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46
혈마의 시선이 떨리다 못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렸다.
혈마궁, 그 안에서 보는 바깥 풍경은 도무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무수히 많은 고수들.
하나같이 그 힘이 절정이거나, 그것을 넘어선 이들만 모아 놓았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 한들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저 많은 이들을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력을 돋워 학살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혈마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피 한 방울 몸에 묻지 않고 옷자락 하나 상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살육이었고, 악몽이라면 당장 깨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말도 안 돼…….”
부활한 직후,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이 있었다.
자신의 죽음 이후, 정사마 연합의 총공격이 있었고, 수만 명의 고수가 단우현을 노렸다.
하나, 그들조차 모조리 베어 버린 단우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웃어넘겼지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면, 거짓말 같지 않았다.
오싹함을 느끼며 혈마는 이를 갈았다.
그래도 이곳까지는 오지 못할 것이다.
아니, 설령 온다 하여도 자신에게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미 한 차례, 공력 싸움에서 이긴 적이 있었기에, 혈마는 이성을 되찾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놈……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혈마는 단우현을 쏘아봤다.
저렇게 많은 신도들 다음에는 장로와 호법을 상대해야 했으니, 혈마의 앞에 도달했을 때에는 한 줌의 내력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무신이라 해도 사람인 이상 공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저런 식으로 내공을 펑펑 쓴다면 결코 혈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혈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오늘 이 자리가 무신의 무덤이 될 것이다.
* * *
“끄아아악!”
“커커컥!”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몇 명이 죽어 나가는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벌써 한 시진이 넘는 싸움을 이어 가고 있었으나, 상대는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신도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겁에 질려 도주하는 이들까지 생겨나니, 그 많던 신도들이 벌써 절반 이상 사라졌다.
단우현은 도주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으나, 그렇다고 무식하게 쫓지는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인지라, 도망치는 이들을 하나하나 쫓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이들 따위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이런 잔챙이들은 한낱 여흥일 뿐, 그가 진짜 노리는 것은 혈마교의 거물들이었다.
콰쾅-!
속절없이 움직이며 가진 힘을 토해 냈다.
솟구치는 내력은 마치 한계가 없는 듯, 검을 휘두르는 체력 또한 무한하다는 듯, 단우현은 쉼 없이 상대의 숨통을 끊어 냈다.
촤촤촤촤악-!
“으아아아악!”
“도…… 도망쳐!”
결국 살아남은 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바라보며 전의를 잃고, 끊임없이 휘둘러 오는 칼날에 속절없이 쓰러지는 동료를 보며 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혈마가 보여 주는 공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둠 깊숙한 곳에서 뻗어 오는 죽음의 손길.
인지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할 것 같은 공포.
죽음조차 피하지 않고 혈마를 따르겠다는 맹세까지 깨트릴 정도로 단우현은 강했다.
누구 하나 그의 전진을 막을 수 없었으며, 누구 하나 그의 일검에 대항하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무신, 단우현이 가진 힘이었다. 단우현은 눈앞에 있는 적들을 베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달아나는 이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혈마의 실질적인 수족으로 보이는 자들이, 저 먼 곳에서 이를 갈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망치는 이들을 벌하고자 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다른 이도 아닌 무신을 코앞에 두고 한눈을 팔 만큼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것이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단체를 이기는 개인, 일인군단.
어느새 장내에 남아 있는 신도들은 없었다. 그저 시체와 피만 가득했고, 그 살풍경은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힘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대단하군……. 과거의 무신 그대로인 느낌이야.”
장로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단우현을 바라보며 이죽거렸다. 오래전, 그에게 한 번 죽었을 때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언제나 최악의 형태로 찾아오는 법이었다.
“혈마 놈은 안에 처박혀 있나 보지?”
단우현이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살소를 띄며 기세를 끌어올릴 뿐.
수십 명이나 되는 절대 고수들이 한꺼번에 기세를 풀어헤치니, 마치 재해라도 일어난 것처럼 큰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단우현마저 집어삼킬 것처럼 강대한 힘.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단우현이 이죽거렸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장로와 호법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변함이 없다고?
천 년 전, 그 당시보다 확실하게 강해진 그들이었다.
혈마의 강림술은 그만큼 완벽하였고, 또 강신법과 흑풍신마의 흡혈공을 이용해 내공 또한 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늘었다.
그런데 과거와 똑같다?
단우현의 눈이 낮아진 게 분명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강함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장로들과 호법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이에 말은 필요 없을 테지?”
“지겨우니 어서 와라. 그렇지 않아도 쓰레기들을 베는 것에 질렸으니까.”
단우현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도발했다.
절대적인 자신감을 표현하듯, 그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들을 죽이고 혈마에게 가겠다.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란 오로지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 철저한 무시가 장로와 호법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아무리 최강이라 명성이 자자했던 무신이라 한들, 그것은 곧 과거의 영광일 뿐이었다.
벌써 천 년이나 지났고, 현시점에서 최강은 언제나 도도하고 모든 이들이 우러러봐야 할 존재인 혈마였다.
그렇기에 무신 단우현은 오늘 이 자리에서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리라.
눈을 번뜩인 이들의 힘이 더욱 크게 흘러나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집어삼킬 것 같은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니, 땅이 마구 진동하고 바람마저 거칠게 불어왔다.
그러나 단우현은 무감각한 얼굴로 그것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놀고들 있네.”
* * *
장백산을 오르는 장삼태는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살폈다.
높디높은 장백산을 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여기저기에서 기척들이 느껴졌다.
하나같이 쉬이 상대할 수 없는 대단한 자들이었다.
마른침을 삼킨 그가 무언가를 느끼고 다급하게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그러자 얼마 뒤에 우르르 달려온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아아악!”
“어서 도망쳐!”
두려움 가득한 모습으로 순식간에 도망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하였고, 쉬지 않고 달려가는 꼴이 단우현에게 제대로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그 인간이 당할 리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나무를 타고 이동하던 와중에 장삼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도망치는 사람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혈의를 입고 있는 이들이 어둠 속에서 우르르 빠져나오는데, 그 수가 하나하나 세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단순히 수십 명이라고만 생각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어느새 수백은 될 법했고, 또 시간이 지나니 수천은 되는 것 같았다.
장삼태가 마른침을 삼키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단우현은 어쩌면 천산마교보다 더한 이들을 혼자 상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다시 다리에 힘을 주며 내달렸다.
도망치는 이들이 내려온 길을 역으로 올라가 한참이나 이동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길이 더 험해지고 한 걸음 나아가기도 쉽지 않게 느껴질 그때.
갑자기 커다란 전각들이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바라본 채 숨을 삼켰다.
“왜…… 이런 것들이……?”
수많은 이들이 오르고 내리는 장백산이다.
그러나 이런 곳이 있다는 소문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조금 전 도망을 쳤던 이들이 아마 이곳에서 빠져나온 것은 아닐까 추측했다.
쾅!
장삼태가 주변 전각들에 시선을 빼앗겼을 때,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중심과 제법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던 장삼태였지만, 그 진동을 몸소 느낄 정도였다.
그가 몸을 움찔하며 조금 더 앞으로 들어가 봤다.
그리고 눈앞에 드러난 광경에 숨조차 쉬지 못한 채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이…… 이건…….”
무수히 많은 시체가 땅을 뒤덮고 있었다.
적어도 수천은 되어 보이는 시체들에게서 눈을 돌린 장삼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단우현의 짓이었다.
그리 생각하니 자신이 사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확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쾅쾅-!
연이어 폭음이 터졌다.
소리가 울리는 곳을 바라보니 수십 명의 인물과 단우현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수준으로는 결코 끼어들 수조차 없는 그 엄청난 광경에 장삼태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대체 이게 뭐야…… 이놈들은 또 누구고…….”
단우현을 상대로 저런 격전을 벌일 수 있는 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어찌하여 단우현이 이리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장삼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멀뚱히 서 있어야만 했다.
한 발이라도 더 내디뎠다간 절대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넘어 버릴 것 같은 아찔한 기분이 느껴졌던 탓이다.
쾅쾅-!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과 쇳소리만으로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해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