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1
“…….”
“…….”
“…….”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동그랗게 눈을 뜬 걸황 방노백은 느닷없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죽은 친우의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죽은 이를 본다는 것은 본인 또한 죽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호연지가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며 ‘오셨어요?’라고 인사하니, 이곳이 저승이 아닌 이승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그 곁에는 행방불명되었다는 남궁소혜까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자네는 여긴 어쩐 일인가?”
“아니, 네놈은 또 왜 살아 있어?”
“살아 있으니 살아 있지.”
방노백은 끄응- 하며 미간을 짚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아 고심을 거듭하다 이내 손바닥을 딱 하며 두들겼다.
“설마 네놈이 군자검이었어!?”
“자네는 또 그걸 어찌 알았는가?”
남궁천이 깜짝 놀라자 남궁소혜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악양의 군자검과 마천군에 대한 소문은 중원 전체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언니, 누구…… 예요?”
“아, 할아버지 지인이셔.”
단소미가 꾹꾹 남궁소혜의 소매를 잡아끌며 물었다.
집에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소 적응이 되지 않는 듯, 얼굴에는 겁먹은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걸황의 옆에 서 있는 사람 때문에 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내 용기를 내어 다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단소미예요.”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건네고 다급하게 남궁소혜의 등 뒤로 숨어들었다.
그 모습에 아- 하는 짧은 탄성이 들렸다.
방노백과 남궁천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비천웅이 두 눈을 껌벅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는 아이냐?”
“……모른다.”
“흐음…… 정말로?”
남궁천이 게슴츠레 눈을 뜨며 비천웅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살황이었다.
이 무림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이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단소미가 앞으로 나섰을 때 지그시 바라보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남궁천이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입을 열었다.
“애를 좋아하는구나?”
“……싫어한다.”
“쯧쯧! 네놈 나이가 몇인데…….”
“…….”
비천웅이 날카롭게 남궁천을 노려봤다.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그 입에 암기를 쏟아부어 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남궁천이 입을 딱 닫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전히 재미없는 녀석이다.
“그건 그렇고…… 그간 장원을 잘 지켜 주었네.”
“하하, 아닙니다. 이 정도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갈운이 퀭한 눈으로 웃음을 지었다.
사실 장원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 금은학과 홍원창에게 조언도 해 주어야 했고, 남은 시간은 마당을 쓸고 닦고, 또한 먹고 살기 위해 사냥까지 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지나가니 이만큼 힘든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세가로 돌아가면 종놈들에게 잘해 줘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때, 남궁천이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제갈운을 바라봤다.
“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따라오게나.”
남궁천은 제갈운을 이끌고 자신의 거처로 들어섰다. 남궁소혜나 다른 이들을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꽤 심각한 이야기가 오갈 듯했다.
그런데 남궁천이 옆을 바라보니 방노백과 비천웅이 따라오고 있었다.
“자네들은 왜 따라오는가?”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녀석이 뭐하고 살았나 싶어 따라와 봤다.”
“…….”
방노백이 다소 걸걸한 목소리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는 이제 존재치 않는 남궁천의 왼팔을 가만 주시하다,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픽 하고 돌려 버렸다.
“망할 놈…….”
“…….”
남궁천이 인상을 찌푸렸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친한 친우일수록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까. 아마도 방노백의 심경이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짓고는 제갈운을 바라봤다.
“자네 혹시…….”
남궁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입에서 단소미의 고향에서 보았던 것들이 하나하나 풀어져 나왔다. 그곳에서 보았던 검흔과 그 밖의 흔적들.
그리고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시체들.
경악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남궁천은 꽤 담담해 보였다.
무림맹의 수장이었던 만큼, 이것보다 더한 일들도 겪어 보았던 탓이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제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단체는 많습니다. 아마도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시체를 가져갔다는 건 확실히 이상합니다.”
보통 강시를 만든다 하여도 고수의 몸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몸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고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비천웅은 가만히 바라보다, 이윽고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 끝에는 마당에서 제갈연, 남궁소혜와 함께 웃음을 짓고 있는 단소미의 모습이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비천웅이 피식 웃다가 무슨 생각을 떠올린 것인지 잠시 눈빛이 변했다.
고작해야 한순간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눈빛이었다.
* * *
“우와…….”
“……대단하군.”
산서를 넘어 장백산을 향해 가고 있던 단우현의 발길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북경이었다.
황도(皇都)라 불리는 이 도시는 그간 보아 왔던 마을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람들의 수도 확실히 몇 배는 많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북경 땅을 밟아 본 단우현과 장삼태는, 마치 시골 촌놈처럼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빴다.
몇몇 사람들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다.
그때, 그들 뒤를 따르던 여인이 작은 소리로 쏘아붙였다.
“좀 가만히 있어요. 창피하게 뭐하는 짓이에요?”
매향이었다.
산서에서부터 북경까지 쫓아온 그녀는, 여전히 두 사람 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따라오고 있으니 이제는 마치 일행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제발, 가라고! 가!”
“아니, 나도 목적지가 북경이니 같이 가자고 했잖아요!”
“그래서 북경에 왔으니 그만 갈 길 가라고!”
장삼태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크게 퍼지는 목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예쁘장한 여인이 우두커니 서 있고, 그런 여인을 향해 호통을 치고 있는 남자.
매향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털썩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흑흑…… 정녕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
“이 미친……!?”
곳곳에서 쯧쯧 혀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가락질하는 이들마저 있으니, 장삼태는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장삼태가 다급하게 단우현을 돌아봤다.
“장주님, 이 계집 좀 어떻게 해 주십…….”
“내버려 둬라.”
“에?!”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장난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이다.
장삼태와 둘이서 여행을 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여기고 있었지만, 매향이 들어온 뒤로 분위기가 더욱 밝아진 것 같았다.
과거 그가 겪어 온 여행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단소미를 비롯하여 세가에 있는 이들과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바람은 괜찮구나. 나쁜 아이가 아니니, 네가 곁에 두고 살펴보거라. 복이 되면 되었지 화가 되지는 않을 테니.”
“누가 점 봐 달랍니까!?”
순간 빡!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장삼태가 주저앉았다. 머리를 매만지며 신음을 흘리는 그는 이번에는 꽤 아픈지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그것을 매향이 가만 바라보며 혀를 찼다.
“매를 벌어요, 매를.”
“너 때문이잖아!”
“왜 나 때문이야? 네가 자초한 거지.”
매향은 그리 말을 하며 혀를 내밀었다.
장삼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를 애써 억눌렀다.
‘좋게 생각하자, 좋게 생각하자!’
그녀가 산서에서 이곳까지 오는 도중에 발목을 잡은 일은 없다.
그가 산적 퇴치를 하든 수련을 하든 옆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가만 지켜보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저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도 어린것이…….”
“좋지 않으냐? 이립도 넘은 네가 이제 갓 약관을 넘은 아이와 어울릴 수 있으니.”
“장주님……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이야기가 들리는데 말입니다?”
“뭐가 말이냐?”
“저는 딱히 저 아이와 어찌할 생각이 일 푼만큼도 없습니다!”
장삼태는 마치 단언을 하는 듯 그리 말을 했다.
기녀였든 아니든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저런 성격을 지닌 여인과 혼인했다간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생각해 보긴 했나 보구나.”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자, 장삼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부정하기 위해 소리를 치려 했지만, 그보다 저 멀리서 매향이 손을 흔들었다.
“이쪽이에요! 여기가 방이 좋다고요-!”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며 장삼태는 한숨을 쉬었다.
아이처럼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약해졌다.
더군다나 다른 곳으로 보낸다 한들 그녀가 갈 곳조차 없는 것을 안다.
매향이나 장삼태나 처지는 비슷한 것이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장삼태는 인상을 쓰면서도 매향을 향해 걸었다.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단우현은 가만 바라보며 웃었다.
“역시 인연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법이로구나.”
단우현이 보기에 장삼태는 참으로 모자란 것이 많았다.
다소 거칠기도 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다.
그렇기에 여자와는 인연을 맺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인연이 찾아와 산뜻한 바람을 일으켰다.
매향이라는 여인은 틀림없이 장삼태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 은혜를 입었기에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산서에서부터 이곳까지 따라왔다는 것부터가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장삼태가 어디를 가든 찰떡같이 붙어 다니니, 천생연분이 아니면 뭐겠는가?
“왜 전에는 이런 것을 몰랐을까?”
단우현은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과거에는 몰랐다.
저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이리도 기분 좋다는 것을.
마음이 따스해지고 계속해서 봐주고 싶은 인연이 있다는 것을.
단우현은 새삼 세상이 달라 보였다.
‘이 또한 소미 덕분이지.’
그 아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단우현은 이런 기분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지키고 싶었다.
“주군-!”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우현과 앞서가고 있던 장삼태가 고개를 돌렸다.
홍원창이 손짓하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인간은 또 여기 왜 있대?”
장삼태가 툴툴거리며 인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