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68
“크억!”
장삼태의 단검이 한 사내의 목을 그었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장삼태의 머리를 향해 누군가 검을 찔러넣었다.
화들짝 놀란 장삼태가 한순간 땅을 박차고 몸을 비틀었다.
공중에서 수차례 돌던 장삼태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칼날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하나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자식!”
동료의 죽음으로 눈이 돌아간 사내가 거리를 좁혔다. 기습이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허접한 몸놀림을 보이는 자에게 동료가 죽었다는 게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캉-!
막아 냈다.
작은 단검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사도학의 검을 본 장삼태였다.
그보다 느린 검을 막아 내는 것 정도 우습지도 않았다.
다만 단검과 검의 차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지끈지끈-!
손목이 날아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그 탓에 빈틈이 만들어졌고 사내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왔다.
깜짝 놀란 장삼태가 재빠르게 물러서려 했지만, 검은 이미 휘둘러졌다.
서걱!
“커어억!”
그러나 칼날은 끝내 장삼태의 몸에 닿지 않았다. 뒤에서 나타난 마장강의 칼날이 재빠르게 사내의 몸을 갈라 버렸다.
기습에 어찌할 겨를도 없이 반으로 갈라진 사내의 몸이 피를 뿜으며 넘어갔다.
“헉…… 헉…… 뒤…… 뒤질 뻔했네.”
“크흐흐, 그러게 왜 함부로 나서?”
“시벌! 내가 안 했으면 다 죽었다고!”
“아직 안 죽는다고!”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아슬아슬해 보이는 마장강이지만 말은 잘했다.
하나, 당장 상처를 돌보지 않는다면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숨을 내쉰 장삼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신을 향해 다가간 그가 무언가를 찾는 듯 시신을 뒤적였다.
“뭐하는 거냐?”
“쓸모 있는 게 있나 싶어서…….”
두 구의 시체를 뒤진 장삼태는 몇 개의 물품과 돈을 챙겼다. 은자 수십 냥과 기이한 원통 두 개, 몇 개의 단환을 손에 넣었다.
원통은 틀림없이 신호탄 같았고, 단환은 내상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기에 반드시 챙겨야 했다.
“일단 우리가 가는 곳은 동쪽이니…… 먼저 가쇼.”
“응? 뭐라고?”
“먼저 가라니까!”
“네놈은 어찌하려고?”
“일단 저놈들부터 따돌려야 할 거 아뇨?”
장삼태는 원통을 매만졌다.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거나, 위험이 생겼을 때 터트리는 신호탄, 이것만 있으면 놈들을 따돌리는 것이 제법 쉬울 것 같았다.
장삼태가 씩 웃음을 지으며 서쪽을 향해 움직였다.
“먼저 가쇼! 가다 죽지 말고! 금방 따라갈 테니!”
“야, 이놈아!”
마장강이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이미 마음을 먹은 장삼태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더 이상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제길…… 뭘 하려는 거야?”
마장강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보다 약한 놈 주제에! 죽으면 누가 책임지라고?’
찝찝한 마음을 어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몸상태로 뒤를 쫓는다 해 봤자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울컥 짜증이 치솟았다.
“시벌!”
욕설을 내뱉으며 물길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빨리 와라! 안 오면 진짜 혼자 갈 거라고!’
* * *
장삼태는 서쪽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최대한 마장강과 멀리 떨어지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물론 돌아갈 길을 정확히 기억해 놓고 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교의 추척을 따돌려 놓고 정작 길을 잃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리니까.
그렇게 약 일각 정도 달리던 장삼태는 우뚝 멈췄다. 주위는 상당한 험지였고, 가파른 절벽도 있었다.
수색하는 것도 상당히 난해한 곳이다.
그곳에 멈춰 선 장삼태가 씩 웃음을 지었다.
“하아, 하아…… 이쯤이면 되겠지?”
“뭐가 이쯤이지?”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우두커니 서 있다.
정갈한 풍모에 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결코 무인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해 보이는 사내.
하나, 검을 들고 장삼태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서 괴기함이 느껴졌다.
“윽……!”
“바람이 흔들리기에 따라와 봤더니…… 역시로군.”
사내의 말에 장삼태는 주륵 식은땀을 흘렸다.
고작 바람이 흔들리는 정도로 사람을 뒤쫓을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추적술이 대단한 거야, 저 인간은?’
장삼태가 어색한 웃음을 짓고 슬쩍 허리에 있는 단검을 꺼냈다.
“포기해라. 네놈 따위는 내 상대가 아니다.”
“지랄하네! 네놈이 무슨 우리 장주님도 아니고…… 하나도 안 무섭거든?”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은영단의 단주 문주학은 흥미를 느끼며 웃었다.
장주라는 자가 누구이기에 감히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눈앞의 애송이는 이곳이 어디인지 잊은 것 같았다.
“장주라……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얼굴 한번 보고 싶군. 감히 겁도 없이 마교에 사람을 보낸 놈이 누구인지 말이야…….”
“얼굴은 무슨…… 네놈 따위는 담장 넘는 순간 뒈질 거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하하하! 주군에 대한 충성심이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알아듣지.”
“왜, 마교 새끼들은 그런 게 없으니 부럽냐? 시벌 놈아!”
그 말에 움찔하며 문주학의 얼굴이 뒤틀렸다.
기생오라비 같았던 그의 표정이 바뀌니 악귀나찰이 따로 없었다. 한순간, 주위에 있는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
장삼태가 숨을 삼키며 낮게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틀림없이 고수.
이제는 기세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 온 놈들보다 실력이 더 좋으면 좋았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주둥이 놀리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할 놈이로군.”
“흥! 웃기지 말고 덤비기나 해, 이 새끼야.”
문주학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런 경박한 놈을 쫓고 있었을 줄이야.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얌전히 포박해 데려가려 했더니 치밀어 오른 짜증을 견딜 수가 없다.
죽이지는 않겠지만 어디 한두 곳은 잘라서 저놈의 비명을 들어야 조금 풀릴 것 같다.
사악-!
문주학의 검이 움직였다.
가볍게 휘둘러진 검이 허공을 가르며 장삼태를 겨누자, 깜짝 놀란 장삼태가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피했다.
검기(劍氣).
장삼태 주변에 있던 수풀들이 우수수 잘려 나갔다.
문주학과의 거리는 약 오 장.
그 정도 거리를 격하고 검기를 날린다는 것은 문주학의 능력이 예상보다 더욱 뛰어나다는 뜻이었다.
‘시벌! 진짜 되는 일이 없네!’
장삼태는 까득 이를 갈았다.
하필이면 이곳에서 저런 고수를 만나게 될 줄이야. 추적술에 능한 것을 보니 도망을 친다 하여도 곧 붙잡힐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놈 혼자라는 것 정도인가?’
장삼태는 몇 번이고 숨을 골랐다.
상대는 혼자였다.
더군다나 자신의 실력에 무척 자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빈틈을 파고드는 것으로 어찌어찌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검을 손에 쥔 장삼태가 내달렸다.
몇 번의 도약으로 금방 거리를 좁혔다.
그 속도는 문주학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빨랐다.
“다리에는 제법 자신이 있나 보구나.”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장삼태를 보며 문주학은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가 휘두르는 단검이 뻔히 보였다. 확실하게 허리를 노리고 있는 공격.
그 궤도가 너무 정직하다고 폄훼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단검의 끝이 흔들리는 것만 보아도 이놈의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고작해야 경공만 조금 할 줄 아는 놈이었다.
그렇기에 입가의 비웃음이 더 진해졌고, 문주학은 가볍게 칼을 뻗어 단검을 막으려 했다.
빠각!
“크윽!”
하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공격이 들어왔다.
문주학은 순식간에 다가온 무릎에 머리통을 얻어맞으며 비틀거렸다.
단검을 이용한 공격을 펼칠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날아온 것은 장삼태의 각법이었다.
경공에 자신이 있는 만큼 다리 힘이 대단했다.
사실 단검을 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위협일 뿐이고, 그가 사도학과 단우현에게 배운 것은 다리를 더 잘 움직이는 법이었다.
‘하지만, 한 번 더 통하지는 않겠지.’
단우현에게 들었기에 안다.
진정한 고수들에게 같은 수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계속 다른 방법으로 허점을 노리지 않는 한, 목을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망설일 것도 없었다.
당장 달려들어야 한다.
상대에게 잠시라도 틈을 보이지 않아야 했으므로.
장삼태는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수차례 발을 뻗으며 문주학의 머리를 노렸다. 하나, 문주학 또한 수많은 경험을 가진 고수.
날아드는 발길질을 피하고 막아 내며 뒤로 물러섰다. 상대의 각력이 상당하는 것을 깨달은 이상, 가만히 서서 맞아 줄 리가 없었다.
문주학의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해졌다.
하나, 장삼태는 파고들다 말고 땅에 한쪽 발을 크게 굴렀다.
쾅!
“크악!”
회축(回蹴).
그 반동을 역이용하여 더욱 빠르게 각법을 펼치니, 문주학은 그것을 미처 쫓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장삼태가 가진 장점이었으며, 그를 진정한 무인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촤악-!
“크읏!”
하나, 문주학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비틀거리면서도 바람의 흔들림으로 장삼태의 위치를 읽었다.
그와 동시에 휘두른 검이 장삼태의 몸에 긴 상처를 남겼다.
피가 튀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문주학은 이를 갈았다. 날이 더 깊게 들어갔어야 했음에도, 놈은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치명상을 피했다.
경공을 저렇게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놈은 처음 봤다. 그것이 바로 문주학과 장삼태의 격차를 메우는 요소였다.
문주학은 그제야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생포는 포기한다!’
적어도 저 두 다리는 잘라 낼 마음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그의 노기를 품은 시선이 장삼태를 향했고, 검은 매서운 기세를 머금었다.
살기가 파도처럼 넘실넘실 퍼져 나갔다.
“내 너를 얕봤구나. 하지만 지금부터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퉤.”
장삼태가 침을 뱉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예전이었다면 저런 기세를 풍기는 이를 마주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애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러지 않는 이유는 단우현과 사도학, 그리고 남궁천의 이름을 등에 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단소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그 아이를 지켜 주겠다고 맹세했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그렇다면 더 강해져야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자를 뛰어넘고야 말겠다.
그런 다짐을 하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상대의 흉흉한 기세를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절대로 꺾이지 않는 의지를 발했다.
다가오는 칼날을 노려보며 장삼태 또한 내달렸다. 단숨에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전력을 다한 몸놀림이었다.
그 순간, 문주학의 눈에 잔상이 보였다.
“뭐……!?”
두 명으로 나뉜 것처럼 보이는 장삼태의 모습에 눈을 치켜떴다.
어느 놈이 진짜인지 확률은 반반.
그렇다고 여기서 검을 멈추면 기혈이 역류하여 죽을 것이다.
이를 간 문주학이 세차게 검을 내질렀다.
촤악!
휘둘러진 검이 무언가를 베어 냈고 피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하나, 상대를 베었다고 생각했던 검은, 장삼태의 어깨를 파고든 채 빠지지 않았다.
어느새 장삼태가 한 손으로 날을 붙잡고 있었던 거다.
장삼태의 왼손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졌다.
검을 붙잡기는 했으나 그 힘을 완전히 이겨 내지 못한 것이다.
“헉…… 헉…….”
하나, 이로써 거리가 좁혀졌다.
거칠게 숨을 토한 장삼태가 시뻘게진 시선으로 문주학을 바라봤다. 남아 있는 한 손을 가볍게 그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우드드득!
“커컥!”
문주학의 온몸이 마치 소용돌이처럼 비비 꼬였다.
살은 물론이고 뼈와 내장까지 한순간에 쥐어짜듯 괴기한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처…… 천마, 켁…… 회천공…… 설마…… 끄웩!”
“으흐흐! 내가 이겼다, 이 시벌…… 놈아!”
천마회천공.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