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0
객잔 앞에 몰려 있던 이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권무진 하나라면 또 모를까 낭왕이라 불리는 마장강까지 있는 상황에서 무호마저 저들의 편을 드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단우현의 명령을 받고 객잔 앞으로 나선 세 사람은, 그저 멍하니 그 상황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끓던 투기가 사라졌다.
특히, 단우현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마장강은 더욱 힘 빠지는 소리를 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도와준 건 고마운데 필요 없는 일이었소.”
그 한마디에 소림승들이 등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날카로운 눈빛을 쏟아지자 설령 낭왕이라 하여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흠칫 몸을 떨었다.
무호가 그것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기이한 일행이라 생각되오. 낭왕에 소쌍도라……? 그 옆에 있는 자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이 친분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소만……?”
“……우리를 잡으러 왔나?”
권무진이 슬쩍 칼자루를 손에 쥐었다.
소림이라 하여도 무서운 것은 없다. 애초에 이 하남 땅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저들과의 충돌은 예상했던 범위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무호는 시원스레 고개를 저었다.
“앞서 말했듯, 무림맹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막은 것에 불과하오. 소쌍도…… 사파이기는 하지만 정도를 지키는 자라 알고 있기도 했고…….”
무호가 말끝을 흐리며 권무진을 주시했다.
이미 그가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다. 한데, 눈앞에 있는 권무진은 어디 하나 다친 곳 없이 멀쩡해 보였다.
더군다나 낭왕과 일행이라?
어쩌면…….
‘무황성을 나왔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구나.’
소쌍도 권무진이 무황성을 탈주하였다. 그리하여 마독진에게 쫓기고 죽임을 당했다, 라는 소문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느껴졌다.
물론 그밖에도 걸리는 것들이 있기는 했다.
그렇게 일 년 가까이 몸을 숨기고 살았던 이가, 왜 느닷없이 이러한 시기에 무림맹이 있는 하남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그의 생존 사실이 알려진다면 사파 또한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무호가 한숨을 쉬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내려놓는 법이다.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하오만 이곳은 무림맹과 소림이 지키고 있는 곳이오. 소란을 피울 생각이라면 접으시는 게 좋을 것이오.”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며 봉을 들어 올렸다.
가볍게 회수를 하는 행동에 지나지 않지만, 그의 단호함과 힘이 느껴지는 동작이었다.
이윽고 무호가 등을 돌리자 소림승들 또한 힐끗힐끗 낭왕과 권무진을 한 차례씩 쳐다보더니 곧 무호의 뒤를 따랐다.
“건방진 새끼네.”
“하하하.”
장삼태가 작게 중얼거렸다.
소림승이라는 것을 알기에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조용히 가려는 사람에게 괜한 시비를 걸었다가 그 책임이 두려웠으니까.
아무리 사도학과 단우현에게 무공을 배웠다고는 하지만, 소림은 무림의 태산북두 중 하나, 그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대단한 자다. 제대로 붙는다면 승패를 가늠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권무진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사라져 가는 무호를 바라봤다. 강하게 느껴지는 그 기운은 평범한 후기지수들과는 격이 달랐다.
어쩌면 남궁소혜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더 높을지도 모르겠군.’
최고의 후기지수.
차후 검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기지수.
그것이 바로 남궁소혜를 뜻하는 말이다. 물론 권무진이나 장삼태, 단우현이 알고 있는 그녀와 세간의 평은 확연하게 다르다 하지만, 그녀가 강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권무진은 어쩌면 저 무호가 더 높은 경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정도 무림은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지.’
피식 하며 웃음을 지었다.
과연 천년소림이라 해야 할까?
권무진의 투지가 더욱 크게 들끓었다.
“재미있는 자로구나.”
“예! 확실히 무언가를 느끼게 할 만한 기백을 지녔습니다. 도무지 후기지수라도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객잔으로 돌아온 권무진이 다소 흥분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투지를 끓게 만드는 이를 보았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소림의 무호라 하면 차기 방주로 꼽히는 자이네. 응당 뛰어날 법도 하지.”
남궁천이 기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눈여겨보았던 아이다. 그렇기에 그 성장이 남궁천을 더욱 기쁘게 했다. 현 후기지수들 중 최고라 불리는 인재들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들을 보이니 앞으로 이 무림 판도가 꽤 재미있게 돌아갈 것 같았다.
“그래 봐야 땡중이지.”
사도학이 콧구멍을 후벼 파며 비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무호가 대단한 실력을 지닌 것 같기는 하나, 아직까지 마교의 후기지수들과 비교를 해 보자면 무언가 모자란 면들이 있기는 했다.
정파와 마교의 인물들이 서로 후기지수들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기에 생겨나는 일이다.
“살기가 없어 살기가. 저렇게 살기가 없어서야 원…….”
“하하, 중이 살기가 있어야 하나?”
단우현이 몹시 재미있어 반문했다.
확실히 그가 보기에 무호는 살기가 없었다. 그 대신 기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어느 무인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사람을 때려잡을 때나 죽일 때 살기가 있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상대를 압도한다고! 댁도 잘 알지 않나?”
사도학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단우현의 살기를 직접적으로 경험을 해 보았기에, 그것이 얼마나 짙고 또한 상대의 힘을 빼앗아 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지가 높은 무인일수록 살기란 더욱 유용하게 써진다. 단 한 수도 쓰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은, 전투에 있어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법이다.
흔히 말하는 심즉살(心卽殺)의 경지 또한 살기를 이용한 것이기도 했다.
“네놈들도 잘 들어라. 살기란 죽이겠다는 기백이다. 나는 너를 죽이겠다. 처음 상대를 만나고 이 기세에 밀린다면 다음 수마저 읽히고 첫 반응 또한 늦어 버리는 거다. 알겠느냐?”
권무진과 장삼태가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또한 안다.
상대의 기백을 제압하는 것이 싸움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전쟁을 할 때 사기가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고조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가 난다.
“틀리지 않은 말이군.”
“그렇지? 내가 틀린 말은 안 하다니까. 하하하!”
사도학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손뼉을 쳤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보증을 한 말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걸어온 길 또한 틀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저 사람은 뭔데 나서는 거야?’
마장강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백색의 가면과 검은 가면. 이미 진즉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더욱 이상해 보였다.
또한 살기니 기백이니 이러한 것을 알고는 있어도, 가르침을 준다면 응당 단우현이어야 하는데, 먼저 나서서 입을 열고 웃어 대니 못마땅했다.
“네놈은 뭐가 못마땅하냐?”
“아니, 살기고 뭐고 간에 아까 그 소림승이 대단한 건 틀림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래서긴요? 이 낭왕 마장강이 보았을 때 노인장과는 다르게 엄청 대단했다는 겁니다.”
마장강이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음을 지었다.
백대고수 말단 중 말단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무릇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만한 자이다.
때문에 마장강은 이곳에 있는 이들 중, 단우현을 제외하면 자신이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지 않고 대부분 자신보다 낮은 경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최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순간, 여기저기에서 놀란 눈빛이 돌아왔다.
가면 탓에 보이지 않지만 군자검이라 불리는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곁에 있는 권무진과 장삼태가 시퍼렇게 죽은 표정으로 마장강을 쳐다봤다. 그와는 반대로 단우현은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며 웃었다.
‘뭐야? 틀린 말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저래?’
마장강은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쏟아지는 시선 때문이기도 했지만, 검은 가면 사이로 보이는 사도학의 눈동자가 한순간 번갯불처럼 번뜩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커컴. 그러고 보니 점심을 안 먹었구먼. 나는 잠시 소미 밥 좀 먹이고 오겠네.”
“저…… 저도 가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남궁천을 바라보며 권무진이 급하게 뒤를 따랐다. 안에 있어 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함을 안다.
괜한 불똥이 튀기 전에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남궁천과 단소미, 권무진이 밖으로 나갔다. 차마 뒤를 따르지 못했던 장삼태의 얼굴에선 식은땀이 줄줄 새어 나왔다.
결국 참다못한 그가 입을 열었다.
“아니, 어르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왜 꼬투리야 꼬투리는?”
“꼬투리라니?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가? 나 낭왕 마장강이야 마장강! 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그것이 몹시 자랑이라는 것처럼 가슴을 탕탕 쳤다. 내세울 것이라곤 오로지 그밖에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장삼태가 어이없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놈의 낭왕은 무슨 들이댈 것을 들이대야지 원…….”
“뭐, 뭐야?”
“뭐!”
언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단우현은 두 사람을 몹시 재미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장삼태는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변하는 것이 하나 없다.
그의 눈에는 단우현과 남궁천, 사도학을 제외하면 무서울 것이 없는 이처럼 보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장원은 물론이고 중원 무림에서도 하위권에 들 정도로 약해 빠진 이거늘.
그런데도 저 정도의 담력.
웃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때, 사도학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뻐근한 뒷목을 부여잡았다.
“낭왕? 낭왕이라 했냐?”
“그렇소! 내가 바로 낭인들의 왕! 낭왕 마장강이오. 내가 섬길 분이 바로 저기 있어 따라온 것이지 그대들의 밑에 있고자 온 것이 아니란 말이오!”
“하. 고놈 참 입도 제법이네.”
사도학이 어이없어 웃었다.
이걸 어찌해야 할까? 하며 한참 동안 생각을 하는 듯 가만 마장강을 바라봤다. 게슴츠레 좁혀지는 그의 눈이 사납게 빛을 번뜩였다.
그러곤 단우현을 바라봤다.
마치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하는 시선이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이는 순간.
퍽!
“억!”
마장강은 별을 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른다. 한데, 코에서 주룩 코피가 흘러내리며 극심한 고통이 그를 엄습하듯 몰아쳤다.
영문을 몰라 하며 코를 부여잡는 것을 보곤, 사도학이 조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네놈 같은 놈 자주 본다. 우리 애들이 좀 그렇거든. 지가 강하면 남들도 강한지 몰라 그놈들이.”
“무…… 무슨…….”
퍽!
또다시 눈앞이 번뜩였다.
가볍게 휘둘러진 사도학의 주먹이 한 번 안면을 두들겼다.
고개가 크게 뒤로 젖혀지고 균형을 잃은 채 뒷걸음질 쳤다. 한데, 사도학과 거리가 벌어져야 함이 분명한데 이상하게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런 놈들한테는 매가 약이지. 암!”
사도학이 씩 웃음을 지으며 소매를 걷었다.
이런 놈들 한둘 잡아 본 게 아니라는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