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
“시벌…… 시벌!”
청소를 하고 있는 장삼태의 입에서 연신 욕이 나왔다. 도망가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금고아를 뒤집어쓴 손오공이 된 기분이었다.
“썅, 지가 부처라는 거야 뭐야?”
개소리도 작작해야 알아먹는 법이다.
어디 비교를 할 것이 없어서 부처와 비교를 하는가. 단우현은 악귀였다. 그것도 단순한 악귀가 아닌, 아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악독한 놈이다.
‘기껏 힘들게 만든 돈을 갈취하다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싱글싱글 웃으며 말이다.
미안한 마음조차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사람까지 부려먹는다. 정말로 은자 세 냥을 주며 종일 부려먹는다. 물론 종놈치고 많이 받는다는 건 인정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 내 돈인 게 문제지!”
단우현과 그 자그마한 계집애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떵떵거리며 사치를 부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장삼태는 더욱 화가 났다.
치솟는 울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아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결코 듣기 좋은 것들이 아니었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마당에서 놀고 있던 화소미조차 들었을 정도였다.
“응?”
놀고 있던 화소미가 우두커니 장삼태를 바라봤다. 벌써 한 달이 지났건만 둘은 아직까지 서로에게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장삼태는 물론이고 화소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화소미와 장삼태는 같은 공간에 있기는 하지만, 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장삼태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그놈은 사냥을 나갔고…… 나는 또…….”
저잣거리에 다녀와야 한다.
도망갈 생각은 버렸다. 한 달 동안 수차례 도망쳐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성공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가 악양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서.
대부분의 식재료를 단우현이나 화소미가 산과 들, 그리고 동정호에서 구해 왔으나, 그곳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사 와야 했다.
쌀이라든가, 양념으로 쓸 향신료 같은 것들 말이다.
“으이구, 내 팔자야!”
장삼태는 불만을 토해 내며 슬금슬금 준비를 했다.
저잣거리까지 가는 길은 상당히 멀기에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경공을 이용해 간다면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이 장원에서 벗어나 있는 시간을 괜히 줄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장원을 벗어나 저잣거리를 향해 움직였다. 한 시진 정도 되는 거리이기에 최대한 느긋하게 다녀올 생각이었다.
“…….”
한참 걷고 있을 무렵, 장삼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꾸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친 호흡이 들려왔다.
그도 내공을 익힌 무림인인 만큼 단우현 정도는 아니지만 기척 정도는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장삼태가 미간을 찌푸리며 등을 돌렸다.
삭-!
그때, 작은 인영 하나가 빠르게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는 게 보였다. 장삼태는 그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외딴 곳에서 저런 작은 인영이라 하면 한 사람밖에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두통이 오는 듯 머리를 누르며 수풀로 다가갔다.
슬쩍 위로 엿보니, 화소미가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는 게 보였다.
“네가 여긴 왜 있냐?”
삐딱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사실상 이 모든 일의 시초는 다름 아닌 화소미였으니, 아이를 대하는 장삼태의 태도가 좋을 리가 없었다.
지그시 내려다보자, 아이도 힐끗 고개를 들어 올려 장삼태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배시시 웃었다.
“웃지 마라. 쫓아오지 말고 어서 들어가.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내 목이 온전치 못할 테니까.”
그러나 화소미는 돌아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장삼태의 옷깃을 꾸욱 부여잡았다.
“혼자 있기…… 싫어요.”
‘어디서 앙탈이야? 확, 그냥!’
이렇게 소리를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참았다.
작은 생채기라도 생긴다면 자신은 곧 시체가 되어 버릴 테니까. 결국 한숨을 내쉰 장삼태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어디 가는 줄 알고?”
“……저잣거리요.”
“그 사람 많은 곳에는 너를 데려가지 못해.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빌어먹을 자칭 부처 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소미가 꼭 붙어 있을게요.”
사냥을 나간 단우현이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가 순순히 돌아갈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돌려보내는 것도 무리였다.
이 근처는 산짐승들이 자주 나타나는 길목이었다.
장원에서 이곳까지 이각 정도 거리가 있으니 아이 혼자 돌려보내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데려다주는 것도 오히려 귀찮은 일만 늘어날 것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길게 한숨을 내쉰 장삼태가 입을 열었다.
“딱 붙어 있어라!”
그 한마디에 화소미가 생긋 웃었다.
“네에!”
* * *
장원에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장삼태에겐 심부름을 시켰으니 화소미는 있어야 하는데, 텅 빈 장원에는 싸늘함만 감돌았다.
커다란 장원 안에 홀로 앉아 있으니 단우현은 왠지 모를 찝찝함 마음이었다.
“이곳이 이렇게 컸던가…….”
단우현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손으로 지어 놓고 크다니?
고작해야 두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평소 느끼지 못했던 허전함이 물씬 풍겼다.
과거에는 혼자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는데, 어느새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잡아 온 사냥감을 손질하여 창고에 넣어 놓고, 툇마루에 앉은 단우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저잣거리는 뒤숭숭할 텐데…….”
호남에 악명이 자자했던 호랑이 장백산을 붙잡았다. 심지어 음지에 숨어 있는 암상인들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이마저 붙잡았다.
백성들 딴에는 이제야 조금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지만, 그들을 따르던 자들이 이를 갈며 사방을 뒤지고 있었다.
복수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분명 문제가 된 왕부의 물건을 가져온 장삼태 또한 찾으려 할 것이다.
본래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장원에 소미가 없는 것을 보니, 장삼태를 따라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일이 터지기 전에 가야 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단우현이 느긋하게 한 걸음을 옮겼다.
사아악-!
순간, 단우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저잣거리로 들어선 장삼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평화로워야 할 장소가 알게 모르게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 같았다.
더구나 골목 곳곳에는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들이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설마…… 아니겠지?’
장삼태는 불안감이 들기는 했지만 이내 생각을 떨쳐 냈다.
물론 찔리는 게 하나 있었다.
중원의 큰손이었던 그 암상인이 붙잡힌 일 말이다.
하지만, 그 암상인은 이미 목이 잘리지 않았던가?
왕부의 물건을 거래하다 잡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엉?’
그렇다면 왕부의 물건을 팔아치운 자신은?
암상인 입장에선 이 모든 일의 원흉이 장삼태였으니, 그의 수하라면 원한을 가질 법도 했다.
우뚝 자리에서 멈춰 서서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다.
곳곳에서 집중되는 날카로운 눈빛들이 보였다.
찔끔한 장삼태가 황급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있어야 할 아이가 없었다.
생각에 잠기기 직전까지만 해도 곁에 붙어 있던 화소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눈을 치켜뜨는 순간, 골목 쪽에서 한 사내가 나타났다.
한 손으로는 화소미의 입을 틀어막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칼을 쥔 채 목을 겨누고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장삼태가 크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나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씩 웃었다. 그러고는 화소미를 끌고 경공을 펼치며 달아났다. 함정이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화소미였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고 해도 단우현이 알아서 구해 오겠지만, 그랬다간 장삼태 본인 또한 목숨을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시벌! 빌어먹을 인생 같으니라고!”
어떻게 되는 일이 이처럼 하나도 없을 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이가 갈렸다.
“애초에 데리고 온 내가 병신이지!”
장삼태는 빠르게 몸을 날렸다. 경공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함정이 있다 하여도 그 전에 붙잡아 화소미를 되찾으면 그만이었다.
한순간에 높이 도약을 하며 놈을 쫓았다.
도망치던 놈이 어느새 가까워졌다.
“야, 이 개새끼야! 애 내려놔!”
“흥!”
콧방귀를 뀌는 상대를 바라보며 장삼태가 이를 갈았다.
당장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상당히 많은 수의 장한들이 장삼태의 뒤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곧 장삼태는 앞뒤로 둘러싸이고 말았다.
이윽고 인적이 드문 텅 빈 공터에 멈춰서자, 우르르 한 무리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방을 차단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장삼태, 맞지?”
“알고 있으면서 왜 물어봐?”
“한 달 전, 상주님에게 장물을 넘긴 도둑놈…….”
“그래, 맞다, 맞아!”
장삼태는 조심스러웠다.
저들이 화소미를 데리고 있는 만큼, 괜한 일을 벌이기 전에 아이를 되찾아야 했다.
맞는 건 두렵지도 않았다. 물론 죽는 것은 무서웠지만, 눈앞에서 저 어린아이가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야 백번 천번 낫다.
“개새끼들! 할 게 없어서 어린애나 납치나 하고 말이야.”
“상주님의 복수를 위해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우린.”
“미친놈들, 너희는 지금 건드려선 안 되는 애를 건드리고 있는 거야.”
“흥, 너는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 장삼태.”
“웃기고 있네!”
장삼태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건 도둑질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결코 허투루 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눈앞에 있는 놈들이 더 강하다는 것 정도일까.
수를 세어 보니, 족히 이십 명은 되는 것 같다.
물론 저들과 싸운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쉐에엑-!
장삼태가 화소미를 붙잡고 있는 사내를 향해 단검을 내던졌다. 나름대로 암기술에는 자신이 있다 보니 날아간 단검이 곧장 사내의 미간을 꿰뚫을 것 같았다.
“어딜!”
캉-!
검을 쥔 사내는 너무나도 가볍게 그것을 튕겨 냈다.
장삼태는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달렸다. 있는 힘껏 경공을 발휘하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화소미를 붙잡을 수 있었다.
이제 이대로 안고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
“미친놈!”
퍼억-!
“컥!”
하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옆구리를 얻어맞은 충격에 격하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면서도 화소미를 붙잡고 품으로 끌어당겼다.
엎어진 그가 바닥을 뒹굴었다.
퍽퍽퍽-!
그사이에도 사내의 발길질이 끊이지 않았다.
전신을 두들기는 고통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 아이만큼 반드시 지키겠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