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5
“지금 뭐라 하였느냐?”
혈마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앞에 있는 만후량을 노려봤다. 덜덜 몸을 떨고 있는 만후량을 매섭게 쏘아보는 눈빛에는 살심마저 담겨 있었다.
그러나 만후량은 대답해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군의 물음이었으므로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하여도 입을 열어야 했다.
“다…… 단우현이…… 장백산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쿵!
혈마는 살아생전 이처럼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불길함은 언제나 적중하는 법이라 하던가? 이놈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었을 때부터 혹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생각을 해 왔다.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한 점에 안심이 그를 다독이며 넘어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우현은 결코 그럴 리가 없었다.
언제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그렇게 계획대로 움직이다 죽어야 할 놈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혈마가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쾅-!
그때다.
천지가 뒤집힐 만한 충격이 오고 땅이 크게 흔들렸다.
동시에 거센 바람이 몰아쳤고, 마치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혈마가 다급하게 창밖을 바라봤다.
거대한 혈마신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바람이 저 먼 곳에서 소스라칠 정도의 힘을 뿜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혈마가 파르르 입꼬리를 떨었다.
“무신…….”
단우현이었다.
* * *
진법이 깨지는 순간 지금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던 것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제갈운을 비롯하여 기문진법의 최고봉이라 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댄다 하여도 수십 년은 능히 버틸 만큼 대단한 것이 혈마의 진법이었다.
그것을 힘으로 깨트린 것만 봐도 단우현이 인간의 경지를 초월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단우현은 코웃음을 쳤다.
“한곳에 모여 있으니 청소도 쉽겠군.”
거대한 건물들에는 혈마가 몇 번이고 강림술을 이용해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만큼 긴 세월 동안 쌓은 힘과 부가 아니라면 이 험준한 산속에 이런 거대한 전각들을 결코 짓지 못했으리라.
곳곳에서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을 지닌 고수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숨을 고른 단우현이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쿵!
발밑의 땅이 부서지며 파편이 마구 튀어 올랐다.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앞으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아갔다.
숨어 있던 이들은 물론이고, 조심스레 다가오던 자들도 그것을 피하지 못했다.
단우현은 저벅저벅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죽은 이들이 널브러졌음에도, 동요조차 하지 않는 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전부 헤아리기도 힘들었다.
“강림술을 이용한 녀석들은 아니로군.”
실제 이 중원에서 활약하는 고수들과 일평생 혈마를 따르고자 맹세한 자들이 지금 이 자리에 전부 모여 있다는 뜻이었다.
단우현은 입맛을 다셨다.
하나하나 베어 버리면 그놈이 나타날까?
그런 생각을 하니 피가 들끓었다.
지금까지 무의식 속에 가둬 두었던 살심이 솟구쳤다.
아주 오래전, 천살성을 타고나 무수히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던 자.
무극신마 단우현의 재림이었다.
그가 씩 하며 웃는 것과 동시에 두 눈동자가 붉어지며 기세가 폭출했다.
평소에는 천일조화공으로 살심을 억눌러 놓지만 지금은 그조차 불가능했다.
“오너라.”
단우현의 한 마디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를 둘러싼 이들이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이들 또한 감히 신성한 땅에 발을 디딘 불청객에게 극한의 살기를 뿜어내며 무기를 휘둘렀다.
쾅-!
하지만 그 공격은 단우현의 몸에 닿지 않았다.
커다란 폭음과 함께 다가오던 이들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뿌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단우현이 가볍게 검을 내밀었다.
촤촤촤촤악-!
엄청난 힘이 검의 끝에서 솟구쳐 나갔다.
정면으로 뻗은 거대한 힘이 돌풍과 함께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지워 버렸다.
그 경로에 서 있던 이들도 그것을 보았지만, 누구 하나 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빛살처럼 날아오는 그 힘은 피한다 하여 피하고, 막는다 하여 막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콰콰쾅-!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에 서 있던 전각들마저 커다란 구멍이 뚫리거나, 무너져 내렸다.
하나, 단우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달려드는 이들을 향해 마주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막아선 이들의 수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단우현 하나의 힘을 당해 내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운명처럼 막아서거나 대항할 수조차 없었고, 그렇게 하나둘 시체가 쌓여 가기 시작했다.
단우현이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늘어난 시체는 어느새 자그마한 산을 이룰 것 같았으며, 흘러내린 핏방울이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었다.
“뭐…… 뭐야, 이 괴물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에 쉴 새 없이 달려들던 자들도 당황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혈마신교는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고수들을 보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고, 이제 단우현을 향해 다가가는 무사들의 발걸음마저 무거워졌다.
마치 평생 두려워하지 않았던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겁먹지 말고 어서 오너라. 이래선 심심풀이도 되지 않으니.”
단우현은 단호하게 말하며 그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누구도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자 단우현이 기세를 모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검에 맺힌 힘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피…… 피해!”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깨달은 이들이 마구 소리를 치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단우현이 검을 내려치자, 검에 맺혀 있던 거대한 힘이 그대로 떨어졌다.
콰과과과과광-!
“커억…….”
“이…… 이게…… 뭐야…….”
마치 자연재해가 만들어 낸 듯한 참상에 혈마교도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고작 한 번 휘두름에 몇 명이 죽었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사라진 전각의 잔해와 사람이었던 것이 남긴 핏자국뿐이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에 수백에 달하는 고수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 믿을 수 없는 공포스런 현실에 그들은 덜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게냐! 싸워라! 물러서는 자들은 모조리 참하겠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단우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수십여 명의 인물들이 꼿꼿하게 선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습은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저들이 이 혈마교를 이끄는 수뇌부라는 것 정도는 주변 혈마교도들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단우현이 손등에 튄 피를 닦아 내고 호흡을 골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의를 잃었던 교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단우현에게 죽나 도망치다가 수뇌부들에게 죽나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애초에 도망갈 수조차 없을 테지만.
단우현이 씩 웃음을 지었다.
* * *
눈을 뜬 장삼태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삼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두 시진 정도는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끙.”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탁자를 바라봤다.
단우현이 놓아둔 전낭이 그대로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양반이?”
그가 기겁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단우현의 방을 박차고 들어가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밖으로 나간 지 오래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이에요?”
“시끄러워.”
“뭐라고요?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
“닥치라고 지금 안 그래도 정신 사나우니까.”
매향이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장삼태의 행동이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평소에는 막말을 내뱉어도 받아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어 건들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더 이상 자극하면 안 되겠다 생각을 하였는지 그녀는 장삼태를 빤히 지켜봤다.
“후우, 너 여기에 꼼짝 말고 있어라.”
“네?”
“어디도 가지 말고 여기 있으라고!”
“그러니까 왜요?”
“그냥 좀 시키는 대로 해! 왜 이렇게 말이 많아?”
“에…… 네…….”
매향이 기가 죽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녀의 살짝 얼굴에 홍조가 도는 것은 착각일까?
처음 보는 장삼태의 야성적인 모습에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장삼태는 그대로 객잔을 뛰쳐나갔다.
그가 달려가는 곳은 장백산이었다.
따로 고민해 볼 가치조차 없었다.
단우현은 처음부터 목적지가 장백산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비록 단우현만큼 경공이 뛰어나진 못하지만, 장삼태 또한 중원에서 손에 꼽힐 만큼 빠른 발을 지니고 있는 자였다.
오랜만에 그가 전력으로 내달리며 장백산으로 향했다.
“이 시벌 새끼! 죽으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생각만 해도 울화가 치밀었다.
아니, 지가 뭔데 사람을 때려서 기절을 시킨단 말인가?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소미를 부탁해?
분명 단소미는 귀엽고 깜찍하고 더없이 소선녀 같은 아이였으며, 죽을 때까지 지켜 주고 싶지만, 그것은 장삼태가 아닌 단소미의 아버지인 단우현이 할 일이었다.
단소미가 가장 행복해할 때는 단우현의 곁에 있을 때였으며, 그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장삼태는 기뻤다.
그런데 누가 누구한테 뭘 부탁한다는 거냔 말이다.
“싸가지 없는 새끼!”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인상을 썼다.
물론 단우현이 죽는다는 생각은 단 일 할조차 하지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닌 단우현이었다.
장삼태의 마음속에서 그는 언제나 최강이고, 최고이며,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존재였다.
누구한테 죽거나 지는 꼴은 상상할 가치조차 없었다.
애초에 단우현이 그런 일을 당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는 언제나 강하고,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이었다.
“빌어먹을! 오늘따라 드럽게 느리네!”
전력으로 내달리고 있음에도 장삼태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했다.
단우현처럼 조금 더 빨리 달릴 수는 없을까?
왜 그간 수련을 게을리했을까?
그런 자책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믿을 것이라고는 빠른 다리 하나밖에 없는 장삼태였기에 괜스레 울화가 치밀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의 꼴도, 자기 마음대로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은 단우현의 행동도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더러운 기분을 느끼기 위해 중원을 가로지르며 고생해 온 것이 아니었다.
장삼태는 불끈 주먹을 쥐었다.
단우현을 만나는 순간, 그 잘생긴 얼굴에 반드시 주먹을 날려 주리라.
“각오하라고!”
그런 각오를 하며 장삼태는 내달렸다.
절대 곱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빠득빠득 이를 갈며 눈을 붉혔다.
다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파 왔음에도 그는 더욱 세차게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