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3
“와! 여기서 자는 거예요?”
단소미는 객잔을 둘러보며 눈을 반짝였다.
여행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곳을 보고 많은 것을 먹기도 하였는데, 오늘 본 객잔만큼 화려한 곳은 찾기 힘들었다.
탁자와 의자만이 아니라, 벽에 새겨진 웅장한 그림들까지 사람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또한 객잔 전체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한참을 뛰어다녀도 좋을 정도였다.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도 휘황찬란했다.
대부분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이 시켜 나온 요리 또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가득했다.
가끔 만두나 소면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 또한 지금까지 맛봐 왔던 것과는 천지 차이가 날 정도로 맛이 있어 보였다.
이곳은 지금까지 가 봤던 곳과는 다르다.
그것이 단박에 느껴졌다.
“이 안휘에서 가장 좋은 객잔이라네. 작은 인연이 있지.”
“인연이 있으면 뭐해? 말도 못 거는데.”
사도학의 말에 남궁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인연이 있기는 하지만 말을 걸 수 없다. 정체를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저 모른 척 있어야 했다.
더군다나 지금 이곳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오가며 식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불순한 무리들이 여럿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 이미 이 합비 전체가 놈들의 수중에 넘어간 것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그때 점소이 하나가 힘차게 뛰어왔다.
축 처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함인지 목소리 또한 우렁찼다. 그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로 안내해 주기 위해 길을 만들었다.
한데, 그것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이다.
“식사는 되었네. 그보다 먼저 쉴 곳을 안내해 주었으면 하네만.”
“아, 그렇습니까요? 그럼 방은 몇 개로……?”
“별채로 주게나.”
남궁천은 슬쩍 점소이의 앞으로 다가가 은자 다섯 냥과 철전 두 냥을 건넸다. 그것을 본 점소이의 안색이 한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말없이 방긋 웃음을 지으며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커다란 그 한마디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나, 곧 흥미를 잃었는지 다들 식사를 하는 데 집중했다. 이곳의 별채를 빌리는 것은 돈 많은 이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분명 그런 부류 중 하나겠지.
“별채를 하루 빌리는 데 금자 한 냥이 들 정도로 비싼데 대단하군. 저자들.”
“뭐, 그런 자들 한둘인가? 돈 자랑하러 온 것이겠지. 하지만 묘한데? 저 가면…… 분명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그 영웅들이지?”
“하하하, 웃기는 자들이로군.”
곳곳에서 비웃음이 터졌다.
목소리로 보아 늙은이들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웅 가면을 뒤집어쓰고 움직이고 있으니 어찌 우습지 않을까?
그들을 주시했던 이들조차 비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그사이, 점소이는 발 빠르게 일행들을 별채로 안내했다. 이 객잔에서 제일 깊숙한 곳이며, 특별한 손님이 아닌 이상 상당히 큰 금액으로 이용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돈 자랑을 하는 자들이나 실질적으로 정계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이들, 혹은 상인들 중에서도 제법 이름난 자들만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곳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방을 쓰시면 됩니다.”
점소이는 수많은 방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원체 방 수가 많은데다 하나같이 화려하여 누구도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단소미만이 두근두근한 시선으로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럼 저는…… 이만……!”
이윽고 고개를 숙인 점소이가 부리나케 달려갔다.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것인지 그의 안색은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를 정도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남궁천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방문들 중 가장 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 방을 자네가 쓰게. 장주가 머물기에는 가장 좋은 방이네.”
“괜찮은 곳이군. 한데…….”
“아아, 괜찮다네. 허허허.”
단우현이 점소이를 눈짓했다.
필시 무언가를 눈치챘음이다. 저 안색과 행동만 보아도 그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권무진이 슬쩍 칼을 뽑았었는데, 단우현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시체 한 구가 생겼을 거다.
“안휘에 이런 객잔이 있는지 몰랐어요! 진랑이에게 자랑해야지!”
“허허, 그래 좋은 곳이지. 안휘는 물론이고 하남이나 북경에서조차 이름난 곳이니 말이다.”
소미의 말에 남궁천은 기분 좋게 웃음을 지었다.
황룡객잔.
북경에도 상당히 이름난 객잔이 많기는 하지만 이 황룡객잔만큼은 되지 못할 거다. 그만큼 유명하고 요리들 또한 진미이니 만큼, 늦은 저녁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곤 한다.
안휘의 오면 비싸더라도 꼭 한번 들러야 하는 곳이다.
우당탕!
그때, 느닷없이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뜻 모를 소리에 단소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바라봤다. 곧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이 느껴졌다.
“크큼! 이 객잔의 주인입니다.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들어오게나.”
남궁천은 단우현의 허락조차 받지 않고 그를 들였다. 곧 문이 열리고 남궁천에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는 주위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제법 놀란 듯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저…… 저희 객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되었네.”
남궁천은 그리 말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곤 호남을 떠난 직후 결코 벗지 않았던 가면을 벗어 내려놓으며 싱긋 웃었다.
“여, 역시…… 매, 맹주께서…… 살아계셨습니까?”
“맹주라는 말은 그만하게나. 이미 그것을 내려놓은 지 오래이거늘…… 그리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 또한 발설치 말게나.”
객잔주는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남궁천의 말이다. 그에게는 수차례 목숨을 구함받은 빚이 있으며, 이 안휘에서 자리를 잡게 해 준 은혜 또한 있다.
인간이라면 결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남궁천은 정체를 밝혔다.
이 인간만큼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배신하지 않음을 알기에.
“……지금까지 소식이 없으셨던 검황께서 돌아오신 이유는…… 역시 남궁세가입니까?”
“그러하네. 자초지종을 아는가?”
“하아.”
객잔 주인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실제로 눈앞에서 보았는데.
객잔주는 남궁천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자리에 앉았다.
“조금 이야기가 깁니다. 괜찮겠습니까?”
남궁천은 힐끗 단우현과 단소미를 바라봤다.
혹 두 사람이 지루해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그러나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흥미가 있으니 말해 보거라.”
“아……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두 달 전으로 거슬러 갑니다.”
* * *
“남궁소혜는 놓쳤다?”
“예…… 송구합니다.”
한 팔밖에 남지 않은 사내가 깊게 고개를 숙이며 몸을 떨었다. 눈앞에 있는 기이한 사내를 향한 두려움에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침을 넘기는 것조차 불경스러운 것인지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답을 기다렸다.
“남궁강과 가주는 붙잡았는데…… 남궁소혜는 놓쳤다?”
사내가 인상을 쓰며 사혈단 단주 강도휼을 바라봤다. 감정조차 섞여 있지 않은 시선에 어떤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사라졌느냐?”
“호, 호북과 강서…… 그 경계에서 행방불명되었습니다.”
“무림맹으로는 가지 않는군. 제법 머리가 좋은데?”
사내가 피식 웃었다.
무림맹 지부로 들어갔다면 이미 정보를 입수했을 거다. 그러지 않고 사라진 것은 그곳에 손을 뻗어 봐야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흠.”
무료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디로 갔을까?
가장 사이가 좋은 제갈세가?
아니 그러지 않을 테지.
남궁소혜는 제법 머리가 좋은 아이다. 자신들의 정보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제갈세가에 숨어 있다가는 그곳 또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판단할 거다.
더군다나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운은 몇 달 동안 부재중인지라, 그의 머리도 빌릴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어디일까?
몸을 숨길 수 있고 후를 도모할 수 있는 곳.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사내가 푸후 하며 숨소리를 냈다.
“어차피 곧 나타날 거다. 다음번에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지. 그보다 안휘를 장악하는 건 어찌 되고 있느냐?”
“남궁세가가 무너진 것으로 인하여 많은 세력들이 숨거나 혹은 저희 쪽으로 의탁을 결심했습니다. 이대로 몇 달만 지난다면 곧 안휘를 장악할 것 같습니다.”
“늦어. 무림맹을 막고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으니 그 시기가 되기 전 신속히 안휘를 장악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신속히 해내겠습니다.”
강도휼은 재빠르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되면 힘으로라도 남은 것들을 눌러야 한다. 이미 이들에게 받은 힘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우리가 나서야 하는 다른 일은 없을 테지?”
“예, 이미 남궁세가의 건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차후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다만 묘한 무리들이 몇 들어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만…….”
“묘한 무리?”
“지금 황룡객잔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만, 다른 이들은 크게 특색은 없다 할 수 있지만, 두 명의 가면 쓴 자가 있다 합니다.”
“가면?”
“예, 그…… 군자검과 마천군의 가면을…….”
“푸하하하! 재미있는 것들이로구나.”
사내는 진심으로 웃었다.
그런 놀이를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 아닌가?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린아이라기보단 성인 같아 보였다.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제법 궁금했다.
“감시를 하되 너무 드러내지 말거라. 괜한 일을 벌였다간 구파일방을 자극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지들이 난리법석이거늘…….”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붙잡은 놈들은 어찌할 생각이냐?”
“지금은 남궁소혜를 불러들이기 위한 미끼로 쓸 예정입니다. 차후, 일이 늦어지고 무림맹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놈들의 목을 인질로 잡겠습니다.”
“좋아, 안휘에 대한 일을 맡긴 것은 나다. 무엇을 해도 상관은 없다만…… 그분의 뜻을 거스른 짓을 했다간 곧 죽음이다.”
사내가 강도휼의 눈을 응시했다.
그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위축시키는 시선. 수많은 강자들을 만나 보았으나, 이만큼 그를 떨게 한 이는 존재치 않았다.
하지만 더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이가 고작해야 말단이라니?’
눈앞에 있는 이자가 고작해야 말단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강자들이 이들 뒤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또한 그 무시무시했던 무림맹조차 이들 손아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 그가 목숨 바쳐 고개를 숙이는 이유다.
‘이들을 따른다면…… 고작 팔 하나 날아간 것하고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도휼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배신? 혹은 누구인지 모를 이의 뜻을 거슬러?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이 정도 힘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원하는 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까지 왔는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이들을 따르고 그 명령을 수행하며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
강도휼이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유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강도휼! 그분에게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흥 하며 콧방귀 뀌는 소리가 들렸다.
하긴 그도 그럴 테지.
그분의 정체 따위 알지 못하고 얼굴을 본 적도 없으니까. 그런 이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
그러나 사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강도휼 또한 그 빈말이 나쁘지 않음을 안다.
더군다나 눈앞에 있는 이 사내 또한.
‘네놈도 모르잖아. 그분의 정체 따위.’
씩 하며 속으로 앞에 있는 사내의 충성심에 비웃음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