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1
“아이고야…… 무슨 놈의 늙은이가…….”
객잔 뒤편에서 홀로 주저앉아 있는 마장강은 계란으로 얼굴을 문대며 울상을 지었다. 단순히 다 늙어 가는 노인네들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과연 단우현의 곁에 붙어 있는 자들이다.
옷깃 한 번 스쳐보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주먹이 어찌나 빨리 날아오는지 보이지도 않았으며, 피한다 생각을 했을 때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이나 늦어 버렸다.
애초에 신체 능력이 너무나도 다른 상대인 거다.
“그러게 왜 까불어?”
툭 하며 곁에 있던 장삼태가 발로 허벅지를 살짝 걷어찼다.
득의양양, 심지어 자신만만하기까지 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울컥하며 울화가 치솟았다.
“이보게 자네. 내 비록 이 꼴이 되었지만…….”
“백대고수니 낭왕이니 그런 말 해 봐야 다 개소리지. 저놈은 한때 소쌍도라 불렸던 녀석이니까.”
장삼태가 턱짓을 하며 권무진을 가리켰다. 한쪽 벽에 기대 느긋하게 서 있는 그의 얼굴에는 어떠한 흥미조차 생기지 않았다.
마장강은 힐끗 권무진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그 때문에 싸움이 난 것이었지. 소쌍도라…… 사파를 이끌어 갈 고수라 들었는데 왜 이런 곳에?’
하긴 그렇게 따지면 낭왕이라 불리고 있는 자신 또한 이곳에 있다. 저마다 사정들이라는 것이 있을 테고 단우현은 사람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이 있고 강한 존재이니 누가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더군다나 정사의 개념도 없고 말이야.’
마장강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보기에 단우현은 정사마의 개념이 없는 자다. 중립을 걷는다 할까? 그렇기에 사파의 인물을 아무렇지 않게 받은 것일 터.
조금 전 보았던 가면을 쓴 두 노인 또한 보통내기가 아니어 보였다. 한쪽은 정순한 기세가 느껴진다 한다면 한쪽은 극도의 마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그 두 노인은 누구인가?”
“알면 까무러칠 테니까 신경 끄쇼. 그보다 정말 여기 남아 있을 생각이오?”
장삼태는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마장강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원에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일손이 많아지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이상 강자들이 모이는 건 좀…….
그렇지 않아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말이다.
거기다 제 놈이 백대고수니 뭐니 하며 다소 병이 걸린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는 이 어른을 다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귀찮은 놈은 없는 것이 편할지도…….
“난 단 대협을 죽을 때까지 섬기기 위해 태어난 존재! 이 목숨 다 바쳐 그분을 모실 것이고 이 칼로 그분의 적을 벨 것이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을 툭툭 두들기며 호언장담했다. 그것을 가만 본 장삼태가 오들오들 몸을 떨더니 권무진을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저놈도 약간 비슷한 소리를 하지 않았던가?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왜 날 쳐다보나?”
“엉? 그냥 보는 것도 안 되나…… 진짜 성질머리 하고는.”
“흥.”
권무진이 콧방귀를 뀌었다.
대강 장삼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권무진 본인이 보기에도 마장강의 행동은 다소 오한이 드는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까.
자신이 저와 같이 행동을 했다 생각하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을 거다.
“마장강이라 했던가? 낭인들을 관리하는 데 시간이 없을 텐데 우리를 따라오겠다라…… 어딘지 모르게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하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오. 그쪽이 신경 쓸 건 아니라 보는데?”
어? 하며 장삼태가 가만 두 사람을 바라봤다.
권무진의 말투나 마장강의 말투, 서로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치 불꽃이 튀는 것 같기도 했다.
‘뭐 제일 호위 자리를 걸고 싸우는겨?’
말 같지도 않은…….
사실 단우현에게 호위가 필요하기나 할까 싶다. 오히려 제 곁에 호위를 두는 것보다 단소미에게 몰아줄 것 같은 느낌이다.
애초에 그 인간을 건들 수 있는 자가 있기나 해?
호위의 의미가 없다.
의미 없는 것에 뭐한다고 힘을 빼는지 원.
“아무래도 좋은데, 단 장주님에게 가장 신뢰를 받고 있는 건 나라는 걸 잊지 말라고들!”
장삼태는 허리에 손을 얹히며 하하 하며 크게 웃었다. 이 장원에서 장삼태만큼 필요한 인물이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고 해라.
빨래는 물론이고 청소와 밥 짓기까지.
심지어 단우현과 단소미는 물론 두 노인네 수발까지 들고 있다.
대부분 장원이 돌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을 처리하는 건 물론 무엇에 뭘 써야 하는 것 또한 장삼태만이 알고 있으니 만큼 그가 없으면 장원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자부심 또한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권무진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병신아?”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하남은 조용한 것 같은데?”
단우현이 이 하남 땅에 들어오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안휘가 사혈단 때문에 난리가 났다면, 이곳은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물론 시끄러웠을 때도 있다.
처음 객잔에 들어와 정파 녀석들이 권무진을 내놓으라며 농성을 하고 있었을 때다. 그러나 밥을 먹다 보면 느껴지는 정파인들의 꺼림칙한 시선을 제외한다면 이곳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느껴지지도 않고 조용하기만 했다.
소문으론 뭐가 어쩌고저쩌고하더니,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아니, 무언가 있네.”
“그걸 알아?”
사도학이 다소 삐딱한 표정으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기껏 하남까지 왔는데 무림맹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일세. 지금 하남은 너무 조용해. 구파일방의 사람들도 그렇지만 후기지수들과 팔대세가의 인물들조차 보이지 않네.”
남궁천은 창밖을 바라보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같은 정파인들이라 하여도 구파일방, 그리고 팔대세가는 오랫동안 이 중원을 다스려온 절대적인 곳이다. 하여, 수시로 마을을 배회하며 치안을 살피는 데 주력을 하던가, 아니면 배경이 든든하니 철없는 것들이 난동을 피워야 정상이다.
모용혁문이 맹주가 된 후, 그런 철없는 것들이 반성을 하고 더 이상 난동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것이라면 좋을 테지만 소문만 들어 보면 오히려 더 크게 일이 벌어지면 벌어졌지 이렇게까지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치안을 담당해야 할 이들이 소림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상했다.
남궁천이 게슴츠레 눈을 떴다.
“아무래도 무림맹 안으로 들어가 봐야겠네.”
“진짜로?”
사도학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이 하남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
바로 무림맹을 구경하기 위함이다.
구파일방 팔대세가, 그러한 곳들은 그곳을 점령해 버리면 얼마든지 가능하기는 할 테지만, 이 무림맹만큼은 쉽사리 볼 수 없고 또 그게 언제가 될지도 알지 못했다.
하여 사도학이 눈을 반짝였다.
남궁천이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 자네도 가려는가?”
“당연하지! 내가 뭣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객잔에서 소미를 지키는 건……?”
“싫다!”
으음 하며 남궁천이 신음을 흘렸다.
단우현이야 정사마를 막론하고 중립을 지키는 이이니 상관없다. 딱히 무림맹에 적의가 있는 것 또한 아니니, 그곳을 보여 준다 하여도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했고.
반대로 사도학이라?
오황 중 한 명이자 중원을 대표하는 고수.
그와 더불어 세 파벌의 수장이자 마황이라 불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파와 적대적인 인물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야 할 곳은 정파 무림맹 중에서도 기밀 중 기밀에 속하는 곳이니 만큼, 다른 세력의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는 말이다! 이 두 발로 저 무림맹을 구경하고 싶단 말이다! 그래서 호남에서 안휘까지! 그리고 다시 하남까지 오지 않았느냐!”
“아니…… 안휘까지 간 것은 자네 선택이었지 않은가?”
남궁천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애초에 안휘로 갔을 때만 하여도 하남으로 움직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도학 또한 무림맹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 알고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이 모든 일련의 여행들이 무림맹을 둘러보고 싶다는 의지 때문에 왔던 것이라 말을 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었다.
“싫다! 나는 무림맹을 꼭 한번 봐야겠다. 더군다나 네놈…… 만약 그 소문들이 사실이라면 그 녀석을 어찌 처리할지도 궁금하고.”
“…….”
사도학이 가만 남궁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직시하는 시선은 물론이고, 그 검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재미 삼아 마천군을 연기하고 있었다 한다면, 눈앞에 있는 이는 틀림없이 검황 남궁천, 그가 알고 있는 마황 사도학이다.
결국 남궁천이 두 손을 들었다.
“어쩔 수 없겠구나…….”
“하하하! 그래그래, 그런 곳을 나만 빼놓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네. 그리고 사고를 치지도 말아야 해. 단순히 무림맹 분위기를 알고 싶은 것뿐이라네.”
하아 하며 한숨을 쉰 남궁천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우아하게 창문에 기댄 채 한 잔을 마시고 있다. 그 곁에는 마치 한시도 떼어 놓고 싶지 않다는 듯, 곤히 잠이 들어 있는 단소미가 있었다.
“이제 술시인데 잘도 자는구나. 허허허, 피곤했었나 보군.”
하긴 지난날의 여정을 생각해 본다면, 저런 어린아이가 쉬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많이 지쳤을 텐데도 내색을 하지 않은 것은, 저 아이 나름대로 어른들을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객잔에서 소동도 좀 있었고 말이다.
한데, 남궁천의 생각과는 다르게 단우현이 술잔을 기울이며 고개를 저었다.
“수혈을 짚어 놓았다.”
“뭐? 수혈이라니? 왜 소미에게…….”
도대체 언제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그 광경조차 보지 못했기에 남궁천은 물론이고 사도학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들의 눈에는 그저 단소미를 품에 안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때,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단우현이 슬쩍 손을 뻗었다. 가볍게 밀어 젖히는 것만으로 끽 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열렸다.
“오늘 밤은 다소 시끄러울 것 같아서…….”
그 말의 진위를 파악할 수가 없었기에 남궁천과 사도학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들려온다.
미약하긴 하지만 칼 소리다.
또한 그 속에 은밀한 발소리가 섞여 있다.
이것은 틀림없이 누군가 움직이고 있다는 거다.
“도대체 무슨 일이……!”
“무림맹이다. 그곳에서 일이 벌어지려 하는군.”
피식 하며 단우현이 술잔을 기울였다.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로 작은 그 소리를 마치 안주 삼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인가?
아니다.
단우현의 표정은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가 벌어지는 것.
그리고 그 일의 결과가.
남궁천은 오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틀림없이 사람이 죽는 소리가 작긴 하나 귀에 들어오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웃으며 술을 받아넘겼다는 건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런 것을 머리에 담다 곧 무언가 서늘함을 느끼고 언성을 높였다.
“뭐, 뭣? 무…… 무림맹이라고!”
남궁천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