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0
사도학.
그는 언제나 최고이자 최강이었다.
어린 시절, 마교에 입교하여 무공을 익히기 시작할 때부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고고했고 그 탓에 항상 외톨이었다.
타인과 어울리지 않았으며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최강이라 불렸던 사도학에게 함부로 다가가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의 힘이 두려웠기에.
그런 그를 끌어올리고 마교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은 이가 바로 동방구였다.
친우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나이 차이가 꽤 났지만, 사도학이 가지지 못한 것으로 그를 이끌어 주고 밀어주며 사실상 마교를 다스렸다.
모든 이들이 사도학이 왕이라 칭했으나, 사도학만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교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동방구였으니까.
사도학은 그저 가장 높은 자리에서 무림의 강자들과 부딪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스스로 누군가를 다스릴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으니까.
동방구는 그의 오른팔이자 가족과도 같은 이였다.
누구보다 신뢰했고, 누구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이 앞에 와 있었다.
이 자그마한 마을에는 한 문파가 있다.
표진문(豹嗔門)
마교의 일장로인 독고문의 비호를 받는 곳이나, ‘안이 아닌 바깥’에 있는 것만 보아도 그 실력이 특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동방세가와 이권 다툼을 하던 곳이었는데, 동방구의 출세로 인하여 점차 그 세가 약해졌다.
하지만 동방구가 사라진 지금은 독고문의 비호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마을에서 황제나 다름없는 권력을 구가하고 있었다.
또한 그 정도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면 눈엣가시를 당장 치워 내려 하는 것이 당연했다.
표진문 앞에 선 사도학이 우득우득 몸을 풀었다.
느닷없이 다가와 몸을 푸는 그의 모습을 본 문지기들이 묘한 표정으로 경계했다.
“뭐하는 놈이냐?”
까랑까랑 소리를 치며 위협했다.
다가오는 모습이 심상치 않으니 저도 모르게 경계를 한 것이다. 그러나 사도학은 아무런 말 없이 점점 더 거리를 좁혔다.
그 거침없는 행보에 문지기들이 검을 쥐었다.
하나, 사도학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참다못한 문지기 한 명이 검을 휘둘렀다.
삭-!
빠르게 뻗어 나가는 일검.
무공을 모르는 이들은 검의 궤적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박에 사도학을 베어 버릴 생각이었던 문지기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검날이 사도학의 몸에 닿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잡고 있는 것처럼, 허공에 멈춰 선 채 나아가지 못했다.
“비켜라.”
이윽고 사도학이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쾅-!
문지기의 몸이 어마어마한 충격과 함께 날아갔다. 대문이 굉음을 내며 비산했고, 날아간 문지기는 건물의 외벽에 처박혔다.
콰다당-!
“무…… 무슨……!”
퍼걱-!
또 다른 문지기가 소리를 치려는 순간, 사도학의 주먹이 목을 후려쳤다.
우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몸이 무너졌다.
“무슨 일이냐-!”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곳곳에서 표진문의 문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여 명 가까이 되는 문도들이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광경은 실로 웅장했는데, 사도학은 그 많은 무인을 바라보면서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몰려드는 이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그가 슬쩍 발을 움직였다.
콰콰쾅-!
일각(一脚)에 땅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어 올랐다. 그것은 마치 암기처럼 사방을 향해 쏘아져 나아갔다.
퍼퍼퍼퍽-!
“끄아아악!”
“커억!”
신음이 터지고 괴성이 난무했다.
온몸을 꿰뚫린 이들이 울컥울컥 피를 뿜어내며 엎어졌다.
“죽어라!”
소리를 치며 달려오는 문도의 모습에 사도학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날아드는 검을 맨손으로 붙잡고 끌어당겼다.
문도는 속수무책으로 딸려 왔고, 사도학의 주먹이 그 안면을 후려쳤다.
빠각-!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내던지니, 뒤에서 달려들던 문도들의 가슴을 연달아 꿰뚫었다.
“끄어어억……!”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겁에 질린 문도들이 두 걸음 세 걸음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뭐…… 뭐야, 저 인간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여기저기에서 공포에 휩싸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던 문주와 그의 가족들조차 지금 벌어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몸을 떨었다.
이 압도적인 힘이 정녕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무위란 말인가.
적이 쳐들어온 지 일각조차 되지 않았는데, 벌써 삼십이 넘는 문도가 죽어 나자빠졌다.
마교의 일장로인 독고문조차 보여 주지 못할 엄청난 신위였다.
“어, 어느 고인이시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문주가 덜덜 몸을 떨면서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사도학의 모습이 그에겐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네놈들에겐 죄가 없다.”
퍼걱-!
사도학은 말을 내뱉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일격에 안면을 부수고, 손짓으로 주변을 휩쓸었다. 반항 한번 못하는 문도들은 그저 자신이 죽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 무슨…… 커억!”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던 문주는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사도학의 신형이 한순간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뻗어진 사도학의 손이 문주의 목을 붙잡았다.
주변에 서 있던 문도들이 깜짝 놀라며 칼을 겨눴지만, 누구 하나 가까이 다가오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사도학의 힘은 압도적이다.
“오래전, 같잖은 네놈들을 밟아 없애 버리려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꺼어억…….”
“하지만 그 녀석이 말렸지. 그렇기에 지금까지 네놈들이 숨을 붙이고 살 수 있었다.”
사도학의 말에 문주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문주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그를 떠올림과 동시에 또 다른 한 사람의 얼굴이 그려졌다.
모든 마교도가 우러러봤던 존재의 얼굴이.
“꺼어…… 서…… 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면 탓에 보이지 않지만, 저 눈빛을 보니 확실했다.
오래전, 모든 마교도가 모여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엿보았던 눈빛.
모든 이들을 아래에 두고 홀로 고고히 서 있던 자.
십만마도의 정점이자 마황이라 불리는 자.
사도학.
‘그가 어찌하여 이곳에?’
우드득-!
“꺼어억!”
사도학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목을 꺾어 버렸다. 문주의 몸이 축하고 늘어지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거침없이 내던졌다.
마치 쓰레기를 버리는 듯한 그의 행동에 표진문의 식솔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 으아아악!”
그 모든 광경을 눈에 새긴 문도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문주를 일격에 죽인 괴물.
이곳에 더 있다간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는 위기감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러나 도망 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도학이 이곳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시작된 살육은, 살아 숨 쉬는 표진문의 문도가 한 명도 없어야 끝이 날 테니까.
* * *
단우현은 천천히 걸었다.
바람조차 멈춘 그곳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 움직였다. 사방에 피와 살점이 널려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 정도로 처참한 광경을 보고 비로소 무림답다는 생각이 들자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터벅터벅-
가장 외진 곳으로 향하니 옥사 같은 곳이 나왔다. 지키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활짝 열려 있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나 눈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이윽고 그는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우두커니 서 있는 자.
그의 앞에는 네 사람이 족쇄를 찬 채 벽에 묶여 있었다.
여인이 둘이었고, 사내가 하나, 노인이 한 명.
푹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들은 미동조차 없다.
온몸에 파리가 들러붙고 온갖 벌레들이 몸을 기어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하…… 이미 가 버렸어.”
사도학이 그런 네 사람을 바라보며 허망하게 웃었다.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이번에도 그의 생각이 틀렸다.
“하다못해…… 가족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는데 말이야…….”
사도학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녀석의 가족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그러나 무정한 하늘은 그마저도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때, 단우현이 다가와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네 사람을 묶고 있던 족쇄가 부서졌다.
앞으로 무너지는 이들의 시신을 가볍게 받아 들었다. 썩은 내가 코를 찌를 정도였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손길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천천히 네 구의 시신을 바르게 눕혔다.
“이것은 내가 주는 선물이다.”
단우현이 품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 조심스레 시신들의 곁에 놔두며 사도학을 바라봤다.
“분노는 늘 몸을 망치기 마련이지. 허튼 생각하지 마라.”
“네놈은 지금 이것을 보고도 내게 가만있으라는 것이냐?”
“살심을 억누르는 것이 만사가 아님을 안다. 하나, 전부를 죽여서 남는 것이 무엇이냐?”
단우현의 일침에 사도학의 눈빛이 크게 일렁였다.
이 세상은 약육강식.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잘 따르는 곳이 다름 아닌 마교였다.
마황이라 불리는 사도학조차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투쟁의 땅.
아래에서 어떻게든 올라오려는 이들의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곳.
그렇기에 중원 그 어느 단체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 세력.
그것이 마교였고, 사도학은 그런 마교의 정점이었다.
이 또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했다.
“그 흑풍신마라는 놈…… 강하냐?”
“강할 테지.”
“그거 다행이군.”
까득!
이를 갈며 사도학이 눈을 빛냈다.
흑풍신마가 눈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찢어발길 듯한 사나운 눈빛이었다.
살심에 지배되지 않은 것 같기는 하나, 그가 품은 복수의 칼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단우현이 고개를 돌려 시신을 매만졌다.
화르륵-!
한순간 타오르는 불꽃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네 구의 시신을 모조리 집어삼킨 화마는 곧 표진문의 모든 것을 불사를 것이다.
이윽고 사도학이 등을 돌렸고, 단우현이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