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41
마독진이 머물고 있는 객잔은 악양에서도 나름 유명한 곳이다. 매일같이 많은 손님들이 찾기 때문에, 빈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런 객잔 안에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없다.
아니, 오늘이 아니다.
마독진이 이곳으로 들어온 이후부터 사람이 없다.
떠도는 낭인들이 무황성에서도 실세를 쥐고 있는 마독진을 알아보았고, 그 소문이 흉흉하게 퍼진 탓도 있었지만, 객잔 안에서도 노려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인 몇 놈이 죽은 게 가장 컸다.
마독진에게 있어 조용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인지라 만족할 따름이지만, 객잔주는 물론이고 이 객잔을 자주 이용했던 객들에겐 굉장히 불편한 일이기도 했다.
“도대체 언제 가려는 거야? 도통 갈 생각을 안 하니…….”
“그래도 돈은 되지 않습니까?”
주방에서 점소이와 객잔주가 투덜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마독진이 이 객잔으로 온 뒤부터 되는 일이 없었다. 그의 수하들이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저잣거리는 물론이고 악양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고, 덕분에 숨죽이고 사는 이들이 많았다.
왜 사파 놈들을 사파 놈이라 하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이대로 사파에 집어삼켜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객잔주는 쯧쯧 혀를 차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파와 사파가 충돌하고 있다는 걸 들었다. 풍문이긴 하지만 그것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고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마독진이 이 악양까지 왔으니, 이곳에도 사파의 마수를 뻗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이 땅에 여러 문파들이 세워졌지만, 얼마 못 가 사라진 탓에 조용했던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하지만 다른 세력도 아닌 사파 놈들이 들어온다면 뒷일은 너무나도 불 보듯 뻔했다.
무림맹이 와해된 것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차라리 관아에 연통해 볼깝쇼?”
“관둬라 관둬. 홍 대인도 저런 무림인한텐 손을 못 쓸 테니까.”
“그래도 대인이 해결한 것들이 있는데…….”
점소이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악양의 분위기가 처졌다.
고작해야 타지인 몇 사람이 흘러 들어온 것에 지나지 않은데, 마치 악양 전체가 공포에 질린 듯이 숨을 죽였다.
사파.
사도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무공을 모르는 양민들에겐 그저 칼을 든 살인범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었다. 또한 그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말이다.
콰다다당!
“으악!”
육중한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뜻 모를 상황에 놀란 점소이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객잔 내부에는 수 명의 무림인들이 피를 줄줄 흘리며 엎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겁에 질린 점소이는 그 자리에 움직이지도 못한 채 굳어졌다.
“멍청한 놈들…… 내 말이 그리 우습더냐?”
마독진이다.
객잔 일 층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던 마독진이 어떠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무림인들과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끄어억…….”
“마, 마독진…… 왜 여기에……?”
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침을 삼키며 슬금슬금 물러섰다. 악양에서 유명한 객잔이니 만큼, 반드시 들러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생각 없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술에 취한 마독진이 객잔으로 들어서는 순간 막아섰고, 실랑이를 벌일 틈새도 없이 나뒹굴었다. 사도칠세의 주축 가문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듯, 또한 그가 가진 무력은 자신들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증명시켰다.
“사, 살려 주십시오……!”
“살려 달라고? 들어오면 죽인다고 했잖아?”
마독진이 비웃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한 경고조차 한 적이 없으나, 지금 이 자리에선 그의 말이 곧 법이다. 하여, 그의 행동 또한 강자이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서걱!
시뻘건 핏물이 객잔 전체를 뒤덮었다.
피 묻은 칼날을 털어 낸 마독진이 살아남은 다른 이들을 바라봤다.
* * *
“무슨 일이더냐?”
“그, 그게 또 객잔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포졸의 말에 홍원창은 미간을 부여잡았다.
사파 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악양에서 일을 벌이고 있다. 그 수하 놈들은 뒷골목은 물론이고 홍등가까지 장악하듯 손에 쥐고 소란을 피우고 있으며, 그 머리라 할 수 있는 마독진은 벌써 몇 사람을 죽였는지…….
죽은 이들 대부분이 무림인들인 탓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반 양민들이 죽었다면 그 빌미로 추포라도 할 것인데, 놈은 마치 골라 죽이는 것처럼, 아니면 누군가를 자극하는 것처럼 무림인들만 죽이고 있다.
벌써 몇 구의 시체가 객잔에서 나왔는지 셀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안 가고 여기 있단 말이야?”
홍원창은 허 하며 길게 한숨을 쉬곤 고개를 저었다.
무림인들이 이 악양에 들어올 때마다 사건이 하나씩 터진다. 그것을 결코 곱게 생각할 수 없으니 짜증부터 솟구쳤다.
‘차라리 무림맹 같은 곳이 이곳에 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된다면 무림맹과의 마찰은 불가피할 테지만, 저런 귀찮은 놈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은가?
아니 애초에…….
‘주군께서 나서 주신다면?’
홍원창은 반짝 눈을 빛냈다.
하지만 이내 어이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제 일이 아니라면 무엇 하나 발 벗고 나서지 않는 사람임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 이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사파 놈들을 내쫓아 준단 말인가?
‘하지만 사파 놈들이면 권무진 그자와 연관이 되어 있는 이들 아닌가?’
이거 혹…….
그놈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 아니야?
저번 하남 사건으로 인해 무림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권무진이 사파와 척을 지고 빠져나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권무진의 주인이라 한다면 마독진이니 만큼, 세력을 빠져나간 보복을 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말이다.
“뭐라 하는 사람들은 있더냐?”
“그냥 공포 분위기입니다…… 이놈도 저놈도 입조심하고…… 객잔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벌써 몇 구에 시체가 나왔는지 원…….”
“끄응…… 빌어먹을 놈 같으니. 난장을 까려면 제 집에서 할 것이지…….”
“잡아들일까요?”
홍원창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사파의 무림인.
그것도 이름 없는 곳이 아닌 무황성이라는 거대한 단체와 손을 잡고 있는 곳이다. 함부로 손을 대었다간 뒷감당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알게 모르고 사파와 고관대작들은 손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에게 찍혀 좋을 것이 없다.
“하아.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숨을 쉬었다. 하루속히 돌아가면 좋을 것 같은데, 객잔에 틀어박힌 채 도통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대인!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홍원창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이러한 시기에 올 손님이 있던가?
“누구더냐?”
“그…… 있잖습니까…… 장원의…….”
“억!”
홍원창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헐레벌떡 밖으로 뛰어나가며 문을 열었다. 동시에 단우현이 왔을 것이라 생각했던 홍원창은 휘둥그레 눈을 뜨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자그마한 소녀가 있었다.
단소미는 방긋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소, 소미야.”
“안녕하세요! 아빠가 여기 좀 가 있으래요!”
* * *
“들었느냐?”
단우현은 앞에 있는 권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전신은 흥건하게 땀에 절어 있다. 오랫동안 씻지도 못하였는지 지저분하기 짝이 없으나, 검을 들고 있는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살기가 느껴진다.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당장 사람을 베어 버릴 것 같은 칼날과도 같았다.
“들었습니다.”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이 넘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권무진의 몸에는 오로지 기세만이 살아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내쉬는 숨결 속에서도 그 힘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여 힐끗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가 삐질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다.
“그래 어찌할 생각이더냐?”
묻는 질문에 권무진은 한 치 망설임 없이 입을 뗐다.
“죽입니다.”
“허?”
죽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생각해 본다면, 망설임 없이 말이 나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건 뭘까?
착각이겠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여 어쩔 생각이냐? 무황성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죽입니다. 모조리.”
“…….”
이건 또 뜻밖의 대답이다.
단우현은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뭔가 대답이 이상한데?
이런 대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게 아니다. 그의 각오라든가 혹은 뒷수습 같은 것들을 듣기 위함이었다. 한데 무작정 죽이겠다니?
어디서 나온 생각인가?
단우현이 힐긋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다.
“무황성이 네놈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더냐?”
“사람의 힘으로 하지 못할 일은 없다 배웠습니다.”
타오르는 그의 눈빛은 적의를 가득 품고 있었다. 한때나마 몸담은 단체를 떠올리는 것에 지나지 않은데, 권무진의 눈빛은 증오와 분노,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베겠다는 생각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마독진을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련을 하였으니, 응당 당연한 변화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고작해야 보름 만에 이런 살기와 눈빛, 그리고 기세를 가진 것은 상당히 뜻밖이다.
단우현이 다시 한 번 사도학을 바라봤다.
또다시 시선이 마주치자 사도학이 눈빛을 외면하며 돌아섰다.
‘완전 살귀(殺鬼)가 되었군.’
권무진은 사도학에게 배움을 청하였다. 남궁천은 남궁소혜 때문에 바쁘고 또 정도의 무공은 사도와는 맞지 않는다.
또한 단우현은 누구를 가르치는 성격이 아니니 만큼, 가장 적합한 사람은 사도학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사도학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심어졌을 것이고, 결국 보름 만에 살귀(殺鬼)가 되어 돌아왔다.
어떤 식의 훈련을 하였는지 보지 않아도 안다.
사람을 살귀로 만들려면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끼게 하고, 죽이지 않으면 결코 살 수 없음을 깨닫게 하면 그만이니까.
아마도 보름 동안 권무진은 몇 번의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고, 그 충격과 공포 탓에 죽지 않으려면 죽일 수밖에 없는 그러한 본능을 익히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기는 했지만.
‘결심은 마음에 드는군.’
사람의 힘으로 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것은 곧 권무진은 자신이 무황성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불가능이라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만큼, 권무진은 지금 한 걸음 나아갈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그것마저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좋다, 그럼 가져와 보거라. 마독진의 목을.”
“존명!”
권무진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