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59
“으럇으럇!”
카카캉!
홍원창은 거칠게 칼을 휘둘렀다.
그의 검은 마치 야수처럼 흉폭하고 위협적이었다.
무공을 익힌 지 고작해야 일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경지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힘들었지!’
포졸들의 존경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가진 돈을 털어 영약을 사 먹고 내공 수위를 높였다. 무공은 배웠으나 기본이 되는 공력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 갑자에 가까운 공력을 얻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홍원창의 약점은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일 포졸들과 비무를 했다. 처음에는 일 대 일, 시간이 흐를수록 그 수를 더하여 지금은 열 명을 상대해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였다.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무공을 익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올라가고 싶다는 향상심이었다.
카카캉!
“이런 미친놈!”
촤악!
사내의 칼날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미 여기저기 칼에 맞은 상태라 온몸은 피에 절어 있었고, 지혈조차 하지 않은 탓에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자칫 시간을 오래 끌기라도 했다간 너무 많은 피를 흘려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홍원창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생사를 건다.
그것이 바로 피 튀기는 혈전을 겪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큭!”
상대의 신음이 들렸다.
실력 차이는 확실했다.
속성으로 무공을 익힌 것과 몇 년에 걸쳐 경험을 쌓은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수하들을 전부 잃은 사내는 이미 평정심을 잃었다.
심지어 눈앞의 홍원창을 쓰러뜨리더라도 남궁소혜와 권무진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런 상황에서 홍원창의 검은 빠르게 그를 압박했고, 베도 상대가 물러서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고작 이런 놈한테!”
대장 사내가 이를 갈며 소리를 쳤다.
평소라면 이미 죽였을 수준의 상대였다.
그런데 왜 죽지 않는가?
어째서 멀쩡하게 서 있는가?
칼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틀림없이 상대의 피륙을 베었다. 한데, 놈은 쓰러지지 않은 채 기어코 다가와 칼을 휘둘렀다.
시뻘건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사람인지 나찰인지 모를 정도로 사나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녀석이 눈앞에 있었다.
부들부들.
몸이 다 떨려왔다.
움직여야 하는데, 그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주군의 명이다. 모두 죽어라!”
서걱!
휘둘러진 칼날이 사내의 목을 갈랐다.
“미쳤군.”
그 모든 상황을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던 권무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칼이 거친 것도 거친 것이지만, 그보다 더 거칠어진 것은 다름 아닌 홍원창의 성격이었다.
그 유약하고 약해빠졌던 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시뻘겋게 물든 칼을 쥐고 헉헉거리는 모습은 가히 이질적이었다.
“고작 일 년 만에 저렇게까지 발전하다니…….”
남궁소혜 또한 놀랐다.
그녀는 이미 비슷한 경험으로 한 차례 놀란 적이 있었다.
급속도로 실력이 늘어난 장삼태 때문이었다.
한데 지금 보니 홍원창 또한 그에 못지않을 정도의 무인이 되어 있었다.
이 중원에서 칼을 쥐고 사는 무인이라면 누구든 놀랄 정도로 말이다.
사람이 저리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다면, 삼류 무인이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부분이 일류를 오갔을 것이다.
그만큼 홍원창의 성장은 놀라웠다.
“간간이 주군께 배운 것도 있을 테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다. 저건…… 그래…… 독기로군.”
“독기…….”
남궁소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싸우는 독기.
그렇지 않고선 저렇게까지 제 몸을 돌보지 않으며 싸울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단우현…… 도대체 그자가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유약했던 홍원창을 저리 한 사람의 무인으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괴…… 굉장합니다! 홍 대인!”
“우와아아아! 훈련할 때보다 더 대단했습니다.”
“이제 완전히 무인이 되신 것 아닙니까?”
“크으으으! 저도 좀 가르쳐 주십시오!”
주변이 정리됨과 동시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포졸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홍원창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검술을 보여 주었고, 이곳에 있는 권무진이나 남궁소혜보다 더 눈에 띄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포졸들의 눈빛에는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숨을 고르고 있던 홍원창이 칼을 갈무리했다.
촤악!
날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 여유롭게 검을 회수했다. 그 모습은 포졸들이 꿈꾸는 무인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우아한 모습이었다.
“으하하하! 그래그래! 내가 바로 홍원창이다! 홍 대인이란 말이다!”
“맞습니다! 하하하! 이제 누구도 홍 대인을 업신여기지 못할 겁니다.”
“황실비무대회라도 나가 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분명 일 등 하실 겁니다!”
“으헤헤헤! 그럴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포졸들의 아부에 홍원창의 얼굴이 풀어졌다. 근엄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헤픈 얼굴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마치 예전의 홍원창을 보는 듯했다.
그 광경에 남궁소혜가 기가 찬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렇지, 사람 성격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뀌나?”
으헤헤 하는 우스꽝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으며 남궁소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권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는 거지? 다른 놈들은 시체를 치우고 홍 대인의 치료를 준비해라. 출혈이 심하니 곧 쓰러질 거다.”
“으응? 자네 날 걱정해 주는 건가? 하하하! 걱정 말게 이 정도로는…….”
크게 웃음을 짓고 있던 홍원창은 호탕하게 가슴을 두들겼다. 그럴 때마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그 양을 더하자,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쿵! 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대…… 대인!”
“뭐…… 뭐들 하는 거야! 약! 약 가지고 와!”
호들갑을 떠는 포졸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 * *
“아이고야…….”
“끄으으응…….”
장삼태와 마장강은 어두침침 공간 안에 갇힌 채 신음을 흘렸다.
습기 가득한 그곳은 앉아 있는 것조차 찝찝하기 짝이 없었으나, 얌전히 누워 숨을 골랐다.
그들은 피투성이였다.
장삼태는 물론이고 마장강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여기저기 고문을 당한 흔적들까지 역력했다.
“비…… 빌어먹을 놈들…… 숨어들었다고 해도 이런 취급은 너무하지 않나?”
“끄윽…… 그러게 가지 말자니까…….”
장삼태가 채찍으로 얻어맞은 곳을 문지르며 인상을 썼다. 마교인으로 위장하여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 단숨에 들켰고, 며칠 동안 고문을 당한 뒤 옥에 갇혔다.
그동안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해 심신이 피폐해져 있는 탓에, 사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신기할 정도였다.
“크윽…… 이제 어찌하지?”
“아, 어쩌긴 어째? 도망쳐야지.”
장삼태는 흐릿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이 옥사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지만, 고문을 당하던 곳에서 상당히 멀리 끌려왔고, 감옥 치고는 주변에 죄인들의 숨소리가 너무나도 미약했다.
또한 주변을 감시하는 이들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숨어 있는 이들이 상당한 고수라면 또 모르지만, 마장강조차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 누군가 감시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제길…… 무슨 놈에 경계가 이리 삼엄한 거야?”
마장강이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격렬하게 저항을 하기는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비록 말석이기는 하지만 백대고수라 불리는 그가 붙잡혔다는 것은, 이 마교가 생각 이상으로 강한 곳임을 새삼 깨닫게 했다.
“에이, 시벌! 이게 다 댁 때문에 그런 거 아뇨? 백대고수니 뭐니 나한테만 맡기라고 자신하더니 결국 이 사단을 내고…….”
“야 이 미친놈아! 마취산 같은 걸 뿌릴지 내가 어떻게 알았어?”
“아니, 백대고수면 그 정도는 당장 해독해야 하는 거 아뇨?”
“크윽……!”
장삼태의 지적에 마장강이 이를 갈았다.
그래, 실수를 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마취산을 뿌리는 순간이나 그들의 움직임은 마장강이 지금까지 겪어 왔던 무인들과 격이 달랐다.
과연 마교라 할 법했다.
하지만 마장강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네놈이 사 어르신 어쩌고 하니 더 난리였잖아!”
“아니, 그럼 어째! 그 이름이라도 팔고 무사히 빠져나가야 할 거 아냐?”
“팔긴 뭘 팔어? 어르신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는데!”
“……이런 시불!”
마교인들은 교주에 대한 충성심이 무척 높았다.
오로지 그것만으로 이 거대한 마교가 구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입에서 사도학의 이름이 나왔다면, 아무리 의심이 든다 해도 확인을 해 봐야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놈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칼을 들고 더욱 부리나케 덤벼들었다.
고문하면서도 사도학의 위치를 묻거나 하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이 마교에서 요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말했으면 우린 죽었겠지?”
마장강이 실소를 지으며 물었다.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만약 입을 열었다면, 자신들의 머리가 몸통 위에 제대로 붙어 있지 않았을 거다.
장삼태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고 입을 열고 싶을 때가 있었으나 꾹 참았다.
마교로 오는 순간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니까.
찰그랑-!
그때, 소리가 들렸다.
장삼태와 마장강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거대한 뇌옥의 중간쯤에서 으으- 하며 작은 울림이 들리더니 곧 영문 모를 소리가 울려 퍼졌다.
“……를 아는가?”
“누구요?”
“……를 아느냐고…….”
“그니까 뭘?”
힘이 다 빠져 가는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하지만 당장 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미약한 목소리 속에 담겨 있는 것은 틀림없이 희망이었다.
“교…… 교주를 아는가…… 물었네…….”
“교주? 사 어르신 말이오? 그야 알기는 아는데…….”
장삼태가 철창 앞에 바짝 붙어 소리가 들려온 쪽을 확인했다. 뇌옥 중간쯤에 위치해 있는 곳에 흐릿한 인영이 살짝 보였다.
누구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자신들 이외에도 아직까지 멀쩡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 살아…… 살아 계시는가?”
“아주 멀쩡하오! 펄펄 날지.”
“크크큭…… 그래…… 다행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장삼태의 눈이 마장강을 향해 돌아갔다.
그 또한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철창에 바짝 붙었다.
“당신은 누구요?”
마장강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물었다.
상대의 목소리에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사도학에게 해를 끼치려는 인물은 아니라는 증거.
한데, 그런 인물이 어찌하여 옥에 갇혀 있단 말인가?
“나는 동방구…… 한때, 이 마교의…… 총사였다네.”
“!?”
“헉……!”
그 이름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