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8
악양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만약 그것을 모른다면 악양에 온 지 얼마 안 된 신출내기라는 소리였으며, 또한 자칫 큰 사고를 내거나,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힐끗힐끗.
사람들의 시선이 세 명의 아이들을 향해 돌아갔다.
청순가련한 모습이긴 하지만 입은 옷부터 장신구들까지, 모두 값비싼 것들을 몸에 지니고 있는 여아.
주지약.
실제 그녀가 누구의 딸인지 정확히 아는 이들은 드물기지만, 척 보아도 섣불리 건들면 안 될 것 같은 여자아이였다.
지난번 길을 걷다 누군가와 부딪친 적이 있었는데, 부딪친 사내가 길길이 날뛰다 한순간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아는 이들은 없었지만, 저 아이의 뒤에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숨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옆을 조심스레 걷고 있는 사내아이는 홍진랑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또래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덩치를 지녔다. 근육도 상당히 발달해 웬만한 어른들까지 쓰러뜨릴 것 같은 멧돼지 같은 사내아이였다.
하지만 이 아이가 무서운 이유는 다른 것 때문이었다.
황실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하고 있는 홍원창의 아들이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조심스레 대해야 마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거 참 맛있다 그치?”
소선녀(小仙女)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백치미를 가진 여자아이 단소미.
앞선 둘과는 다르게 의문에 휩싸인 것이 많았고, 악양에서 나름 힘을 가지고 있었던 청송학당의 학장이 단소미를 내쫓고 얼마 뒤 변경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성격은 물론이고 하는 행동거지까지 예쁜 탓에, 악양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여,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악양 사람 대부분이 발 벗고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세 아이 중 가장 무서운 아이가 아닌가 싶었다.
악양의 명물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세 아이가 오랜만에 만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세 아이를 좇았다.
“고작 꼬치인데? 이거보다 더 맛있는 것들도 많아.”
“하지만 소미는 이게 더 맛있는걸?”
“네 입에 뭔들 맛없겠냐?”
홍진랑이 딴죽을 걸며 단소미를 바라봤다.
악양에 나오면 하는 짓이라고는 먹는 것밖에 없었다. 저 꼬치도 이제 지겨울 정도로 먹은 탓에 물려 버렸다.
틀림없이 저 꼬치를 다 먹으면 만두를 사러 가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는 듯 홍진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우리 집에 장 아저씨가 없어서…… 맛있는 걸 못 먹는걸…….”
“그렇다고 보이는 대로 다 먹냐? 그러다가 돼지 되겠다.”
“괜찮아. 언니가 그러는데 많이 움직이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그랬어.”
꼬치를 입에 문 단소미가 폴짝폴짝 제자리에서 뛰었다. 먹으면서 소화를 시키려 하는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홍진랑은 더욱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것은 나이를 먹어도 어째 성격이 변하지 않을까?’
그때, 손에 쥐고 있던 꼬치를 입에 넣으려던 지약이 뚫어지게 그 모습을 쳐다보다 인상을 찌푸렸다.
“진랑아?”
“에…… 예…… 응?”
싱글싱글 웃고 있는 지약이 보였다. 홍진랑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존대를 꺼냈다가 이내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홍진랑은 땅만 바라봤다.
“너 먹을래?”
주지약은 슬쩍 꼬치를 홍진랑에게 내밀었다.
한입 깨문 흔적 때문에 누가 보면 사이좋게 나눠 먹는 느낌이지만 꼬치의 날카로운 부분이 어찌하여 홍진랑의 목에 닿아 있을까?
그것을 느낀 홍진랑은 벌벌 몸을 떨었다.
“어머, 실수…… 미안해.”
“아, 아니야.”
그제야 주지약이 꼬치를 홍진랑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윽고 슬그머니 한 발자국 다가가 고개를 내밀더니 홍진랑의 귓속에 입술을 들이대며 작게 중얼거렸다.
“여자아이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겠지? 돼지 새끼야.”
“에, 예!”
급하게 대답하는 진랑을 바라보며 주지약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어깨를 두들기곤 슬그머니 뒤로 밀었다.
“먹어 봐. 맛있으니까.”
“헤헤, 맞아. 진짜 맛있어.”
“그치?”
“그치?”
홍진랑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는 두 여자아이를 바라봤다.
불여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소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성격이 다른 주지약은 홍진랑의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여자아이였다.
반면,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단소미는 조금 가볍게 볼 수 있을 법했지만 가만 보면.
‘소미야말로 구미호지, 구미호.’
악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약을 움직이는 것은 틀림없이 단소미였다.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 같지만, 그 모든 것들이 계산된 것은 아닌가 싶었다.
웃고 있는 단소미의 표정 위에서 악귀가 겹쳐졌다.
붕붕-
격하게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 낸 홍진랑.
“그런데 뭐하려고 모인 거야?”
홍진랑이 물었다.
차마 지약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저 옆에 단소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소미 또한 두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애초에 지금 모인 이유는 지약이 불렀기 때문이었다.
꾸우욱-!
“아악!”
홍진랑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다. 급하게 고개를 돌려 보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지약이 보였다.
꼬집힌 옆구리가 시리도록 아파 왔다.
“이유가 없으면 부르면 안 되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것은 아닌데…….”
“아닌데?”
홍진랑은 울상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해도 지약은 딴지를 걸 것이다. 정말 왕야의 딸만 아니었다면 머리통에 혹이 나도록 두들겨 팼을 텐데…….
“때리게?”
“그…… 그럴 리가 어디 그런 부, 불경스런 일을…….”
“불경?”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단소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지약이 게슴츠레 눈을 떴고, 홍진랑이 급하게 말을 돌렸다.
“최…… 최근, 저쪽에 있는 폐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게 거기 구경하러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귀신이 나온다고?”
“…….”
주지약이 못마땅한 시선으로 홍진랑을 바라봤다. 그러나 반대로 단소미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기묘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단소미의 특성상, 귀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탐구심이 생긴 것이다.
“가 보자!”
초롱초롱 눈을 빛낸 단소미가 주지약의 손을 이끌었다.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꾹 잡으니, 도망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주지약의 싸늘한 시선이 홍진랑을 향해 쏟아졌다.
“그…… 다른 곳도 재미있을 거 같은데…….”
“아니야! 거기가 제일 좋을 것 같아! 진짜 귀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식은땀을 흘린 홍진랑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결코 뜻을 굽힐 것 같지 않은 단소미를 바라보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이라면 지금 네 옆에 있는데 말이지…….’
* * *
마당을 쓸고 있던 제갈연은 다소 지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이 넓은 마당을 쓰는 것만으로도 고생이었다. 그러나 지난밤의 흔적을 최대한 지워야 하니, 꼼꼼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단소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으므로.
“그래도 귀찮단 말이지. 하아-.”
길게 한숨을 쉬며 저도 모르게 툇마루에 주저앉았다.
그러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최근 제대로 된 관리를 해 주지 못한 탓에 손이 굉장히 상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마당 청소까지 하려니, 괜스레 울화가 치밀었다.
터벅터벅-
그때, 커다란 백호 한 마디가 지루한 표정으로 마당을 어슬렁거리다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배를 깔고 누웠다.
그 머리 위에는 백묘가 엎어져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살랑살랑-
햇볕이 기분이 좋은 것인지 백호의 꼬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마치 마당을 쓸어내는 듯한 그 행동에 제갈연이 번뜩 눈을 치켜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무언가 떠올린 제갈연이 허리에 있는 단검을 꺼내어 긴 빗자루를 잘라 냈다. 짧아진 빗자루와 가느다란 밧줄을 들고 조심스레 한 걸음 한 걸음 백호를 향해 다가갔다.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던 꼬리가 어느새 딱 멈췄다.
잠이 든 모양이다.
‘가만히 있어라…….’
조심스레 다가가 그 꼬리를 살짝 붙잡았다. 묵직한 꼬리의 감각을 느끼며 밧줄을 이용해 빗자루와 꼬리를 묶어 놓았다.
그 감각 때문인가?
잠이 들었던 백호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아, 안녕?”
눈에 익은 제갈연의 모습에 소리를 냈다. 건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한 모습에 제갈연이 침을 삼키며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평온을 찾은 것인가?
슥슥-!
백호가 또다시 꼬리를 흔들자 끝에 달린 자그마한 빗자루가 마당을 쓸어냈다.
“호호-.”
제갈연이 그것을 바라보며 깔깔거렸다.
자신이 만든 것이지만 이렇게 웃길 줄이야?
조금 편하자고 시도해 봤는데, 쓰임새보다 웃긴 것이 더욱 컸다.
한참 동안 웃던 제갈연이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인지 남궁소혜가 뚫어지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안녕?”
“…….”
남궁소혜는 말없이 제갈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인사를 건넸음에도 받아 주지 않았다. 한참 동안 제갈연을 응시하던 그녀가 한숨을 쉬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뭐…… 뭐야? 그 반응은?”
“그냥…….”
‘한심해서…….’
그때, 곤히 잠을 자고 있던 백묘가 귀를 쫑긋하며 일어섰다.
킁킁.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동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백호 또한 슬그머니 눈을 뜨며 일어섰다. 크게 아가리를 벌리며 하품을 하더니 동쪽을 바라봤다. 그곳을 향해 천천히 발을 떼더니, 묵직한 꼬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퍽-!
“아악!”
묶여 있던 밧줄이 풀리고 빗자루가 날아들어 제갈연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어찌나 빠른지 차마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머리통을 부여잡고 주저앉은 제갈연이 신음을 삼키는 순간.
삭-!
그때, 백호가 땅을 박차며 동쪽을 향해 맹렬한 질주를 시작했다. 쏜살과도 같이 달려나가는 그 모습은, 실로 바람과도 같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남궁소혜가 멍 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그런 그녀의 상념을 깬 것은 다름아닌 제갈연의 외침이다.
“아프잖아!”
앙칼진 제갈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씩씩거리며 사라진 백호를 향해 주먹까지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남궁소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게 바로 자업자득이라는 건가…….”
“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