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Demon Faction RAW novel - Chapter 901
외전 251화. 승리 속의 살의 (1)
“너!”
충혈된 눈으로 이천상을 노려보는 허성관의 모습은 악귀를 연상케 했다.
“네놈이 감히 예가 어디라고!”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이오?”
이천상은 특유의 무뚝뚝한 얼굴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말을 뱉었다.
“신교의 총군사씩이나 되는 사람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으면 이 사달이 나는 것이오? 얼마나 하루하루를 우습게 살았으면 군사부에서 버티지도 못하고 쥐새끼처럼 도망이나 치고 다니는 거요?”
“이놈이!!”
“반란과 숙청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소. 하지만 적어도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런 꼴을 보여선 안 되지.”
이천상이 턱짓으로 허성관을 가리켰다.
“지금 당신의 그 추한 꼴은 당신 스스로가 만든 것이오.”
“닥치지 못하겠느냐!”
화아악!
발산하는 마기가 실로 폭풍과도 같았다.
안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이 기가 막히는 그였다. 한데 그 망할 백소담이 아끼는 놈에게 이런 모욕을 들으니, 분노와 자괴감으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밀마 이 조장이 서둘러 외쳤다.
“총군사님! 일단 대피하십시오! 저자들은 저희가……!”
퍽!
“켁!”
허성관이 휘두른 주먹에 맞은 이 조장이 우측으로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
부러진 코를 부여잡은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허성관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은 대체…….”
우는 듯 웃는 듯 기묘한 얼굴로 변한 허성관의 두 눈이 점차 핏빛으로 물들었다.
“내가 얼마나 더 비참한 모습을 보여야 성에 차겠느냐!”
콰르르릉!
굉음과 함께 허성관의 몸에서 불그스름한 소용돌이가 솟구쳤다.
순간 양백호는 깜짝 놀랐다.
‘입마(入魔)?!’
정확히는 주화입마 직전이었다.
초일류 마공들은 정파의 정종신공 못지않은 안정성을 지닌다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마공 자체가 연성자의 강력한 심적 충격을 바탕으로 힘을 불리는 공부인 만큼, 무공 근본의 이치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다.
허성관은 지금 극에 이른 분노로 마기를 통제하지 못할 만큼 불사르고 있었다.
“천상! 이 자는……!”
“제가 맡겠습니다.”
“뭐?”
이천상이 칠야도로 군사부 쪽을 가리켰다.
“한창 싸우고 있을 겁니다. 군사부로 가십시오.”
이미 마음을 다잡은 태도였다. 애초에 이번 사건의 중심에서 양백호보다 이천상이 더 가깝게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밀마조원들이……!”
그때였다.
퍼어엉!
저 멀리서 날아온 한 줄기 우레와 같은 장력이 조원 둘을 그 자리에서 박살 냈다.
실로 엄청난 장법, 경지의 차이를 무색하게 하는 엄청난 무학이었다.
이천상의 눈이 번뜩였다.
“어서!”
파아악!
양백호가 단숨에 몸을 날렸다.
백소담을 등에 업은 유이상이 엄청나게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여어! 오랜만이오!”
이천상은 유이상을 보지 않았다. 폭풍처럼 막강한 마기를 불사르는 허성관은, 냉정을 잃었대도 위험한 상대였다.
다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 원주는?”
“지금 업고 있잖소! 많이 다치긴 했지만, 괜찮소!”
허성관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불타오르는 마기가 한계에 이른 순간.
“죽여라!”
파바바박!
이 조장과 살아남은 조원들이 유이상을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허성관이 이천상을 향해 질주했다.
“이노옴!”
벼락처럼 움직이는 쌍장, 선혈처럼 짙은 폭풍을 담은 두 손이 다 뻗기도 전에 온몸의 관절이 부러질 듯 삐걱댔다.
이천상이 금강마도를 펼쳤다.
콰아앙!
순간 이천상은 눈앞에서 수백 개의 불빛이 번뜩이는 걸 느꼈다.
‘엄청나군.’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파였다. 극에 이른 분노로 마기가 폭주하는 건 알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 정도 파괴력은 예상 밖이었다.
“네놈이!”
허성관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투로는 거칠어졌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주먹에 감긴 붉은 소용돌이 역시 무자비한 압력으로 이천상의 행동을 제약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콰앙!!
금강마권의 회전력을 극대화한 금강마도로도 완전한 방어가 불가능했다.
우지끈!
튕겨 나간 이천상의 몸이 나무 한 그루를 중간부터 깨부쉈다.
진마공의 호신지기(護身之氣)로도 충격이 상쇄되지 않는다. 이만한 충격은 과거 붕산마녀 최정과 맞붙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버틸 만하다.’
초절정의 영역에 오르며 육체와 마기가 재구성된 지금.
같은 충격을 받아도 대처 능력의 차원이 다르다. 근육 한 올까지 스며든 진마공은 지극히 유연하여 받은 충격을 그대로 축적, 이후 발산하는 공능마저 갖추었다.
이천상이 좌권을 휘둘렀다.
금강마권, 금강마룡(金剛魔龍)의 초식이었다.
쾅!
허성관의 몸이 들썩였다.
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않는다. 방어로 일관할 수 있었지만, 그조차 하지 않았다.
“……!”
허성관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넘쳐흐르는 마기로 이천상의 공세를 받아 낸 후 즉시 공격을 감행했다.
그 모습에 이천상조차 일시적으로 당황했다. 분노가 극에 이르러 마공이 폭주하고 있다 한들 커다란 바위도 박살 내 버릴 공격을 맨몸으로 받고 돌진하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허성관의 쌍장이 마구 휘둘러졌다.
백팔마도학 중 하나, 용권마장(龍卷魔掌)이었다.
쾅! 콰쾅! 펑!
소용돌이치며 미친 듯이 짓쳐 드는 장력의 연환.
무서운 쾌도술로 장력 하나하나를 쳐 내며, 이천상은 점차 내부가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대단하군.’
투로와 공격 방법만 봐도 알겠다. 허성관은 실전 경험이 거의 전무한 자였다.
하지만 쉽게 막을 수가 없다. 반격할 빈틈들이 순간순간 보이지만, 도무지 쑤시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콰르르릉!
폭주하는 마기의 폭풍이 그 어떤 외물의 접근도 차단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건 경지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내공량이 엄청나다.’
퍼붓고 또 퍼부어도 마르지 않는다. 폭주한 마공은 평소보다 더 많은 내공을 소모하는데도, 파상공세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타, 일타가 지날수록 힘이 더 강해지는 듯했다.
‘역시.’
허성관의 벼락처럼 빠른 공격을 쳐 내고 베어 내면서도 이천상의 머리는 냉정했다.
‘단순한 깨달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내공의 일부가 약간은 불안정해. 순수한 수련으로 얻은 내공이라면 절대 이럴 수 없다. 이건 절대적으로 영약의 힘이다.’
반쪽짜리라 해도 사령단을 취한 적이 있는 그였다. 온전히 흡수되지 않은 불안정한 내공을 발산하면 어떤 느낌인지 알기에, 허성관 역시 영약을 취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영약을 취한 것이지.’
총군사라는 직책을 남용하여 천마신단과 사령단을 마음껏 취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개수가 두 자릿수에 달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허성관의 내공은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으아아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천상을 보며, 허성관이 한층 폭주했다.
안 그래도 사방팔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그 영역을 더 넓혔다.
‘놀라워.’
이천상의 두 눈이 형형해졌다.
‘사람의 극단적인 감정이 이 정도로 마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나.’
누구보다도 감정의 동요가 적은 그로서는 쉽게 와닿지 않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익숙하다.’
생사결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지만, 허성관과의 싸움은 자꾸만 이천상의 기억 일부분을 자극했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있었다. 분명히.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와중, 허성관의 무공이 바뀌었다.
활짝 펴진 손이 살짝 오므려졌다. 무엇이라도 움켜쥐고 터트릴 것처럼, 어떤 물체라도 할퀴고 베어 버릴 것처럼 기묘한 형태.
조법(爪法)이었다.
콰콰쾅!
허공을 가른 허성관의 손이 대지에 다섯 개의 고랑을 냈다.
그 범위와 길이가 엄청났다. 제대로 걸리면 절정고수 열 명도 단박에 찢어 죽일 것처럼 과격하기 그지없는 일격이었다.
이 또한 백팔마도학의 하나, 광양혈조(狂襄血爪)였다. 신교에서 보유한 조법 중에서는 최고를 논하는 무공으로, 흑수대마의 흑살마조만이 유일하게 근접했다는 초상승의 무공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용권마장만으로는 이천상을 죽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허성관의 양손에선 수많은 절학들이 뛰쳐나왔다.
폭심장(爆心掌), 분심장(焚心掌), 철상괴마권(鐵霜怪魔拳), 흑골팔수(黑骨八手), 쇄정수(碎晶手), 혈음참륜(血飮慘輪), 고척대마결(苦斥大魔訣)…….
놀랍게도 허성관이 연마한 백팔마도학의 숫자는 두 자릿수가 넘어갔다.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절정고수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보물 같은 무공들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실전에서 피와 땀을 쏟아 가며 익힌 무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홀로 힘겹게 연마한 절학들도 아니었다.
허성관이 구사하는 이 많은 무공은 전부 머리로 익힌 무공들이었다. 하지만 머리로만 익혔다고 우습게 볼 수가 없었다. 무공 해석에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그가 펼치는 무공들은, 폭주하는 마기와 맞물려 상상 초월의 위력을 내고 있었다.
‘이런 것도 가능했군.’
하지만 이천상은 종류가 다른 무공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단한 무공도 나름의 쓰임이 있는 법이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적의 공세 속에서도 빈틈 하나만 찌를 수 있다면 이기는 게 무인의 승부다. 허성관처럼 마구잡이로 무공을 남발하는 건 무공 자랑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룬 경지가 있고 마기의 밀도 또한 대단해서 단순한 자랑으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이천상을 죽이기에는 어설프지만, 그렇다고 이천상이 반격을 가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만큼 허성관의 내공은 대단했다‘대단한 재능이지만, 이곳이 신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자가 총군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야.’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수많은 마공을 접하고, 나아가 영약에도 거침없이 손을 댄 자라서 이처럼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천재적인 재능이라도 환경이 받쳐 주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하물며 허성관은 그 좋은 머리를 맹신한 나머지 무공도, 욕망도 어설프게 다스렸다.
심지어 지금, 찢어 죽여도 마땅할 적에게 엄청난 도움까지 주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신교의 백팔마도학!’
이천상은 시야에 들어온 허성관의 투로들을 하나하나 머리에 새겼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만약 허성관이 이 무공 중 하나라도 극의에 이르도록 익혔다면, 투로를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설프게 익힌 최고급 무공들의 투로에서, 이천상은 초식의 점과 선이 지닌 가능성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지를 체험했다.
그리고 그 체험 속에서 확신했다.
‘무명무공이야말로 정점이다.’
백팔마도학 전부가 희대의 절학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그리는 투로를 찢고 합치다 보면 결국 무명무공의 투로들과도 이어진다.
무명무공은 마도이학(魔道異學)이라 이름 붙여진 학문의 정점에 있다. 진마공이 마공의 진정한 입문이라면, 무명무공은 마도 무공의 정수요, 끝이었다.
퍼석!
허성관의 손가락이 이천상의 어깻죽지 살점 조금을 뜯어내고 지나갔다.
그 순간, 이천상의 다리가 허성관의 발목을 걷어찼다.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허공에 뜬 허성관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마기를 발산했다.
그리고 그때.
번쩍!
수직으로 떨어지는 칠야도가 뇌광(雷光)의 힘을 품으며 허성관의 허리를 베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