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1
“…….”
“흠…….”
이른 아침에 일을 끝내고 세가로 돌아온 남궁천과 사도학은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인데도 꽤 활기찬 단소미는 새하얀 고양이 한 마리와 마당을 뛰놀고 있었다.
꺄르르-!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꽤 즐거워 보였다.
한데,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세가에서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정자.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연못이 조성되어 있었다.
또한 그 연못에는 사람보다 더욱 큰 평평한 바위가 있었는데, 가끔 그곳에 주저앉아 연못을 바라보며 술 한잔하는 것이 낙이었다.
한데 지금 그곳에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 노곤한지, 크릉크릉 소리를 내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였으나, 치료를 한 흔적이 보였고, 다친 호랑이도 더 이상 상처에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거, 거봐요. 진짜죠? 제 말 맞죠?”
급하게 사도학과 남궁천에게 달려갔던 남궁소혜는 바들바들 입술을 떨며 백호를 가리켰다.
저렇게 덩치가 큰 호랑이는 처음 보는 데다, 산속도 아닌 곳에서 마주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탓에 제법 놀란 표정이었다.
“이것 참…….”
남궁천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힐끗 시선을 단소미에게 주었다.
한참 동안 마당을 뛰어놀던 그 아이가 새하얀 고양이를 따라 백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곤 양팔을 크게 벌리고 백호를 끌어안았는데, 그 순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하하!”
크르릉-
잠을 자고 있던 백호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잠을 방해받은 탓에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그 황금빛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단소미의 머리통을 씹어 먹을 것 같았다.
남궁천과 사도학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입을 벌리는 순간 일격이 날아갈 것이다.
그러나 백호는 기세를 신경도 쓰지 않고, 노곤한 표정으로 다시금 고개를 돌려 잠을 청했다. 커다랗고 새하얀 몸을 마치 이불 삼아 뒹구는 단소미와 고양이 한 마리를 모른 척 무시했다.
“끄응……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구나.”
“간밤에 뭔 일이 있었던 거야?”
남궁천은 물론이고 사도학조차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남궁소혜와 권무진을 바라봤다. 그러나 두 사람 또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어제는 제법 피곤했던 탓에 모두 일찍 잠이 들었다.
“하나는 백묘, 다른 하나는 백호다.”
그때, 멀찌감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단우현이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그 한마디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사도학이 인상을 썼다.
“백묘? 백호? 저 괭이 새끼들한테 이름까지 붙인 거냐?”
“소미가 키우고 싶다더군.”
“키우고 싶다 해서 호랑이를 키우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남궁천이 소리치며 한숨을 쉬었다.
백묘라는 것은 저 작은 고양이를 말함일 거다. 체구는 작지만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 보통 놈이 아니었다.
척 보아도 영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곁에 있는 호랑이 또한 마찬가지.
산군보다 더 커다란 덩치에 새하얀 털은 사방신수를 상징했다.
심지어 느껴지는 기세가 보통이 아닌 만큼, 어쩌면 이 세가의 식구들 중에서 사도학과 남궁천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남궁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굉장히 위험한 녀석이네.”
“그만큼 길들이는 보람이 있지.”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백호를 바라봤다. 잠을 자고 있던 백호가 눈을 뜨며 그 시선을 마주했다.
움찔-!
신수로 칭송 받는 백호가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존재.
이미 단우현만 보아도 그러한데, 주위에는 그와 같은 인간 둘이나 더 있으니 저도 모르게 기세가 움츠러들며 시선을 돌렸다.
크흥-!
그러나 마지막 자존심인지 크게 콧방귀를 뀌었다.
“크하하! 엄청난 호위를 뒀구나! 이제 호위 걱정은 없겠어.”
사도학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단소미 곁에 있는 자그마한 백묘는 틀림없이 삭월묘였다.
그 힘은 그리 강하다 할 수는 없지만, 웬만한 절정고수들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저 거대한 덩치를 지닌 백호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온 영물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날 정도로 영기가 온몸에 흐르고 있었다.
그 내단이 다소 탐났는지 사도학이 입맛을 다셨다.
“잡아먹을 생각은 하지 마라.”
“무…… 물론이지! 그런 생각 따위 절대 안 해! 내 나이가 몇인데…….”
“…….”
“…….”
남궁천과 단우현이 묘한 시선으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허둥대는 꼴이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보였다. 두 사람의 눈이 점차 가늘어지자 사도학이 시선을 돌렸다.
“진짜라니까?”
“믿어 보지.”
“아, 그래도 저놈이 자연사를 하거나 밖에서 누군가에게 맞아 죽거나 했을 때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군.”
“에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군.”
날카로운 단우현의 시선에 사도학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밖에서 몰래 때려잡는 방법은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연사하길 기다리다가는 사도학 본인이 먼저 하직할 것 같았다.
그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갔던 일은 어찌 되었지?”
“걱정하지 말게나. 허허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젊은이더군.”
그 말에 사도학이 남궁천을 바라봤다.
안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입을 열자면 한 시진도 부족할 것이다. 사도학 인생에 있어서 누군가가 불쌍해 보이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남궁천은 일말의 죄책감도 갖지 않았다.
어쩌면 저놈은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했다.
“흑살문을 이용해 우리와 거래하는 이들을 죽이려 했더군. 물론 실패했네만…….”
“거친 방법을 쓰는군.”
“스스로 목줄을 조였으니 말이야. 쓸 수 있는 책략이 몇 되지 않았을 테지.”
제갈운에 의해 호남상단이 완전히 무너졌다. 본래 그것은 추문세가가 바랬던 일이 아니었으니, 크나큰 실책이었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현 상황에서 추문세가가 기댈 곳은 만금상단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만금상단은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없지요.”
제갈운이었다.
먼 곳에서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다가와 세 사람에게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시선을 주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후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음…….”
남궁천이 신음을 삼켰다.
모용혁문의 일이 벌어진 직후부터 만후량은 실종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디선가 죽었으면 응당 그 이야기라도 나올 법했으나 어디에서도 그런 소문은 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실종.
모든 판단을 만후량에게 맡겨 왔던 만금상단의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아마 놈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이쪽의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서야…….”
제갈운이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추문원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조심스럽고 뱀처럼 간교한 자.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는 자임을 알기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거라고 여겼다.
한데,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그럴테지…… 하지만, 앉아 있을 수도 없을 거다.”
웃으며 하는 그 말에 제갈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하늘에 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날아 세가를 지나가는 것이 아닌, 빙글빙글 공중에서 맴돌다 조심스럽게 단우현의 어깨로 내려앉았다.
“전서구?”
“오호? 자네에게 전서라니 별일이로군.”
여기저기에서 적잖은 놀라움이 들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의 단우현이 누군가와 전서를 주고받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도대체 누구인가?
세 사람의 시선이 단우현을 향했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윽고 천천히 전서를 펴 본 후 웃음을 지었다.
전서를 다 읽은 단우현이 천천히 그것을 접으며 한쪽으로 물러난 남궁소혜와 권무진을 가리켰다.
“저 둘을 데려와라. 시킬 일이 생겼군.”
그 한 마디에 사도학과 남궁천이 서로를 바라봤다.
의문을 표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 장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이들이 두 사람이었기에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레 제갈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에 식은땀을 흘린 제갈운이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름 지위와 명예를 얻었던 제갈운이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에, 예!”
* * *
“뭐라고?”
“그…… 그러니까…….”
추문원은 수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그런 표정과 함께 이 가는 소리까지 들리자, 수하는 숨을 죽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다시 한번 말해 봐라.”
“두…… 두악칠이 사라졌고, 흑살문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추문원의 입꼬리가 들썩였다.
두 번을 들어도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말인즉, 두 귀로 들은 이야기 전부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쾅!
거칠게 책상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죄…… 죄송합니다!”
추문원의 화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흑살문을 고용하라고 보낸 놈이 행방불명되었고, 흑살문은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설마 놈들이 두악칠을 죽이고 금강석을 가지고 날랐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두악칠 그놈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로구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추문원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부여잡았다.
흑살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굳이 살수를 동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비싼 돈을 주고 놈들을 부리자고 말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
그것을 간파하지 못한 추문원 자신의 잘못이다.
“추격대를 보내라! 당장!”
“하오나…….”
“뭐냐 또!”
“흔적조차 없습니다. 마치 땅으로 꺼져 버린 듯이 말입니다.”
“허…….”
“그리고 또 하나 급하게 들어온 정보입니다만.”
“내가 놀랄 일이 또 있느냐?”
추문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수하는 움찔 몸을 떨었으나 그렇다고 보고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호, 호남단가에 제갈운이 있다는 정보입니다.”
“뭐…… 뭐라?!”
중원 최고의 두뇌라 불리는 그가 어찌하여 단가에 있단 말인가?
잘못된 정보 아니냐는 시선으로 수하를 노려봤으나, 그는 묵묵부답(??不答),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호남상단이 무너진 이유를 알 것 같았기에 추문원의 눈빛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그걸 왜 이제야 이야기를 하냐는 눈빛이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추문원이 호흡을 다스렸다.
“제갈운이 호남단가에 있다니 그간의 일들이 이해가 되는군. 호연지를 이용해 상권을 얻으려 한 것…… 호남상단의 몰락…… 전부 그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테지.”
추문원이 눈매를 좁혔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제갈운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는 법이니까.
“제갈운 그놈이 나를 삼키려 한단 말이지?”
그가 무림맹 총사 직위에 있었을 당시 몇 번 보았고, 수많은 대접 또한 해 주었다.
술을 좋아하는 제갈운의 취향은 추문세가와 떼려야 뗄 수조차 없는 관계였다.
‘그런데 놈이 감히 내 뒷통수를 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놈들을 죽여야 한다…… 되도록 빨리!’
제갈운의 머리는 비상했다. 왜 중원 최고인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이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은 스스로 목줄을 채우고 그것을 조이는 것과 동일시되는 행위였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모두 죽이는 것이었다.
쾅!
그때 밖에서 커다란 소란이 일었다.
마치 누군가 세차게 문짝을 걷어차는 소리 같았다. 인상을 찌푸린 추문원이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일이냐!”
“상단주님, 서둘러 밖으로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느닷없이 들려온 소리에 추문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을 찾는단 말인가.
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포졸들이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포졸들이 추문원의 상단 전체를 둘러쌌다.
그 중심에는 홍원창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