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6
“차…… 찾았다!”
장삼태가 퀭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두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틀림없이 교주라는 놈이 돈을 숨겨 둔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밀 통로를 발견한 것이다.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단우현을 불렀다.
“장주님-! 장주님!”
멀리서 그것을 듣고 있던 단우현이 장삼태를 바라봤다.
“시끄럽구나.”
“찾았다니까요! 이 장삼태가 정말로 찾았습니다!”
종일 이것만 찾고 있었던 장삼태였기에 마치 산삼을 찾은 심마니를 보는 것 같았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것인지 그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단우현이 떨떠름한 시선을 보내 보았지만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아무튼 찾았습니다.”
“나도 봐서 안다.”
장삼태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는 단우현의 한마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천하의 단우현조차 찾지 못한 비밀 통로를 찾아내었으니, 조금 칭찬해 주면 얼마나 좋은가.
속으로 궁시렁거리는 장삼태가 전각 안쪽에서도 사람의 눈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향했다.
몇 번이나 주변을 지나갔음에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으니, 교주라는 이가 사람을 얼마나 믿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곳에는 탁자가 놓여 있고 위에는 화병이 있었다. 그림 또한 벽에 걸려 있었는데, 처음에는 화병이나 그림에 어떠한 숨은 장치가 있는가 싶었지만, 그것이 아닌 탁자 자체가 비밀통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이것 때문에 하루를 낭비하다니.
대도(大盜)라는 이름이 울 것 같았다.
“좁은 곳이구나.”
“그 교주의 비루한 몸이라면 충분히 들어갑지요.”
비밀통로는 생각보다 좁았다.
성인 남성조차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교주의 몸이라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많이 마른 탓에 기어들어 가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단우현이 가만 벽에 손을 대었다.
쾅-!
터져 나간 힘이 벽을 때려 부쉈다.
우스스 떨어져 내리는 벽 파편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기겁했다. 겉은 확실히 나무와 흙을 이용해 메워 났지만, 그 안은 강철을 이용해 공력으로도 쉽게 부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단우현의 힘 앞에선 그런 것조차 소용이 없다.
나무와 흙은 물론이고 강철마저 산산이 조각 났다.
이윽고 제법 넓은 통로가 나타났다.
“꽁꽁 숨겨 놨군.”
“얼마나 많이 모았길래…….”
장삼태가 내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돈이 아무리 중하다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철저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습기가 느껴졌다.
야명주는 물론이고 횃불조차 놓여 있지 않은 그 어두컴컴한 공간은, 한 치 앞도 안 보여 걷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뒤를 따르고 있는 장삼태가 단우현의 옷깃을 붙잡았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놔라.”
“예…….”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손을 뗀 장삼태는 입을 닫았다.
아니, 소미가 붙잡으면 아무런 말도 안 하면서 왜 자신에게만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소 울컥 화가 치밀기는 했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입을 닫았다.
까불어도 좋은 사람이 있고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이 있는데, 단우현은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다.
이윽고 조금 더 들어갔을 무렵, 앞서가던 단우현이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뒤를 따르던 장삼태가 콱! 하고 단우현의 등에 코를 박았다.
“아 씨, 뭐하는…….”
“다 왔다.”
“그렇습니까요? 헤헤헤.”
힐끗 돌아보는 듯한 느낌에 장삼태는 급하게 자세를 낮췄다.
곧 주위를 둘러보던 단우현이 한쪽에 놓여 있는 횃불을 향해 손을 뻗으니 화륵 하며 어두웠던 공간에 빛이 들어섰다.
“어…… 어마어마하네…….”
장삼태는 눈앞에 벌어진 그것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마치 황제의 보물고처럼 상당한 양의 금자와 은자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으며, 돈이 될 법한 온갖 귀금속들 또한 보였다.
가져다 팔기만 한다면 한 재산 정도가 아니라, 몇 대가 먹고살 정도로 엄청난 양에 단우현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눈으로 보았음에도 실로 믿기 힘들 정도에 양이었다.
그러다 단우현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다른 재물들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음에도 홀로 소중히 모셔 놓은 듯한 한 권의 책.
단우현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이윽고 그 표지를 보는 순간.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무신도경(武神道經)』
* * *
남궁천과 단소미는 마차를 이끌고 어느덧 호남에 들어서 있었다. 이대로 하루 정도만 더 간다면 필시 도착을 했을 테지만, 말고삐를 다른 곳으로 돌려 산을 타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단소미의 눈빛은 대체적으로 환했다.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떠올리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오랜만에 보는 풍경을 눈에 새기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시도 창문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윽고 권무진이 중얼거렸다.
산길이 생각했던 것보다 험했다. 마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불가능할 것 같았다.
차라리 이 근방에 말을 세우고 걸어가는 편이 더 빠를 듯했다.
“아, 여기 알아요! 여기서 이쪽으로 쭉 가면 돼요!”
폴짝 마차에서 뛰어내린 단소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화전민 마을에서 살았을 당시, 이 근방은 아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남궁천은 단소미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은 없었다.
‘이런 곳에서 악양까지?’
그 생각을 하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단우현에게 듣기론 단소미는 마을이 습격당하고 일가족이 몰살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악양까지 거리는 상당했다.
어른의 발로 걷는다 해도 말이나 마차를 타지 않는 이상 족히 이삼 일은 걸릴 것이다.
한데 단소미는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작은 체구.
일 년 이상이 지났으나 키가 조금 큰 것 빼고는 그다지 성장하지 않았다.
이런 아이가 상처를 입은 몸으로 악양까지 걸어가려면, 족히 나흘 이상이 필요했고 결국 그 전에 탈진하여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
“정말로 이곳에서 악양까지 왔느냐?”
“네? 헤헤헤, 사실 잘 기억이 안 나요.”
머쓱한 표정으로 단소미가 머리를 긁적였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저 눈을 뜨니 악양이었고, 혼자였으며, 죽은 부모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 정도일까?
살기 위해 발악을 했던 일들만이 머릿속에 있었다.
“흠…… 그렇구나. 무의식이었단 말이지.”
남궁천은 다소 납득되지 않았지만, 단소미가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픈 기억을 날려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가자, 소미야.”
남궁소혜가 묘한 시선으로 남궁천을 바라보며 단소미를 이끌었다. 굳이 생각해 봐야 좋을 것 없는 기억들을 자꾸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쪽!”
이윽고 단소미가 가리킨 곳을 향해 움직였다. 산은 대체적으로 험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 정도였으니, 전체적으로 좁긴 해도 오르기 수월했다.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며 계속해서 단소미가 가리킨 곳을 향해 움직였다.
한참 동안 안으로 들어서자 곧, 울창한 수풀을 헤치고 나옴과 동시에 자그마한 마을 풍경이 그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이건…….”
“너무하는군.”
그것을 가장 먼저 눈에 담은 권무진과 마장강이 인상을 썼다. 척 보아도 자그마한 화전민촌이었다.
사람 수조차 그리 많았을 것 같지 않은 그곳은 완벽하게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단소미 또한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였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한 듯했다.
이 자그마한 아이는 오로지 도망치기에 바빴을 테니까.
“흠…….”
남궁천은 한숨을 삼키며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이쪽! 이쪽이에요!”
단소미가 남궁소혜의 소매를 붙잡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자신이 살던 집을 찾은 것이다.
남궁소혜가 호흡을 고르고는 빠르게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여기…… 여기가 소미의 집이에요.”
“아…….”
남궁소혜는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폭삭 주저앉아 버린 그곳은 더 이상 집이라 부를 수 없었다.
굳어 버린 핏자국이 흐릿하게나마 남아 이곳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게 해 주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체가 없다는 것 정도일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남궁소혜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 다행이란 말인가?
단소미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하다못해 부모의 시체라도 찾아 제대로 묻어 줘야 했다.
힐끗 단소미를 바라봤다.
슬퍼 보이는 눈빛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기죽은 것 같지 않았다. 때문에 남궁소혜가 묘한 표정으로 단소미를 향해 물었다.
“괜찮니?”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잖아요.”
“…….”
정말로 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숙했다.
하지만 주먹을 꾹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그날의 두려움과 공포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남궁소혜가 천천히 무너진 터 안쪽으로 들어섰다.
“소미는 여기서 뭐하고 놀았어?”
“아! 저기 있잖아요? 저 감나무! 저걸 타고 놀기도 하고 감이 열리면 매일 먹었어요.”
단소미가 가리킨 것은 반쯤 부러져 넘어간 감나무였다. 이미 더 이상 나무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땔감으로 쓸 법도 하지만, 자세히 바라보니 거기에는 단소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좋았겠구나. 허허허.”
남궁천이 부러진 나무를 매만졌다. 그러곤 웃음을 지어 보이니 단소미가 활짝 얼굴의 꽃을 피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두 번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이 좋은지, 남궁소혜의 손을 이끌고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 주었다.
“대단한 아이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정신을 차리고 있다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사실 울고 싶을 것이네…… 그건 그렇고…….”
남궁천은 주변을 둘러보며 부러진 나무와 곳곳에 나 있는 흔적들, 피가 튄 방향이나 벽과 기둥에 새겨져 있는 검흔을 살폈다.
“평범한 도적은 아니로구나.”
“어찌 그리 판단하십니까?”
마장강이 물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흔적들이 많이 상했다.
사실 도적이든 아니든 정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저리 생각을 하는 것은 남궁천이 무언가 감을 잡은 것이다.
“피가 튄 자국들이 대부분 일정하다. 상당한 고수라는 소리이지. 또한 수가 많았던 것도 아니야…… 소미는 그들이 말을 타고 철갑을 입었다 하였으니…….”
철갑을 입고, 말을 타며, 수가 적고, 뛰어난 고수들로 이루어진 집단.
무림맹을 비롯하여 마교에도 그런 이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정파나 마교에서 사용하는 무공의 흔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한데, 왜 시체들이 없단 말인가?”
남궁천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관부에서 시체를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랬다면 한데 모아 불을 질렀을 텐데, 그런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기묘한 느낌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