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96)
96화. 호위 임무 (3)
성지는 반신들이 강림했던 곳이다.
물의 정령왕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영향을 주는 반신들이 있지만, 행성의 영향을 주지 않고도 강림할 수 있는 반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곳은 성지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이상했다.
‘이곳에서 성지에 있을 때 느꼈던 특유의 느낌은 나지만, 자연의 기운이 증폭되거나 하지는 않아.’
대체로 성지에는 그 반신이 남긴 발자국에서 특유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곳에는 그런 특유의 느낌은 느껴졌지만, 자연의 기운에 관해서 요만큼도 변동이 없었다.
크렌디니아가 강림했기에 주변 자연의 기운이 응축된 것도 있지만, 반신이 강림했던 곳이기에 성지를 지나가는 자연의 기운들은 잠시 동안 색이 바뀐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연의 기운들은 그저 평상시처럼 아무런 변동도 없었다.
[47호 그리고 11호다.]백골이는 상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어차피 두 자릿수는 강함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저들이 백골이보다 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긴 47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저 녀석의 몸에 깃들어 있는 녀석은 ‘스모크 레빗’이라는 마수는 신체가 연기로 되어 있는 녀석이다. 연기로 된 몸으로 먹잇감을 덮쳐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동시키지. 여긴 성지가 아니다. 저 녀석의 몸이기에 성지처럼 특유의 기운이 있는 것뿐이다.]즉, 여기는 스모크 레빗의 배 안이면서도 또 다른 공간이라는 뜻인가.
[스모크 레빗의 배 속에는 많은 먹잇감이 들어올수록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저 녀석은 내가 충분히 맡을 수 있다.]백골이는 껑충 앞으로 뛰어와 아모리 황녀를 보호하듯이 섰다.
“…..71호?”
“다람쥐 녀석. 배신했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네?”
푸른색 보석을 가지고 있는 이들답게 자신들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손에 있는 충격은….. 별로 없어.’
나는 11호를 바라봤다.
로브를 천천히 벗는 11호의 귓가에는 여우의 귀가 달려 있었다.
“71호의 몸에는 보석이 들어가 있겠군.”
얼굴선을 보아 여성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굵직한 걸 보니 남성이었다.
11호가 로브를 벗자 다섯 개의 꼬리와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차지하는 사람이 먼저겠네? 71호가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어? 꽤 귀여운데?”
“횡재했군. 토지신만 데려가는 거라 재미없는 임무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차라리 잡아다가 키우는 게 어때? 하프노스트니까 나름 쓸만할 거 아니야.”
“우선 조직에 다시 데려가야지. 몸을 해부해서 어떻게 저렇게 됐는지부터 알아야 하니까.”
둘이 두런두런 나누는 말에 백골이는 이가 갈린다는 듯이 11호의 정보를 말해주었다.
[11호는 오미호라는 요괴가 들어가 있다. ‘술법’이라는 능력을 쓰는데 마법과 비슷하지만 절대로 파괴할 수 없다는 공식이 들어가 있으니 조심해라. 개자식들….. 내가 있을 때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것들이 감히…..!]두 자릿수 사이에서도 백골이는 상당히 강한 편이었기에 지금 있는 이 순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아모리 황녀님.”
“다, 당신은 대체…..”
“아까도 말했다시피 은룡입니다. 제 애완동물…..하고 함께 저기 있는 뚱뚱한 남자를 상대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해야 할 건 이기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겁니다.”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저 자식들을 이길 방법은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을 지키면서 저 녀석들을 상대하기 힘듭니다. 한 명은 제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 나머지 한 명을 백골이와 함께 붙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될 겁니다.”
손에 있던 검은색 반지를 제거했다.
수욱!
그러자 검은색 반지가 먼지가 되어 사라지며 아까 반납했던 검이 내 손에 쥐어졌다.
‘편리한 능력이네.’
아탈리네 황녀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반지로, 마킹된 물건을 불러오는 효과가 있었다.
단발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곳까지 검을 불러올 수 있는 게 어디인가.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까 꼬마가 말했잖아. 우리를 이기려는 게 아니야. 버티려는 거지.”
“그게 더 무모하지 않아?”
푸른색 보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오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의 몸은 격이 흐르고, 그 격으로 인해 쉽게 상처 입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영웅왕님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용살(龍殺)〉이 발동됩니다.] [〈무패(無敗)〉이 발동됩니다.]업적이 있었다.
《풍룡의 피부 – 단룡(斷龍).》
생물의 가치가 올라야 생기는 게 격이라면, 업적은 그 생물이 남긴 사라지지 않는 위대한 기록이다.
-크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롸-!!!!!
하얀색만 있는 공간에 용이 폭풍을 몰고 왔다.
***
11호는 바람을 가지고 눈앞까지 다가온 바람을 보며 여유롭게 꼬리를 살랑거렸다.
‘멍청하긴.’
설사 대자연을 파괴하는 태풍이라고 한들 그건 미호 일족한테 통하지 않는다.
백년을 살면 꼬리가 하나씩 생기며 더욱 강해지는 미호 일족은 이후 꼬리 9개를 모으면 반신에, 10개를 모으면 신에 오른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강하다.
그들이 강한 이유는 별것 없다.
“제1 꼬리.”
살랑~!
꼬리 하나가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바람을 막아냈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각-!!!!!
날카로운 바람은 꼬리에 부딪혀 그 어느 것도 파괴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추었다.
미호 일족은 예로부터 자연의 기운을 다스리는 방식이 뛰어났고, 드래곤보다는 못하지만 엘프보다는 뛰어난 술법이라는 것을 사용하여 자연의 기운을 다스려왔다.
아무리 방대하고 날카로운 기운이라 할지라도, 그게 자연의 기운으로 되어 있는 이상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자연이란 미호 일족한테는 그저 ‘조종하기 쉬운 장난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되돌려줄게.”
꼬리는 살랑거리며 날카로운 바람을 그대로 어루만졌다.
“바람의 술. 여우놀이.”
날카로운 바람이 촛불 꺼지듯 사그라들며, 꼬리가 서서히 빛을 뿜어냈다.
푸른색 빛을 뿜어내던 꼬리에서는 이내 아까 전 로크가 만들어낸 바람이 만들어졌다.
-서걱!
“……어라?”
11호는 자신의 눈앞을 천천히 지나가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했다.
‘……꼬리?’
눈앞에 잘린 꼬리가 떨어졌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던 11호는 떨리는 얼굴로 서서히 자신의 꼬리를 바라봤다.
‘그럴 리가 없어…..’
떨리는 시선으로 평소 애용하던 꼬리를 확인했다.
빛을 뿜어내는 다른 4개의 꼬리와 달리 단 하나의 꼬리가 절반이나 사라져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뒤늦게 올라오는 통증에 11호는 잘린 꼬리를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지랄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
“……뭐야 눈치챘어?”
로크는 심드렁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이 검 – 바람이 몰려온 길.》
검에서 터져 나오는 바람의 칼날들이 사방을 향해 뻗어나가자, 11호는 떨어진 꼬리를 잘린 꼬리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신기하네. 어째서 잘린 거지?’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이 두 개의 꼬리를 들어 다가오는 칼날들을 막았다.
-서걱!
하지만 또다시 꼬리는 잘렸다.
아까와는 다른 두 개의 꼬리가 또다시 허공을 날아다니자 11호의 얼굴에는 서서히 의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내 꼬리가 왜 베인 거지?’
오미호의 육신은 어느 동물들이나 똑같았지만, 자연의 기운을 꼬리로 흡수하였을 때만큼은 육신이 다이아몬드 수준으로 단단해진다.
자연의 기운이 받아들여진 순간에 알 수 없는 힘에 베였기에 11호는 혼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검법에 베인 게 아니다.’
꼬리에 스며들었던 자연의 기운이 이상하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넌….. 뭐지?”
그제야 11호는 이상함을 느끼며 숨겨왔던 손톱을 꺼냈다.
그러자 상대도 서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그 순간 머리에 달려있던 사슴뿔 사이로 뾰족한 뿔 하나가 생성되었다.
-파지지지지지직-!!!!!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자연의 기운의 융합체에 47호는 꼬리를 살랑거렸다.
“대령의 술, 거대화.”
살랑거리는 꼬리로부터 오러가 생성되더니 거대한 꼬리가 만들어졌다.
일단 상대의 능력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거대해진 꼬리를 움직여 상대의 움직임을 봉합하고자 하였다.
《사 검 – 괴풍이 지나간 길.》
-서걱—–!!!!!
“……!”
하지만 그 꼬리조차도 아무런 위협감이 되지 않았다.
꼬리의 파편이 주위에 날아다니며 뒤늦게 통증이 몰려왔다.
“너……”
그제야 11호는 알 수 있었다.
이 꼬마는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라는 것을 말이다.
-푸스스스슥!
그걸 깨달은 순간 11호의 몸은 서서히 변화를 거듭했다.
등 뒤로 털이 돋아나며, 살랑거리던 꼬리는 빠르게 재생하여 더욱 거대해졌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서서히 커지는 몸집은 마치 오우거처럼 거대해져 갔으며, 그 위압감은 그 어떤 상대하고도 꿀리지 않게 되었다.
[죽여주마.]“지랄.”
하지만 로크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을 뿐이었다.
***
푸른색 보석은 붉은색 보석보다 귀함으로 재능 있는 아이들한테만 주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두 자릿수까지 올라오는 녀석들은 전부 백골이처럼 특별한 강함을 가지고 있었고, 47호도 마찬가지였다.
요괴라 불리는 미호 일족은 술법이라는 것을 활용하여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미호 일족이 멸종함에 따라 술법의 약점이 아예 기록상에서 사라진 것일 뿐, 실제 그 술법의 약점은 굉장히 허술했다.
즉, 11호는 내가 잘랐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결국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드래곤의 힘을 흡수했던 꼬리를 스스로 잘라버린 것이다.
‘커져봤자 똑같겠지.’
어차피 모습이 커져봤자 드래곤의 호흡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기운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자신이 어째서 공격당했는지 모르는 사이에 죽여버리면 되니까 말이다.
영웅왕님의 말에 서둘러 거대해진 47호의 엉덩이를 바라봤다.
5개의 꼬리 옆으로 아직 색이 선명하지 않고 솜털이 돋아난 6번째 꼬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조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