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5
“늦는군.”
잠을 자고 있던 단우현은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장삼태가 나간 지 벌써 수 시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놈이 시간을 못 지킨다는 건 필시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단소미가 행운을 몰고 다닌다면, 장삼태는 마치 그 반대로 불행을 끌어안고 사는 놈이니까.
그렇기에 단소미와 장삼태는 죽이 잘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이었으나, 한 시진 정도만 더 있으면 동이 틀 것 같으니 슬슬 깨어나도 괜찮은 시간이다.
침상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고 밖으로 나갔다.
슬쩍 주변을 살피며 장삼태가 갔을 법한 곳을 찾았다.
사람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녀석인 만큼, 산으로 갔을 확률이 조금 높지 않을까 싶었다.
단우현은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담장을 딛고 그곳을 벗어났다.
자유자재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유로웠다.
그러다 문득 한 곳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새벽녘임에도 경계를 서고 있는 포졸을 외에 다른 이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흑의를 입고 있는 자들이 보였다.
게슴츠레 눈을 뜨며 안력을 돋우자 그들의 옆구리에 붙잡힌 아이들이 보였다.
혼절한 것인지 축 늘어져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단우현은 반짝 눈을 빛냈다.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또 몰랐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저들이 운이 나쁜 것인지. 고작해야 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황실조차 붙잡지 못한 자들이 저절로 나타난 것이다.
‘붙잡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단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단박에 쓸어내지 못하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 꼬리 하나 자른다고 도마뱀이 죽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은밀히 그 뒤를 따랐다.
아이를 안고 움직이고 있는 흑의인의 몸놀림은 제법 대단했다. 포졸들의 이목을 완벽히 속이고 그 사이를 유유히 헤집고 빠져나갔다.
흑의인의 흔적조차 남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가 이런 일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는 무공을 익히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흑의인은 빠르게 북경을 벗어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던 단우현은 거친 산을 아무렇지 않게 올라가는 흑의인을 바라보며, 그가 이곳을 오가는 것이 결코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놈들의 본거지가 이 근처에 있다는 뜻이리라.
그때, 단우현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굉장히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싸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흐름을 느끼고 있자니 틀림없이 장삼태와 흑의인의 동료가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
아무래도 고전하는 느낌이었으므로 당장 가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단우현은 고개를 저으며 표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장삼태를 도와주러 간다면 눈앞의 흑의인을 놓치고 말 것이다.
‘살아남을 테지.’
단우현이 알고 있는 장삼태는 쉽게 죽을 이가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 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이기지 못할 것이라 판단되면 부리나케 도망을 칠 것이다.
단우현은 장삼태에 대한 신경을 끄고, 흑의인을 추적을 이어 갔다.
‘어디까지 가는 거냐?’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는 사내는 도통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산속 깊숙이 들어왔음에도 안으로 더 들어갈 기세였다.
그런데 한순간, 흑의인의 몸이 사라졌다.
단우현은 먼 거리에서 우뚝 걸음을 멈췄다.
진법이었다.
게다가 진법을 중심으로 상당히 많은 이들이 숨어 있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배치해 둔 자들인 것 같았다.
단우현이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한순간, 그의 몸이 사라지더니 근처 나무 위에서 나타났다.
숨어 있던 이가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단우현을 보고 두 눈을 치켜떴다.
하지만 입을 채 열기도 전에 뻗어진 단우현의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다른 손이 가볍게 목을 후려쳤다.
퍽!
그 소리는 아주 미약하게 울려 퍼졌다.
사내의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을 일별하며, 나무를 박차고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퍽퍽-!
단우현의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은밀한 기운이 숨어 있는 이의 머리통을 후려쳤고, 반대쪽으로 나아간 단우현의 몸이 다른 이의 가슴을 가격했다.
둔탁하게 퍼지는 소성과 함께 곳곳에서 흑의인들이 널브러져 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흑의인들조차, 이제는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긴장 어린 기색으로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여차하며 호각이라도 불 심산이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단우현의 손은 신속하게 이들의 목숨을 앗아 갔다.
그의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시체가 되어 널브러졌다.
털썩털썩-
숨어 있는 수십 명의 흑의인들을 처리하는 데 일각조차 걸리지 않았다.
어느 누가 듣는다면 미쳤다며 입을 쩍 벌렸을 것이다.
단우현은 죽은 이들의 몸을 살폈다.
흑의인들의 가슴에는 불로 지져서 새긴 흑살이라는 이름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흑살문이라……?”
살각보다는 못하지만 그 수를 생각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는 곳.
피와 살육에 굶주린 살귀(殺鬼)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이 그놈과 연관되어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위협적인 자다.
그놈과 연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고.
단우현은 정면을 바라봤다.
진법을 가려져 있는 공간.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그저 수풀밖에 없으나 들어가는 순간, 진법에 빠져들 것이다.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면 상당한 수준의 진법이었다.
“아이들을 데려갔으니 대강 짐작은 했다. 운이 좋구나.”
단우현은 진법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부술 생각은 애초부터 없는 듯, 그의 행동은 망설임 따윈 없었다.
진법 안으로 들어선 순간,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오감이 사라지고 몸이 짓눌리는 감각이었다. 걷고 있는데 걷는 것 같지 않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하등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미약하게 부는 바람이 그의 전신을 스치고 지나가자, 가볍게 손을 내질렀다.
퍼걱-!
“꺽!”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렸다.
상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건만, 누군가 쓰러지며 바닥을 뒹군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 하여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피식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거침없이 나아갔다.
퍽퍽퍽-!
걸음마다 수박 깨지는 소리가 격렬하게 퍼졌다.
사람인지 아니면 들짐승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 건 그의 손에 피가 묻었고, 바닥을 나뒹구는 이들의 비명과 신음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뭣들 하는 거냐! 죽여!”
또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다급한 외침은 불안감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에 비례하여 단우현의 얼굴이 점점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퍼걱-!
“끄어어억!”
쾅-!
이윽고 단우현이 일보를 내딛자, 땅이 움푹 파이며 사방으로 돌조각이 비산했다.
암기와도 같이 쏟아진 그것들은 어디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들의 몸을 관통했다.
퍼퍼퍼퍼퍽-!
누구도 전진하는 단우현을 말리지 못했다.
그의 발걸음을 잠시조차 멈추지 못했다.
대호의 걸음을 개미나 지렁이 따위가 막을 수 없듯.
사아아악-!
이윽고 진법이 깨지며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드러났다.
수십 명은 될 법한 흑의인들이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의 수는 고작해야 수 명에 불과했고, 이들은 이미 전의조차 상실하였는지 주저앉은 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단우현은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게슴츠레 눈을 좁혔다.
가볍게 손을 하자 퍽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가슴이 터져 나갔다.
“동굴이라?”
이윽고 눈앞에 있는 동굴을 바라봤다.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며 그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횃불이 사방 가득 켜져 있는 그곳에서는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듯이 올라왔다.
시체 썩는 냄새였다.
피비린내 또한 바람을 타고 전해 들었다.
단우현은 불편한 시선으로 동굴 안을 향해 계속해서 전진했다.
깊은 동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한참 동안 길을 타고 그 끝을 향해 다가서자.
어느 순간 단우현은 걸음을 멈췄고 소매를 들어 코를 틀어막았다.
시체 썩는 냄새와 비린내가 단우현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뭐라 할 말이 없구나…….”
단우현은 눈앞에 있는 참상을 바라봤다.
수백 명이나 되는 어린아이들이 한 곳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멀쩡한 곳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아이들의 시체에서 나온 피가 강을 이룰 만큼 흥건했다.
그 중심에는 초췌해 보이는 늙은이가 있었다.
잡아 온 아이들을 죽이려는 듯, 한 손에 단검을 손에 쥐고 아이의 목을 잡아들었다.
밖에서 들려온 소란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다.
“클클클, 밖이 소란스럽더니 그 이유가 자네였나?”
가래 끓는 목소리가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렸다.
노인은 아이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단우현을 바라봤다. 반짝 눈을 빛낸 노인이 이리저리 단우현의 몸을 뜯어보더니, 날름하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클클, 나름 강자들로만 모아 놓았고, 강신술도 펼칠 줄 아는 놈들이라 칠성이나 오황이 아니라면 뚫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네는 그자들이 아니로군.”
노인은 제법이라며 말을 늘어트리고는 슬금슬금 단우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사장인가?”
“오호? 이 늙은이의 직함을 아는가? 거참, 신기하구먼…… 혈마교의 인물은 아닌 듯한데…….”
순간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뜻을 눈치챈 것인지 노인이 걸음을 멈추더니, 소매를 걷었다.
부욱-!
그 순간 괴현상이 일어났다.
노인의 몸 전체가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근육마저 몇 배 이상 커졌으며 덩치 또한 조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노인의 공력도 미친 듯이 존재감을 키우더니, 동굴 전체를 휘감았다.
이윽고 심호흡을 내뱉은 제사장이 붉게 물든 눈동자를 빛냈다.
“그대의 시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으이.”
또다시 가래 끓는 목소리를 내며 제사장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상대의 강함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설령 칠성오황 전부가 이 자리에 있다 한들, 그를 위태롭게 할 수 없다는 것처럼, 제사장의 힘이 미친 듯이 단우현을 압박했다.
그 모습을 직시하고 있던 단우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조금은 재미있어 보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