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5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백이 넘는 포졸들이 죄인을 호송하고 있다. 포승줄에 묶여 있는 이들의 몰골은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고, 그들 중 몇몇은 걷지도 못할 정도로 힘이 없어 보였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수십에 달하는 인물들이 우르르 끌려가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저…… 저 사람 호남상단의 상단주 아니던가?”
“마,맞네! 어,어찌 이런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이 났기에 저 사람을 붙잡아 가는 거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영문을 알 지 못하니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 호남 장사 땅에서 나름대로 그 입지를 갖추고 호남 최고의 상단이라는 명성을 받을 정도로 대단했던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처참한 몰골로 포승줄에 끌려가는 몰골은 몇 번을 봐도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장사의 관아를 습격해 몰살을 시켰다더군!”
“그게 참인가?”
“내 방금 포졸에게 듣고 온 이야기인데, 완전 미쳤지, 미쳤어.”
“허, 현령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가? 어째서 그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만…… 어찌 되었든 그걸 사전에 파악하고 막아 낸 것이 바로 호남단가라고 하던데.”
“호남단가?”
호남단가라는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곳에 이름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악양 동정호 인근에 생긴 으리으리한 장원 말일세.”
“아-! 그 신선이 내려와 지었다고 하는……?”
들어 본 기억이 있다.
하루아침에 떡하니 장원이 지어졌고, 어느 순간 폭삭 무너지기도 했다던?
더군다나 새로 지어 올렸음에도 수십 명의 목수들이 일 년은 넘게 걸릴 정도로 으리으리한 집을, 고작해야 한 달 만에 올렸다는 곳.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신선이 살고 있는 집이라 했다.
그곳이 바로 호남단가였던가?
“알고 보니 무림세가였구먼?”
“맞네! 그자들이 찾아와 참사가 더 커지는 걸 막아 주었다고 하더군.”
많은 이들이 죽었지만 그렇다고 전부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몸을 피한 이들도 있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지난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 호남단가의 이름이 퍼지기 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 * *
피투성이가 된 막충헌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다리를 질질 끌었다.
그의 화려했던 인생은 밑바닥까지 떨어져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어 보였다.
‘다…… 잃었구나…….’
막충헌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공허했다.
호남 최고의 상인으로서 살아왔던 삶.
모든 것이 풍족했고 남부럽지 않았던 삶.
고관대작들도 막충헌의 눈치를 볼 때가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던 그는, 모든 것을 잃고 포승줄에 이끌려 왕부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돈을 주고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은 다른 곳도 아닌 관부를 습격하였고, 그 일련에 과정에서 목격자들까지 살아 있었다.
막충헌은 이대로 왕부에서 온갖 고문을 받은 뒤, 북경으로 끌려가 그곳에서 목이 잘릴 것이다.
허탈함을 넘어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놈들…….’
빠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가 갈렸다. 그놈들만 아니었다면 결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아니,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노리는 곳이 잘못되었다.
금환상단에 집중할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호남단가를 쳤어야 했다. 그리되었다면 결코 이런 식에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에 허탈감은 더 컸다.
‘아니지, 아니야.’
호남단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절대 건드려서 안 되는 곳이었다.’
당한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뒤늦게 생각을 해 보면 그곳은 정녕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가면을 쓴 기이한 두 노인.
제대로 그 실력을 본 것은 아니지만 틀림없이 자신을 상대했던 남자보다 강한 자들이었다.
아마도 그들이 나섰다면 일각도 걸리지 않고 상황을 장악했을지도 몰랐다.
물론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고취산 하나로 막을 수 있는 자가 아니었음을 이제 와 깨달았다.
심지어 저들에겐 제갈운까지 있었다.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으며, 무엇 하나 비틀어지지 않고 완벽하게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자. 그자가 아니었다면 호남상단이 이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처음부터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았다면 이 호남 땅을 포기했을 것이다.
호남단가의 가주 단우현.
그는 고취산의 가슴에 구멍을 뚫은 고수였다.
고작해야 한 수에 그 자리에 있던 수하들과 막충헌의 내공을 파하고, 근맥을 잘라 낸 자이기도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운 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난 이렇게 가오…… 추문원…….’
막충헌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지금 자신을 구해 줄 수 있는 이는 아마도 그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이 모든 것들은 추문세가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피식 하고 웃음을 지은 막충헌이 한 곳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곳에 추문세가의 가주 추문원과 그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두악칠이 웃음을 지으며 서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끌려가는 막충헌을 바라보며 원하는 것은 얻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대의 생각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오. 어쩌면 그대가 삼켜질지도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작별을 고하듯 추문원을 바라보았다.
다음 날, 막충헌은 옥중에서 자결하여 그 생을 마감했다.
* * *
세가로 돌아온 추문원은 인상을 쓰며 의자에 앉았다. 아직도 핏발 선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던 막충헌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물 한 잔을 들이켰다.
“독한 놈 같으니.”
설마 자결을 할 줄이야? 어차피 그대로 있다간 고문을 당했을 테고, 마지막엔 잔인하게 처형되었을 거다.
고작 그의 목 하나가지고는 모자랄 테니까.
다른 곳도 아닌 관아가 습격당했으니, 일가족 전부를 참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하여, 그 꼴을 보지 못하겠으니 자결을 선택했으리라.
“쯧…….”
마지막에 자신을 바라보던 그 시선이 떠올랐다.
“호남상단은 이제 어찌 될 것 같으냐?”
“전부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금환상단이 대부분 가져갈 테지요.”
두악칠의 말에 추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호남단가가 해결한 일이었다. 또한 홍원창은 단가의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였으니, 모든 것을 금환상단에게 밀어 줄 가능성이 컸다.
주인은 죄를 짓고 죽었으니, 그 재산 역시 관에서 처리하게 될 테니까.
홍원창의 입장에선 그 범인을 모조리 소탕했으므로 황실과 왕부에서 큰 보상이 내려 올 테고, 더 큰 권력을 얻게 될 거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 아닌가?
‘멍청한 녀석 같으니.’
추문원이 막충헌을 떠올리며 쯧쯧 혀를 찼다.
“이거 참 머리 아프게 되었군.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
추문원과 두악칠이 신음을 삼켰다.
호남상단이 완전히 무너질 거라 생각하고 시킨 일이 아니다.
적어도 가중평이나 막충헌, 둘 중 하나는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뜻하지 않게 상대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둘은 저세상으로 가 버렸다.
오랫동안 호남상단과 거래하고 있었던 추문원의 입장에선 당장 만금상단과 연락을 취해 봐야 할 상황.
물론 얼마간 술을 팔지 못한다 해서 무너질 추문세가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재산은 호남상단의 수배에 달할 테니까.
“어쨌든 이것으로 몇 가지는 알게 되었군.”
“호남단가의 전력이 예상보다 대단합니다.”
“그래.”
물론 그 전부를 알지 못한다. 정보를 얻으려 해도 이 일에 관한 모든 접근을 막아 놓은 탓에, 누가 이 계획을 짰는지 혹은 어떤 식으로 진행을 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호남단가는 함부로 얕볼 수 없는 곳이다.
“하나…….”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호남단가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추문세가가 무너진다. 둘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사이였다.
“어찌할까?”
추문원은 탁탁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
* * *
“대단하군.”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까?”
홍원창과 권무진, 그리고 단우현은 호남상단을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창고의 물건 대부분을 도둑질했기에 남은 것이라곤 숨겨 놓은 돈일 텐데, 뒤져 보니 잘나가는 명문가의 재산을 쌓아 놓은 것처럼 우르르 튀어나왔다.
온갖 장식품들부터 시작하여 불상과 보석, 심지어 상당한 양의 영약들도 있었다.
팔기만 한다면 꽤 큰 재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부분은 왕야께 보낼 생각입니다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지셔도 괜찮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단우현이 손을 뻗었다. 몇 개의 영약과 돈이 될 만한 불상들을 따로 챙겨 놓았다.
그 빠름 손놀림에 홍원창이 주륵 식은땀을 흘렸다.
“이것들과 장물을 전부 처분해라. 추문세가의 술은 필요 없으니 동정호에 버리고.”
“알겠습니다. 다른 것은 없습니까?”
“필요한 것은 없다. 다만 금은학의 요청대로…….”
“물론입니다. 왕야께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홍원창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은 온전히 단우현과 호남단가 덕에 이룬 승리였다. 하여 대부분의 상권을 금은학에게 넘기는 것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불안한 것도 있다.
“한데 괜찮겠습니까? 금은학 그자가 성품은 좋아 보여도 도둑질을 당할 만큼 우둔한 자 아닙니까?”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한 번의 실패로 사람을 내치지 않는다. 두 번이 없으면 되는 거다.”
그 말에 홍원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추문세가와는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권무진이 우려하듯 입을 열었다.
호남상단이 완벽하게 무너진 이상, 금환상단과 거래를 틀 생각이 아니라면 추문세가와는 적이 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그것을 꼬집는 말이었다.
하나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지었다.
“물론,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추문세가를 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는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유유히 호남상단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