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0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남궁천은 파르르 입술을 떨었다.
남궁세가는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팔대세가, 아니 그 이전 오대세가라는 명칭조차 존재하지 않았을 때부터 이 중원을 수호하고 이름을 날렸던 곳이다.
아무리 남궁천이 없다 하여도, 세가 내부에 숨어 있는 힘들은 결코 얕볼 수 없는 것들이며, 그 힘들은 능히 한 문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무너졌다?
홍원창은 진지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결코 농으로 입에 담는 소리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려는 듯, 지그시 남궁천을 응시한 채 진중한 목소리를 입에 담았다.
“사실입니다.”
“어떻게!? 그게 말이 되는가? 남궁세가가 무너지다니? 무림맹은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또 세가의 이들은……!”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최근 사혈단이라는 자들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원창은 차근차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전해 주었다.
사혈단이 마치 남궁세가를 노린 듯 그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 결국 남궁세가가 그 힘을 드러내며 놈들을 사로잡는 데까지는 성공을 하였는데, 예기치 않은 기습으로 인해 장남인 남궁강이 습격을 받았고, 그를 구하러 간 사이 세가가 포격을 받은 것까지.
“많은 이들이 죽었다 합니다. 지금도 남궁세가 근처에는 시체 썩는 내가 난다 할 정도로…….”
“허…… 허허…….”
남궁천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바들바들 온몸이 떨려 왔다.
남궁세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동안, 자신은 이렇게 좋은 곳에서, 좋은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자책이었다.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더러웠다.
그때, 조심스레 다가온 단소미가 남궁천의 손을 붙잡았다. 아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의 온기가 느껴지니 떨리던 몸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그렇다면 강아는 어찌 되었느냐? 아니, 가주는? 소혜는 또 어찌 되었느냐!”
“행방을 알 수가 없다 합니다.”
“허…….”
남궁천은 속이 쓰린 나머지 말조차 잇지 못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조금 더 빠르게 정보를 모았어야 하거늘!”
“어쩌면 네 목을 노린 놈들의 짓일지도 모르겠구나.”
단우현의 말에 남궁천은 번뜩 고개를 치켜 올렸다.
그리고 지난번 장원을 습격했던 그 무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존재하고, 처음부터 그들의 목적이 남궁세가 그 자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어야 했다.
그저 자신이 이곳에 있고, 또 저들이 나타나니 끝끝내 목적은 검황 남궁천이라고만 생각을 해 버렸다.
자신의 이름값을 너무 높게만 생각한 남궁천의 실책이었다.
“내가…… 내가 가야겠네.”
남궁천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세가가 무너지고 아이들이 행방불명되었다면, 하루속히 움직여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일이 심각해지기 전에 모든 것들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했다.
“그 팔로 말이냐?”
사도학이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남궁천을 쏘아봤다.
그의 내공은 일정 수준까지 돌아오기는 하였지만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지금까지 한 팔로 검을 연마하여 자유자재로 다룬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대일의 상황에서나 받아 낼 수 있는 정도이며 일 대 다수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혹시, 너를 꾀어내려는 함정일지도 모르고…….”
사도학의 말에 남궁천은 이를 갈았다.
그래. 어쩌면 남궁세가를 습격한 모든 이유가 검황 남궁천이 살아 있음을 깨달은 그들이, 그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아이들이 죽어 가고 있다. 머릿속에 하나둘, 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지금 당장 달려간다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 하지만 그는 가야 했다. 최대한 아이들이 오랫동안 버텨 주길 바라며.
“갈 것이네. 말리지 말게나.”
“말리긴 누가 말려? 네놈이 가서 죽는다면 나만 속편한 거지.”
사도학이 피식 웃었다.
검황이 사라지면 그만큼 마교의 힘이 오른다.
어떤 식이든 간에 나쁜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가 있는 모양이다. 누군가 쪼르르 달려와 사도학의 다리를 툭툭 때렸다.
가만 내려다보니 울먹이는 단소미가 토닥토닥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그, 그런 말 하지 말아요!”
“아, 알았다, 알았어!”
사도학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단소미를 만류했다.
오랫동안 함께 있다 보니 자연스레 정이 든 모양이다.
“안휘…… 안휘라…….”
그때, 지금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던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하더니 장원 뒤편에 있는 절벽으로 시선을 주었다.
한참 동안 그곳을 바라보던 단우현은 질끈 눈을 감았다.
“남궁…… 남궁입니까?”
“그래, 좋지 않으냐?”
“……이상하지만 괜찮습니다.”
“하하!”
왜소하며 초라했던 여인을 떠올렸다.
제자라 하면 제자일 테고 단순히 함께 짧은 여행을 한 동료라 하면 동료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와 헤어지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가진 것이라곤 검 한 자루와 이름 석 자.
이제는 그 이름마저 버리고 은거를 택한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또 다른 이름을 주는 것밖에 없었다.
단우현은 그녀와 처음 만난 것이 남쪽 성문이었기에 그리 지었다.
여인은 애써 웃었고 단우현은 그렇게 등을 돌렸다.
단우현이 지그시 눈을 떴다.
오래전 보였던 그 모든 풍경이 뒤바뀌고 현재로 돌아왔다. 겹쳐 보였던 모든 광경들이 하나하나 사라졌고, 어느새 눈앞에는 지금 함께 있는 자들이 보였다.
단우현이 단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미야.”
“네?”
“가끔 여행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정말요?”
단소미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어느새 단우현의 손을 붙잡고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틀림없이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단소미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제법 멀기는 하지만 유람 삼아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와이-! 가요! 어서 가요!”
단소미는 빙글빙글 단우현의 주변을 배회하며 크게 웃었다.
그러곤 남궁천에게 다가가 그 손을 붙잡았다.
남궁천이 휘둥그레 눈을 뜨고 단소미를 바라봤다. 그러자 단소미가 해맑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한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어서 가요! 안휘라는 곳은 어디예요? 뭐가 예뻐요?”
“……저…… 정말 가려고 하는가?”
“유람이라 하지 않았나? 안휘까지 그대가 안내하면 되겠군.”
웃고 있는 단우현의 말에 남궁천은 할 말을 잃었다.
마음속에 있던 불안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만큼 든든한 우군을 얻은 것이다.
만후량이 걷고 있는 곳은 어딘지 모를 숲이었다.
주위는 무척 어두웠다. 필시 훤환 대낮임이 분명한데도 그곳만큼은 어둠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좌우로 짙게 늘어서 있는 나무와 울창한 수풀들, 그리고 짙게 깔린 안개는 위화감을 안겨 주었다.
그곳은 바람마저 차가웠다. 한기를 머금은 바람은 마치 뼛속까지 얼려 버릴 것 같았다.
만후량은 숨을 삼키며 더 걸었다.
어딘지 모를 그곳을 마구잡이로 걷고 있는 것 같았으나, 곧 그의 앞에 기이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화아악-!
이윽고 안개가 걷히며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전각이었다.
황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웅장하며, 위엄까지 가득했다. 또한 곳곳에서 보이는 자들 하나하나가, 절대고수의 기세를 풍기며 그를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러한 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적게 잡아 수백 명,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몰랐다.
그들의 기도로 보아 중원에 나간다면 틀림없이 일대를 호령할 만한 고수였다.
만후량은 식은땀을 흘렸다.
몇 번을 와도 이곳만큼은 적응되지 않았다.
“주군께서 부르신다. 서두르지 않고 뭐 하느냐?”
한 사내의 입이 열리자 만후량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장 커다란 전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조금이라도 빨리 이 시선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본 각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무수한 기척들이 느껴졌고, 대청 안을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만후량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위축되었다.
눈앞에 붉은빛이 보였다.
사람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해괴한 빛이다.
그가 무료한 듯 권좌에 앉아 턱을 괴고는 만후량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후량은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주…… 주군을 뵈옵니다.”
“시답지 않은 보고를 하러 온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 그렇습니다.”
만후량은 한 번 더 숨을 골랐다.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가볍게 내뱉는 한마디로 사람을 이리도 위축을 시키다니. 검황이나 검성 앞에서도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었던 감각이다.
“분부하신 대로 검황을 죽이고 모용혁문을 무림맹주로 올렸습니다. 또한 남궁세가를 공격하여 현재 멸문 직전까지 몰아넣었습니다.”
“멸문을 시킨 것도 아니고 몰아넣었다?”
사내가 피식,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가볍게 손가락을 퉁겼다.
퍼걱-!
“꺼어억!”
무언가 날아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였는데, 만후량은 복부를 얻어맞고 그대로 날아갔다. 십여 장 이상 뒤로 쭉 밀려나며 바닥을 쓸었다.
“쿠…… 쿨럭……! 고…… 곧 그곳의 이름을 세상에서 지울 것입니다. 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궁, 남궁……. 그놈들을 남기지 않고 밟아 버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 네놈이 있었던 거다. 아느냐?”
“아…… 알고 있습니다.”
사내는 몇 번이나 남궁이라는 이름을 되새김질하며 이를 갈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표정조차 드러나지 않는 얼굴이었지만, 명백히 눈빛만큼은 지옥 속 화염처럼 들끓었다.
“한데, 그만큼 시간을 주었는데도 고작 세가 하나 멸문시키지 못하다니? 머저리도 이런 머저리가 또 없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쿵쿵쿵-!
만후량은 연신 머리를 바닥에 찍었다.
골이 흔들리며 피가 터졌다. 눈앞이 크게 흔들리며 눈알마저 터져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눈앞에 있는 절대강자의 자비를 구하며 자해를 하는 것으로 죄를 용서받아야 했다.
“좋다, 네놈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도록 하지. 당장 그 지긋지긋한 남궁 놈들을 지우거라.”
“조…… 존명!”
만후량이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그 자리에서 물러섰다.
그것을 가만 지켜보던 사내는 콧방귀를 뀌었다.
“머저리 같은 녀석.”
수하라 하여 다 같은 수하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또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고 있다.
“그다음은 마교인가?”
사내는 슥- 턱을 쓰다듬으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모든 것들을 손아귀에 넣고 주물렀다.
이 중원에서 그보다 강한 권력을 지닌 이는 없었다. 그것이 설령 황제라 하여도 말이다. 모든 이들을 발아래에 두고 내려다보았을 때 그 희열만큼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
빠드득-!
사내는 이를 갈며 시선을 돌렸다.
생각하기 싫은 녀석이 떠올랐다.
“나는 언제나 최고였지만 최강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의자에 등을 기댄 사내가 더욱 진득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만큼은 최고이자 최강이 되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