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3
* * *
시간을 잠시 되돌려 한 시진 전.
장삼태를 돌려보낸 단우현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하나하나 새기며 치솟는 살심을 강하게 억눌렀다.
마음만 먹는다면 눈앞의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단순한 화풀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작을 했으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하는 법.
그렇기에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체계적으로 무공을 익힌 흔적이 있으니 평범한 놈들은 아니로군. 암상인의 수하치고는 움직임도 대단해. 어디에서 나온 놈들이냐?”
‘크헉!’
단우현이 가볍게 내뱉은 한마디가 사내들의 머릿속을 쥐고 흔들었다. 정신이 크게 흔들리며 아득해지는 감각마저 느껴졌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동료들의 시선은 이미 기가 죽어 있었다.
또한 단우현은 지금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한순간 소름이 돋으며 얼굴의 핏기마저 가셨다.
저자는 마치 모든 것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무…… 무슨 소리를…….”
“보아하니 암상인의 뒤를 봐주는 놈들이 있는 것 같은데…… 대답을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니 그 의지가 참으로 가상하군.”
단우현이 비아냥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퍽!
순식간에 우두커니 서 있던 사내 한 명의 몸이 뒤로 날아가더니 나무에 부딪쳤다.
차원이 다른 힘이 온몸의 뼈를 조각 내 버린 듯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격에 얻어맞은 사내는 그대로 주르륵 무너졌다.
숨을 쉬고는 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온몸의 뼈가 부서져 버렸으니까.
더 이상 칼도 들지 못할 테고 사람답게 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크윽……!”
“다시 묻지, 누구냐.”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나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바로 음지가 그랬는데, 거물급 암상인이라면 그 뒤를 봐주는 어떠한 단체가 있기 마련이다.
암상인만큼 권력의 표적이 되기 쉬운 상대는 또 없을 테니까.
아마도 장삼태를 붙잡아 오라는 명령 또한 그들이 내렸을 가능성이 컸다. 암상인이 붙잡혀 죽으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을 테니 말이다.
“마…… 말할 것 같으냐.”
“그럼 있기는 한가 보구나.”
“윽!”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이 정도까지 몰아쳤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입을 열기 쉽게 만들어 볼까?
단우현이 먹잇감을 앞둔 야수처럼 눈을 빛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 * *
현령 홍원창은 포졸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저잣거리 내에서 무림인들끼리 다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다른 이들이 다치기 전에 싸움을 멈춰야 했다.
이윽고 그 장소에 도착한 순간, 그는 보고야 말았다.
“헉?!”
이십여 명의 인물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몰골이 멀쩡한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피투성이가 된 이들은 신음을 흘리며 움직이지도 못했다. 지켜보고 있는 포졸들마저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는 그 순간, 홍원창은 이 일의 원흉을 발견했다.
“허어억?!”
저자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하는 사내.
홍원창은 앞으로 나서려는 포졸들을 제지하며 마음을 굳혔다.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방실방실 웃음을 지었다.
“헤…… 헤헤, 대, 대협, 여긴 어인 일로…….”
그 모습을 본 포졸들이 기겁했다.
홍원창이 누구인가. 최근 연달아 공을 세우며 드높아진 위상 덕에 호남 일대에서는 왕부를 제외하면 최고의 권력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자다.
장백산을 붙잡고 왕부의 불상을 되찾으면서 황실과 왕부의 신임을 얻었고, 어쩌면 이제 중앙으로 불려가 권력의 중심에 설 수도 있었다.
그런 자가 왜 이리 비굴하게 군단 말인가.
“이, 이봐, 자네는 저자가 누군지 아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포졸들이 조용히 있는 다른 포졸들에게 물었다. 지난번 불상 사건 당시, 단우현이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괜한 말을 했다간 현령에게 맞아 죽을 테니까.
그때, 단우현이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납치와 살인을 하려 한 자들이다. 지난번 암상인 쪽 잔당들이라고 하더군.”
“이놈들이 말입니까!? 뭣들 하느냐, 어서 포박해라!”
“네!”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설령 거짓이어도 진실이어야 하는 상황이니까.
단우현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여야 하는 입장에 있는 홍원창에게 진위 여부 따위는 상관이 없었다.
“헤헤헤, 이놈들은 저에게 맡겨 주십사…….”
“그래, 한데 흑도회라는 자들을 아느냐?”
“흐…… 흑도회?…… 아!”
들어 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흑도회는 중원의 무수히 많은 단체들 중 하나였다.
낭인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라고 들었다.
온갖 범죄들을 벌였기에 무림맹은 물론 황실까지 제법 골치를 썩게 만드는 단체였다.
하나, 워낙 은밀하게 활동을 하는 데다, 그 꼬리를 잡는 것조차 힘이 들어 지난 수십 년 동안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장백산이 호남 일대를 호령했던 이유가 바로 흑도회와 관련이 되어 있더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이들의 이름이 어찌 단우현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
“서…… 설마?”
“이놈들과 죽은 암상인이 흑도회의 끄나풀이다.”
“헉?!”
그게 사실이면 더 대박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중앙으로 불려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공을 쌓을 기회이기도 했다. 홍원창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는 단우현을 바라봤다.
“형산(衡山), 그곳에 호남 지회가 있다더군.”
고작해야 지회 하나 쳐서 뭐가 되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그 지회조차 찾은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건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은 정보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지만, 홍원창과 포졸들은 고작해야 일개 관원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은 병력을 동원한다 하여도, 무림인 하나가 열댓 명씩 베어 버린다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힐끗 단우현을 바라보았다.
“그놈들에게 조금 갚아 줄 것도 있으니…… 내 손을 거들어 주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홍원창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정말로 중앙으로 불려갈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 * *
형산.
흑도회의 호남 지회주인 양혁상은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뒤를 몰래 봐주고 있었던 암상인이 덜떨어지게 현령 따위에 붙잡히면서 일이 틀어졌다.
위에 보고를 해야 했지만, 그러려면 면피를 위해서라도 피값이 필요했다.
그래서 잡아 오라 하였다.
암상인과 마지막으로 거래한 그 작자를 말이다.
한데 왜 이리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단 말인가. 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달 동안 그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조금 전 전서구가 날아왔다.
놈을 발견했다고.
도둑 나부랭이였으니, 이미 끌고 왔어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다.
한데, 아직까지 잡았다는 연락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으니 양혁상이 홀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찌 된 것이야! 왜 연락이 없어!”
“그…… 금방 오지 않겠습니까?”
“위에서는 벌써부터 난리란 말이다! 우리가 그 암상인에게 들인 돈과 시간이 얼만데! 당장 그 도둑놈을 잡아 목을 비틀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정예 중 정예가 갔습니다. 그 도둑놈이 절세고수가 아닌 이상 실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쳇…….”
지회주는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치며 자리에 앉았다.
최근 일이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가 뒤를 봐주고 있던 장백산이 붙잡힌 지 얼마나 지났다고, 어이없게 암상인 또한 그 지랄이 났다.
요상하게 일이 꼬이는 것 같았다.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때였다.
쾅-! 쾅-!
느닷없이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그 소리에, 양혁상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수하들을 바라보자, 다들 영문을 모른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가서 확인해!”
“에, 예!”
어째 마음에 드는 놈이 하나 없었다. 수하라는 것들이 상황 파악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자신의 처량한 처지에 쯧쯧 혀를 차며 인상을 쓰고 있는 찰나.
나갔던 수하 한 명이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더냐!”
“크…… 큰일났습니다! 포…… 포졸과 괴…… 괴물이!”
“엉?”
“포…… 포졸과 괴물이……!”
“뭔 개소리야, 이 미친놈아!”
“포졸과 괴물이 오고 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뭔 소리냐고!”
쾅쾅-!
연이어 들려오는 그 폭음은 정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우스운 말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괴물이 달려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흑도회의 지회다.
지금까지 침입한 자들조차 없었으며, 내부를 지키고 있는 이들 또한 일류를 넘보는 고수들이라는 점에서 걱정할 거리가 없었다.
인상을 찌푸린 양혁상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쾅쾅-!
그때까지도 계속해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과 신음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양혁상은 그것이 상대의 비명이라고 생각했다.
무림맹 같은 곳에서 정예 부대를 보내지 않는 이상 당할 리가 없을 테니까.
이윽고 그가 여유롭게 밖으로 나간 순간.
“허어억?!”
두 눈으로 보고야 말았다.
이곳은 겉보기엔 평범해도 진법을 몇 중으로 깔고 그 위에 지은 장원이었다.
웬만한 이들은 함부로 침입할 수조차 없었으며, 또한 들어온다 해도 목숨이 남아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한데, 장원의 담장은 와르르 무너져내렸고, 내부를 지키고 있던 백여 명이 넘는 수하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손을 휘두르자 두세 명이 나가떨어졌고, 발을 구르자 땅이 갈라지며 수하들이 파묻혀 버렸다.
일류고 나발이고 사내 앞에서는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 뭐야……!”
“회, 회주님! 피하십시오!”
“야 이 미친놈아! 큰 소리로 말하면 어떻게 해?!”
피하라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사내는 물론이고 그 뒤에 시립해 있는 포졸들까지 양혁상을 바라봤다.
수십 쌍의 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대협! 저놈입니다! 저놈이 원흉이 분명합니다.”
“안다.”
퍼버벅!
단우현은 가볍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은밀히 몸을 숨긴 채 다가오던 흑도회의 무사들이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덜덜덜…….
이미 단우현의 힘을 알고 있는 포졸들과 홍원창은 신이 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처음 목도한 자들은 그저 멍하니, 압도적인 힘에 전율을 토했다.
“다, 당신 뭐야…… 대체.”
“도망가려거든 어디 가 보거라. 최근 쫓는 것에 취미를 좀 붙였거든. 어느 도둑놈 때문에…….”
단우현이 피식 웃으며 말하였으나 누구의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말에 실린 진득한 살기가 제자리에 발을 묶은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모든 것을 단념해야 했다.
그것을 느낀 듯 단우현이 재차 입을 열었다.
“꿇어라.”
쿵-!
힘이 실린 절대자의 음성이 스산하게 퍼졌다.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고작해야 십여 명. 백여 명 가까이 있던 이들은 대부분 반신 불구가 되어 사람답게 살지 못할 터였다.
그리고 내뱉은 한마디는 뼈를 파고들어 심장을 쑤셨다.
온몸을 떨고 있던 양혁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무릎을 꿇었다. 어느새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저자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본능의 경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고 무기를 버리자, 단우현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포박해라.”
포졸들이 이제 현령의 말보다 단우현의 말을 우선시하는 웃긴 상황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쓰러진 이들을 포박해 나갔다.
그사이 단우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을 스쳐 지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양혁상은 물론이고 누구도 그의 앞을 막아설 수가 없었다.
“돈이 좀 될 만한 것들이 있으면 좋겠군.”
단우현은 장원을 샅샅이 뒤지며 돈이 될 만한 것들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