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3
서안의 치안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불안감이 가득하였고, 거리에 낯선 이가 있다면 피해 가는 것 역시 일상이 되어 버린 듯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달라졌다.
무신교라는 이름이 이 섬서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그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이가 붙잡히지 않는 상황이니, 관부는 물론이며 왕부와 무림맹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곱지 않았다.
단우현과 장삼태는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힐끗힐끗 사람들의 시선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얼굴을 가린 이들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디를 가시려는 겁니까?”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며칠 동안 객잔에서 나오지도 않았던 인간이, 갑작스레 밖으로 나와 둘러보겠다고 한다. 보아하니 특별한 목적지조차 정해 놓지 않은 것 같았다.
저잣거리를 빠져나와 외진 곳까지 이동했으나, 단우현은 한 마디조차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걷고 있었다. 마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또다시 한참을 걷고 있던 단우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사람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그야…… 돈? 같은 거 아니겠습니까?”
터벅터벅-
한적한 곳을 향해 계속해서 걸으며 단우현이 웃었다. 인간에게 돈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태어나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응당 그럴 법했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크게 작용하는 법이지.”
멈춰 섰다.
장삼태는 그제야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아무리 커다란 마을이고 성도라 하여도 외진 곳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거지를 비롯하여 밑바닥까지 떨어진 이들이 한데 모여 사는 곳.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이들.
서안 외곽에 있는 폐촌이었다.
“그거랑 여기 온 것이랑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가장 쉽게 마음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으며 수월하게 조종할 수 있는 자들이지.”
장삼태가 짧은 신음을 터트렸다.
종교라는 것은 믿음으로써 탄생하게 된다. 누군가 한 사람을 향해 맹목적인 믿음과 따름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다른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그중에서 돈으로 가장 쉽게 회유할 수 있는 인간들.
그것이 바로 이 외곽 지역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다.
“아직 무신교의 활동이 섬서 전역으로 퍼진 것은 아닌 것 같고…… 성도와 그 인근이라 한다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아마도 이곳일 거다.”
단우현의 추측은 제법 그럴싸했다.
장삼태 또한 수긍할 정도에 논리였다. 더군다나 지난번 언뜻 보았던 교주의 얼굴은, 사도학이나 남궁천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오랫동안 고생하며 살았던 자처럼 초췌해 보이기까지 했다.
“해서 그놈들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글쎄다?”
단우현은 슥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몇몇 이들이 시선을 마주치자 급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칼을 찬 무인이 찾아왔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두려움을 가질 법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산파와 포졸들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있었고, 이 외곽 지역 또한 그건 마찬가지.
많은 이들이 잡혀갔고, 죽었다.
그들에겐 이런 곳에서 사는 이들은 벌레나 다름없었으므로.
“그럼 어쩌시려고……?”
의아함을 금치 못한 장삼태가 단우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단우현의 생각대로라 하여도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설령 두들겨 팬다 해도 입을 열 것 같지 않았다.
그랬다면 벌써 놈들을 붙잡았을 테니까.
그때, 단우현이 품에서 전낭을 꺼냈다.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단우현을 주시했다.
촤르르륵-!
이윽고 땅에 쏟아부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기겁했다.
다른 것도 아닌 돈을 버린 탓이다.
철전은 물론이고 남아 있던 은자들마저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 돈이다!”
“돈이야!”
“주, 주워! 주으라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그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자…… 장주님?!”
미쳤나 싶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 귀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단우현이, 모든 돈을 쏟아부었으니까.
당장 한 푼이라도 주우려고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단우현이 그것을 만류했다.
결국 모든 돈이 길바닥에서 사라지고, 빼앗길까 두려웠는지 사람들도 우르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적게 잡아도 수백 냥은 될 법한 돈이 사라졌다. 산적을 붙잡아 번 돈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으니 장삼태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놀란 장삼태가 소리를 쳤지만 단우현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온 사람처럼 등을 돌려 버렸다.
“자…… 장주님!”
장삼태가 허겁지겁 단우현의 뒤를 따랐다.
단우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장삼태는 그저 울상을 짓고 있어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객잔에 머물 돈까지 다 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오늘 하룻밤 묵어야 할 돈조차 없었다.
* * *
외곽 지역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
주위에는 폐가들이 즐비해 있으며, 사람들은 발걸음조차 하지 않는 곳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같이 음산하였으며, 그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 폐가 앞에 자리를 잡고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
장삼태는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곳도 아닌 성도까지 들어와 노숙 신세라니?
심지어 시체 썩는 냄새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에서 말이다.
돈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가진 돈을 전부 이상한 녀석들에게 나누어 준 탓이다. 객잔에서 방을 빌리려 해도 그럴 만한 돈이 없으니, 결국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우현이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구워지고 있는 뱀을 바라보며 알게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장삼태가 머리를 긁적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십니까?”
“하하, 그럼 재미없더냐?”
“귀신한테 잡혀갈까 봐 무섭습니다. 어휴…….”
단우현이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질렸다는 듯 시선을 보내는 장삼태의 눈빛 때문이다.
“이런 곳에 있으니 옛 생각이 나는구나.”
“옛날 말입니까?”
“그래, 아주 어렸을 적에 이런 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도 말이다.”
장삼태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단우현을 보고 있으면,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뭐야?’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을 자다 눈을 떴다는 건가?
“그리고 소미를 만났다.”
“엑? 이런 곳에서 말입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제야 또다시 깨달았다. 단소미가 단우현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원체 친부녀와도 같은 느낌이었던지라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듣고 싶으냐?”
“예!”
장삼태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우현과 단소미의 과거,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을 떴는데 모든 풍경이 달라 보였을 때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왜 이런 곳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엥?”
“그냥 그랬다는 거다.”
깊게 묻지 말라는 듯하는 시선에 장삼태가 입을 다물었다.
괜한 것을 파고들었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곳에서 시간만 보내고 나왔을 때였지. 벌써 일 년이 넘었구나.”
‘북해에서 살았나?’
뜻을 이해하지 못하니 그저 추측해야만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단우현의 표정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저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때는 그저 죽기만을 바랬다.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나, 그때는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았지. 그러다 내 앞에 나타난 것이 단소미였다.”
끄덕끄덕-
장삼태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제나 요점만 간단히 이야기하라는 단우현의 말과는 대조적일 정도로 길다.
물론, 장삼태는 그것을 내뱉을 만큼 아둔하지는 않았다.
그저 즐거워하는 단우현의 표정을 바라봤다.
“치료해 주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먹을 것을 주고 가더군.”
모닥불을 뒤적이며 말을 하는 단우현은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인지 표정이 부드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잣거리에서 얻어맞은 단소미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악귀나찰과도 같은 눈빛을 뿌린 탓에 장삼태는 숨을 죽여야 했다.
“지금 그 아이는 내 삶 그 자체다. 없다는 것이 성립되지 않을 만큼…….”
“그, 그러믄요! 장주님 곁에는 소미가 있어야 합죠.”
“그렇기에 이번 여정을 택한 것이다.”
“에?”
뭔가 상당히 위험한 냄새가 나는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투 속에 박혀 있는 가시는 손으로 뽑으려 해도 뽑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각오하거라. 이번만큼은 내 너를 지켜 줄 수 없을지도 모르니…….”
“커억……!”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그렇기에 장삼태는 이번 여정이 얼마나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제야 왜 산적을 토벌하고 무공을 가르쳐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삐질삐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지켜 줄 수 없다는 말은 곧 단우현조차 위험하다는 말이 아닌가?
“장주님…… 혹, 장주님께서도 돌아가실 수 있다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하.”
단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음으로 무마를 하려는 듯했지만 장삼태에겐 그 웃음이 더욱 불안감을 부추겼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마음속에 깃든 그것을 떨쳐 내려 애를 썼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다.
‘그래 최강이잖아, 이 사람은!’
죽을 리가 없다.
사도학이나 남궁천조차 한 수 접어주는 이가 다름 아닌 단우현이었다.
장삼태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신과도 같은 자다.
그런 이가 당한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들지 않았다.
“손님이 왔구나.”
그때, 모닥불을 뒤적거리던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찾아올 사람조차 없는 상황에서 손님이라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장삼태의 기감에도 인기척이 잡혔다.
슥슥-!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고 이윽고 앞에 나타났다. 백의를 입고 있는 그들의 가슴에는 무신(武神)이라는 자수가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뭐야? 왜 이놈들이 나타난 거야?’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던 자들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관부든 화산파든 그 밖에 사람들조차 찾지 못했다는 자들이 말이다.
“그대들인가? 무신의 아이들에게 베푼 자들이?”
단우현이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말을 건 사내를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