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2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는 호남에서 상단을 이끄는 자다.
비록 크지 않고 작은 규모이며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제 식솔들을 챙기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돈을 벌며 지냈다.
그러다 운이 좋았다.
우연찮게 알게 된 서역 교역 상인에게 상당히 많은 양의 물건을 받게 되었고, 그것을 팔면 가장 이득이 많이 남는 안휘로 향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산적들에게 습격을 당할 위험이 있었기에, 그동안 소수에 불과했던 호위 무사 열 명을 더 고용하였고, 그렇게 안전하리라 생각을 하며 떠났던 여정이었다.
설마하니 산적들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 생각을 하지 못하였고, 반대로 자신이 고용한 호위들이 이렇게까지 나약하리라 여기지 못했다.
한데, 문제는 여기서 일어났다.
산적의 습격에서 구해 준 기묘한 일행.
함께 안휘로 향하고 있는 이 길이 그에게 있어선 천근만근 무거웠다.
“감사합니다!”
점소이가 꾸벅 인사를 하며 해맑게 웃었다.
하긴, 웃을 만도 하지.
객잔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음식을 시켜 먹었다. 팔고 있는 음식 대부분을 시킨 것 같으니, 그 비용은 또 얼마나 할까?
은자 수 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게 다 누구 탓인가?
저 기묘한 일행 때문이다.
‘목적지가 안휘라고? 이쪽도 그러하니 함께 가면 되겠군. 물론 목숨을 구해 준 값이라 생각하고 우리의 편의를 봐주면 된다.’
단우현이란 사내가 선심을 쓰듯 했던 이야기다.
티격태격하는 두 노인네보다는 제정신이라 생각을 했고, 또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열흘.
금환상단의 상단주 금은학은 주머니가 탈탈 털려 가고 있었다.
“흠, 이 객잔은 생각보다 별로군.”
단우현이 툭 하고 말을 뱉었다.
객잔의 음식 대부분을 먹고 할 말은 아니다. 금은학은 파르르 입꼬리를 떨었으나,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으니 속으로 삼켜야 했다.
눈앞에 있는 이들은 산적들을 단칼에 제압할 정도로 대단한 고수들이다. 내뱉는 말 한 마디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곳으로 가지요.”
“그거 고맙군.”
소면 한 그릇 사지 않은 단우현의 말에 금은학은 울상을 지었다.
뻔뻔하다.
정말로 뻔뻔한 인간이다.
지난번 단소미라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사 주었을 때 얼핏 보아 알았는데 이 사내, 오히려 금은학보다 돈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없는 자가 아니다.
더군다나 붙잡은 산적들의 현상금까지 받았다.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데, 안휘의 상황은 알고 있나?”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금은학은 끄응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들어 알고 있다.
남궁세가가 무너졌다고?
안휘의 치안을 담당하는 그들이 있었기에 산적들이 출몰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 남궁세가가 무너졌다면 그만한 각오를 해야 했다.
“충격적인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 되돌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밖에 다른 일은 듣지 못하였나?”
“으음, 안휘 곳곳에서 사혈단이 활동을 시작했다는 것 정도입니다만…….”
“사혈단이라?”
“하하, 갑작스레 나타난 자들입니다. 남궁세가까지 무너트린 것을 보니 제법 힘도 갖추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곧 무림맹에서 쓸어 버리지 않겠습니까?”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정세에 대하여 이미 여러 차례 들어 알고 있다. 천하의 팔대세가 중 한 곳인 남궁세가를 무너트린 곳이 바로 사혈단이라 한다면, 남궁세가를 보호하고 있었던 무림맹 쪽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사혈단은 곧 토벌될 것이다.
“그런 것치고는 너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어느새 다가온 권무진이 중얼거렸다.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남궁세가의 습격이 시작된 직후, 그리고 몇 시진 지난 뒤라면 무림맹이 바로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만큼 무림맹과 팔대세가, 구파일방은 은밀한 연락망이 있을 테니까.
한데, 지금 수십 일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무림맹의 인원이 차출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무림맹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굴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무진이 힐끗 단소미의 곁에 있는 남궁천을 보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또한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으리.
“이제 곧 안휘입니다. 뭐든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뭐든 상관없다. 우리는 단순한 유람이 아니더냐? 구경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그만이다.”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단소미에게 유람을 떠나자 말을 했다.
유람은 유람이다.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그것은 이들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판단을 하고 말을 하였으니 권무진이 수긍하며 고개를 숙였다.
“곧…… 안휘라?”
단우현은 동쪽을 바라봤다.
이제 저 산을 넘기만 한다면 안휘로 들어선다. 천 년 만에 들어선 안휘는 얼마나 바뀌었을지 벌써부터 궁금했다.
* * *
“윽!”
남궁소혜는 이를 악물며 천을 팔에 조여 맸다.
붕대로 쓸 것이 없었던 탓에 옷자락을 잘라 급조한 거다.
그녀는 흘리는 피를 닦아 내며 숨을 골랐다.
‘다행히 쫓는 자들의 기척은 더 이상 없는데…….’
운이 좋았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혼절을 한 뒤 눈을 뜨자, 무너진 건물 잔재들 사이에 틀어박혀 있었다. 가장 구석에 있었기에 사혈단 녀석들도 그녀를 찾지 못했던 것 같았다.
틈을 봐서 그곳을 빠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안휘를 벗어나 호남으로 향하고 있는 남궁소혜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 그녀를 쫓는 사혈단과 치열한 사투를 벌였고, 벌써 한 달가량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상해.’
그리고 이 상황.
너무나도 이상하다.
지금쯤이면 무림맹에서 토벌대를 보냈어도 진작 보냈어야 할 시기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들이 출발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렇기에 무림맹으로 가지 않았다.
‘내부에 첩자가 있어!’
남궁세가를 무너트린 이들에게 도움 준 자.
혹은 할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자.
그런 이들 중 한 명이 혹은 다수가 내부에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이 상황, 말이 되지 않으니까.
마음 같아서야 가족들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였지만, 지금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오히려 발목을 잡을 거다.
몸을 추스르기 위해 안정을 취해야 했다.
숨을 수 있는 곳.
남궁소혜의 머릿속에는 한 곳만이 떠올랐다.
‘소미네 집…….’
단소미의 집.
악양에 있는 그곳이라면 몸을 숨기기에 충분하다. 무림맹의 시선이 닿지 않으며 노리는 자들 또한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할 테니까.
마음을 먹은 남궁소혜가 빠르게 길을 타고 움직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추격자들이 언제 뒤를 쫓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만큼, 최대한 빠르게 그곳에 도착하여 몸을 추슬러야 했다.
‘이 꼴을 보면 또 한소리 듣겠는데?’
남궁소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우현의 모습을 생각하며 어이없이 웃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머지않은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궁소혜가 안색을 굳히며 검을 쥐었다.
‘끈질겨!’
* * *
“그럼 이곳에서 저는 가 보겠습니다.”
금은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이곳은 안휘, 남궁세가가 있는 합비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으니 재빨리 벗어나는 게 상책. 이들과 더 함께 있다가는 좋은 꼴을 결코 보지 못할 것임을 아니까.
대답을 듣기도 전에 금은학은 쟁자수들을 재촉하며 사라졌다.
“거참, 섭섭한 친구로군. 여기까지 여정을 같이했는데 시원하게 가 버리네?”
사도학이 내심 찝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대부분 돈을 저 인간이 냈으니, 오늘만큼은 거하게 한턱 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가 버리니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걱정하지 마라. 또 보게 될 인연이니.”
“……자네 혹시 천기 같은 거라도 읽는 것이야?”
가끔 내뱉는 단우현의 말투를 기억한 사도학이 물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거나, 혹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바람이 어쩌니 인연이 어쩌니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 이들 대부분이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든가, 아니면 정말로 팔선(八仙)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무신의 후예란 놈들은 다 이런 거야?’
무신에 대한 전설도 그렇고 그 후예로 추정되는 이놈도 그렇고, 이놈 사문들은 전부가 정신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천기가 아니다. 바람이 알려 주는 것이지.”
“그래, 바람…… 바람 말이지. 커컴.”
사도학은 손으로 허공을 휘휘 내저으며 답했다.
바람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알려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애초에 바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게 더 신기한 것 아닌가?
마기(魔氣)를 다루는 것에 누구보다 특출한 재능이 있는 사도학조차, 그런 기운이 무언가를 알려 준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네놈도 바람을 느끼더냐?”
사도학은 그것이 제법 억울한지 남궁천에게 물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남궁천은 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데, 남궁천은 고개를 저었다.
“허허, 바람이라…… 그런 것을 느껴 본 적은 없구나.”
“그럼 이놈이 특이한 거군.”
사도학은 혀를 쯧쯧 찼다.
그것은 명백히 상대를 조롱하는 시선이다.
그 광경을 눈에 새긴 단소미가 울컥한 표정으로 다가섰다.
“우, 우리 아빠가 하는 말은 전부 진짜인걸요!”
“그래그래, 너한테만 그렇겠지.”
“아니에요! 장 아저씨도 권 아저씨도 그랬어요. 아빠가 산다 하면 살고 죽는다 하면 죽고, 개가 고양이라 해도 믿고 똥이 죽이라 해도 믿는다고요.”
“…….”
“…….”
남궁천과 사도학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끝에는 어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떨구고 있는 장삼태와 권무진이 보였다.
저런 말을 한 것은 아무래도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호오! 그것참, 재미있는 소리로구나.”
단우현도 반응했다.
그런 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저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한번 시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았다.
“똥을 죽이라……? 어디 한번 먹어 볼 테냐?”
“……주…… 주군이 그렇게 하라 하신다면…….”
“미쳤어!?”
권무진이 두려운 표정으로 억지 대답을 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장삼태가 언성을 높였다. 그때 그런 말을 한 것은 단순히 단소미 앞에서 단우현을 띄워 주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던 거다.
물론 그가 위대하는 것 정도는 알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농담이다. 그보다 일단 머물 곳을 잡도록 하지. 이곳은 꽤 즐길 거리가 많아 보이니까.”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슥 주위를 둘러봤다.
곳곳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이곳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쏘아지는 그 시선들은 결코 호의적이지가 않다. 쏟아지는 시선들은 경계 혹은 살기에 가까운 것들도 있다.
이런 커다란 마을, 심지어 남궁세가가 관리를 하고 있었던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시선.
그렇다면 이 정체는.
틀림없이 남궁세가를 무너트렸다는 자들의 것이다.
남궁천 또한 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게. 좋은 곳을 알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