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08
컴컴한 동굴 안은 형용할 수 없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습기 가득한 그곳은 눅눅하기까지 하니, 다친 사람을 데려다 놓기는 최악의 곳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남궁천의 눈빛이 더욱 살벌해졌다.
침착하라고 그렇게 애를 써 봤음에도 이 치솟는 살심은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는다.
이곳에 내 자식이 있다니.
내 친척들이 있다니.
머릿속을 뒤흔드는 그것은 그를 더욱 크게 흔들었다.
삭!
소리가 들렸다.
은밀히 움직이는 소리.
경공을 펼친 건가?
기척을 죽이는 게 제법 능하다.
살수의 훈련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본래 그 능력이 은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은신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촤아아악!
한순간 휘두른 칼날이 무언가를 베어 갈랐다. 그것이 사람인지 아니면 단순한 짐승인지 남궁천에게는 상관이 없었다.
털썩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더욱 흥건해졌다.
곳곳에서 기척들이 들렸다.
틀림없이 놀란 것일 터.
그러나 남궁천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또한 무엇을 하고 있든 관심이 없다는 듯 걸었다. 이 동굴이 얼마나 길고 험한지 따위도 흥미가 없어 보였다.
푹!
내딛는다.
서거걱!
벤다.
날아드는 무수히 많은 칼날을 피하며 걷고 휘두르고 찔러 넣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상처를 낼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그 칼날이 그의 몸에 닿게 하지 못했다.
털썩털썩!
연이어 쓰러지는 소리가 귀에 머무는 것과 동시에, 기이한 소리가 귀로 흘러 들어왔다. 이건 분명 강신법이라는 것을 쓴 자들의 음성과 같았다.
“크으으으!”
기괴한 소리.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바람을 타고 다가오는 소리보다 빠르다. 귀를 기울이고만 있다면 틀림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속도다. 하나, 남궁천은 그런 소리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서걱!
살짝 몸을 피하며 검을 찔러 넣었다. 목이 베여지는 감각을 손끝으로 느끼며, 또다시 좌로 이동하며 휘둘렀다.
서거걱!
사람을 벤다.
어디가 베여 가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들은 결코 산 사람이 아닐 것이다.
털썩!
“끄으으…… 커억!”
이윽고 쓰러진 그의 목에 칼을 꼽아 넣었다.
그러곤 천천히 주위를 에워싼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단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터져 올랐다.
“어이쿠. 이것 참.”
사도학은 이리저리 공격을 피하며 숨을 골랐다. 오십이 넘는 인원이 합격을 하며 들어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했던 거다.
아니 정확히는.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죽일 수 있을까 정도랄까?
“강신법인지 뭔지를 쓰고 이 정도밖에 아니 되더냐?”
실망이다.
조금 더 강하게 몰아붙일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 합격은 제법 체계가 잘 잡혀 있기는 했지만, 사도학 정도의 고수에게는 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사사사삭!
그때, 이들이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쌌다.
동시에 내뻗어지는 검과 화려한 공격들은 눈을 현혹시킬 정도로 현란했다. 이성을 잃었음에도 이러한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정신력이 대단하다 해야 할 판국이다.
사도학은 피식 웃었다.
날아드는 검 한 자루를 맨손으로 붙잡고, 그대로 칼을 휘둘러 머리를 쪼갰다. 장작이 부서지 듯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내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그것에 놀라고 있을 새도 없이 진각을 밟았다.
쿵!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이 거칠게 들썩였다.
서 있던 이들이 크게 휘청하며 균형을 잃었다.
그 순간 발이 뻗어 나갔다.
일격에 상대의 머리를 후려쳐 부쉈다. 동시에 회전을 머금고 다른 이의 가슴을 뭉갰다. 연이어 들어가는 그 동작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곧 섬광처럼 뻗어진 발길질이 회전하며 주변을 작살냈다.
퍽퍽퍽!
순식간에 모여 있던 이들의 몸이 아작 나며 무너졌다. 강신법으로 정신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이들조차, 그 압도적인 무예의 숨을 삼킬 정도다.
“대단하군. 회천각이라…… 단순한 무공을 승화시켰어.”
“하하하! 내 주특기라네.”
단우현은 이번만큼은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도학은 정말로 남궁천과는 전혀 다른 무공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저급한 무공이라 하여도 상승에 경지에 오른다면 일격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예로 발전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다!”
강도휼이 씩씩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가장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죽어 가는 수하들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상대는 그 본신 절기라 할 수 있는 것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하나같이 하급 무공을 쓰며 자신들을 농락하고 있다.
“도대체 네놈들은 누구더냐! 누구인데 나의 앞을 가로막느냔 말이다!”
쩌렁쩌렁!
그의 괴성이 크게 퍼져 나갔다.
필사적으로 싸우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저자들은 여유롭다. 어린아이와 장난을 치는 것처럼 웃고 떠들며 자기들끼리 대화까지 하고 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압도적인 힘을 하사받고 남궁세가까지 무너트린 자신을 상대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다는 게 있을 법이나 한가?
마음이 무너져 가는 것 같다.
크윽 하며 신음을 삼키고 주먹을 쥐었다.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 않으면 그 끈을 놓고 미쳐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 분명한데도, 그는 점점 그 끈을 놓쳐 버릴 것 같았다.
그만큼 이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 저 인간이 안 된다고 하면……!’
강도휼은 생각했다.
눈앞에 있는 저 인간은 너무나도 강하다.
그러나 그 허점을 찌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속으로 씩 웃음을 지으며 수하들을 바라봤다. 제정신을 잃었다 하여도 명령을 내리는 것에는 이상이 없다.
파파팟!
한순간, 수십여 명이 한꺼번에 뛰어 나갔다.
사도학을 노리고 검을 뻗고 암기를 날리며, 온갖 종류의 장법을 갈겼다.
지축이 울리고 땅이 크게 흔들릴 정도의 맹공이다.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지녔다 한들 이렇게까지 얻어맞는다면 결코 무사하지 못하리.
그러나 목적은 그게 아니다.
강도휼은 움직였다.
그의 주위로 수십여 명의 수하들이 뒤를 따랐다.
사도학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던 다른 이들마저 훌쩍 뒤로 물러서더니, 최대한 빠르게 강도휼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곳은.
‘힘으로 안 된다면 인질을 잡는다!’
강도휼은 생각했다.
힘으로 이길 수 없다면 머리를 써라.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는 이들이 바로 강자이며 승자인 셈이다. 이 무림은 그렇게 이루어졌으며, 그것은 결코 비겁하다 할 수 없다.
저 사내는 불길하다.
그러나 그 불길함이 사도학에게 죽는다는 것에 비하면 낫다.
강한지 강하지 않은지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젊어 보이는 만큼 그 경지가 높지 않을 거다.
‘인질이 될 수 있는 놈을 혼자 놔둔 네놈의 잘못이다.’
강도휼이 씩 웃음을 지으며 빠르게 다가섰다.
그 순간.
“쯧쯧…… 진심이냐?”
뒤에서 사도학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뭐? 하며 그 한마디에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번엔 정반대로 사도학이 태연하게 앉아 그 상황을 지켜봤다.
오싹!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때 가만히 나무에 기대 있던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제법 머리를 굴리는구나.”
단우현은 가만히 검파를 잡았다.
하나, 둘 셋, 수를 세는 것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는 상황에서도 그의 여유로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내 검갑에서 슬쩍 검이 뽑혀 나왔다.
검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주 조금.
그러나 그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피…… 피해!”
뒤늦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고수의 간격이란 절대적.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닌 무신의 간격은 완벽한 결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가 들어간다 하여도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그것.
하여.
모든 이들이 고깃덩어리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다.
서거거걱!
“오호…….”
수십 명의 사람이 한순간에 조각이 되는 그 광경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사도학 또한 비슷한 짓을 한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저렇게 정교하게, 하물며 검을 뽑은 흔적조차 남지 않게 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후드드득!
온 사방에 피와 육편이 난무하며 떨어졌다.
보는 것만으로도 역겹고 괴기스런 광경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고작해야 십여 명이 전부다.
단우현의 간격이 얼마나 넓은지 또한 그것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일이다.
“꺼…… 꺽…… 이, 있을…… 수 없어…….”
강도휼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물러섰다.
눈앞에서 자신의 수하 수십 명이 도륙되는 그 광경이 충격처럼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검이 뽑혀지는 광경은커녕 어떻게 휘둘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도학보다 더한 경지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 그는 마치 정신이 붕괴가 되어 버린 것처럼 괴성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말도 안 된다고!”
거칠게 소리를 쳤다.
그토록 애원했던 힘을 손에 넣고, 이제 모든 것을 휘어잡을 수 있는 상황까지 왔는데, 고작해야 이 짧은 시간에 전부 무너졌다.
그걸 인정하라고?
“말도 안 된다고!”
강도휼이 이성을 잃고 소리를 쳤다. 눈은 이미 뒤집어졌고, 전신에 핏줄이 눈에 드러날 정도로 바짝 올랐다. 기세는 더욱 활활 타오르고 근육들은 당장 터져 나갈 것처럼 부풀었다.
단우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신을 놓았군.”
“저게 말인가?”
“강신법의 폐해라 해야 할까? 이리 되면 잡아 고문을 해 봐야 들을 것도 없을 테지.”
단우현이 슬쩍 나무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쥐고 달려드는 강도휼을 바라봤다. 시선은 여전히 차가우나 그 속에 맺힌 단호함은 어느 누가 봐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죽인다.
그래, 단우현의 머릿속에 있는 감정은 그거다.
사도학은 가만 그것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다가온 강도휼의 수하들이 또다시 고깃덩어리가 되어 흩뿌려졌다. 이미 정신 줄을 놓아 버린 이들에게 자비조차 베풀지 않는 잔인한 손속이다.
하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촤아아악!
강도휼의 몸뚱이가 난자되어 흩뿌려졌다.
사도학은 그 마무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 강해!’
부들부들.
온몸이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떨려 왔다. 생전 처음 보는 절대자를 앞에 두고, 굴복하겠다 혹은 넘어설 수 없다는 아득한 심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를 넘어 보겠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 오를 수 없는 곳을 바라봐야만이 더 높게 오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