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3
“살각?”
“그래. 살각이란다, 살각.”
사도학은 손에 묻은 피를 털었다. 반 시진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살수의 입을 열게 하는 데 성공했다. 마교의 고문술이 얼마나 뛰어나고, 대단한지 깨닫게 해 주는 상황이었다.
“살수들 중에서도 지독한 놈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들었네. 물론 중원 최고의 살수들 단체로 불리고 말일세.”
“재미있군. 그런 놈들이 이곳을 노렸다?”
“아마도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일 테지.”
애초에 일을 진행시킨 순간부터, 자신들을 철저하게 숨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빨랐고, 덕분에 예상치 못한 살수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저쪽도 화가 많이 났나 보군.”
“의뢰한 곳이 추문세가라는 확증은 없네만…….”
“뭔 확증이야? 딱 보면 척이지.”
사도학의 핀잔에 남궁천이 어색하게 웃었다.
추문세가라는 확증이 없으니 괜한 꼬투리를 잡힐까 싶어 한 말인데, 이미 단우현이나 사도학은 그곳을 확정짓고 있었다.
물론 남궁천도 말은 이렇게 했어도 속으론 추문세가를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시기가 너무 절묘했고, 살각의 살수를 이렇게나 많이 부릴 수 있는 곳은 이 호남 땅에 몇 곳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미가 깨지 않아 다행이긴 하네만…… 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불안하군.”
이미 한 번 노려진 곳이 또다시 노려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단소미 곁에는 언제나 사도학이나 남궁천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될 리가 없으니 만큼, 자칫 큰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물론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남궁천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만에 하나 단소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가 무너지면 말릴 수 있는 이가 없었다.
그것이 가장 불안했다.
한데 단우현은 조금도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원…….’
남궁천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기분이 별로로군…….”
“나도 그렇다!”
“다른 것보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 정보가 새어 나갔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들이 정보를 얻을 곳이 어디지?”
“상당히 많았네. 기본적으로 상인들이었지.”
“그밖에는?”
“하오문과 개방이 있다. 개방이야 본래 무림맹이 아니면 정보를 주지 않는 곳이지만 돈이라면 귀신도 부리는 거 아니겠어?”
사도학이 힐끗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와 같은 정파인, 그것도 구파일방의 개방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만큼 마치 놀리는 것 같은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궁천이 커험! 하며 헛기침을 했다.
“하오문과 개방이라…… 그리고 살각이라고?”
“그래, 내 알기론 장사에도 놈들의 지부가 하나 있지.”
마교 또한 살수를 키우는 집단이었다.
때문에 살각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또한 사도학과 살황은 사이가 무척 나빴고, 기회가 되면 그들을 쓸어버리려 했던 사도학은 상당히 많은 양의 정보를 모아 왔다.
오늘 그중 하나를 써 먹은 거다.
“이런 건 빨리빨리 움직이는 게 좋아. 괜히 놈들에게 시간을 주면 아깝잖아?”
사도학이 씩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마음을 먹은 듯, 아니면 단우현의 생각을 읽어 버렸다는 듯, 그의 얼굴에는 만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살각은 내가 가지! 그놈들한테 갚아 줘야 할 빚도 있고 말이야.”
사도학의 말에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릴 필요도 없다.
어차피 깡그리 부숴야 한다면 누가 간들 상관없으니까.
“그렇다면 개방에는 이 노부가 가겠네. 자네를 보냈다간…….”
뒷감당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남궁천은 애써 뒷말을 삼켰다.
또한 같은 정파인이었고 한때나마 도움을 받았던 사이였다. 심지어 걸황과 그는 막연한 친우이다 보니 괜스레 단우현이 갔다 피를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괜찮겠어? 개방을 건드리면 그 거지 노친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사도학은 다소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십만 거지들의 방주이자 오황의 일인 걸황은 개방을 건드리는 놈이 있다는 소식만 들려도 그야말로 박살을 내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지금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자칫 걸황과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컸다.
“걱정하지 말게. 살살 달래면 돼, 살살.”
남궁천이 웃음을 지었다. 거지들 다루는 것이야 어린시절부터 해 왔던 그였다. 걸황이나 개방의 다른 이들의 귀에 들어가지만 않게 하면 되지 않는가?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오문인가……?”
사실 급으로 따지자면 가장 약한 이들이었다.
물론 단우현에겐 그저 정보를 팔아먹은 괘씸한 놈들이다.
단우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 축시(丑時)를 넘지 않았다.
“오늘 밤 안에 끝을 보도록 하지.”
그 한 마디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은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상대에게 방비를 할 시간을 주는 것은 좋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세 사람이었다.
* * *
단우현은 홍등가 앞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 흐르는 여인들의 진한 향수를 맡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몽롱해질 지경이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내들이 여인의 품에 안겨 환락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하나, 단우현은 그 거리를 조용히 걸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졌다.
특히 여인들의 눈길이 많았다.
단우현의 외모가 상당히 출중했던 탓에 얼굴을 붉히는 여인들 또한 간간이 보였다.
그러나 거리에 있는 어떤 이들조차 단우현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그가 한 곳에 멈춰 섰다.
악양에서 가장 큰 기루.
총 삼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근방에 있는 어떤 기루보다 높은 건물이었다.
벽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붉은 등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여인들의 교태 어린 목소리는 남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단우현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문지기가 있으나 막지 않았다.
그를 단순한 손님으로 판단한 것이다.
일 층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훑어보던 단우현이, 오른쪽 끝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나 계단에 오르기 전에 곁에서 지키고 있던 사내 몇 놈이 다가와 단우현의 앞을 막았다. 건장한 사내의 체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위축하게 만들었다.
사내들은 단우현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올라갈 수 없습니다.”
“왜지?”
“특별한 손님들을 위한 곳입니다.”
“그렇군.”
대답을 하고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자, 곳곳에서 지켜보던 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단우현이 살짝 웃음을 머금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특별한 손님이 되어 줘야겠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단우현이 내지른 주먹이 사내의 목을 가격했다.
퍽!
신음조차 내지 못한 사내의 몸이 어이없이 무너졌다. 그 광경에 모든 이들이 기겁하며 바라봤다.
“이 자식이!”
“미친 새끼가!”
파락호들이 곳곳에서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님들 또한 화들짝 놀라 몸을 피했다. 기루에서 싸움이 나는 것은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평소와 달랐다.
우당탕!
달려드는 파락호의 기세가 상당했다.
칼을 들고 달려오는 자들도 있었다.
슥 하며 그것을 바라보던 단우현이 다시금 주먹을 내지르자, 거친 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날아갔다.
붕 떠 날아간 이가 동료의 품에 부딪치며 탁자 위로 쓰러졌다.
콰직!
한순간에 탁자가 부서지며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그걸 보고 달려오던 이들이 흠칫하며 멈춰 서는 순간, 단우현의 손이 사정없이 사내들을 두들겼다.
퍼버버버벅!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그 싸움은 어린아이와 성인의 싸움이라 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일 층에 있는 사내들을 제압한 것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손님들조차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리저리 현란하게 움직이는 단우현의 손길을 제대로 본 이가 없기 때문이다.
타박타박-!
단우현은 여유롭게 이 층으로 올라섰다.
그러자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단우현이 무림고수임을 짐작했지만,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이 어디인가? 비록 삼류라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중원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던 하오문의 분타였다.
아무리 날고 기는 무림고수라 하여도 난동을 부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으아아악!”
기합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지른 사내들이 달려들었다.
단우현을 죽이고 공을 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빠각!
거친 소리와 함께 제일 먼저 달려든 사내의 턱이 돌아갔다.
손을 내지르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던 탓에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보통 주인은 가장 꼭대기에 있기 마련인데…….”
단우현은 그런 말을 하며 또다시 걸었다. 방을 일일이 확인해 보긴커녕 앞으로 걸으며, 가로막는 이들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내질렀다.
퍽퍽!
쓰러지는 이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엎어졌다.
기루를 지키고 있는 이들의 수가 오십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미 절반 이상이 당한 것이었다.
단우현이 천천히 삼 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자, 사내들이 주춤주춤 물러서며 몸을 떨었다.
압도적인 실력 앞에서 자신들의 무력함을 깨달은 탓이었다.
자존심이 있으니 덤벼야 하는데, 쓰러진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겁이 나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또한 남아 있는 이들이라 해 봐야 고작해야 네다섯.
이것으로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사이 단우현은 물러서는 사내들을 주시하며 삼 층 가장 끝 쪽에 있는 방 앞에 섰다.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고, 제법 겁을 먹었는지 신음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 나왔다.
가볍게 발을 뻗어 문을 부쉈다.
쾅-!
날아가며 산산조각이 난 문짝은 암기가 되어 벽을 뚫고 틀어박혔다.
“끄으으윽……!”
방의 정중앙에는 한 사내가 상석에 앉아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단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마구 떨리는 것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단우현이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슉슉슉-!
사방에서 암기가 쏟아졌다.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쏟아진 그 암기는, 사천당가의 만천화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빽빽했다.
하지만.
“…….”
우두커니 자리에 서 있는 단우현의 몸에는, 암기 하나 꽂혀 있지 않았다.
마치 모든 암기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몸을 피해 간 것처럼.
사내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암기를 뿌렸던 그림자들이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상대의 능력을 파악한 것인지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그것을 보며 단우현이 옷을 털며 또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자연스럽게 내딛은 그 일보(一步)에, 바닥에 박혀 있던 날카로운 암기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이들의 심장을 옥죈 건 단우현의 한마디였다.
“네놈이냐? 여기저기 남의 정보를 팔아먹고 다니는 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