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78
우곡진을 상대하고 있는 제갈운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목적이라 할 수 있엇던 제갈연을 도망치게 했다. 이제야 조금 마음 편히 싸울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검을 겨누었다.
“내 듣기론 제갈세가의 무예는 팔대세가 중 가장 낮다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은 아닌 것 같군.”
“운도 좋았고 나름 근래 실력 좀 올렸다네.”
우곡진이 쓰러진 수하들을 바라보며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경계를 하며 움직였다고 생각을 했지만, 제갈세가의 무예를 낮게 본 탓인지 방심을 한 것이 문제다.
몇 되지 않은 수하들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남아있는 것은 고작해야 둘.
다만 제갈운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우곡진의 검술은 마장강과 비교 될 정도로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상당한 고수로 보이는 수하 두 사람이 남아있으니 만큼, 제갈운의 운명 또한 머지않은 상황이었다.
“헌데, 그 운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데…어찌 생각하나?”
“내 운이 여기서 다 할지…아니면 아직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지 않은가?”
제갈운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검을 꾹 잡았다.
공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우곡진을 막아내며 제갈연을 도망치게 하였고, 남은 그의 수하들을 베어내는데 상당한 공력을 써 버렸다. 이대로라면 반각조차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일대일이라면 어찌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해 봤다.
정말로 지지는 않을 테지만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것을 받아 줄리는 없을 테니까. 또한, 맞붙는다 하여도 지금 가지고 있는 공력으로는 결코 이길 수가 없다.
“멀리 도망치느라 수고 많았다. 이제 그만 목을 내놓아라.”
우곡진이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그의 한마디가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중심에는 우곡진, 그 좌우로 두 명의 수하들이 자리를 잡으며 칼을 겨누었다. 날카로운 살기가 온몸을 찌르듯 다가왔다.
챙-!
순간적으로 오른 쪽에서 날아오는 검을 쳐 냈다.
강한 힘 탓에 제갈운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검을 쥐고 있는 팔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굉장한 힘이었다. 자칫 하면 검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케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몰아치는 기세는 더욱 거세져만 갔다.
카카카캉-!
“큭!”
세 사람의 연계는 굉장히 빨랐다.
마치 합공을 훈련하기라도 한 것처럼 치고 빠지는 것이 능숙했고,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찌르며 파고들었다.
공격을 막아 내면 다른 곳에서 또 공격이 날아오고 피하면, 그 허점을 찌르고 들어왔다.
촤악-!
어깨가 베였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피가 튀었다.
그 고통이 차마 가시지도 않았건만, 사방에서 날아온 칼날이 그의 전신을 노렸다. 제갈운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촤촤촤촤악-!
“크아악!”
그러나 칼날을 전부 피할 수는 없는 법.
세 사람의 검은 무자비하게 제갈운을 베었다.
다행인 것은 순간적인 물러섬으로써 깊지 않게 베였다는 것이다.
하나, 이대로라면 출혈로 죽을지도 몰랐다.
“하아, 하아…….”
제갈운은 축 몸을 늘어트리며 호흡을 골랐다.
조금만 망설였더라면 온몸이 찢겨져 땅에 쓰러졌을 것이다.
“역시 무림맹 총사까지 지낸 사람이라 이 정도 감각은 있군. 갈가리 찢어 버리려 했더니.”
“하하, 나도 놀랐네. 진짜 죽는 줄 알았거든…….”
제갈운은 베인 곳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어색하게 웃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구사일생이라는 것이 이런 말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숨이 붙어 있는 것도 놀랍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나에게도 무공의 재능이 좀 있었나 보네. 난 지금까지 없는 줄 알았거든.”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니고?”
“하하하, 그런가?”
꾸욱 하며 제갈운은 검을 쥐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한담?’
몸은 이미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공력도 바닥을 보이고 있으며, 사실 칼을 쥐고 서 있는 것도 제법 힘이 든 상태다.
그와는 다르게 상대는 아직도 팔팔하니, 이 자리에서 목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듯했다.
그리 생각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딸의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아이.
어린 시절부터 남궁천을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신경을 써 주지 못하지 않았던가?
다소 성격이 삐딱하게 자란 것은 그러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죽을 때가 되니 별 이상한 생각들이 다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해 줄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제갈연만을 바라보며 살 것이라 다짐하는 제갈운이었다.
“칼을 들고 있을 힘도 없지?”
그때, 우곡진은 단박에 제갈운의 상태를 파악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
지쳐서 축 쳐진 어깨.
기껏해야 칼을 들고 있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지어 눈마저 죽어 가고 있으니, 이대로 내버려 두어 도 곧 숨이 꺼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제갈운 때문에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쫓기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좋아하는 계집조차 제대로 품을 수가 없었다.
무림맹에 떨며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했고, 그렇게 십 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제갈운이 눈앞에 있는데, 쉽게 죽인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
팔다리와 혀를 잘라 놓고 돼지 우리에 처박아 산 채로 내장을 뜯어먹게 할 거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우곡진은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치솟는 살기를 가다듬으며 호흡을 골랐다.
“먼저 팔다리를 잘라 내지.”
그런 말을 하며 우곡진은 곁에 있는 수하의 얼굴을 바라봤다. 수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서히 제갈운을 향해 다가갔다.
칼을 치켜들고 팔을 자르기 위해 휘두르는 순간.
서걱-!
제갈운을 바라보고 있었던 그의 시선이 서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이 보이더니, 빙글 돌아 뒤에 서 있던 우곡진의 모습이 보였다.
“……?”
수하는 의문을 표했다.
동시에 툭 하며 짧은 고통이 느껴지고 목에서 피가 치솟는 자신의 몸뚱이를 바라보는 것으로, 사내의 의식은 끊겼다.
“네 이놈들-!”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고함은 실로 대단했다.
그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살기가 담긴 외침을 듣는 순간, 몸이 마치 난도질당하는 것처럼 끔찍한 감각을 맛보았다.
우곡진과 남은 수하 한 명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새 제갈운과 그들 사이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새하얀 백발을 휘날린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존재.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방을 압박하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치 태산에 짓눌린 것 같은 무게감을 주는 자.
“아……!”
제갈운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동시에 우곡진과 수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림인이면서 저 얼굴을 모르는 이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정도 무림의 가장 높은 권좌에 올랐던 자.
명실상부 정도 무림 최강의 무인.
검황.
새하얀 백발과 장포를 펄럭이며,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검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그…… 그럴 리가…….”
우곡진은 지금 이 현실을 부정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죽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새로운 무림맹주인 모용혁문이 추대되었을 때부터, 검황의 죽음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뒤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궁세가가 몰락했을 때에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사파의 침략이 벌어졌을 때에도 그는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확신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있느냔 말이다.
우곡진은 이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갈운 또한 그랬다.
“매…… 맹주니…… 님?”
펄럭펄럭-!
격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장포가 거세게 휘날렸다.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검황의 표정은, 마치 어린 시절 보았던 그 모습을 연상케 했다.
비록 팔은 없으나 더욱 강대해졌다.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에 절로 침을 삼켰다.
“어…… 어째서…… 맹주께서 이런 곳에…….”
제갈운은 덜덜 떨리는 시선으로 검황을 올려다보며 말 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차가운 검황의 눈빛은 우곡진과 그 수하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무섭다.
두렵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이와 같은 공통된 생각을 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검황이 눈앞에 있었다.
심지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어느 누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우곡진이 주춤 물러섰다.
도망쳐야 했다.
당장 도주해야 했다.
검황을 상대로 칼을 든다는 것은 곧 자살행위였다.
“우곡진…… 분명 그런 이름이었지?”
가늘게 눈을 뜬 검황의 입에서 그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
그 순간, 우곡진은 도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애초에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상대는 그 검황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가 가짜가 아니라면, 우곡진의 실력으로는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게 바로 검황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었다.
우곡진이 파르르 입꼬리를 떨었다.
“이런 곳에서 검황을 만나게 되다니…… 무슨 영문인가 싶습니다.”
“……네 명운이 다한 것일 테지.”
남궁천의 한 마디에 우곡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 전 제갈운에게 했던 말이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짜증이 치솟았다.
“이대로 놔줄 생각은 없으십니까?”
“놔줄 것이라 생각하느냐?”
남궁천은 까득 이를 갈았다.
힐끗 제갈운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그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빨리 오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곱게 놔주시지 않으시겠지요. 그럼 팔 하나로…….”
“목을 내놓고 가거라.”
“목을 내놓으면 갈 수가 없습니다만?”
남궁천은 피식 웃어 버렸다.
지금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한 녀석이었다. 그가 검을 쥐고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한순간, 거센 바람이 몰아쳐 오더니 주위를 크게 휘감았다.
이윽고 바람이 멈추는 순간, 우곡진과 그 수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주륵-
입에서 피가 흘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다.
베였다.
“비…… 빌어먹을…… 쿨럭……!”
두 사람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천천히 분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