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16
눈을 감고 있던 혈마는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눈을 떴다.
한순간, 그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을 내더니 곧 경악 어린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만후량이 물었다.
“……흑풍신마가 죽었다.”
“그…… 그게 무슨……?”
“조금 전, 놈이 죽었단 말이다!”
쾅-!
혈마가 발을 구르자 거대한 힘이 폭발하며 주변을 휩쓸었다.
곁에 부복해 있던 만후량과 수하들이 십여 장을 날아가 널브러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쩌렁쩌렁-!
혈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흑풍신마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혈마였다. 강림술을 이용해 깨운 것이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으니까.
중원에서 이름깨나 날린다는 오황이라는 자들이 모여 있다 해도 흑풍신마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누가 흑풍신마를 죽였는가?
답은 하나뿐이었다.
혈마의 불타오르는 시선이 만후량을 향해 돌아갔다.
그가 손을 뻗자, 먼 거리에 쓰러져 있던 만후량이 손아귀에 빨려 들어왔다.
“커억!”
목을 붙잡힌 만후량의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바둥바둥-
혈마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 떠오른 그는,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발버둥을 쳤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터질 것 같았다.
“힘을 회복한 흑풍신마를 죽일 수 있는 건 나를 제외하면, 이 중원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한데, 네놈은 단우현 그놈이 호남에 있는 걸 확인했다고 보고했지?”
“꺼…… 커컥…… 죄송합니다…… 부…… 분명…… 그곳에 비슷한 사람이…….”
“제길!”
혈마는 거칠게 만후량을 내팽개쳤다.
만후량의 실수?
아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혈마 자신의 실수라 할 수 있었다. 놈은 결코 먼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방관하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혈마는 가늘게 눈을 뜨며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이 녀석을 바뀌게 했는가?
칼날이 목에 닿아야 비로소 움직이던 그 오만한 놈이, 흑풍신마를 잡기 위해 먼저 선수를 쳤다? 과거의 무신을 생각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혈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몇 번을 고민해 봐도 단우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공에 나섰다…… 그 단우현이 말이지?’
혈마는 가만 생각을 하며 상념에 빠졌다.
무엇이 그놈을 변하게 했을까?
주변 상황? 아니면 남궁천?
혹은 그밖에 다른 것인지도 몰랐다.
하나, 어떠한 이유이든 혈마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틀림없었다.
‘손바닥 위에서 놀지 않는 손오공 따위 의미가 없거늘…….’
혈마의 생각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 * *
“…….”
“뭐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단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삼태는 무엇이 그리 기분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반대로 남궁소혜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있었다.
“이거 엄-청 맛있어요.”
늦은 밤임에도 단소미는 잠을 자지 않고 일어나 있었다.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의 살점을 단우현이 뜯어 건네주니 야금야금 잘도 씹어 먹었다.
“다행이구나. 잡아 온 보람이 있어.”
“헤헤, 이거 잡으려고 나갔어요? 소미는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는 법이다.”
그 말을 듣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곳이다.
산세도 모난 곳이 없어 볼만했고, 바람과 산의 내음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절벽 아래에 보이는 천산마교의 건물 수십 채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그 주변 풍경이 다소 휑하게 변한 것이 눈에 걸렸다.
물론,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미가 자고 있을 때 어디서 쾅쾅! 하는 큰 소리가 났어요! 땅도 막 흔들렸고요! 분명 지진이 난 것 같아요.”
“지진이라고? 나는 잘 모르겠구나.”
“아빠는 좀 둔하잖아요.”
“그런가?”
“네!”
두 사람이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섣불리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한쪽에 멍하니 앉아 있는 남궁천이나 사도학은 더욱 그러했다.
‘누가 부쉈는데?’
‘그 지진은 말이지…… 소미야…….’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나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간 먼지처럼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던 탓이다.
“크하하! 이것 좀 드셔 보십쇼, 장주님! 제가 직접 양념을 했습니다.”
장삼태가 호탕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기를 가져왔다. 잘 익은 멧돼지 고기에 갖가지 양념을 넣어 볶은 것이었는데, 매콤해 보이면서도 절로 식욕을 자극했다.
단우현이 젓가락으로 그것을 한 점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군.”
“그렇습죠? 이 삼태가 장주님을 위해 정성을 쏟았다니까요? 헤헤헤.”
곁으로 다가와 시시덕거리며 단우현의 곁에 앉았다.
달라붙는 녀석이 몹시 기분 나빴지만 무시한 단우현이 멧돼지 고기를 크게 찢었다.
이윽고 그것을 가지고 오는 순간.
냠! 하며 장삼태가 그것을 자기 입에 넣었다.
“…….”
우물우물 한동안 고기를 씹은 장삼태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흐- 제가 만든 거지만 역시 맛있습니다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다.
따로 가지고 온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래 봐야 세 사람만 화기애애한 것이고 남은 이들은 단우현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쁜 것 같았다.
“자요!”
그때, 단소미가 앞에 있던 고기 한 점을 크게 뜯어 단우현의 입으로 가져갔다. 생긋 웃음을 짓는 그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단우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머금고 작게 입을 열었다. 고기가 입으로 쏙 들어와야 할 찰나, 당연하다는 듯이 장삼태가 그것을 입으로 채 갔다.
“으하하! 소미가 주는 것이라 더 맛있…… 커억!”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던 장삼태가 돌연 배를 붙잡았다.
누구에게 얻은맞은 것 같지는 않았기에, 뜬금없는 그 행동에 사람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장삼태의 시선은 단우현에게 향해 있었다.
고통에 부릅뜬 시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맛있더냐?”
“끄윽…….”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는 장삼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고개를 저으면 단소미에게 못 할 짓을 하는 것 같았고, 끄덕이면 끄덕이는 대로 단우현에게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것 같았다.
그저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그 순간.
“우웩!”
“꺅!”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배를 두들겨 맞은 장삼태가 속에 든 것을 모조리 끄집어내며 토악질을 시작했다.
단소미가 기겁하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남궁소혜와 마장강, 권무진이 인상을 썼다.
남궁천을 비롯하여 사도학과 단우현은 어느새 뒤로 물러나 있었다.
마치 이럴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괘…… 괜찮아요 아저씨?”
허둥지둥 달려온 단소미가 토닥토닥 작은 손으로 등을 두들겨 주었다.
“자업자득이지…… 쯧쯧.”
“저놈은 가끔 보면 정말 머리가 안 돌아간단 말이야. 철이 없어, 철이.”
“허허,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라네. 지금은 저럴지라도 곧 성장할 것이라 믿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권무진과 마장강, 그리고 장삼태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장 아저씨, 이리 와요! 소미가 간병해 줄게요.”
단소미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탁탁 자신의 무릎을 두드렸다.
그것을 본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힘찬 걸음으로 다가갔다.
소미의 곁에 딱 붙어 앉아 조심스레 작은 무릎 위에 머리를 눕혔다.
‘치유되는 기분이다…….’
조금 전 단우현에게 얻어맞았던 그 고통이 말끔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조금만 누워 있다간 잠이 들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때.
폴짝-!
무언가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다가왔다.
장삼태가 그것을 힐끗 바라보니 새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분명 소미가 키우고 있던 백묘라는 고양이가 아니던가?
그것이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좁히더니, 어느새 장삼태의 코앞에서 지그시 그와 눈을 마주치며 응시했다.
“쉬쉬- 저리 가, 저리.”
냐옹-!
백묘가 작게 울음을 터트렸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울음을 흘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장삼태는 그저 시야를 가리고 있는 이 백묘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한번 손을 휘저으려는 순간.
촤촤촤악-!
“끄아아아악!”
“백묘야?!”
장삼태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쯧쯧, 하여튼 조용할 날이 없구나.”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린 사도학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조금 전, 천산마교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쥐똥만큼도 생각하지 않는지 그의 표정은 무척 태연했다.
“그 흑풍신마라는 놈 말이다.”
“그래.”
“죽은 거 맞지?”
사도학이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놈인지 알 수 없지만, 흔적조차 남지 않았으니, 도망을 친 것인지 실제로 죽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죽었다. 확실히 손에 감각이 있었으니까.”
단우현의 확언에 사도학과 남궁천이 인상을 썼다.
사람을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렸는데 감각이 남았다는 게 더 신기했다.
“그나저나 그 무공은 무엇이냐? 이 노부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무공이던데.”
남궁천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순간에 십여 장 정도를 날려 버리는 무공.
단순한 일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경이로운 파괴력.
틀림없이 무신의 무예일 테지만,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무공은 무슨…… 그냥 휘두른 것이다.”
“뭐!?”
“허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두 사람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그냥 휘두른 칼질이 그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과연 무공이라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겠는가?
“만류귀종, 극의를 이루면 평범한 손짓으로도 만물의 기운을 움직일 수 있다.”
“끄응…….”
“흠…….”
사도학과 남궁천 또한 그 의미를 모르지 않는다. 하나, 도대체 어떤 식으로 벽을 뛰어넘어야 그 경지에 도달한단 말인가?
설령 벽을 몇 개 뛰어넘는다고 한들, 단우현과 같은 힘을 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에 고개가 저어졌다.
어쩌면 저런 힘을 가지고 있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사도학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할 말이 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