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24
“도…… 도대체 내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고담진은 할 말을 잃은 채 부들부들 온몸을 떨었다. 군자검이라 불렸던 이가 죽기 직전 나섰던 사내. 그의 압도적인 무력은 이로 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 정도의 일이 아니다.
주위에는 아직도 많은 호위들이 남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저들을 먼저 상대하지 않고선 모용혁문을 끌어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한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은 가면을 쓴 자가.
일어선 그가 바닥에 놓여 있는 검을 쥐더니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 검, 일 검. 한 번씩 그것을 휘두를 때마다 여지없이 이들이 쓰러져 나갔다.
구파일방의 명숙이라 불리는 자신들이 아무리 덤벼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던 자들이, 마치 두부 썰리듯 잘려 나간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어…… 어디서 이런 고수들이 나타났단 말인가!”
곤륜파 장로 장허 또한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경이로운 광경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더욱 그들의 놀라움을 부추기는 것은.
모용혁문을 상대하고 있는 사내.
고작해야 이립이 되었을까 싶어 보이는 이가 분명한데도, 과거보다 더욱 큰 힘을 얻은 검성 모용혁문을 어린아이 다루듯이 하고 있었다.
콰다다당!
“크어억!”
모용혁문은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그가 내뻗은 검로는 어김없이 무너졌고, 밟았던 보법은 통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피땀 흘려 휘두르고 익혀 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한낮의 꿈이라는 되는 것처럼 눈앞의 사내에게 어떤 영향조차 주지 못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천하의 검황이라 하여도 불가능하거늘!
“말도 안 된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모용혁문이 더욱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미친 듯이 휘두르는 그의 칼날에는 검성이라 불려왔던 그의 기세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상대를 베기 위한 일 검이다.
카카카카캉!
그렇기에 무엇을 해도 가볍다.
막아 내고 있는 단우현의 얼굴에는 지겨움마저 서렸다.
“단조롭기만 하고 재미도 없군.”
그런 말을 입에 담으며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쾅!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는 순간, 어마어마한 힘이 터지며 모용혁문의 몸이 날아올랐다. 마치 깃털처럼 날아가는 그의 모습은 실로 안쓰러움마저 서렸다.
콰다다당!
맹주전 안 깊숙한 곳에 처박혔다.
밖에서는 이미 그 모습조차 확인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바라보고 있는 이들조차 뭐라 입을 열지 못하고, 눈앞에서 보이는 그 압도적인 힘에 숨을 삼켜야만 했다.
“아버님!”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모용관천이 소리를 치며 맹주전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검성이라 불리는 아비, 무엇을 해도 언제나 가장 위에 있었던 그런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비.
그런 아비가 눈앞에서 처참하게 밟히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꿈이라도 좀 깨야 하는데 이상하게 깨지 않는다.
모용관천의 온몸이 덜덜덜 떨렸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맹주전 안으로 달려 들어가 아비의 모습을 찾았다. 저 구석에 홀로 틀어박혀 신음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리나케 달려가 그를 부축하려는 순간.
콰당!
“컥!”
모용혁문이 모용관천의 가슴을 후려쳤다. 날아간 그의 몸이 일 장 밖으로 떨어지며 바닥에 엉덩이를 부딪치는 그 순간.
서걱!
“끄아아아아악!”
괴성이 들리며 피가 터졌다.
무슨 일인가?
모용관천은 뜬 눈으로 그것을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비의 팔이 잘려 나가며 피가 터졌다. 그리고 격렬한 괴성이 들려왔다.
저벅저벅.
그와 함께 사신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걸 누가 가르쳐 주었지?”
“크…… 흐흐흐, 마, 말할 것 같으냐?”
비웃음을 짓는 모용혁문을 단우현은 가만 내려다보았다. 아무런 말도 없으며 그 표정조차 알 수 없었기에 더욱 두려워 보였다.
그러나 모용혁문의 눈빛에 두려움은 없다.
모용관천이 느끼고 있는 공포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상대를 죽이겠다.
핏발 선 눈빛은 그런 말을 내뱉고 있었으며, 그것을 곧 검을 손에 쥐며 실행에 옮기려 했다. 그리고 그의 공력이 사정없이 폭발하는 순간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놈!”
쾅쾅쾅!
맹주전 전체가 크게 들썩일 정도의 힘이 폭발했다. 이 안에 누가 있는지 혹은 그 여파가 어찌 되는지 알고 싶지도 않는 것처럼, 모용혁문은 오로지 살심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끄아아아악!”
거칠게 터진 힘보다 그 사이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든 단우현의 검이 모용혁문의 다리와 어깨, 그리고 허리를 파고들었다.
언제 찔렀는지 그 순간을 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주춤주춤 물러선 모용혁문이 빠드득 이를 갈았다.
있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다!
이제 겨우 검황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온 자신이다. 한데, 느닷없이 나타난 이놈은 무엇인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죽여야 한다.
죽여야 한다.
이놈만 죽인다면 모든 것이 평온할 거다. 지난날처럼 계집을 품고 아랫사람을 종 부리듯 하며, 이 중원 무림을 손가락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손에…….
“과…… 관천아?”
이를 갈며 분노를 토하고 있었던 모용혁문의 시선 끝에 무언가가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비 곁에서 눈물을 짓고 있던 아들의 모습이다.
한데 어찌 누워 있는가?
왜 피를 토하고 있는가?
어째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가?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모용관천을 향해 다가갔다. 손을 뻗어 그의 맥을 짚었다. 조금도 뛰지 않는 것을 느끼며, 시시각각 모용혁문의 표정이 변해 갔다.
“……자…… 자네…….”
어느새 안으로 들어온 남궁천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누구보다 모질게 대했던 아들이다. 그러나 부정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남궁천이 남궁소혜를 엄하게 키웠듯이, 더욱 강한 무인으로 키우고 싶었기에 모용혁문은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모용관천은 모용혁문에게 의지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더욱 매몰차게 굴었다.
어찌 그것을 부정이 없다 할 수 있는가?
그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했기에 벌였던 일인지라 모용관천의 죽음이 모용혁문에게 있어 어찌 다가올지 두려웠다.
“이, 일어나거라…… 무…… 무엇을 하는 것이냐?”
모용혁문의 떨리는 음성이 들렸다.
하나, 여전히 모용관천은 답이 없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었단 말이냐!”
쩌렁쩌렁!
모용혁문의 우람찬 고함이 터졌다.
울부짖으며 내뱉는 한마디가 시끄럽게 고막을 자극했다.
“멍청하군. 제 손으로 아들을 죽여 놓고도 모르다니.”
“뭐…… 뭐라?! 내…… 내가…… 죽였다고?”
모용혁문이 기이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조소 가득한 그 얼굴을 시선에 담으며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었다.
조금 전, 단우현을 공격하기 위해 퍼부었던 일격.
아무런 생각 없이 주변을 휩쓸었고, 결국 모용관천마저 베어 버리는 우를 범하였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일 검이었다.
“아…… 으아아아아악!”
모용혁문의 괴성이 퍼져 나갔다.
그가 또다시 눈에 불을 켜고 단우현을 향해 분노를 토했다.
“우둔하다 해야 할지 머저리라 해야 할지…….”
비가 내린다.
그것은 마치 타오르는 불꽃을 식히려는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칼을 쥔 자, 쓰러진 자, 그저 멍하니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
하나같이 비를 맞으며 그 광경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콰당!
“끄억!”
천하의 검성.
모용혁문.
비록 오황에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 중원에서 손에 꼽는 강자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한때는 정파 무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자였으며, 모든 무림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던 자다. 하지만 지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애증이 서려 있었다.
그 때문에 정도 무림이 흔들렸다는 분노.
한때나마 자신들이 섬겼던 이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몰골을 눈에 새기고 있다는 슬픔이다.
“하아, 하아.”
붉게 핏발 선 눈빛으로 단우현을 노려보고 있다. 손에 쥔 검은 명검이라 하기엔 처참할 정도로 이가 날아가 있었으며, 검성의 몰골 또한 그에 못지않았다.
입은 피가 터지고 퉁퉁 부었다.
줄줄 흘러내리는 피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는 피와 흙이 묻어 거지꼴보다 더해 보였으며, 입고 있던 백삼은 찢기고 베인 채 그의 자존심처럼 헐어 빠졌다.
그럼에도 모용혁문은 달려들었다.
자신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이를 갈며 칼을 휘두르고 그 자존심을 내세웠다.
하나, 무겁게 내리쳐도 부드럽게 휘둘러도.
상대의 검에는 속수무책이다.
카캉!
단우현은 가볍게 그것을 막아 내며 밀어냈다. 내공은 물론이고 경험까지 풍부한 모용혁문의 몸이 어이없이 밀려 나가며 균형을 잃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채찍질을 하듯 발을 휘둘렀다.
콰당!
“컥!”
안면을 얻어맞은 모용혁문이 피를 터트리며 날아갔다. 저것이 정녕 검성인가 싶을 정도로 허무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다.
바라보고 있는 남궁천마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만……! 그만하게나!”
미동조차 하지 않고 혼절한 친우를 바라보며 남궁천은 차마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팔을 잃고 아들을 잃었다.
심지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참하게 뭉개졌다.
자존심마저 땅으로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더 이상 그를 괴롭혀 무엇을 하겠는가?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조차 다 풀어 낼 수 없음이다.
“죽이지 않는가?”
슬쩍 칼을 손에 쥔 단우현이 혼절한 모용혁문을 바라봤다. 그만하라는 남궁천의 말이 다소 기이하게 들린 모양이다.
하지만 남궁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만…… 돌아가세나.”
“……후회할 텐데?”
그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가늘게 치켜뜬 단우현의 시선을 보니 모용혁문의 죽음을 바라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나, 더 이상 무엇하겠는가.
이미 모든 것을 잃었거늘.
“그를…… 놓아줌세.”
피식 하며 작은 웃음이 들렸다.
뒤에서 들리는 사도학의 비웃음이다. 그것을 깨달으면서도 남궁천은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 또한 모든 것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또한 그러하였으니.
하나, 남궁천 그에겐 아직 가족이 있고 장원의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모용혁문은 이미 하나부터 열까지 잃었으며 그것을 되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너무나도 처참했다.
“그와…… 그의 아들의 시신을 내게 맡겨 주게.”
단우현은 아무런 말없이 남궁천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한다 하여도 들을 것 같지 않은 그의 표정을 보며 할 수 없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