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
왕부에서 도둑맞은 금불상을 찾을 수 있다!
오로지 그 말만 믿고 홍원창은 포졸들을 직접 이끌어 단우현이 알려 준 곳으로 향했다.
‘이게 사실이면 대박이다! 장백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근두근!
심장이 크게 뛰었다. 단우현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으니, 금불상을 되찾는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다. 홍원창은 씩 웃음을 지으며 한 객잔 앞에 섰다.
‘설마 이곳이었을 줄이야.’
악양에서 제법 유명한 객잔이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음식의 맛 또한 상당히 남달라 홍원창 또한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암상인과 불상을 훔친 도둑놈이 거래를 하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홍원창은 포졸 한 명에게 눈짓을 했다.
빠르게 움직인 포졸이 객잔의 문을 걷어찼다.
쾅-!
이내 홍원창의 목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모조리 잡아들여!”
“옛!”
쩌렁쩌렁-!
명령이 떨어지자 포졸들이 움직였다. 신속한 움직임으로 단박에 객잔 안으로 치고 들어가, 내부에 있는 모든 이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단 한 놈도 놓칠 수 없었다.
설령 단순한 손님이라 하더라도 분명 그들 중에 장물을 처분하러 온 자들이 있을 테니까.
우르르 몰려든 포졸들이 단박에 객잔을 점거했다.
우당탕-!
“뭐야?!”
“꺄아아악!”
“도…… 도망가!”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죄를 지은 놈들이 도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상당수의 포졸들을 깔아 놓았으니 단 한 놈도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홍원창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객잔을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몇몇 사내들이 빠르게 위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홍원창은 포졸들에게 손짓했다.
가장 실력이 뛰어난 포졸 몇 명이 홍원창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퍽퍽-!
“끄악!”
“컥!”
제압하고 또 제압한다.
쓰러진 이들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객잔 가장 꼭대기, 암상인이 있을 것 같은 그 방의 문을 여는 순간.
“오호, 용케 도망가지 않고 있구나.”
“허허, 사방에 포졸이 깔렸는데 어찌 도망을 친단 말이오?”
암상인은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길게 한숨을 쉬었다.
홍원창이 포졸들에게 힐끗 눈짓을 보내자, 두 명이 다가가 그를 강제로 끌어냈다. 포박되어 끌려가던 암상인이 눈을 번뜩였다.
“누가 밀고하였는지 알려 주시오.”
“알 필요 없다.”
“이 황 모,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소.”
“하하하, 걱정하지 마라. 네놈을 결코 쉽게 나오지 못할 테니까.”
시퍼런 칼날처럼 눈을 빛내는 암상인을 보며 홍원창은 단호하게 말했다.
왕부의 보물을 처분하려 했던 놈이니, 결코 살아서 감옥을 나올 수 없으리라.
설령 그가 뇌물을 쓴다 해도 이번만큼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애초에 단우현의 부탁 비슷한 명령이었으니까.
암상인이 끌려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홍원창이 주변을 살폈다. 탁자 위에 그가 찾고 있던 금불상이 있었다.
“정말로 이 불상이 여기에 있군…….”
홍원창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금불상을 가리켰다. 왕부에서 그토록 찾고 있는 물건이다.
이것을 되돌려 준다면 왕부는 물론이고, 어쩌면 황제의 신임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올려 시선의 주인을 찾았다.
단우현이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창문에 걸터앉은 그가 지그시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뜻 모를 웃음에 홍원창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포졸들이 도망간 놈을 쫓고 있을 겁니다.”
“안다.”
“또 하명하실 일이라도?”
“내가 이 일에 관여되었다는 건…….”
“무덤에서도 발설치 아니 할 것입니다.”
사아아악-!
돌연 바람이 불었다. 갑작스레 몰아치는 바람에 뒤에 서 있던 포졸들은 물론이고 홍원창 또한 눈을 질끈 감았다.
이윽고 바람이 잔잔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뜨자, 어느새 단우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
포졸들과 홍원창은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눈 깜빡할 사이에 사람이 사라졌는데, 어찌 말로 표현을 하겠는가.
정말로 저 인간과는 더 이상 연관되고 싶지 않았다.
홍원창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금불상을 집어 들었다.
그는 또 한 번 단우현 덕분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 * *
“헉…… 헉…… 헉!”
“쫓아! 놓치지 마라!”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장삼태는 욕을 내뱉었다. 포졸들의 수가 정말 많았다. 하나를 떼어 놓았다 생각을 했지만, 어느새 다른 놈들이 나타났다.
마치 어떤 곳으로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예측이라도 하는 것인가?
‘제길! 제길! 제길!’
이대로 잡힐 수는 없다.
이번에 잡힌다면 돈으로는 무마할 수 없음을 안다. 단숨에 왕부로 끌려가 온갖 고문을 받고 목이 잘릴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필사적이었다.
그의 뒤를 쫓는 포졸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경공으로 상당한 거리를 벌리고 있음에도 끝끝내 뒤를 추적하여 따라오고 있었다.
‘무게만 아니었어도!’
아득!
금자를 받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을 전표로 받았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
무게도 무게였지만, 금자가 안에서 짤랑거리니 계속 신경이 쓰여 경공이 흐트러졌다.
‘정신 차려라! 잡히면 끝이다.’
정말로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장삼태는 이를 악물며 내달렸다. 진원진기까지 끌어올리며 경공을 펼치니 그야말로 쏜살보다 빠르게 나아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그곳에는 그리 높지 않은 절벽이 있다. 경사가 가파르니 경공을 쓰지 못하는 포졸들을 따돌리기에는 딱 좋은 곳이다.
이를 악물고 달리는 그 모습은 실로 필사적이었다.
어느새 뒤에서 쫓아오는 포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미리 정해 두었던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비명을 질렀다.
“예상보다 늦었군. 늦어도 일각 전까지는 도착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헛?! 으허억!”
그곳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자그마한 바위에 걸터앉은 그자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떤 흥미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을 한 채 말이다.
“어…… 어떻게…….”
“어떻게라니?”
다소 삐딱한 표정으로 되묻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장삼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곳에서 단우현에게 붙잡히려고 장물을 가지고 탈출한 게 아니다.
싸워서 이기지는 못할지언정, 도망칠 수는 있다.
그는 또다시 냅다 달렸다. 절벽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날렸다. 다행히 그때까지도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않았던 단우현은 바로 뒤쫓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헉헉!”
가파른 절벽을 빠르게 내려갔다. 옷은 찢기고 헤졌다. 내려가며 균형을 잃어 몇 번이나 구르기까지 했다.
돈이 들어 있는 보자기를 보호하느라 상처들은 점점 늘어나고 온몸에 힘은 절로 빠져나갔다.
이내 땅에 발이 닿았다.
그러나 여유를 부리며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 내달려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져야 한다.
이제 포졸들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보다 더 위협적인.
“이런 시발!”
단우현이 있다.
“저런, 절벽은 조심히 내려와야지. 옷이 다 찢기지 않았느냐.”
움직이는 것조차 보지 못했건만, 단우현이 눈앞에 있었다. 소맷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어떻게 절벽을 내려왔단 말인가!
장삼태가 빠득 이를 갈았다.
왕부니 뭐니, 그런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부처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은 손오공의 심정이었다.
“개새끼야! 난 절대 안 잡힌다!”
“하하.”
욕을 내뱉으며 무작정 달렸다.
너무 화가 나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도 정면으로 달리면 턱도 없다는 걸 아는지 급하게 왼쪽으로 뛰쳐나갔다.
튀어 나가는 속도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경공 하나만으로는 중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다던 자부심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이 근처의 지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왕부를 털기 전 몇 달에 걸쳐 사전 조사를 끝마쳤으니까.
도망갈 수 있는 퇴로까지 완벽하게 알아봐 두었다.
절벽을 내려와 왼쪽으로 틀어 달리다 보면 동정호가 나온다. 그곳에는 뱃사공들이 배를 대 놓는 곳이 있는데, 그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간다면 금방 멀어질 수 있을 터였다.
달렸다.
또다시 바람처럼 내달렸다.
식은땀이 온몸을 적시고, 이제는 목이 텁텁하여 단내까지 났다.
장삼태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기에, 적어도 이각 안에 도망을 치지 못한다면 맥없이 쓰러질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더욱 발에 힘을 주었다.
내달리고, 또 내달렸다.
휘청거리는 몸뚱어리의 균형을 간신히 바로잡고, 쏜살같이 내달려 배들이 있는 곳에 겨우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차마 배에 오르지 못하고, 급하게 몸을 틀었다.
“저 시발 놈은 왜 저기 있는 거야?!”
단우현이 또 그곳에 있었다.
헉헉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장삼태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손까지 흔들어 주는 여유를 보였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짜증이 마구 치솟았다.
또 달렸다.
어쩔 수 없이 달렸다.
이제 어딘지도 모를 곳을 향해 그냥 무작정 내달려 거리를 벌리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나도 허황된 것이었다.
그렇게 반 시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삼태는 도망을 다녔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진원진기까지 끌어다 썼지만 어디를 가도 단우현은 항상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 헉…… 헉…… 헉.”
바닥에 드러누운 장삼태가 거친 숨을 토했다.
이제는 정말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또르르, 시선을 굴리자 아주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던 그 빌어먹을 장원이었다.
단우현을 따돌리기 위해 움직였던 그 모든 노력이, 결국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춘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드넓은 하늘에 겹쳐 보이는 익숙한 얼굴.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나 보군. 부처님 손바닥…….”
단우현이 자신의 왼 손바닥을 오른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웃었다. 어디를 어떻게 가도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음을 보여 주는 모습이다.
장삼태는 밀려오는 허탈함에 울화가 치솟아 올랐다.
“개 시벌…….”
단우현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그대로 누워 있는 장삼태의 품을 뒤져 금자와 전표가 담긴 보자기를 챙겼다.
이백만 냥, 그 어마어마한 금액이 한순간에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약속한 대로 두 배가 되었으니 사백만 냥, 이것으로 이백만을 갚아도 이백만이 남는군.”
“으아아악! 이 빌어먹을 새끼야!”
장삼태가 울분을 토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신이라도 나간 것인지 단우현을 향해 최후의 힘을 쥐어짜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빠각-!
“커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널브러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단우현의 옅은 웃음이다.
‘니…… 니미럴…….’
단우현은 혼절한 장삼태를 바라보며 돈을 챙겨 넣었다.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으므로 더 이상 이 인간은 필요가 없었다.
“흠…….”
죽이는 것도 그렇고, 내다 버리자니 아까운 놈이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요리 하나만큼은 끝내줬으니까. 단우현 본인이야 무엇을 먹어도 상관이 없지만, 화소미에겐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입히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 인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새로운 숙수를 구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애초에 사백만 냥을 정말로 받을 생각도 없었으니, 이대로 풀어 줘도 상관은 없을 테지만 화소미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벅벅-
머리를 긁적이던 단우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장삼태의 머리채를 잡아끌며 천천히 장원으로 향했다. 결국 장삼태는 화소미 덕분에 그 목숨을 부지하였고, 결국 장원의 식구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그토록 바라던 돈도 챙겼다.
상당히 많은 금액인지라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 해도 흐뭇한지 단우현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장백산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안 받았다.
이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일까.
차츰 돈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단우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