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2
한순간, 객잔의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떠들썩하던 목소리조차 더 이상 들리지 않고, 가라앉은 공기와 그에 걸맞은 침묵만이 객잔 안을 감쌌다. 젓가락질을 하던 사람조차, 음식을 씹고 있던 이들조차 석상처럼 멈춰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은 객잔 안에 있는 소리를 친 사내를 향했다. 한 무리가 몰려 있고 얼굴이 붉어진 사내가 씩씩거리는 게 보였다.
아마도 그자가 소리를 친 것일 테지.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이다.
지그시 벽에 등을 기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 삐쭉삐쭉 세워진 머리카락, 우락부락한 덩치, 등에는 커다란 대도(大刀)를 지닌 자.
어느 한 사람이 그 무리에 있던 사내의 정체를 입에 담았다.
“저…… 저건, 마…… 마장강?”
“저 도를 보니 틀림이 없군.”
꿀꺽하며 침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마장강.
낭인 출신의 도객으로 세력을 일군 자다. 흑도회처럼 음지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양지에서 그 세력을 만들었다.
그래서 흑도회와는 판이하게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은 음지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양지의 일을 하는데다, 세력이라 해도 단체를 모아 파벌을 구성한 것이 아닌, 힘없는 낭인들에게 일을 소개시켜 주고 그 대가를 받는 일종에 소개소 같은 느낌이었던 덕이다.
과거에는 많은 낭인들이 흑도회로 몰렸다 한다면, 흑도회가 사라진 지금, 마장강의 품이야말로 낭인들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더군다나 그가 지닌 일신의 무위 또한 상당히 높다.
흑도회가 무너지기 전, 그 회주와 비슷한 실력에 있었다고 하니, 능히 천하 백대고수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흑도회 회주가 죽어 버린 지금.
그의 이름에 붙은 별호는 하나.
낭왕(浪王) 마장강
그것이 지금 그가 지닌 별호다.
“죄…… 죄송합니다만 손님, 이 아이는 별실의 아이이기에 대기하시는 분들과는 다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이 새끼들아?”
마장강의 곁에 있던 수하 하나가 크게 소리를 쳤다.
똑같은 인간이면 인간이지 누군 기다리고 누군 앉아 처먹는단 말인가? 더군다나 기다린 시간만 해도 반 시진은 족히 되어 가는, 참을성 없는 낭인들 딴에는 터질 법도 했다.
“우리를 뭐로 보는 거야? 앙? 다른 놈들이랑 같은 취급한다는 게 말이 돼?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씩씩거리며 앞으로 나선 사내가 검을 뽑았다.
살기가 진득하게 퍼지자 객잔 안에는 또다시 팽팽한 공기가 감돌았다.
이런 상황이 되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남궁세가만 있었다면 이런 무뢰배들이 함부로 행동을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들의 존재가 이 안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컸었던 것일까 하는 것들이다.
“시끄럽다. 그만 떠들어라.”
그때, 마장강이 앞으로 나서며 삐딱한 시선으로 주위를 돌렸다. 차분하게 말을 내뱉고 있지만 험악하게 인상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또한 상당히 참고 있었음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나섰다.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객잔 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 걸음 두 걸음, 서서히 다가간 마장강이 어느새 단소미의 앞에 멈춰 섰다. 키가 큰 탓에 한참이나 아래를 내려 보아야 이 자그마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마장강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윽?!”
객잔주가 깜짝 놀라 그 사이를 막으려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황의 손님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우습게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배꼼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단소미의 얼굴은, 다가오는 손길을 지그시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 거친 손이 단소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얼굴에 묻었구나. 꼬마야.”
“앗? 정말이다. 헤헤헤. 고마워요.”
배시시 웃음을 짓는 그것을 보며 한순간, 마장강의 얼굴이 붉어졌다. 차마 그 해맑은 표정을 직시할 수 없었던 것인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보며 객잔주는 생각했다.
설마! 설마!
천하의 마장강이?
‘아…… 아이를 좋아하나?’
당장 객잔에서 난동을 부리지 않으니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기는 한데, 저 붉어진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마장강이라 한다. 그거 맛있느냐?”
“아! 소미는 단소미예요! 그리고 여기 만두 엄청 맛있어요.”
“커컴…… 그, 그렇구나.”
마장강이 다시금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미는 거칠기 짝이 없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 자그마한 아이의 얼굴이 마장강의 손놀림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객잔주는 생각했다.
이거 상당히 위험하다.
말려야 하나? 하지만 상대는 마장강이고 자칫 난동을 부렸다간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객잔이 부서지는 것이야 상관없다면 손님들이 다칠 수도 있고…….
그런 생각을 하며 안절부절못하는 순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의 인물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백과 흑의 가면을 쓴 두 사람이 가장 선두에서 보였으며, 그 양옆으로 날카로운 기도를 지닌 자가 한 명, 그리고 초라하긴 하지만 묘한 기백을 띤 자였다.
흠칫!
이윽고 마지막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객잔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아무런 기백도 기세조차 없는 이였으나, 슥 하며 주위로 시선을 주자 알 수 없는 오한이 스며들었다.
“아빠!”
단소미가 그를 바라보곤 벌떡 일어나 안겨 들었다. 마치 오랜만에 품에 안겨 실컷 애교를 부리고 싶은 것인지, 그 품에 얼굴을 묻고 몇 번이나 얼굴을 비볐다.
배시시 웃는 표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 오셨습니까?”
“흠? 분위기가 이상한데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남궁천은 객잔주의 묘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살짝 굳어 있는 객잔주의 얼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거다.
그러나 객잔주는 고개를 저었다.
괜한 분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이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보다 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허허, 그렇다네. 다 자네의 덕분이야. 곧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객잔으로 찾아올 테니 잘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객잔주가 깊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의 객잔주는 함부로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결코 아님을 알고 있다.
아무리 지위가 높은 이가 온다 하여도 대접에 소홀함이 없되 고개를 숙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다.
이윽고 남궁천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별채로 향했다. 그 뒤를 따라 단우현과 단소미까지 사라지자 객잔 안은 놀라움의 정적이 감돌았다.
“도…… 도대체 뭐 하는 자들인가? 저 객잔주가…….”
“평범한 자들은 아닌 것 같아. 일단 저 가면 쓴 이들이 말이야.”
“마지막 온 이도 왠지 살벌하지 않았는가?”
소곤소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가만 듣고 있던 마장강이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상한 일행들이군.’
아이가 예뻤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니다. 이곳의 객잔주의 태도, 그리고 객잔으로 들어왔을 당시 수하들의 기세를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은 점.
“대장님, 뭐 하는 자들일까요?”
“글쎄다. 일단 나가도록 하지. 밥 생각이 없어졌다. 지금은 어서 놈의 뒤를 쫓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알겠습니다.”
“마장강? 그 아이가 말이냐?”
“예, 그 얼굴 틀림없습니다.”
권무진은 사파에 있었을 당시 마장강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고작해야 일각여 정도이기는 하지만, 원체 인상이 남은 탓에 아직까지도 기억을 하고 있는 사내이기도 했다. 그게 삼 년 전 일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당시보다 더욱 기도가 대단해졌다.
“낭왕이라? 재미있는 별호를 지었구나. 흑도회의 뒤를 이으려고?”
사도학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푸후 하며 한숨을 쉬었다. 흑도회는 마교에 있어서도 상당히 곤란했던 존재들이다.
은밀하게 마교의 일들을 많이 망쳐 놓았으니까.
그 회주 놈이 아직까지도 살아 있었다면 당장 사지를 찢어 발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다른 낭인들에게 일을 소개시켜 주는 것을 생업을 한다 합니다. 그런 이가 이런 곳에 있는 것이 다소 이상하긴 합니다만…….”
권무진이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마장강은 본래 있던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낭인들을 통솔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한데도 안휘까지 온 것을 보면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그들과 부딪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채비를 하거라. 바람이 점점 흔들리는군.”
단우현은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 속에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상인도 있고 뛰노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자극한 것은, 평범해 보이기는 하나 제법 날랜 몸놀림으로 어디론가 향하는 기이한 무리들이다.
‘이상해.’
단우현은 몇 번이고 그 말을 곱씹었다.
천 년 전 나타나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는 강신법. 느닷없이 그것이 이 무림에 등장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누군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재탄생시켰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누가?
틀림없이 주술이라는 것은 이미 그 맥이 끊겼을 것이고, 일족 중 살아남은 자들조차 모조리 토벌되어 죽었다고 전해 들었다.
자신들의 비급을 후대에 남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신법을 손에 넣으려 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머문 곳이라면 중원 끝까지 찾아가 부수고 파헤쳤으니까. 그럼에도 찾았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남궁천이나 사도학조차 강신법에 대해 알지 못하니 이미 소실되었다 보는 것이 맞다.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다소 기이했다.
‘그 외에도 걸리는 것이 조금 있기는 하다만…….’
강신법을 익히고 있는 그들의 기운.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본래 가지고 있는 내력 이외에 다른 것이 섞여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이 익숙하면서도 확 와 닿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 하남행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남궁천을 저리 만든 이들의 끄나풀은 분명 무림맹에 있다. 당연히 그자가 남궁세가의 습격을 지시했을 것이고, 그의 기운을 알아본다면 무언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간에 무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테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숨을 골랐다.
결국 무인은 이 중원이라는 지옥에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존재다. 단우현은 그것을 또다시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채비를 끝마친 이들이 봇짐을 등에 멨다.
“네놈 봇짐은 네놈이 메라.”
사도학이 휙 하고 단우현의 봇짐을 던졌다.
챙겨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라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피식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그것을 등에 멨다.
“자…… 그럼 하남으로 떠나 보자꾸나.”
단우현이 단소미의 손을 이끌고 움직였다.
한편 그 시각.
어딘지 모를 깊숙한 곳에서 한 사내가 수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수 명의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자체가 전신을 휘감았다. 얼굴은 물론이고 그 체형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이것을 기괴하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객잔에 왔던 가면을 쓴 일행?”
“예, 최근 들어온 이들 중 가장 수상한 자들입니다. 또한 객잔주의 행동으로 보아 깊은 인연이 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만…… 아시다시피…….”
“그 객잔은 검황과 연관되어 있는 곳이지.”
“예.”
“흠!”
사내 중 한 명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검황이 살아 있을 확률이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하지만 보고는 단순한 보고이고 또한 의심은 그저 의심에 지나지 않다.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법이다.
“이십귀가 이곳에 와 있지?”
“예! 마장강이 그 뒤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버러지는 내버려 두거라. 이십귀를 그 일행에게 보내도록. 내 직접 그곳으로 가 확인하겠다.”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