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4
“…….”
추문원이 가만히 장삼태를 바라봤다. 갑자기 웬 중놈이 다 찾아왔단 말인가?
게다가 그 옆에 있는 것은 틀림없이 낭왕이라 불리는 마장강이 아닌가?
천하백대고수의 말석이라고는 하나 그 힘은 얕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시주께선 장주님이 이야기하신 자로 보입니다.”
“뭐?”
통통통-
목탁을 두드리며 말을 건넨 장삼태가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너무 자애로워 눈이 부셨다.
장삼태를 알고 있는 자들이 기겁하며 숨을 삼켰다.
남궁소혜가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이마를 짚더니, 이내 마장강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말하지 마라.”
“그게…….”
“묻지 마라…….”
마장강은 입술을 꽉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고 입에 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 상황을 단우현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천지가 뒤엎어진 듯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눈앞에 있는 추문원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것은 권무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긴장의 끈이 풀어져도 너무 풀어졌다.
“이것들이!”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낀 추문원이 기세를 품었다.
살기가 드러내며 그의 눈빛 또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한 손에 모인 공력은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깜짝 놀란 이들이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피해요!”
남궁소혜와 권무진이 소리를 치며 몸을 피했다.
한데, 두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거대한 장력이 뿜어져 오는 것이 보이고 있음에도, 망설이지 않고 나아가 선공을 가했다.
마장강의 도가 휘둘러졌다.
쇄에엑!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추문원이 몸을 비틀었다.
콰쾅!
땅이 갈라졌다. 단 일격이긴 하지만 상대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한 수였다.
이를 간 추문원이 시선을 돌리는 그 순간.
하단에서 튀어나온 장삼태의 각법이 아슬아슬하게 추문원의 턱을 스치고 지나갔다.
팍!
바람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윽?!”
추문원조차 놀란 한 수다. 하나 끝나지 않았다는 듯 장삼태가 디딘 발을 박차고 올라서더니 크게 몸을 비틀어 장력을 떨쳤다.
“장법?!”
깜짝 놀란 남궁소혜가 소리쳤다.
장삼태가 장법을 알고 있다니? 더군다나 저것은?
콰앙!
“대수인!”
뻗어진 장력은 틀림없는 포달랍궁의 대수인이었다.
부채처럼 부푼 손바닥에서 뻗어 나가는 장력은, 무림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만한 막강한 힘을 뿜어내는 무공이다.
그것을 어찌 장삼태가 익혔단 말인가?
떡 벌어진 입이 도무지 다물어지지 않았다.
“크윽……!”
뒤로 물러선 추문원이 신음을 삼켰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마장강을 쏟아봤다.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장력은 그리 별 볼 일 없었지만, 장삼태가 장력을 날리는 순간, 마장강이 쏘아 낸 도기(刀氣)는 달랐다.
왜 저자를 천하백대고수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촤악!
어깨 부분에서 피가 솟구쳤다.
고통은 없으나 한순간 저 두 사람에게 밀린 것은 인정해야 했다.
“이놈들…… 모두 죽어라!”
화가 난 추문원의 기세가 폭발하며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몸놀림. 그 기세를 타고 달려드는 느낌은 가히 포악스러웠다.
콰콰쾅-!
장삼태가 견제하듯 손가락을 뻗어 지법을 날렸다. 동시에 마장강의 칼날이 수차례 추문원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던 남궁소혜와 권무진마저 합세했다.
두 사람이라면 힘들지만 넷은 다르다.
이들의 격렬한 공방은 주위를 휩쓸었다.
“물러서라! 물러서!”
홍원창이 거칠게 소리를 치며 저 또한 물러섰다. 저런 싸움에 끼어들었다간 필시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콰콰쾅-!
거대한 장원이 한순간에 내려앉는 광경
폭풍과도 같은 추문원의 기세를 강하게 저항하며 막아서는 네 사람의 움직임은, 도무지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홍원창은 주먹을 움켜쥐었으나 분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저들에게는 저들의 역할이.
자신에게는 자신의 역할이 있으니까.
“주변을 경계하고 백성들의 통행을 막아라! 또한 이 추문세가에서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이야!”
“예!”
홍원창의 말에 포졸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 * *
‘으음…….’
어둠 속에서 그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한 인영은,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격렬한 공방이 오가고, 그 힘이 파죽지세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하나, 처음에는 압도하고 있었던 추문원의 기세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었다.
‘멍청한 놈. 쯧쯧.’
인영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추문원은 확실히 무공에 재능이 있었다.
그가 직접 가르쳤으나 잘 안다.
하나, 일정한 수준에 올라온 뒤로는 연무를 제대로 한 적이 없으며, 전투를 치르는 것에 있어서도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경향이 있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에 압도적으로 누른다.
그렇게 단순한 생각을 가진 것이 바로 추문원이다.
하나, 저 네 명을 봐라.
남궁소혜와 권무진은 정교한 기술로 상대의 허점과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자신들보다 강한 추문원을 압박했다.
반대로 남아 있는 두 사람은 뛰어난 합공과 변화무쌍한 기술로 추문원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비록 수준이 낮다고는 하지만 저런 기교가 없고 오로지 힘만 쓴다면 결국 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어찌할까?
손을 빌려 주어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인영은 고개를 저었다. 마음먹고 뛰어들면 십 초식도 되지 않아 모조리 몰살시킬 수도 있겠지만, 추문원을 살린다 하여 득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이 정도 큰 소란이 일었다.
현령을 죽인다 하여 무마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애써 살려 봐야 추문세가는 몰락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추문원을 다른 것에 이용할 만큼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괜히 끼어들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빠져야겠군.’
인영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몸을 날렸다.
추문원이 자신들의 수하를 돌멩이 보듯 하는 것처럼 이 사내도 깔끔하게 등을 돌렸다.
격렬한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수십 년을 살아온 곳을 떠나는 것이 다소 안타깝긴 하지만, 주군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기대되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
세상에 빙글 돌았다.
“어?”
쾅!
“크아아악!”
갑자기 머리가 땅에 틀어박히며 고통이 엄습해 왔다.
사내가 컥컥거리는 신음을 흘렸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시야가 크게 흔들린 탓에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세 사람이 서 있는 것만 흐릿하게 보였다.
“이거 참 놀랍군. 설마 정말로 튀어나올 줄이야.”
“거봐, 내가 말했지? 요상한 놈이 있다니까!”
두 사람의 음성과 다른 한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아직까지도 흔들리는 골을 부여잡고 재빠르게 일어나 열 보 뒤로 물러섰다.
단숨에 균형을 잡고 손에 칼을 쥐었다.
“흑의 장포를 전신에 두르고, 붉은 입술과 붉은 눈동자. 틀림없이 흑괴마군이렷다?”
남궁천은 상대의 차림새와 외모를 분석하며 그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러자 찰나이기는 했으나 인영의 몸이 움찔 떠는 것이 보였다.
“아는 사이인가?”
“용모파기를 본 적 있네. 중원 남쪽에서 활동하는 무인이라 들었지.”
단우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흑괴마군이라 불린 이를 바라봤다. 추문원의 뒤에서 그를 조종하고 있는 그림자가 있다 하여 찾아온 것인데,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표정이다.
사도학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네놈이지? 우리 애들 죽인 놈이.”
사도학의 몸이 한순간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흑괴마군의 코앞에 나타났다. 이렇다 할 대처를 할 시간조차 없이 눈앞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빠각!
“커억!”
“내 지난번에 추문원 저 새끼를 보면서 생각했다. 분명 대단한 놈이기는 한데, 우리 애들 전부를 죽일 정도는 아니야. 그럼 뭐겠어? 뒤에 누군가 또 있겠지?”
사도학의 눈에 불이 붙었다.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칼날보다 날카로워 온몸이 베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휘청거리는 흑괴마군의 복부를 강하게 후려치더니, 주저앉는 그의 다리를 힘차게 걷어찼다.
빠각!
“끄아아아악!”
강신술을 사용할 틈조차 주지 않고 내질러지는 주먹과 발길질은 생각하고 실행해 옮길 틈조차 주지 않았다. 서지도 못한 채 무릎 꿇고 주저앉자, 사도학의 발길질이 그의 머리를 밀어내듯 후려쳤다.
“꺽!”
흑괴마군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오든 간에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자부했다. 현재 이 호남땅에서 가장 이름 높은 호남단가의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주군인 만후량에게 배운 강신술과 무공들.
늘어난 내공과 힘은 천하의 백대고수라 할지라도 열 합 안에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에게 선사했다.
한데,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기에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신음을 삼키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고개를 치켜 들고 눈앞에 있는 이들을 살폈다. 흐릿해진 시야가 서서히 선명하게 돌아올 무렵, 달이 움직이며 숲 사이로 그 빛이 스며들었다.
이윽고 그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흑괴마군은 덜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나…… 남궁천…… 사도학?”
무림인이라면 저 얼굴을 모를 리가 없다. 특히, 온갖 강한 고수들을 조사해 왔던 흑괴마군이기에 먼 거리이긴 하나 그 얼굴을 자주 봤던 이들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힘든 판국에 두 사람이 동시에 있다니?
왜 이들이 이곳에 있단 말인가?
‘설마…….’
최근에 들려온 그 소문.
바로 군자검과 마천군에 대한 그 소문이 혹시 이 두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면?
그렇다면 정도무림을 호령하는 검황과 십만마도의 정점인 마황이, 호남단가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주군께 알려야 해!’
도망쳐야 한다.
당장 내달려 주군께, 만후량에게 알려야 했다. 이 정보는 그 어떤 일보다 우선시되어야 마땅했다. 흑괴마군은 발을 비틀어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미친놈.”
그것을 사도학이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놓칠쏘냐?’
사도학 또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