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2
“이게 무슨 짓이오!”
추문원이 홍원창을 바라보며 큰 소리를 쳤다.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왕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추문세가.
일개 현령이 함부로 들이닥칠 만큼 그 위엄이 낮은 곳이 아니었다.
심지어 대문마저 부수고 들어왔다면, 이는 홍원창에게도 득이 될 일이 없을 터.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이 자리에 포졸까지 끌고 와 주위를 둘러쌌는가?
언성을 높이는 추문원을 보며 홍원창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당당하기 짝이 없는 그의 발걸음은 실로 가벼웠다.
입가에 걸친 것은 틀림없는 미소.
추문원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명백한 조소를 날렸다.
그것이 불안했는지 추문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추문원! 호연세가를 공격하여 몰락시킨 죄! 흑살문을 이용해 무고한 이를 죽이려 한 죄! 그 밖에 네놈이 저지른 죄가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순순히 오라를 받아라!”
추문원은 이를 갈며 홍원창을 쏘아봤다.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입에서 죄명이 나올 때마다 송곳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했다.
그러나 여기서 순순히 물러날 정도로 추문원은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었다.
그가 홍원창을 매섭게 노려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증거라도 있소?”
추문원이 언성을 높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동시에 경계만 할 뿐 칼을 뽑지 않았던 추문세가의 호위들이 거칠게 발검하며 포졸을 향해 겨누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주변을 감쌌다.
“끌고 오너라!”
홍원창의 명령에 포졸 몇 명이 움직였다. 그들은 대문을 벗어나 어딘가로 향했고, 곧 누군가를 질질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퉁퉁 부어터진 얼굴 탓에 본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자다. 입고 있는 옷 또한 시뻘겋게 피로 물들어 처참하기 이를 때가 없다.
그 사내는 포졸들에 의해 강제로 무릎 꿇려졌고,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덜덜덜 몸을 떨었다.
“너…… 이 새끼……!”
빠드득!
추문원은 그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봤다. 행방불명되었다던 두악칠이 분명했다.
비록 그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으나, 오랫동안 함께해 온 수하를 몰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 가주니…….”
“닥쳐라! 네놈이 감히, 네놈 따위가 이 나를……!”
부들부들-
추문원은 온몸을 떨며 이를 갈았다.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심지어 돈까지 주었다. 재능 없는 놈을 데려다가 수십 년 동안 곁에 뒀다.
한데, 돌아오는 것이 고작해야 이런 것인가?
고문을 당해도 입을 열지 말아야 했다. 칼을 목에 들이밀어도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마땅했다.
그것이 바로 그간 두악칠을 돌봐준 추문원의 은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고작해야 살고자 사람을 팔아?
스릉-!
그때, 홍원창이 칼을 뽑으며 두악칠의 목에 겨누었다.
“말해 봐라. 호연세가를 몰락시킨 것이 누구인지.”
“히이익! 추, 추문원입니다, 추문원! 저는 그저 시키는 일만 했을 뿐입니다!”
두악칠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목에 닿은 칼날에 감촉보다, 또다시 그 가면을 쓴 자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그게 더 두려운 듯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였느냐?”
“세가의 호위들을 이끌고 갔습니다. 복면을 쓰고, 불을 지르고, 아녀자는 겁탈하여 죽이고, 아이들은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사내들은 목을 잘라…….”
“닥쳐라!”
“계속하라!”
추문원이 언성을 높였으나 홍원창 또한 그에 맞섰다.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두악칠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제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 무시무시한 노인네가 또다시 찾아올 테니까.
그렇다고 추문원을 위해 입을 봉한 채 죽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두악칠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호연세가의 가주와 그 식솔들은……!”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추문원이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날아든 것은 송곳과도 같은 커다란 바늘이었다.
그것이 퍽퍽퍽! 소리를 내며 두악칠의 몸에 틀어박혔다.
“꺼어억…….”
갑작스런 상황에 포졸들이 놀며 주춤 물러섰다. 창을 들이대며 경계하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눈을 돌려 두악칠을 바라보니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다 이내 축하고 늘어졌다.
세 개의 송곳.
어디서 날아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것에 모두 기겁하며 몸을 움찔했다.
그사이, 남들 몰래 손을 갈무리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추문원이었다.
그의 시선이 죽은 두악칠을 바라봤다.
진작 죽였어야 했을 놈이 결국 화를 만들어 냈다. 그간의 정이 발목을 잡아 살려 두었는데, 그것이 실수로 되돌아올 줄이야.
절로 이가 갈렸다.
추문원은 결심을 굳혔다.
상황은 이렇게까지 악화되었고, 순순히 오라를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도망치는 것도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더욱이 추문원에겐 아직 한 가지 패가 더 남아 있었다.
추문원의 시선이 홍원창을 향했다.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려, 추문 가주.”
“닥쳐.”
씩 하며 홍원창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추문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넘어가 버렸다.
죽이지 않았어야 했다. 화가 치민 나머지 죽인 것이 실수다. 얌전히 오라를 받고 힘과 권력을 이용해 모든 것이 무죄임을 밝혔어야 했다.
추문원은 자신의 어리석음에 통탄했다.
까득!
이가 갈렸다.
“모두 포박하라!”
“예!”
홍원창의 한마디에 포졸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항할 생각이 가득한 호위들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 휘두를 것 같았다.
그 기세에 포졸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때, 추문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거 참…… 홍 대인, 내 저자를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하는 말은 단순한 거짓말에 지나지 않소. 어찌 나를 모함하는 것이오?”
씩 하며 추문원이 웃음을 지었다.
두악칠이 죽었다.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이가 죽었으니, 누가 그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증언할 것인가?
추문세가의 이름을 걸고 그런 놈이 있다면 사지를 갈가리 찢어 버릴 것이다.
“이것 보이는가?”
그때, 홍원창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새하얀 종이에 먹물이 가득했다. 글씨체로 보아 틀림없이 두악칠의 것이다.
심지어 그 혈장마저 찍혀 있다.
추문원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내 앞서 말했듯…….”
“호연세가의 호연지가 살아남았고, 그대의 악행을 증언해 줄 이는 널리고 널렸네. 두악칠 하나만이 아니라 그간 자네에게 당한 이들을 전부 관아로 불러모았다네.”
“…….”
“또한 살아남은 호남상단의 고위급들을 심문해 본 결과, 그들이 행했던 악질 중 자네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들이 대부분이더군. 어디, 그들마저 죽여 볼 텐가?”
까득!
추문원은 또다시 이를 갈았다.
‘호남상단, 호남상단!’
그놈의 호남상단이 자꾸만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완전히 무너지려면 아예 사라져 버리던가, 왜 자꾸 그 이름이 거론된단 말인가!
그들을 이용하기로 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빌어먹을 막충헌……!’
당장 쫓아가 그 주둥이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나, 놈들은 황실로 압송되었으니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홍원창 이놈……!’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기 위해 놈들을 심문했을 것이다.
“이것 참…… 어쩔 수가 없군.”
삐딱한 표정을 지은 추문원이 홍원창을 노려봤다. 그 눈빛에 담긴 살기가 점차 짙어지더니, 감춰져 있던 기세가 폭발했다.
“윽……!”
“나를 몰아세우려 한 것은 제법이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고, 이 자리에는 너희들과 우리밖에 없군.”
그 순간, 홍원창은 눈치챘다.
놈은 모든 이들을 죽이려 한다. 깔끔하게 해치우고 아무도 찾지 않을 곳에 시체를 파묻어 버리면 어느 누가 그런 패악질을 벌였다 알아낼 수 있겠는가?
설령 안다 하여도 입에 담지 못할 거다.
그 또한 시체가 될 테니까.
그때, 홍원창이 주섬주섬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을 하늘에 놓고 무언가를 당기니.
펑-!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높이 솟구쳐 밝게 주위를 빛냈다. 환하게 터져 오르니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다.
“어디 한번 해보시게.”
홍원창이 씩 하며 웃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상했다. 그렇기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자네도 알고 있을 테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장사 아닌가?”
“…….”
“왕부가 코앞에 있고 그 병력들이 즐비해 있지. 그런 곳에서 신호탄을 터트리면 어찌 되겠는가?”
“네놈…….”
“이미 자네는 퇴로를 잃었다네. 아, 그거 아는가? 막충헌이 압송되기 전에 남긴 말이 있었네.”
“듣기 싫다.”
살기를 뿜는 추문원이 무섭지도 않은 것인지 홍원창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입꼬리를 늘어트렸다. 마치 추문원을 놀리려는 것처럼.
“추문원, 그 개자식을 좀 죽여 달라 그러더군.”
“이놈!”
추문원이 소리를 치며 손을 뻗었다. 그의 소맷자락에서 뻗어 나간 기이한 물건이 어둠 속을 파고들며 홍원창을 노렸다.
그때, 포졸들 가장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재빠르게 검을 뻗어 날아드는 것들을 쳐 냈다.
카카카캉-!
상당한 공력, 검면으로 쳐 냈음에도 그 힘이 강하게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주르륵 뒤로 밀려나는 것만 보아도 상대의 공력이 측정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지이잉-
검이 아프다는 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주, 죽는 줄 알았다네…… 좀 빨리 나서면 안 되겠는가?”
“나도 놀랐어요. 설마 이렇게 공격해 올 줄은 몰라서…….”
남궁소혜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검을 털었다. 손목이 시큰거렸으나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올곧았다.
스르릉-
그 뒤를 이어 권무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자루에 도를 꺼내 들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상대의 강함에 놀라워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을 더욱 끌어올려 줄 자.
그런 실력을 지닌 상대가 눈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는 듯이.
“호남단가의 애송이들인가?”
추문원이 중얼거리며 게슴츠레 눈을 떴다. 홍원창과 호남단가가 깊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 이들이 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얌전히 잡히라는 소리는 하지 않으마. 처절하게 반항해라. 그 힘이 다하도록.”
권무진의 목소리에 추문원은 기가 찼다.
역량 차이를 진정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삼류 떨거지만도 못하는 놈이 분명했다.
추문원이 헛웃음을 지으며 수하들을 바라봤다.
“다 죽여.”
늦은 밤, 한 세가의 운명을 건 칼부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