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8
어두운 밤, 인영 하나가 조심스레 길을 걷고 있었다.
상당히 늦은 시각임에도 거리를 걷는 것은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인영에게는 색다른 특색이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가슴에는 어린아이 머리만 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으며 그것을 소중히 품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중요한 물건인 듯싶었다.
인영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인적이 드믄 곳만 찾아 걸었다. 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으며, 관부의 인물이나 칼을 찬 이들을 피해 다니며 골목골목을 누볐다.
그러다 한 곳에 멈춰 섰다.
멈춰 선 것과 동시에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호흡을 골랐다.
그의 눈앞에는 허름한 집이 있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으며 안에는 기척조차 없었다.
그곳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퀴퀴한 냄새와 먼지가 자욱하게 날렸다. 수북이 쌓여 있는 먼지와 코를 찌르는 냄새는, 이곳이 오랫동안 비어 있던 곳이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한데도 인영은 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큰 방으로 서슴없이 걸어 들어가더니 벽면을 더듬거렸다.
쿵!
기이한 울림과 함께 바닥이 열리며 내려가는 곳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르자 인영은 콜록거리며 손을 휘저었다.
“제길, 조금 제대로 된 곳에 만들어 놓을 것이지.”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인영의 인상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다. 그렇게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탁! 하는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두악칠이 재빠르게 옆을 돌아봤다.
그 순간, 거친 바람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 뭐야?”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란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귀신이라도 본 것인지 커진 동공이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처럼 흔들렸다.
하나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고 살펴봐도 보이는 것은 없다.
“후우…….”
약간에 시간이 흐르며 점차 마음을 진정시킨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은 굉장히 좁았다.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탓에, 코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안으로 들어가자 빛이 쏟아졌다.
수십 개의 횃불이 좌우로 늘어섰고 좁은 동공 안을 환하게 밝혔다.
이제 좀 눈이 보이는 것인지 두악칠은 안도하며 더욱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일각여 정도 들어갔을 때, 커다란 동굴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곳에 몇몇 이들의 흐릿한 모습이 보였다.
“후우…… 여긴 몇 번 와도 적응되지 않는군. 좀 바꾸는 게 어떤가?”
두악칠이 안으로 들어서며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의 행동거지를 보아 이곳에 온 것이 한 두 번은 아닌 것 같았다.
흑살문(黑殺門).
중원을 대표하는 살수 단체 중 하나.
또한 그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저렴하여 돈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흑살문의 살수들 대부분이 단순히 피를 보기 위해 모여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었다.
흑살문의 평이 좋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장물을 비롯하여 인신매매까지 손을 대는 탓이었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낸 두악칠이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으헉?!”
그의 눈에 살풍경이 들어왔다.
수십 명의 살수들이 죽어 있다. 가슴이 찢기고 베이고 목이 잘려 나간 이들.
어떤 자는 자신의 애병을 가슴에 꽂은 채 벽에 박혀 있기도 했다.
처참하다 못해 구역질이 나올 정도에 광경이다.
“우욱!”
두악칠이 헛구역질을 하며 주저앉았다.
털썩 주저앉는 소리와 함께 품에 있던 물건이 또르르 굴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천이 스르륵 풀려 나가니, 꽁꽁 숨겼던 물건의 정체가 드러났다.
“금강석이라…….”
슥 하며 검은 가면을 쓴 이가 다가와 금강석을 주워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의 눈으로 보아도 금자 수천 냥은 될 법한 물건이다.
구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파는 것 또한 쉽지 않을 터.
고작해야 두악칠 같은 자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었다.
“다…… 당신들은…….”
“마천군이라 한다. 정의의 사도 같은 느낌이랄까?”
하하 하며 마천군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두악칠은 안다.
마천군은 개뿔, 호남단가에서 보았던 그자들이 분명했다.
또한 연극 속 마천군은 정의의 사도 같은 것이 아니라 악의 주축인 존재였다.
두악칠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새하얀 가면을 쓴 외팔 노인이 있었다. 저자 또한 호남단가에서 보았던 자였다.
군자검이라 자칭하며 너털웃음을 짓던 이가 분명했다.
“오…… 왜 이런 곳에……?”
“네놈의 뒤를 따라왔지.”
두악칠은 사색이 된 얼굴로 부르르 떨었다.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경계하고 주위를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뒤를 쫓는 미행이 있다고는…… 아니, 미행했다면 어찌 먼저 와 이들을 해할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식은땀만 흘러나왔다.
“추문세가의 손이 제법 크기는 하구나. 흑살문과도 연관이 있다니…….”
남궁천이 죽은 이들을 느긋하게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흑살문은 살수계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는 곳.
그 유명한 살각조차 흑살문의 살수들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것은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더욱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두악칠이 이곳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터벅터벅-
사도학이 주저앉은 두악칠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이미 공포에 질린 그는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말해 봐라. 무슨 이유로 흑살문을 찾아왔느냐?”
가면 사이로 보이는 흉험한 눈빛에 두악칠은 숨을 삼켰다. 말해서는 안 되는데 자꾸 입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검은 가면을 쓴 마천군의 모습이 그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죽음을 코앞에 둔 심정을 알기나 하는가?
몸이 절로 떨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추문원…… 그자는 모르는 일인 것 같네만 맞는가?”
군자검의 물음에 두악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눈앞에 있는 마천군이 공포라 한다면 군자검은 알게 모르게 포근한 기세로 사람을 감싸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 그렇습니다…….”
“이 새끼 봐라?”
마천군이 인상을 쓰며 손을 뻗었다.
두악칠의 볼을 꼬집으며 쭉 잡아당겼다. 볼이 마치 떨어질 것처럼 극심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아아아아악!”
“내 말은 짖는 거고, 저놈 말은 사람 말이냐?”
고통에 발버둥 치는 두악칠을 보며 군자검이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마천군을 만류했다.
“그러지 말게나. 얼마나 아프겠는가?”
두악칠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금슬금 군자검의 옆으로 움직였다.
마치 보호자를 찾는 듯한 그 행동에 마천군이 기가 찬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네놈이 그리 감싸니 저런 놈이 나를 얕보는 거 아냐?”
“자네가 괴롭혀서 그러는 것이지 그것이 어디 내 탓인가?”
부리부리하게 눈을 치켜뜬 마천군을 보며 두악칠이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군자검의 바짓단을 붙잡았다.
어린아이와도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공포에 정신마저 흐려진 것 같았다.
“그래그래, 잘 아네. 많이 아팠는가?”
아이를 달래듯 두악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놀림에 감동을 받은 것인지, 두악칠이 끄덕끄덕 고개를 움직이며 눈물을 삼켰다.
군자검이 그것을 가만 보며 가볍게 손을 내질렀다.
퍼걱-!
“끄악!”
머리를 얻어맞은 두악칠이 크게 소리를 쳤다.
어찌나 아픈지 미친 듯이 바닥을 뒹굴었다.
“아니지. 어른이 이야기를 하면 말을 해야 하는 것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건 또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가?”
“…….”
마천군, 아니 사도학은 아무런 말없이 남궁천을 바라봤다. 크게 혼을 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다소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병을 주었으면 약을 줘야 한다는 옛 말이 있지 않나?
남궁천이 자연스레 다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많이 아팠는가?”
“……에, 예.”
“허허허, 그러게 예의범절이란 무척 중요한 것이네. 앞으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될 것이야.”
“알겠습니다.”
“그래그래, 그건 그렇고 여긴 무슨 일로 왔다고?”
부드럽게 물었다.
그 한마디에 두악칠의 표정이 다소 풀리는 게 보였으나 말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는지 입을 열지 않았다.
짝-!
“커억!”
그러자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의 손바닥이다.
두꺼운 손바닥이 두악칠의 뺨을 후려쳤다. 어찌나 강하게 때렸는지 날아간 그의 몸이 시체 사이에 파묻혔다.
“대답해야지! 어른이 묻는데 우물쭈물하면 쓰겠는가?”
“끄으으으…….”
두악칠은 미칠 것 같았다.
얻어맞은 뺨이 얼얼하고 골마저 흔들렸다. 시체 사이에 파묻힌 탓에 비릿한 피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한데, 차라리 시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어서 이리 오게나.”
“옙!”
자리에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두악칠이 부리나케 남궁천 앞으로 다가왔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인지 무릎을 꿇고 남궁천 앞에 앉았다.
퍼걱!
“커억!”
“누가 앉으라 했는가? 늙은이는 서 있는데 젊은 놈은 편히 앉아 있는 게야?”
한 사발 토악질을 한 두악칠이 복부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시…… 시벌…….’
욕을 뱉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한 탓이다. 두악칠의 떨리는 시선이 사도학을 바라봤다.
차라리 저자가 더 낫을 듯했다.
살려 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빡!
“끄아악!”
“어디 함부로 어른을 노려보는가? 도대체 예의범절을 누구한테 배운 게야?”
그대로 치켜 든 머리통을 밟아 버리자 두악칠의 머리가 바닥에 쳐 박히며 괴성이 울려 퍼졌다. 피가 주륵 흘러나오는 것이 자칫 조금만 더 세게 밟았다면 머리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
사도학은 그 광경을 가만 바라봤다.
예의범절을 따지며 두들겨 패고 때론 약을 주고 팬다.
하지만 정말로 예의가 없어서 때린 걸까?
사도학의 눈동자가 남궁천의 얼굴을 지그시 지켜봤다.
남궁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맺혀 있는 게 보였다.
‘저놈, 틀림없이 즐기고 있어.’
누가 봐도 남궁천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사도학이 애잔한 눈동자로 두악칠을 바라보다가 혀를 내둘렀다.
따지고 보면 남궁천은 천하의 대마두인 사도학보다 더욱 잔인한 성격인 것 같았다.
사도학의 이마에 주륵 식은땀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