 프란체코 또한 뒤를 이었다.
-털썩.
황녀를 보자마자 헤이트고 나한테 입을 열려던 남성이고 간에 전부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그들의 반응을 보며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녀 또한 업적이 있나 보네요.’
그 업적은 결코 아이젠이 가진 업적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내력이 궁금해지지만, 일단 그 감정을 숨기며 아탈리네 황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부 모인 것 같네요. 모두 반가워요.”
“황녀님을 뵙습니다.”
“후훗. 신입하고 자기소개는 나중에 하도록 해요. 아무래도 내일 있을 상황에 조금 크게 대비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 말에 헤이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5명의 요원들이 포함되는 작전은 처음이에요. 그만큼 일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 건가요?”
“후훗. 정확히는 6명….. 아니 9명이죠. 세린과 포니아도 참가해야 해요. 프란체코 또한 이번 임무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참여해야 하고요. 그만큼 중대한 일이니 모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요.”
프란체코가 가져온 의자에 앉은 아탈리네 황녀님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일단 전부 고개를 드세요. 한 명씩 임무를 말해드릴게요.”
그 말에 전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 누구도 아탈리네 황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 아카데미 입학식에 테러를 일으킨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그걸 막는 게 저희의 임무…..지만, 그건 어차피 사전에 제국들에 이야기 해놨으니 저희가 참관할 필요는 없어요.”
“예.”
“우리가 해야 할 건 ‘아모리 하사크 사마로하’ 황녀의 보호예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전부가 투입될 거예요.”
아탈리네 황녀는 이후 우리한테 전부 세세한 임무를 내렸다.
프란체코는 아탈리네 황녀를 보호하기 위해 임무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보니, 나를 제외한 7명이 사전에 아모리 황녀한테 오는 적을 막는다는 임무였다.
“그리고 로크.”
“예.”
“당신이 최후의 보루예요.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는 제국의 자제분들 근처에서 입학식을 해야 하거든요. 아마 로크가 가장 근접하게 그녀와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헤이트 측에서 임무를 빨리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예.”
그럴 리가 없었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로선 이번 작전이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탈리네 황녀가 지시한 임무가 실패를 했다든지, 아니면 훗날 독살을 당했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암살자가 왔다든지.
정확히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 임무는 분명 실패한다.
“하오나 전하…..”
그렇다고 모두가 납득하는 건 아니었다.
“아직 실력이 확인되지 않은 애송이한테 가장 중요한 일을 맡기려는 건…..”
그 말에 아탈리네 황녀는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말을 하던 남성은 다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어려서 못 미덥다고 하지만 저하고는 동갑이라고요? 무엇보다 이곳에 가장 최근에 들어온 신인이지만 이곳에서 가장 실적이 좋기도 하니까요.”
내가 한 임무는 하나지만, 백골이 사건과 실비아 사건이 좀처럼 작지 않았기에 실적 면에서 보면 크긴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세상의 운명을 10%나 바꿔놨으니 말이다.
“제 말을 안 믿고 싶으시면 그래도 돼요. 하지만 이번 임무에서….. 실수는 용납할 수 없어요. 모두 명심하시길.”
“명을 받듭니다!”
“나머지는 전부 가시고, 로크는 잠시 남으세요. 따로 이야기할 게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따로 이야기할 거?’
‘알고 있어요.’
아탈리네 황녀는 내 몸에 강제력을 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믿고 있기에 일단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