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Demon Faction RAW novel - Chapter 807
외전 157화. 종마회(從魔會) (1)
“…….”
백골신마의 눈이 번뜩였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공무외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천상 그 녀석이, 십이지신을 격파하고 적표단(赤飄團) 단주를 잡았다고?”
“그렇습니다. 현재 적표단주를 납치한 후 내성 동쪽 숲에 몸을 숨겼다고 합니다. 정확한 위치는 서신으로 보냈습니다.”
공무외가 품에서 서신을 꺼내 술상에 놓았다.
백골신마는 서신을 펼치지도 않았다. 그저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할 뿐.
잠시 후.
“요 맹랑한 녀석 좀 보게나.”
적표단은 신교육대에 속하지 않은 내전 부대다.
인원수는 일천 명. 지원에 특화된 특공 부대로 뛰어난 신법과 후방 지원에 대한 특수 교육을 받은 이들로 구성되었으며, 일의 특성상 흑마대만큼 은신에도 능했다.
그런 그들이 왜 육대에 속하지 않는가?
무력이나 인원수도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적표단이 속한 곳이 환희원이라 그렇다.
정식으로 속하진 않았으나, 하는 일이 지원이다 보니 환희원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적표단을 환희원에 속한 곳이라고 보고 있었다. 물론 공적으로는 소속이 전혀 다르기에, 공식 행사가 있을 때면 완전히 다른 자리에 있곤 했다.
그런 적표단의 수장이 이천상에게 납치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던 백골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칼을 줬으니, 수습은 해 달라 이건가?”
공무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적표단주라면 광혈 어르신 쪽 사람이 아닙니까?”
“호오, 자네 그것도 알고 있었나?”
“송구합니다.”
워낙 두 사람이 만난 횟수가 적어서 이런 부분에 관한 대화는 적었다.
그런 걸 떠나서, 공무외의 수완은 확실히 대단했다. 적표단주가 광혈신마 쪽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지극히 적었다. 당장 백골신마만 해도 같은 십대마왕이라 접할 수 있었던 정보였다.
“이천상 그놈, 소심하게 우물쭈물 있을 줄 알았더니만.”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당원들을 풀어서…….”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되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백골신마는 내심 이천상의 무지막지한 추진력에 감탄했다.
‘이놈, 안 그래 보였는데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부분이 있었군.’
이천상이 칼을 받고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자미루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은 들었다.
솔직히,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는 몰랐다. 다만 기대는 했다. 워낙 상식적이지 않은 놈이라 피비린내 그득한 그 길을 어떤 식으로 걸어가게 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정작 이천상은 가만히 있었고, 부나방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백골신마는 기대했던 무언가가 확실하게 식은 느낌을 받았다. 이천상이라면 칼을 받고 나가자마자 뭔가를 할 줄 알았다.
한데 수동적으로 적이 오기를 기다렸을 뿐이라니?
뭔가 대책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실망 아닌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 갑작스레 십이지신을 격파하고 적표단주를 납치까지 해 버렸단다.
‘수동적이었던 게 아니었어.’
백골신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가 먼저 오나 기다렸던 거다. 어느 쪽이든 먼저 온 쪽이 어중간하다는 걸 알고, 곧장 상부로 치고 올라갈 생각이었던 게지.’
백골도라는 거미줄로 칭칭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칼을 받고 자신만의 거미줄을 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하물며 자칫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그 상황에서!
‘정말 보통 걸물이 아니로고.’
넓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전이다. 오다가다 한 번씩 높은 자리의 권력자를 만날 수도 있는 곳이란 말이다.
그런 곳에서 서슴없이 적표단주씩이나 되는 사람을 납치했다. 한번 사냥감을 포착하고는 곧장 목줄을 물어 데리고 왔으니, 이제 광혈신마 쪽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이천상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광혈 외의 사람들에게 있어 이 순간만큼 흥미진진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백골신마의 정적들은 곧 광혈신마의 정적이기도 했다. 애초에 서로 같은 편이 거의 없어서, 누가 되었든 힘을 잃고 쓰러지면 그들로서는 좋은 일이다.
즉, 이천상은 단 며칠 만에 쓸데없이 찔러나 보는 이들을 견제함과 동시에 백골신마의 힘을 알아보려 했고, 나아가 광혈신마에게 도발까지 날렸다.
그 와중에 이천상의 행위를 비난하려 든다 해도, 먼저 자신을 공격한 쪽이 광혈신마와 연결된 만큼 광혈 쪽에서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몰래 죽이려 든다면야 죽일 수야 있겠지만, 그 순간 백골신마 쪽에서 형법당을 이용해 광혈의 빈틈을 치고 들어갈 것이다.
완벽한 한 수. 지금 내전의 상황을 봤을 때, 가히 신의 한 수라고 불러도 좋은 순간이었다.
‘아름답기까지 하군.’
물론 이천상이 이런 것까지 모두 계산해서 행했을 확률은 낮았다. 이천상은 교내 알력 다툼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으니까.
다만 기다린 것은 확실했고,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갔을 때 자신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 알고 있었을 터.
‘그 증명은 내게 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게다가 이천상의 수가 완전한 신의 한 수가 되려면 이제 백골신마가 나서 줘야 했다.
백골신마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천상과 함께하는 녀석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예. 야차사령 소속 조장이 하나 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이지신 중 하나가 배신하고 녀석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호.”
계란을 깠는데 알고 보니 쌍란이었던 거다.
십이지신을 배신하고 이천상에게 붙었다면, 나름 캐낼 정보도 있을 것이다.
백골신마가 미소를 지었다.
“이천상을 데려오게.”
“적표단주는 어떻게 할까요?”
“보는 눈이 많아. 적표단주가 여기로 오면 뜨겁게 달궈진 솥이 식지 않겠나?”
“그 말씀은……?”
“나는 아직 장작을 뺄 생각이 없다네. 솥이 달아올랐으면 그 안에 쌀이라도 넣어 봐야지. 안 그런가?”
공무외가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데려오게. 적표단주는 이천상 그놈과 함께하는 이들더러 맡으라 하면 되겠지. 아닌 말로, 적표단주가 도주해도 상관없다네.”
그렇게 한 시진 후.
“오셨는가.”
정자 앞까지 걸어온 이천상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백골신마의 눈이 반짝였다.
‘요놈 봐라?’
옷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터졌다. 흙도 묻었고 굳은 피도 가득하다. 하지만 그의 흥미는 이천상의 외양보다 그 기도에 있었다.
‘어허, 그 잠깐 새에 벌써?’
기파가 충만하여 성장한 느낌은 아니다.
그건 아닌데, 고작 며칠 전에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기도가 예리하고 선명하게 바뀌었군.’
도검을 다루는 사람처럼 변했다. 그러면서도 그 특유의 단단함은 여전하다.
백골신마는 이천상이 짧은 시간 절정고수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고작 며칠 새에 이 정도로 큰 기도 변화를 맞이했다는 게 훨씬 더 놀라웠다.
‘이게 가능한 건가.’
이천상은 누가 뭐라 해도 권법가였다.
백골신마 정도 되면 굳이 무공을 구사하는 걸 볼 필요도 없다. 정보로도 그랬고, 실제 기도도 권법가의 둔탁하면서도 단단한 기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 기도를 검객, 혹은 도객처럼 예리하게 가다듬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의 세월이 걸리는 법이다.
그 수년은, 오랜 시간 배워 왔던 권법보다 도법이 더 능숙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일치한다. 그것도 재능 넘치는 무사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완전히 잘못 보고 있었군.’
걸물 정도가 아니다.
괴물이라는 평가로도 뭔가 모자라다. 이놈은 그냥……. 그냥 타고난 것이다.
“부르셨…….”
“밥은 먹었나?”
“아직입니다.”
가만히 이천상을 보다, 백골신마는 눈을 감았다.
이천상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백골신마가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몸은 괜찮은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적표단주는 어떤 상태인가?”
“멀쩡합니다. 그저 기절했을 뿐입니다.”
“자네를 보진 못했고?”
“십이지신의 가면을 쓰고 갔습니다.”
이미 이천상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가면까지 써서 납치해 왔다는 점이, 백골신마는 마음에 들었다.
이런 놈이라면 뭘 해도 실수하는 일 없이 잘 풀어 나갈 것이다. 설령 실수해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놈이다.
“잘했네.”
“마음에 드셨습니까.”
“들다마다. 솔직히 이만큼 제대로 나아갈 줄은 몰랐어.”
“이제 장로님께서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저 말투조차도 마음에 들었다.
현세의 예법 따위, 사라진 의욕과 함께 곁가지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온 지가 벌써 십 년이 다 됐다.
한데 이놈 말투는 묘하게 마음을 찌르면서도, 동시에 마음에 쏙 들었다.
‘달라.’
이조차도 다르다.
이천상 이놈은 존대는 하면서 자신에 대한 공경이나 존경 따위는 요만큼도 없다.
다른 마인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심지어 두려움조차도 없으니, 그것이 외려 백골신마에게는 신선함과 친근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려 했네. 그래서 자네를 불렀어.”
“그것은…….”
“하지만 그따위 것, 이제 상관이 없어졌네. 뭐, 물어본다 한들 당장 답이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이천상의 눈이 번쩍였다.
이천상이 백골신마를 놀라게 했다면, 백골신마 역시 이천상을 제법 놀라게 했다.
‘유추했군.’
적표단주를 납치한 것만으로도 자신이 무엇을 노렸는지 훤히 보고 있었다는 거다. 그게 아니었다면 답이 나오지도 않을 거란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더 똑똑하고 예리한 사람이었다. 이천상은 백골신마에 대한 평가를 다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백골신마가 한옆에 세워 둔 보따리 하나를 이천상에게 던졌다.
가볍게 보따리를 받아 든 이천상이 백골신마를 보았다.
“무엇입니까?”
“펼쳐 보게.”
이천상은 순순히 보따리를 펼쳤다.
그리고 드러난 두 권의 책자.
두 권 모두 제목이 없다. 그저 상(上)과 하(下)로 나뉘었을 뿐이었다.
이천상은 책자를 펼쳐 보았다.
무수히 많은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무공?’
그렇다. 이것은 무공서다.
대충 훑어보니, 보통 대단한 무공서가 아니었다.
다만 내공심법, 기공술에 대한 것들은 없었다.
‘검법, 도법, 장법, 보법…….’
세 개의 도검술과 하나의 장법, 그리고 하나의 보법이 제목이나 설명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천상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대단하군.’
잠깐 집중해서 읽었는데, 읽은 내용 중 삼 할도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독해력과 무공 재능을 생각하면 이 비급의 난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어떤가?”
“어떤 무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렵군요.”
“어렵지. 어려울 수밖에.”
백골신마의 얼굴에 얼핏 서글픈 기색이 깃들다가 사라졌다.
“이걸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익히다가 죽을지도 몰라.”
“……?”
“그 무공을 노리는 이들이 있어서가 아니야. 무공 자체가 위험해. 제대로 해석해서 몸에 붙이지 못하면, 그 무공들이 자네의 몸을 갉아 먹을 걸세.”
“…….”
“어떤가? 어디 한번 익혀 보겠나?”
이천상은 문득 혈강수를 떠올렸다. 애초에 제대로 익힐 수도 없는 마공. 하지만 이 무공들은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혈강수에도 손을 뻗은 사람이 그였다. 이름 모를 이 무공들을 익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뭐든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익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