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9
단소미와 홍진랑, 그리고 주지약이 향한 곳은 악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무성하게 풀숲들이 자라났고, 그 탓에 함부로 발을 딛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뱀 나오겠는데?”
지약이 시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정말로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뱀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섣부르게 행동했다가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홍진랑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아무리 커다란 덩치를 가졌다 해도 아직 어린 사내아이다.
물리면 죽을 수도 있는 뱀이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을, 함부로 들어간다는 것은 평범한 용기로는 무리였다.
홍진랑과 주지약이 서로를 마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다.
그런 판단을 내린 것 같았다.
그때.
“앗! 이쪽으로 가면 되겠다.”
일행 중 가장 겁이 많을 것 같았던 단소미가 제일 낮은 수풀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언제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막대기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그것으로 풀숲 주위를 탁탁 치기도 하고 헤집으며 나아갔다.
“너…… 무섭지도 않냐?”
“응? 뱀은 이렇게 하면 도망가는데……?”
“그…… 그래도 안 도망가는 것도 있잖아.”
“괜찮아, 뱀 많이 잡아 봤는걸.”
단소미가 살고 있던 곳은 화전민 마을이다. 산속 깊은 곳에 있었으니, 들짐승은 물론이고 뱀마저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한때는 몹시 무서웠는데, 당시 부모님들이 뱀이 나타나면 잡아서 탕을 끓이거나, 구워 먹었다.
뱀고기의 맛은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때문에 단소미도 동네 아이들과 함께 뱀 사냥에 나선 적이 있었다.
능숙해지기만 하면 독이 있는 것들이라 해도 막대기 하나로 충분했다.
본디 뱀 사냥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그리고 맛있어!”
“……먹었냐, 그걸?”
“……먹는구나.”
주지약과 홍진랑이 질린 표정으로 단소미를 바라봤다. 그들의 입장에선 뱀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 외에도 먹을 것들이 상당히 많았으니까.
두 사람이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단소미의 뒤를 따랐다. 가고 싶지 않았으나 서슴없이 들어가고 있으니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풀숲은 한참이나 이어져 있었다.
길을 만들어 일다경 정도 지난 후에야 목적지라 할 수 있는 폐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그마한 그 집은 상당히 오래전에 지어진 것 같았는데, 누구도 관리하지 않은 탓인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저…… 정말 들어가는 거니?”
주지약이 그 폐가를 바라보며 안색을 질린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한기가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날만 조금 어두우면 귀곡(鬼哭)이 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때.
“쉿!”
느닷없이 주지약의 입을 틀어막은 홍진랑이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단소미였지만 따라 하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위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풀숲에 몸을 숨기자, 이윽고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냥 찾다가는 진짜 다 죽을 거 같은데?”
“그래도 발견한 게 어디야! 다른 놈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해.”
두 명의 중년인들이었다.
칼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무인이었지만, 그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은 듯, 숨어 있는 아이들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갑옷을 입고 커다란 바구니에 무언가를 한가득 담아 폐가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곧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주위가 잠잠해졌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홍진랑이 주저앉았다.
“후우…… 누군지 몰라도 다행이다. 우릴 못 본 것 같아.”
힐끗 단소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소미는 두 볼을 가득 부풀린 채 불만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아니…… 귀신이 아니잖아…….”
“귀신이었으면 더 큰일 나는 거잖아! 사람이니 그나마 다행이지.”
“그래도…….”
“하아…….”
단소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귀신을 보고 싶어 이곳까지 온 것인데 귀신은커녕 그냥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보는 얼굴인 걸 보면 인근에 사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돌아갈까?”
홍진랑이 중얼거리는 순간, 누군가 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응?’
홍진랑이 불길한 시선을 뒤로 보냈다.
주지약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 가던 눈빛에 생기가 돌았고, 어느새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단소미와 홍진랑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단소미와 홍진랑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건의 예감!”
“아…….”
“윽…….”
단소미가 곤란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세 아이는 무척이나 친하긴 하지만 성격들이 다 달랐다.
무공이라 하면 눈이 돌아가는 홍진랑, 기묘하고 신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단소미, 그리고 사건사고를 파헤치는 관부의 포졸들처럼 무언가를 조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바로 주지약이었다.
더군다나 주지약은 발동이 걸리면 말릴 수 없었다.
“정말로 갈 거야?”
“응!”
조금 전과는 판이하게 상황이 달라졌다.
불안감 가득한 단소미가 꾹꾹 주지약의 소매를 잡아당겨 보았지만, 이미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주지약은 앞으로 척척 나아갔다.
조금 전까지 뱀이 있느냐 무섭다느니 말을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홍진랑이 그런 주지약을 애써 말려 보려 했지만,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 하나로 얌전해졌다.
끼이익-!
주지약이 슬쩍 폐가의 문을 열었다.
귀를 자극하는 소리에 오싹함이 엄습했다.
“어…… 없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의 흔적이 없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분명 사내들이 이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였는데, 어찌하여 이 자리에 없는가?
멍한 표정으로 폐가 안으로 들어간 주지약의 얼굴은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하얗게 떴다.
“귀신?”
반짝하며 단소미가 눈을 빛냈다.
이 또한 조금 전 겁을 먹고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주지약이 미친 듯이 몸을 떨었고, 곁에 있던 홍진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두 아이를 바라봤다.
“쿵 소리가 났으니까 비밀 통로가 있는 거겠지.”
“그, 그렇지?”
“……으.”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꾼 주지약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을 한껏 둘러보며 물건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집기들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눈을 빛냈다.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때, 단소미가 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다 손을 뻗었다.
“이거 아니야?”
“응?”
주지약이 깜짝 놀라 단소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미가 쥐고 있는 것은 손잡이였다.
주지약이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고차원적인 속임수를 쓰다니……!”
“아니, 처음부터 보였는데?”
“……풉.”
단소미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었다.
문을 열고 들어와 한 번이라도 바닥을 보았으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있던 주지약은 차마 그것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주지약이 어깨를 떨구며 시무룩해졌고, 소미가 그런 주지약을 위로했다.
“괘…… 괜찮아! 찾았으니까 괜찮아.”
“그렇…… 지?”
“응!”
이윽고 주지약의 시선이 홍진랑을 향했다. 조금 전에 그가 풉! 하며 웃음을 터트린 것을 기억하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식은땀을 흘린 홍진랑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열게!”
“힘쓰는 건 당연히 남자가 해야지? 그럼 누구 시키려고 했어?”
주지약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나뭇가지를 이용해 홍진랑의 옆구리를 찔렀다.
비록 아프지는 않지만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몸을 떨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쿠릉-!
바닥의 일부가 들어 올려지며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내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다소 불안한 느낌은 있었지만,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주지약 탓에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들어가자!”
내부는 상당히 어둡다.
아래로 내려가는 내부는 상당히 어두웠다. 손을 더듬어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눈앞에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아까 그 두 사람이 만든 곳일 거야. 틀림없어!”
아래로 내려가며 주지약은 확신했다.
폐가 안에 비밀통로를 만들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밝혀내겠다는 의지가 다분하게 느껴졌다.
“근데 만든 지 되게 오래된 거 같은데……?”
“으응?”
“이거 봐. 벽이 파헤쳐진 흔적도 그렇고, 우리가 밟고 있는 나무도 상당히 낡았어.”
슬슬 어둠 속에 눈이 익숙해지자 하나둘 풍경이 드러났다.
“그…… 그래?”
“응! 할아버지나 아빠가 이런 거 되게 잘하거든…….”
그런 말을 하며 단소미는 힐끗 주지약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기껏 추리해서 내뱉은 말이 완벽하게 반박당하니 괜스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단소미가 걸음을 멈추고 주지약을 꼬옥 끌어안았다.
“괜찮아! 잘 보이기만 했으면 지약이가 다 알아냈을 거야.”
“그렇지?”
“응!”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홍진랑이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분명 눈에 보였으면 무언가 달라지기야 할 테지만, 아직 열 살도 넘지 않은 어린아이가 흔적을 보고 무언가를 파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봐, 구미호라니까, 저게.’
홍진랑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단소미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지약이 울고 웃고 하니, 아마도 그런 모습이 재미있어 일부러 저러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이건 거의 확신이었다.
저 순진무구한 표정과 행동은 다 불여시보다 더 음험한 속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짧은 신음을 흘렸다.
그때, 단소미가 슬쩍 뒤를 돌아보며 홍진랑을 바라봤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싱긋 웃고 있는 듯했다.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홍진랑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벽을 바라봤다.
‘제길…….’
악귀처럼 보여야 하는데 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 괜스레 화가 나 벽에 머리를 박았다.
쿵!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다른 두 아이가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