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15
입신(入神)의 경지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많은 이들이 과거 삼천(三天)을 빗대어 하는 말이 바로 입신에 오른 자라는 것이다. 그만큼 무인들에게 있어 가장 높은 경지라 할 수 있으며 오르기 힘든 경지이기도 했다.
현 중원 최강자라 불리는 오황들조차 입신이라 불리지 못하고 반선의 경지에 올랐다 할 정도이니까.
마장강은 과거 단 한 번 오황의 무예를 본 적이 있다.
중원 최대의 단체 중 한 곳인 개방.
그곳의 걸황이라 불리는 자의 무예였다.
언제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술 냄새 가득하며 거지인 탓에 제대로 씻지도 않으니 냄새만 나는 늙은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존재.
하나, 실제 사파와의 싸움에서 그의 무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왜 사람들이 그를 오황이라 칭하고 최강 다섯 중 한 명이라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그 강함조차 발톱에 때라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무예를 보여 주는 이가 눈앞에 섰다. 고작해야 가볍게 내디딘 발길질 한 번에 감당키도 어려웠던 이십귀들이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그저 넋을 잃었다.
“제법 버티는군.”
반대로 단우현은 인상을 썼다.
한 방에 모두 죽일 것이라 생각하며 내디딘 진각이다. 하나 다섯이 죽고 다른 이들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멀쩡한가? 라고 묻는다면 결코 그럴 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맞다.
“시체 주제에 제법이라니? 하하.”
단우현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강시.
저들의 움직임을 본다면 단순한 강시라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산 사람을 이용해 만들어 낸 생강시. 그렇다 하여도 흡마공을 익힐 수는 없었을 테니, 결과적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불러 강림시킨 역천강시.
완성품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이 정도면 대단하다.
흡마공으로 상대의 내력을 흡수하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를 현계에 머물기 위한 술법 중 하나인가?
단우현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머릿속에는 꽤 다양한 의문들이 섞였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그래 봐야 대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테니까.
사사사삭!
살아남은 이십귀들이 움직였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인지, 조금 전보다 빠르고 그 기세 또한 제법 날카롭다.
그러나 반대로,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는데, 그것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저들의 머릿속에는 단우현을 집어삼키고 싶은 욕망만이 가득해 보였다.
“흡마공으로 내 내력을 뺏고 싶으냐? 어디 한번 와 보거라.”
단우현은 여유롭게 손을 뻗었다.
단숨에 상대를 위협하며 들어가는 손놀림이다. 다가오던 이십귀 한 명이 차마 그것을 피하지 못한 채 붙잡혔다.
단순히 옷을 붙잡은 것이 아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지, 단우현의 손은 이십귀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고, 가슴을 붙잡은 채로 끌어당겼다.
우드득!
가슴뼈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신음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칼날이 그 몸을 찢고 빠져나왔다. 동료를 이용한 연환계였을까? 아니면 동료 의식조차 없는 것인가?
누가 봐도 단우현은 고슴도치가 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찔러 들어온 칼날은 단우현의 코앞에 멈춰 섰고, 마치 처음부터 이럴 것이라 예견이라 했던 것인지, 여유롭게 움직이며 다시금 손을 뻗었다.
빠각!
죽어 가는 이를 풀어 줌과 동시에 몸을 돌려 각을 날렸다. 수박 깨지는 시원한 소리가 퍼지며 박살 난 상대의 뼈가 암기처럼 날아가 동료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걱!
어이없이 쓰러지는 동료를 보며 이십귀들은 멈칫했다. 강시이기에 자신들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지만, 그들에게도 공포라는 단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단우현은 그런 이들의 생각을 읽으며 웃었다.
“걱정하지 마라. 곧 있어야 할 곳으로 다들 돌아갈 테니.”
꾸욱!
이십귀들이 손에 쥔 병장기에 힘을 주었다.
번뜩이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노려보며 투지를 드러냈다. 그것은 마치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그런 의지가 드러나는 눈빛이다.
“이미 죽어 그 의지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천것들이…… 다시 살았다 하여 생에 대한 집착을 하는 것이냐?”
움찔!
이번에는 반응했다.
단순히 반응을 한 것이 아니라 눈빛 또한 더욱 살벌해졌다. 매섭게 파도치는 그들의 기세가 온 사방을 장악하여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죽…… 인다.”
어쭙잖게 들려오는 한 마디에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이십귀의 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죽인다가 아니라 죽여라겠지.”
덜덜덜.
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이십귀의 흔적과 검황이라 추정되는 이들의 뒤를 따르다 조우하게 된 마장강.
제법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튀어나왔다.
“누구냐! 저건? 어째 이십귀가……!”
사내는 숨조차 삼킬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참상은 뭐라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십귀 전부가 모인다면 사내조차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평가되는 놈들이다.
그런데, 지금 저 눈앞에 있는 자는 그런 이십귀를 가볍게 찍어 누르고 있었다.
쾅쾅!
울려 퍼지는 괴성이 시끄럽게 들려왔다.
나무가 부서지고 바위가 깨졌다. 땅마저 갈라지며 마치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고작 인간 한 명이 만들어 낸 광경이라니?
이것을 믿어야 하는가?
‘어디서 저런 자가! 어…… 어서 알리지 않으면!’
이것은 큰일이다.
어서 위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런 이들을 처음부터 싹을 잘라 내지 않는다면,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리가 떨어지지 않았다.
망가지고 처참히 부서진 이십귀의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을 확인하곤, 부들부들 몸을 떨며 그 사내만을 주시했다.
이윽고 사내의 고개가 돌아갔다.
오싹!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것을 느끼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신마저 앗아 갈 것 같은 그 눈빛과 기세에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쳐야 했다.
‘나, 나를 보았다. 저 거리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무시하려 해 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이 머릿속에 그려져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두려움에 몸부림을 치며 등을 돌렸다. 당장 위에 이 일을 알리고 차후에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검황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다른 이의 존재라니?
결코 있을 수 없다.
쿵!
한데, 등을 돌리는 순간 무언가에 부딪쳤다.
알 수 없는 그 느낌에 덜덜 몸을 떨며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있다.
그 사내가.
저 멀리서 이십귀를 참살했던 그 사내가, 어느새 거리를 좁힌 것인지 자신의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말은커녕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눈만을 바라봤다.
“네놈이로구나. 저 시체들에게 명령을 내린 놈이…….”
“누…… 누구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쿵!
순간, 단우현의 손이 가볍게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움푹 구덩이가 파일 정도로 엄청난 힘을 받는 것과 동시에 사내의 입에서 토혈이 터졌다.
“크악!”
“누구냐. 네놈들은. 남궁세가의 일은 원한 관계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한다만…… 강신법과 흡마공…… 더군다나 역천강시라니? 보통 놈들이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구나.”
“커어억. 어, 어찌 그것을…….”
사내 또한 그 무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들과 손을 붙잡고 직접 그것들을 배우기 이전까지, 그런 무공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한데, 이자는 뭔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다.
그것이 더욱 단우현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겼다.
“입을 다문다면 더 큰 고통을…… 도망친다면 더 큰 절망을 안겨 주마.”
사내는 느꼈다.
이자.
결코 빈말을 할 자가 아니다.
그의 몸에서 흐르는 기세는 물론이고 내뱉는 어투, 단호한 눈빛. 망설임 없이 손을 쓸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자다.
거짓을 입에 담고 그것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는 허툰 수작 따위 이자는 하지 않는다. 사내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 한마디에 단우현이 웃었다.
가볍게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아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크으…….”
“고작해야 이 정도로 주인을 배신할 놈이니 깊게 관여시키지는 않았을 테지.”
단우현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바람이 스며들며 사내의 옷이 산산조각 찢겨져 나갔다. 전신을 가리고 있던 그것이 사라지자, 그의 맨 얼굴이 드러났다.
“어디의 누구냐?”
“그…… 그것은……!”
사내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이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자결을 할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으나, 차마 검으로 자신의 목을 칠 수 있을 정도의 각오가 없다.
하나 단우현은 손을 뻗어 그가 지닌 검을 바라봤다.
검의 생김새는 평범하나 검봉에 새겨진 문장은 아니다. 지난번, 삼천의 사건 당시 그곳에 있던 인물들이 지녔던 것과 같은 문양.
태극이다.
“무당인가?”
“큭!”
사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결코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을 들켰다. 자결을 할 수 있는 용기도 없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희망조차 없다고 한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빠르게 경공을 펼쳐 이곳을……!
쾅!
“끄아아아악!”
도망을 치려 했던 사내의 머리가 땅에 틀어박혔다. 이마가 박살이 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깊게 처박혔다.
피는 분수처럼 터지고 고통은 죽고 싶을 만큼 몰려왔다.
견딜 수 없는 아픔에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땅을 뒹굴었다. 그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하여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이것으로 확실하게 알았다.
더 이상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들부들.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떨며 신음을 흘렸다. 울고 있는 것인지 흐느끼는 소리 또한 들렸다.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게 배운 무공?
그것이 통할 것 같지도 않다.
이대로 모든 것을 토해 내야 하는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무림맹에 있는…….
“커윽……!”
돌연 만후량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 속에서 기이한 느낌이 들며 그것은 순식간에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다.
‘뭐야? 뭐야?’
“우웩! 우웩!”
연이어 토악질을 하면서도 지끈거리는 머리에 고통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끄아아아악!’
괴성을 내지르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아니 생각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윽고 한순간 고통이 잠잠해지는 순간.
“사…… 살려 줘…….”
단우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눈과 귀에서 코와 입에서, 머리에서까지.
주룩주룩 피를 흘리며 삶을 구걸했다.
하나.
퍼걱!
이윽고 단우현이 손을 쓰지도 않았건만 그의 머리가 터졌다. 더 이상 어떠한 말조차 할 수 없는 사내의 몸이 허망하게 쓰러졌다.
그 주변에는 피와 육편만이 가득했다.
단우현은 그것을 무뚝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