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2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요?”
달려와 헐떡이는 홍원창을 바라보며 장삼태가 놀란 표정으로 응시했다. 호남에 있어야 할 인간이 북경에 와 있으니 반갑기도 했지만, 장삼태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가득 깃들어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그가 사건을 끌고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하, 이런 곳에서 주군을 뵙다니…… 이 홍원창의 운수가 트였나 봅니다.”
홍원창이 장삼태를 힐끗 보더니 이내 무시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단우현을 향해 시선을 돌려 껄껄 웃음을 지었다.
그 또한 장삼태를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잠시 서로를 마주하더니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왜 이곳에 있는 것이냐?”
단우현 또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호남과 북경은 거리가 상당했으므로 오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탓이다.
홍원창이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저…… 제가 관인이라는 사실을 잊으신 것은 아니십니까?”
“아.”
“……그렇군.”
홍원창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 다 그가 관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았다.
“최근 북경에서 이상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바람에,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 제가 직접 온 것입니다.”
“네가 말이냐?”
“예.”
“……그렇군.”
단우현이 못 미더운 시선으로 홍원창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저도 모르게 홍원창은 고개를 돌렸다.
최고의 현령이자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없다고 알려진 그였으니, 북경까지 불려와 이번 일을 맡게 된 듯했다.
기실 홍원창이 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 많은 사건 대부분이 단우현의 의해 해결된 것이었으므로 홍원창은 이곳에서 단우현을 만난 것이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곳에서 서 있기도 뭐하니 일단 제 집으로 가는 게 어떠십니까?”
“집? 북경에 집이 있나?”
홍원창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홍원창이었다.
북경에 집 한두 채 정도는 가지고 있을 법했다.
홍원창이 재빠르게 단우현을 안내하듯 앞서나갔다.
마치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본 사람처럼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홍 대인이라면 그분이죠?”
쪼르르 뒤를 따라가고 있는 매향은 신기한 시선으로 앞서가고 있는 홍원창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마치 동경하는 이를 바라보는 것처럼 초롱초롱했는데, 홍원창의 이름은 타지에서도 상당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분이라니?”
“그 왜 있잖아요!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이 없다는…… 현령.”
“지랄도 풍년이네 진짜.”
장삼태가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단우현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안 될 이가 바로 홍원창이다.
그런 것을 알기에 그저 우습기만 했다.
“뭐예요? 아니에요?”
매향이 고개를 갸웃했다.
홍원창 정도면 무림인들도 알아서 고개를 숙일 법한 인물인데, 장삼태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게 있어. 넌 몰라도 된다.”
“좀 알려 주면 덧나나?”
“몰라도 된다고!”
“알았다고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북경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지나가는 이들이 쳐다볼 정도였으니, 앞서가고 있는 홍원창의 입장에선 상당히 창피했는지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군, 도대체 저 계집은 누구입니까?”
홍원창이 힐끗 뒤를 돌아봤다. 예쁘장하게 생긴 매향이 장삼태의 곁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고 있으니 몹시 이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삼태에게 여자라니?
“인연이다.”
“인연…… 이요?”
“그래.”
홍원창이 다시 한번 뒤를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삼태가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 적응되지 않았다.
“더 가야 하나?”
“저곳입니다.”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급하게 정신을 깨우고는 한 곳을 가리켰다. 자그마한 장원이었는데, 가끔 북경에 올라올 때마다 쓰는 곳이다.
호남에 있는 그의 본가나 단우현의 집과 비교하면 작기았으나, 며칠 묵기에는 충분했다.
“가시지요! 오늘은 이 홍원창이 한 상 크게 대접하겠습니다. 하하하!”
* * *
한 상 크게 대접을 한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북경의 유명한 산해진미들이 탁자를 가득 채웠고, 비싼 명주 또한 내왔다.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한눈에 보아도 알 정도였다.
“많구나.”
단우현마저 그 양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술잔이 오가고, 서서히 요리들이 사라져 갔다.
“그래, 호남은 괜찮더냐?”
“물론입니다.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별일이 없다니 다행이구나.”
단우현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젓가락을 놀렸다. 그의 표정이 다소 부드러운 것은, 단소미가 있는 곳에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홍원창이 결심을 굳힌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 북경에는…….”
“이 고기가 참 맛이 좋구나.”
“크흠…….”
홍원창이 헛기침을 했다.
심지어 단우현은 홍원창을 쳐다보지 않았다.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북경이 말…….”
“거참, 맛은 좋은데 뭔가 미묘하단 말이야. 간을 좀 세게 쳐도 될 것 같은데 말이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그래요.”
“네가 음식에 대해 뭘 알아?”
“당신보다는 잘 알걸요?”
티격태격하며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졌다.
홍원창이 인상을 썼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막히다니?
단우현을 붙잡고 이번 일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을 위해 사비를 털어 이런 산해진미를 대접하였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면 홍원창은 돌아버릴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분위기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니까 이 북경에는…….”
“거참, 더럽게 못 알아듣네. 이 양반.”
“그러게 말이에요. 이 정도면 알 법도 한데 말이죠. 머리가 비었나?”
이윽고 들려오는 막말에 홍원창이 입을 쩍 벌렸다.
장삼태는 본래 말이 심하니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매향이라는 여인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오는 막말은 제아무리 홍원창이라 해도 놀라게 했다.
시큰둥한 표정, 정말로 사람을 쓰레기로 보는 듯한 느낌.
마치 또 다른 장삼태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장주님께서 말이야. 귀찮은 일은 안 하시겠다잖아.”
“척 보면 몰라요?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원…….”
두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매도와 표독스런 시선에 홍원창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보아 왔고 흉악한 자들 또한 상대해 봤던 홍원창이지만, 오늘만큼은 저도 모르게 작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주님이 귀찮은 일 떠넘기지 말라잖수.”
“도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사는 건가? 이 사람이 정말 그 유명한 홍 현령이 맞아요? 다른 사람 아니야?”
홍원창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왠지 모르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눈치 없다는 말을 마누라에게 종종 듣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들은 적은 없었다.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뭐…… 그런 거다.”
단우현이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질을 하며 중얼거렸다. 다소 말이 거칠게 나오기는 했지만, 시원하게 할 말을 대신해 주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반대로 홍원창은 석상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고, 결국 단우현을 바라보며 그의 앞으로 와락 튀어 나갔다.
이윽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사…… 살려 주십쇼, 주군! 자칫하면 이 홍원창이가 죽습니다.”
“그러니까 난 귀찮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북경에 온 것이 아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단우현이 다소 짜증스런 표정으로 홍원창을 바라봤다. 갈 길이 아직도 먼 상황인데, 여러 사건 탓에 시간 낭비를 좀 많이 했다.
하루라도 빨리 단소미를 보러 돌아가고 싶은 단우현의 입장상,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싫다.”
“그러지 말고 도와주십쇼! 평생 주군께 몸 바친다 하지 않습니까―!”
“필요 없다. 그리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아닙니다!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그러니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간절함이 깃든 말투에 단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힐끗 홍원창을 바라보자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보였다. 사내의 눈물 따위로 마음을 움직일 단우현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호남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고 북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황제라는 자가 얼마나 급했으면 홍원창을 불러왔을까?
또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홍원창 또한 곱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후우…… 말해 봐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군! 이 홍원창은 평생 주군을…….”
“되었으니 이야기나 해라.”
더 이상 잡설은 필요 없다는 듯이 단우현은 손을 저었다. 그러자 홍원창이 재빠르게 착석하며 눈물을 닦고 다시금 근엄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크큼! 이 북경에서 말입니다…….”
“어머 꼴사나워…….”
매향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인간이 만인의 존경을 받는 홍 현령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꿈이 깨진 것 같았다.
“시, 시끄럽구나! 어쨌든 이 북경에서 말입니다…….”
홍원창이 힐끗 장삼태와 매향의 얼굴을 살폈다. 또다시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 어린 표정이었다.
그러나 장삼태는 물론이고 매향조차 신경 쓰지 않는 듯 젓가락을 놀릴 뿐이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최근 어린아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 데다 흔적조차 없는 나머지 당최 범인을 찾을 수도 없습니다.”
한숨을 쉬며 내뱉는 홍원창의 말에 단우현이 움찔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지고 고개를 돌려 홍원창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사라진다?”
“예,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이 없어지는 게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경뿐만이 아니라 하북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탓에…….”
탁!
단우현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섬서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신교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아닌가 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놈들은 아닌 것 같고…….”
무신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홍원창은 단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무신과 어떠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세가의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군…… 아이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