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89
단소미는 꾸물거리며 눈을 떴다.
왠지 모를 추위에 하아- 하며 입김을 뱉었더니 새하얀 김이 새어 나왔다.
슬쩍 침상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 하늘을 바라보니 달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주변을 바라보니 새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얼마나 많이 왔는지 마당 전체에 눈이 가득했다.
“오줌…….”
추웠지만 이대로 잘 수도 없으니 소변을 보러 가야 했다. 이불에 오줌을 쌌다간 무슨 잔소리를 들을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이불을 걷어차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요강을 가져다 놓을 걸 하는 후회를 하며 졸린 눈을 비볐다.
가뜩이나 작은 보폭이 추위에 움츠러들어서 그런지 더 멀게만 느껴지는 뒷간으로 움직였다.
문을 열고 나가자 찬바람이 휑하니 몰아쳤기에 저도 모르게 파르르 몸을 떨었다. 단잠마저 달아나게 하는 그 찬바람에 조금이라도 빨리 갔다 오자는 생각에 총총 내달렸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담장 너머 들려오는 소리는 제법 구슬펐다. 듣는 이의 마음마저 가라앉게 만드는 그 소리에 단소미가 손을 꼭 쥐었다.
“뭐지?”
고개를 갸웃하며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짐승은커녕 발자국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새하얀 백설만이 가득했다.
신음을 흘리고 다시금 돌아가려는 순간, 뒤에서 구슬픈 울림이 또다시 들려왔다. 단소미는 저도 모르게 그 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귀신인지 짐승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구슬픈 그 울음소리에 마음이 뒤숭숭해진 것이다.
이윽고 한참을 갔을 무렵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을 보며 놀라움에 휘둥그레 눈을 떴다.
손바닥만 한 작은 생물, 지난번 보았던 그 고양이가 틀림없었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모습은 애절하기 짝이 없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깜짝 놀란 고양이가 재빠르게 단소미를 바라봤다.
캬아-!
고양이는 이빨을 보이며 위협했다.
꼬리의 털이 바짝 설 정도로 놀란 모양이었다.
곧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 단소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앗! 기다려!”
단소미가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따라 달렸다.
사실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어느새 안개가 너무 짙게 깔린 탓도 있었지만, 이리저리 날렵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는 작은 고양이를 뒤쫓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달리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그 모습을 찾았다.
자그마한 고양이는 넘어진 단소미를 가만 바라보다가 다시금 일어서니 그제야 또 몸을 숨기듯 사라졌다.
약을 올리는 것 같은 느낌에 단소미가 두 볼을 가득 부풀렸다.
평소라면 넘어지는 순간 포기를 했을 테고, 집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되돌아갔을 테지만, 지금 단소미는 고양이를 반드시 붙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냐옹-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나무 위에서 단소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안 쫓아오냐?
그렇게 묻는 것 같은 시선에 단소미가 웃었다.
“거기서 기다려!”
또다시 부리나케 달렸다.
쫓아오는 것을 보는 순간 고양이 또한 내달렸다. 어찌나 빠른지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단소미는 마치 움직임이 보이는 것처럼 맞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와…….”
이곳은 그녀도 자주 왔던 곳이었다.
남궁소혜가 단우현과 함께 수련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장소는 느낌이 사뭇 다른 탓에, 마치 전혀 다른 곳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은 광경 탓인지 단소미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게 주위만 둘러봤다.
그러다 눈에 띈 것이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땅에 누워 있었다.
집 앞에서 보았던 그것과 비교한다면 조금 더 큰 것 같았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인 탓에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갔다.
단소미는 살금살금 접근했다.
이윽고 그 앞에 다가가 몸을 만져 보는 순간 깨달았다.
“죽었어…….”
몸은 이미 차가웠다.
날씨가 워낙 추운 탓에 부패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숨을 거둔 지 오래된 것 같았다. 한데 이상한 것은 주위에 먹을 것들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단소미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냐옹-!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단소미가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사라졌던 그 작은 고양이가 슬금슬금 단소미의 눈치를 보며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입에는 무언가가 물려 있었는데, 어디서 구해 온 것인지 모를 자그마한 피라미였다.
작은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의 입 앞에 그것을 내려놓았다. 마치 먹으라는 듯 손으로 툭툭 쳐 보았지만, 이미 죽어 시체가 되어 버린 고양이가 먹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서글픈 광경에 단소미가 주륵 눈물을 흘렸다.
저 작은 아이는 큰 고양이가 죽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엄마야?”
질문에 냐옹! 하며 짧은 울음소리를 냈다. 그제야 단소미는 죽은 고양이가 작은 고양이의 어미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욱 마음이 아팠다.
“잠깐만…….”
단소미가 부욱! 하며 치맛자락을 찢었다. 아무리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시체라 하여도 이런 땅바닥에 눕혀 놓고 싶지 않았다.
찢은 치맛자락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조심스레 시체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더니 손에 자그마한 돌을 들고 적당한 곳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
“괜찮아! 소미가 어떻게든 해 줄게!”
애써 밝은 웃음을 지으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땅을 어린아이의 손으로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 *
냐옹-!
작게 들리는 소리에 단우현이 눈을 떴다. 마당에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조심스레 침상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눈이 왔다.
새하얀 백지와도 같은 풍경이 시야를 자극했지만,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삭월…….”
달이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구름에 가린 것이 아닌 달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흔히 삭월(朔月) 혹은 신월(新月)이라 부르는데,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을 의미한다.
이런 날에는 귀기(鬼氣)가 가득했다.
달빛에 의해 막혀 있던 귀기가 풀려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만큼 음기(陰氣)가 강하게 흐르는 날이므로 어느 때보다 몸가짐에 조심해야 하는 날이었다.
단우현은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새하얀 눈밭 위에 어린아이의 발자국이 가득했다.
그것을 보고 인상을 썼다.
워낙 귀기와 음기가 강하다 보니 감각이 둔해졌다. 단소미가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걸었다.
조금씩 움직이더니 어느새 쏜살같은 속도로 나아갔다. 자그마한 발자국을 따라 일각 정도 더 움직이자 자욱한 안개가 단우현을 휘감았다.
음기 가득한 그 안개는 결코 자연적이라 볼 수 없었고,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단우현은 단박에 그 현상의 정체를 깨달았다.
“삭월묘인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음기를 먹으며 성장하는 영수.
그것이 바로 삭월묘였다.
삭월의 밤은 이 고양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음기가 그들의 성장에 크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삭월묘를 노리는 영물들도 있었다.
그때, 부스럭하는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단우현이 극도로 오감을 끌어올렸다.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빠르게 단우현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단우현이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한 곳을 주시했다.
번뜩이는 황금빛 눈동자가 수풀 사이로 보였다.
평범한 이라면 안개 탓에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숨어 있는 그것은 단우현이 멈춘 게 기회라고 생각을 한 것인지, 수풀에서 튀어나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들었다.
슥-!
단우현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좌로 두 걸음 움직였다.
결코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거대한 발톱이 허공을 갈랐으며, 목표를 잃은 존재는 날렵하게 땅을 딛고 내려서며 입맛을 다셨다.
크르릉-
이윽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낮게 내리까는 그 울음소리는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단우현이 아니었다면 멀쩡하게 서 있지 못했을 것이다.
“백호인가?”
단우현이 제법 흥미로운 표정으로 백호를 바라봤다.
흔히 말하는 사방신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백호와 마주친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 개체가 많지 않은 데다 지금 눈앞에 있는 놈만큼 크고 강한 백호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그 힘이 전설 속 신수에 미치지 못했지만, 영물 중 수위에 들 것 같았다.
“이곳이 영역이었더냐?”
크르릉-
단우현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가 인근에 기운이 다소 강하게 느껴진 곳이 많았는데, 다름 아닌 백호의 영역이었던 탓에 그런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저것을 잡아 내단은 소미에게 먹이고, 가죽을 방에 걸어 놓으면 참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피식 웃었다.
“비켜라.”
지금은 무엇보다 단소미의 안위가 우선이었다. 백호의 입을 보아 피를 묻힌 흔적이 없으니 누군가를 잡아먹거나 해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다행이었지만, 지금은 삭월의 밤.
음기가 가득한 밤은 결코 어린아이에게 좋지 않은 환경이었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소미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했다.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경고였다.
그러나.
크와아왕-!
대지를 울리는 거대한 포효가 무섭게 퍼져 나갔다. 그 울음에 작은 곤충들은 숨을 죽였고, 잠자던 새들은 퍼드득 날아올라 도주했다.
단우현도 그 힘을 찌릿찌릿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제법이구나.”
하나, 냉정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강한 영물을 상대로 수일 밤낮을 싸워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다시 한 번 말하마. 비켜라.”
백호는 단우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인간을 결코 좌시할 생각이 없다는 듯, 아니면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듯 백호는 기둥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단우현의 손이 뻗어졌다.
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