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8
장삼태가 찾은 곳은 태원에서도 가장 큰 유곽이었다.
홍연(紅聯)이라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는 이곳은 태원에서도 가장 많은 기녀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녀들이 가득하기로 유명했다.
그만큼 비싸기는 했지만…….
‘거기서 가지고 온 것들이 있으니…….’
장삼태는 히죽 웃음을 지었다.
단우현 몰래 무언가를 챙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가 요상한 책에 한눈이 팔린 상황을 틈타, 상당한 양의 전표를 손에 넣었다.
‘흐흐, 손은 눈보다 빠른 법이지.’
그 정도라면 홍연에서도 가장 비싼 기녀와 놀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노는 건데, 재미있게 놀아야지.’
그는 뻐근한 몸을 풀면서 홍연의 안으로 들어섰다.
일 층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녀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술을 마시는 사내들과 음식과 술을 나르는 여인들만 보였다.
그 여인들의 분내가 향긋하게 코를 자극했다.
그가 코를 벌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어서 오세요.”
한 여인이 급하게 다가와 장삼태 앞에 멈춰 섰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순간,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코끝을 스쳤다. 남심을 자극하는 상황에 장삼태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 년이 넘도록 타의로 금욕하고 있었으니 응당 터질 법도 하다.
“여기서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해라.”
“호호, 외모만큼이나 화통하시네요. 좋아요! 소녀가 뫼시지요.”
눈을 반짝 빛낸 여인이 장삼태의 팔짱을 끼며 위층으로 안내했다.
그녀가 안내한 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가장 상석에 앉는 것과 동시에 장삼태는 전표 한 장을 날렸다.
“어머?”
날아온 전표를 잡아챈 여인이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금액이었다. 은자 오십 냥짜리 전표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꺼내는 것을 보고, 여인은 눈앞의 사내가 완벽한 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호호- 이 소녀가 그럼 술상을 내오겠습니다.”
“너 말고.”
“예?”
“너 말고 다른 애 불러.”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술상을 봐 오려 하던 여인의 표정이 굳었다.
하며 다소 얼빠진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보자.
그가 거만한 표정과 시선을 지었다.
“여기서 가장 잘나가는 기녀를 불러라. 그리고 술상은 가장 비싼 것을 내오고.”
“……제가 아니고요?”
눈앞에 있는 여인 또한 상당히 아름답긴 했다.
하지만 장삼태는 무조건 이 유곽에서 제일 예쁜 여인을 원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챙겼으며, 단우현의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오기까지 하였으니,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했다.
여인이 인상을 썼다.
“무척 비쌀 텐데요.”
“됐고. 데려오라면 데려와.”
여인이 궁시렁거리면서 사라지고, 커다란 방 안에 홀로 남은 장삼태는 입술을 씰룩이다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오늘은 이 장삼태의 천하다!”
천산으로 향할 때도 기회는 많았다.
그래, 기회만 많았다.
마장강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또한 이런저런 사고도 많았던 탓에 회포를 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여비도 빡빡했기 때문에, 다른 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돈도 있고 여유도 있었다.
심지어 눈치를 봐야 할 단우현조차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오늘은 한껏 회포를 풀고 남은 여정을 잘 마무리하면 그만이었다.
“재미있느냐? 그렇게 혼자 즐기면.”
“헉?!”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태가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리저리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그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후……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단우현에게 얼마나 들들 볶였으면 이런 곳에 와서도 아직 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은 그가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순간.
“끄아아악!”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단우현과 두 눈을 마주쳤다.
한 손에 술을 든 채 거꾸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질적인 탓에, 흡사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
장삼태가 할 말을 잃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사이, 단우현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좋은 곳이구나. 여인들의 분 냄새가 코를 찔러. 이런 곳은 아주 오랜만이구나.”
“자…… 장주…… 장누님…….”
“똑바로 불러라. 네놈 눈에는 내가 누이로 보이느냐?”
“끅…… 끅…… 어찌 여기에?”
“혼자 술을 마시다 적적해서 찾아와 봤다.”
그 말인즉, 단우현은 처음부터 장삼태가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장삼태가 얼빠진 표정으로 한동안 단우현을 응시하다,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얍삽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안 그래도 장주님을 모시고 오려 했습니다요. 설마 제가 이런 곳에 오는데 장주님을 빼놓고 오겠습니까?”
“그렇구나…… 그저 한마디만 나누고 돌아가려 했는데, 네놈이 그리 말을 하면 한잔 마셔야지.”
“억?”
씩 웃음을 짓는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는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이놈의 입이 꼭 문제를 일으켰다.
그저 싹싹 빌고 오늘 하루만 놀겠다고 말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다가오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장삼태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 주었다.
단우현이 자연스럽게 상석을 차지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장삼태가 옆으로 물러났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장주님도 이런 곳을 다니십니까?”
“가끔이다, 아주 가끔.”
강조하는 단우현의 모습에 장삼태가 피식 웃었다. 워낙 괴물 같은 인간이라 성욕 따위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이 인간도 남자였구나 싶었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니다.”
“에?”
“네놈이 생각하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했다.”
‘그게 뭔데?’
장삼태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불만을 표했다.
여자를 품으러 유곽에 오지 그럼 돈만 쓰러 오겠는가?
“저기 보이느냐?”
단우현이 창밖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이니 몇몇 어린아이들이 기녀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보였다.
“저 아이들은 뭡니까?”
“이곳 기녀들의 아이들이다.”
“엑?!”
“거짓말 같으냐?”
“아니, 기녀들이 낳은 애는 대부분…….”
“버려지지. 하지만 아닐 때도 있는 법이다. 저 아이들이 그러하고.”
그게 단우현이 유곽을 찾는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장삼태는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눈빛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술병을 입에 대었다.
‘나도 좀 달라고!’
차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 이어질 말만 기다려야 했다.
“나 또한 저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물론 저 아이들보다 훨씬 더 어렸을 적이었지만 말이다.”
“엑!?”
다른 사람도 아닌 천하의 단우현의 과거가 밝혀진 상황이었지만, 장삼태는 오히려 기겁하며 눈을 치켜떴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기억조차 희미한 때였다. 거지패에 들어가기도 전이었지.”
그 당시 기억을 떠올린 듯 단우현이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이런 곳을 찾았었다. 옛 생각이 조금이라도 더 날까 싶어서.”
“끄응…….”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듣긴 하였지만 잘 생각해 본다면 단우현의 아픈 과거사였다.
특히, 거지패에 들어가기 전이라는 말은 기녀였던 어머니가 어떠한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이었다.
장삼태 또한 힘든 과거가 있는 이였지만, 단우현의 말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드르륵-!
그때, 방문이 열렸다.
이윽고 화사하게 치장을 한 여인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왔다.
사뿐사뿐 내딛는 걸음걸이마저 조심스럽고, 화장 또한 화사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녀린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그 여인이 눈에 들어온 순간 장삼태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여인이 다소곳하게 앉아 인사를 건넸다.
“매향이라 하옵니다.”
그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장삼태를 정면에서 쳐다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예절 교육을 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남심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윽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장삼태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뭐여?”
“예?”
“뭐냐고.”
매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윽고 깜짝 놀랐다.
한 명이라고 하더니 두 명이 앉아 있지 않은가?
상석에 앉아 있는 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매향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은 뭇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하지만.
“뭐냐고 이게!?”
장삼태가 발광을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분명 아름다운 여인이기는 했다.
게다가 행동 하나하나에 서린 기품까지 무척 뛰어났다.
확실히 그 어떤 여인과 비교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아아아아악!”
“소…… 손님?!”
쾅쾅쾅-!
장삼태가 거칠게 벽에 머리를 처박았다.
마치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단우현이 그저 우스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 빌어먹을 남궁소혜-!”
분명히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아마도 이 유곽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인 또한 맞을 것이다. 그런 기품이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눈앞의 여인이 아무리 기품과 우아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한껏 치장하며 그 고혹적인 분위기와 향취로 사내를 유혹한다 해도.
매일 장원에서 마주쳤던 남궁소혜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장삼태는 자신의 눈만 한껏 높여 놓은 한 여인을 저주했다.
“괜히 천하에서 손꼽히는 미녀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닐 테지. 하하.”
단우현이 몹시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