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4
이른 아침이 되어서 마장강 일행은 먼저 길을 떠났다. 단소미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뒤늦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일행들은, 부랴부랴 아침을 먹고 다시금 마차에 올랐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일 아닙니까? 전 꿈속에서도 나왔습니다. 그 이야기.”
“목내이 말이냐?”
“예!”
장삼태는 부르르 몸을 떨며 답했다.
습격을 당한 이들의 모습은 마치 무언가에 빨려 버린 듯 목내이가 되어 버린다. 그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뒷골이 서늘해졌다.
그냥 죽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괴로울까?
“실제 그런 무공이 있습니까?”
마부석에 앉아 있는 장삼태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이미 출발을 한 직후이고 덜컹거리는 소리 탓에 언성이 다소 높아졌다.
마차 안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곁에 있는 권무진까지 확실하게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우현을 향해 쏟아졌다.
“있다.”
“그건, 음양쌍노 같은 이들이 펼치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닌가? 교합을 통해서 내력을 빠는 것 말이다.”
사도학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음양쌍노는 중원에서 유명한 자들이다. 사파의 노괴로 어린아이부터 시작하여 성인까지 강제로 교합하고 그 내력을 빨아 먹는다.
지독하기 그지없는 흡공이기는 하나, 상대를 목내이로 만들 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일종의 마공이다.”
“마…… 마공이라니? 마교에 그런 무공은 없다!”
사도학이 거칠게 소리를 쳤다.
이 중원에서 말하는 마공이라는 것은 마교에서 흘러나온 무공이라는 말이다. 그 모든 뿌리가 마교에 있으니 만큼,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사도학 또한 알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처음 듣는다.
사람을 목내이로 만드는 무공이라니?
“그렇군…… 없나 보군.”
단우현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없다…… 없다라.’
실로 지금 존재하는데 이들은 전혀 알지를 못한다. 그렇다면 그 무공은 지금까지 존재치 않았고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것이 지금, 이 현실에 나타났다.
“상대의 내력을 흡수하는 마공이다. 흡마공이라 하던가? 천마와 삼 일 밤낮을 싸우다 죽은 흑풍신마의 괴공이라더군.”
“사…… 삼천의 일인…… 그분과 삼 일 밤낮을 싸웠다고?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그럴 테지…….”
단우현은 과거를 떠올렸다.
본디 마교의 세력을 통합하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흑풍신마다. 삼천의 일인이라 불리며 현 마교인들이 우상시하며 떠받드는 천마는 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흑풍신마의 성미가 너무나도 잔학하였고, 또한 사이한 괴공들을 익히고 있었던 탓에 당시 천마 천무광은 그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다 배신을 눈치 챈 흑풍신마의 손에 반신불구가 되었고, 우연찮게 단우현과 만나며 기연을 얻게 된 인물이 바로 저들이 이야기 하는 천마이자 삼천의 일인 천무광이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이상하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무공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것이 말일세.”
남궁천도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쓰는 것이야 우연찮게 기연을 얻어 익혔을 것이라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렇듯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마치 누군가가 수작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가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마차를 세워라.”
갑작스레 들려오는 말에 장삼태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마차를 세웠다. 무슨 일이 있나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렇다 할 것들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빠?”
부스스.
단우현의 무릎에서 잠을 자고 있던 단소미가 부스스한 몰골로 눈을 떴다. 다소 멍해 보이는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사랑스러웠다.
단우현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확인할 것이 있으니 먼저 하남으로 들어가라. 무림맹 인근 객잔에서 보도록 하지.”
“이, 이보게? 혼자 뭘 할 생각인가?”
“확인할 것이 있다 하지 않았나.”
가늘게 눈을 뜬 단우현의 말에 남궁천은 할 말을 잃었다.
단호하다.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저자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도학 또한 마찬가지인지 입을 다물었다.
대신 권무진이 자리에서 내리려 했다.
“보필하겠습니다.”
“되었다. 너는 삼태와 함께 소미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라.”
“……명령이시라면.”
권무진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무어라 말을 하지 않는다. 단우현은 제 목숨보다 단소미의 목숨이 더욱 귀하다 생각하는 자다.
그런 의미에서 단우현은 지금 자신의 목숨을 맡긴 것과 동일했다.
그것을 배반해선 아니 된다.
“어디 가요?”
“하하, 걱정하지 말고 놀고 있거라. 곧 뒤따라갈 테니.”
단소미가 다소 불안한 시선으로 단우현을 올려다봤다. 곁에는 장삼태도 있고 권무진이나 다른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단소미가 가장 안심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의 곁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단우현이 소미의 볼을 꼬집었다.
“좋은 것이 있다면 사 달라 하고 맛있는 것이 있다면 먹자 하거라. 내 금방 갈 테니까 그때까지 재미있게 있어야 할 것이야.”
“헤헤헤, 알겠어요. 그럼 소미는 아저씨들 곁에 딱 붙어 있을게요.”
그 웃음에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말 하나는 잘 듣는 아이다.
“오래 걸릴 것 같은가?”
“글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군.”
피식 웃음을 지으며 등을 돌렸다.
이 이상 이야기를 해 봐야 괜한 일로 시간을 잡아먹는 행위다. 그가 서슴없이 등을 돌려 걸어가자, 한참 동안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단소미가 장삼태의 손을 잡았다.
“가요!”
“어, 응…… 그래.”
장삼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허억…… 허억!”
마장강은 달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그는 오로지 살기 위해 내달리고 있었다. 낭왕이라는 칭호도, 그가 지닌 도의 무게도 모든 것을 잊은 채 오로지 생존을 위해 뛰었다.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크게 짓눌렀다.
‘도…… 도대체 저것들은!’
보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다.
아침 일찍 그 일행들과 헤어져 산속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 마주쳤다. 도깨비의 가면을 뒤집어쓴 것만 보아도 자신들이 찾고 있던 무리임을 짐작케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상대를 너무나도 얕보았다.
낭왕이라는 칭호.
백대 고수에 들어갈 만한 실력.
이러한 말들이 그의 귀를 너무나도 현혹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는 또 한 번 깨닫고야 말았다.
현실은 언제나 잔인하고 냉정한 법이다.
데리고 온 수하들은 모조리 죽었다. 눈앞에서 목내이가 되어 버리는 그 광경은 아직까지도 눈에 아른거려 사라지지 않았다.
살려 달라 애원을 하는 그들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보아도, 빈번히 통하지 않고 죽어 가는 몰골만을 바라봐야 했다.
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그가 그토록 자신했던 무예들을 상대는 하나같이 삼류 이하의 무공을 상대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리고 막아 내며 놀리는 듯하고 있었다.
그것은 곧 공포로 다가왔다.
퍽!
“끄아악!”
등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땅으로 나뒹굴었다.
온몸 가득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그의 전신은 흙 범벅이 되었다. 공포에 질려 덜덜 떨리는 눈동자가 시선을 돌려 한곳을 바라봤다.
있다.
다가온다.
스무 마리의 귀신들이.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마장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선에는 감정이 없다.
마치 시체가 서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그 강함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대, 대체 뭐냐! 뭐냔 말이다!”
마장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이십귀를 노려봤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그들은 점점 죽음의 손길을 내밀었다.
퍽!
순간.
다가오던 이십귀 한 마리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그것은 눈으로 보고도 힘들 정도로 빠르고 통쾌했다.
수박 깨지는 경쾌한 소리가 귀를 자극하고, 그토록 강인해 보였던 이십귀 중 한 명의 몸뚱이가 허망하게 무너졌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다가오던 다른 이십귀들 또한 멈칫했다.
그들의 고개가 무언가가 날아온 쪽을 바라봤다.
바라본다고?
이쪽은 날아온 방향조차 알 수가 없었거늘…….
도대체 얼마나 더 큰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인가.
“이십귀라?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가 했더니…… 단순한 시체인가?”
터벅터벅.
그 발소리는 마장강의 인생 일대에서 가장 크게 들렸다. 사르륵 수풀이 갈라지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그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장강은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할 말조차 잊어버렸다.
빛이 비춘다.
눈앞에 나타난 사내를 향해
그것은 마치 동경했던 영웅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화려했다. 그의 등 뒤에는 후광이 비춰지는 것 같았으며 얼굴에 살짝 어린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다…… 당신은…….”
“움직일 수 없다면 잠시 누워 있거라. 여긴 내가 정리하도록 하지.”
그 한마디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었다.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불안마저 씻어 버리는 말투. 마치 이곳에 이십귀 아니 백귀가 있다 하여도 이 사내의 여유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굳건한 느낌이다.
온몸에 전율이 올랐다.
저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흡마공을 익히고 있는데다 시체라? 어느 놈인지 모르겠지만 제법이군.”
그 사내가 한 걸음을 또 걸었다.
흡마공은 또 무엇이고 시체란 또 무슨 소리인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기는 했지만, 어떠한 질문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마장강은 그저 숨을 고르며 그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윽고.
이십귀 중 두 명이 달려들었다.
조금 전 자신과 그 수하들을 상대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투지를 보이고 있었으며, 그들의 눈빛은 살심이 가득하여 멀리서도 그것을 느끼게 했다.
마치, 처음부터 목적이었다는 듯이.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사내는 단호하게 중얼거리며 살짝 앞발을 내디뎠다. 그것이 어떠한 무공의 기수식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느닷없이 땅이 갈라지며 흔들렸다.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이십귀를 향해 쏟아졌다.
저것은 결코…… 인간의 무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