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
“우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크게 들려왔다.
수백의 포졸들이 흑도회의 인물들을 끌고 악양으로 들어오는 순간, 악양의 온 백성들이 홍원창을 향해 내지른 소리였다.
붙잡힌 흑도회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낭인들과 무림인들도 그 순간만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흐흐, 완전 영웅 납셨군.’
홍원창은 손을 흔들어 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천하의 무림맹도 하지 못한 일을 이루었으니 응당 이 정도 함성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어쩌면 그토록 원했던,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게 다 단우현 덕분이었다.
그를 만난 뒤부터 안 되는 일 없이 모든 것이 술술 풀렸다.
악양의 현령이라는 직책도 충분히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승승장구(乘勝長驅), 어느 누구도 홍원창의 앞길을 막아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들의 현상금 총액은 금자 백여 냥.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황실에서 내려오는 포상금을 생각한다면 그리 아까운 금액도 아니다.’
다름 아닌 흑도회를 소탕한 건이다.
벌써부터 왕부와 황실이 들썩일 정도로 큰 사건이다 보니, 막대한 부와 명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은 틀림없었다.
오래전부터 황실과 무림이 서로 눈치를 봐 가며 소탕을 하려 했지만, 누구도 성공을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황실이 무림을 압도한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 본다면 단우현에게 건네주는 돈 따위는 아깝지도 않을 만큼 커다란 공이었다.
‘그분에겐 금 백만 냥도 아깝지 않다.’
홍원창은 씩 웃었다.
설령 단우현이 전 재산을 다 내놓으라 해도 줄 것이다. 그만큼 신뢰를 하고 있었고, 급기야 최근 들어 황실에 대한 충성심보다 단우현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진 것 같았다.
‘더 높게 올라간다. 오로지 그분을 위해서!’
현령의 위치로 단우현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다. 단순한 편의를 봐주는 것 정도일 테지만, 더 높은 관직으로 올라간다면 더 많은 것들을 해 줄 수 있을 터였다.
홍원창은 마음을 굳게 먹으며 관아로 들어섰다.
한편,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함인지, 면사가 달린 갓을 쓰고 있는 그녀는 관아로 들어서는 홍원창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정말로 영웅 납셨네.’
남궁소혜는 콧방귀를 뀌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제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 낸 일도 아닐 텐데, 저치의 행동을 보라.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주변을 지키고 있는 이들 중 고수로 보이는 이들도 없고…… 그렇다고 저자가 고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자신의 기운조차 다루지 못하는 삼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가 정말로 흑도회를 소탕했다고 한다면 지나가는 개가 다 비웃을 것이다.
‘뒤에 누군가 있는 건 분명한데……. 누구일까?’
남궁소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의문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홍원창을 잡아다가 고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답답한 마음만 쌓여 갔다.
‘으음-! 남은 돈도 얼마 없는데 빨리 해결을 하고 돌아가지 않으면…….’
남궁소혜는 포옥 한숨을 쉬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천자산의 마을을 순찰하고 돌아오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하여 무림맹에서 받은 은자 오십 냥 정도만 들고 왔는데, 임무가 생각보다 길어지다 보니 꽤 많은 돈을 썼다.
그로 인해 수중에 남아 있는 돈이라고 해 봐야 은자 다섯 냥뿐.
싸구려 객잔에서 머무는 것은 가능할 테지만, 얼마 안 있으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했다.
이곳에서 칠 일 정도 거리에 있는 무림맹 지부를 찾아가 돈을 받아 오는 것인데, 그리되면 그 시간 동안 다른 누군가가 홍원창 뒤에 숨어 있는 고수와 접촉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내고 맹 지부를 찾아가서 돈을 받아야겠어.’
남궁소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 *
생각은 생각에 그친다는 걸 남궁소혜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땡볕이 내리쬐는 오후, 남궁소혜는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골목에 주저앉아 축 처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무언가를 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꼬르르륵-!
그저 배가 고프고 지쳐 갔다.
“망할…….”
눈물을 머금고 하늘을 바라봤다.
날은 유난히도 더워 짜증이 치솟았다.
벌써 악양으로 들어온 지 오 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것에 돈을 쓰다 보니 은자 닷 냥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아낀다고 그렇게 아꼈는데 나흘째 되던 날, 소면 한 그릇을 먹고 나자 전낭이 텅텅 비어 버렸다. 벌써 하루 반나절째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이러고 있었다.
‘지금 내 처지를 알면 할아버님은 날 죽이려 하실 거야…….’
축 처진 그녀는 주린 배보다 이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했다.
무림맹주인 남궁천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고된 수련이 남궁소혜를 괴롭힐 테니까.
‘힝…… 어쩌지?’
무공에 대한 천재성, 그리고 아무리 봉황단주라는 높은 직책에 있는 남궁소혜라 할지라도 결국 마음 연약한 여인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단 한 번의 굶주림도 겪어 본 적이 없는 여인이었다.
팔대세가의 정점이라는 위치에 있는 남궁세가의 직계손, 심지어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두각을 드러낸 탓에 세가 내에서도 거칠 것이 없던 그녀였다.
남궁소혜는 콩콩 머리를 쥐어박았다.
‘바보같이! 하루에 당과 하나만 사서 여러 번 나눠 먹었어야 되는데……!’
그걸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섯 냥을 가지고 있음에도 고작해야 사흘 만에 다 썼다는 건 그녀의 씀씀이가 상당히 헤프다는 반증이었다.
그때였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탓하고 있을 무렵, 느닷없이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깜짝 놀란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응?”
“…….”
처음에는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으슥한 골목에 어린아이가 홀로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니까.
두 번째는 그 아이가 내밀고 있는 것에 의아함을 머금었다.
그것은 자그마한 만두였다. 비록 작게 한 입 베어 물었던 흔적은 있지만, 지금 막 찐 듯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이건 뭐니?”
“만두요.”
“이걸 왜 나에게……?”
아이는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헤헤 하며 웃었다. 상당히 기뻐 보이는 표정으로 재차 손을 내밀었다.
“소미는…… 배가 불러서…….”
거짓말이었다.
딱 한 입 베어 문 흔적이 보이는데 배가 부르다니?
남궁소혜는 멍한 표정으로 아이를 올려다봤다. 순수하기 짝이 없는 눈빛과 표정, 진심이 엿보이는 행동.
아이는 남궁소혜의 손에 만두를 올려놓았다.
“맛있어요!”
초롱초롱.
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자그마한 손을 가슴께에 모았다. 시선은 남궁소혜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그녀가 어서 먹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남궁소혜는 꿀꺽 침을 삼키고 크게 한 입 물었다.
“마…… 맛있어.”
“그렇죠? 헤헤.”
뭐 이런 천진한 아이가 다 있는가.
남궁소혜는 야금야금 만두를 씹어 먹으며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의 시선을 느끼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흑…….”
“에?”
남궁소혜가 울컥 치미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만두를 계속 먹었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조심스레 다가가 눈물을 닦아 주었다.
“괜찮아요! 울지 마요! 소미도 그랬지만 지금은 괜찮은 걸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를 위로를 해 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았다.
남궁소혜는 저도 모르게 조금 힘이 났는지,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피식 웃었다.
“꼬마야, 이름은?”
“소미, 화소미예요.”
“예쁜 이름이구나. 언니는 남궁소혜라고 해.”
“헤에, 예쁜 이름이에요!”
환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머릿속에 있던 온갖 걱정들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 같은 그런 편안한 느낌이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감사의 말이라도…….”
“에?”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다.
그것이 남궁소혜의 철칙이었다. 지금은 비록 이런 꼴이지만,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몇 배로 보답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다소 시무룩해졌다.
부모에 대해 물어본 것이 실수였나, 하고 걱정을 하는 순간.
“소미는…… 부모님이 안…….”
“내가 이 아이의 아빠다.”
화소미의 입이 열리기 직전, 어디선가 나타난 사내의 손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깜짝 놀란 화소미가 휘둥그레 치켜뜬 시선으로 위를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단우현이 있었다.
“아…… 당신이 이 아이의 아버지인가요? 정말…… 감…… 사……?”
그리고 한순간, 남궁소혜는 뚫어지게 사내를 바라봤다. 뭘까, 이 익숙하기 짝이 없는 얼굴은. 심지어 목소리도 들어 본 것 같았다.
한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찰나.
사내가 화소미의 손을 이끌었다.
“굶주려 본 기분이 어떤가?”
실소와 함께 말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굶주려 본 기분이 어떠냐고? 참으로 뭐 같은 기분이기는 한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화소미와 사내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억을 떠올린 것인지 남궁소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사람?!’
틀림없다.
그 사람이다.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던 이상한 남자.
처음에는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신출귀몰한 남자였다. 심지어 자신의 눈앞에서 산적들의 주머니까지 털어 가지 않았던가.
“당신! 그때 그 사람 맞죠?”
어느새 앞을 막고 선 남궁소혜의 눈빛을 보며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일이었고, 감추고 싶은 마음 또한 없었다.
“다…… 다행이다……!”
“다행?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남궁소혜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사실 이러한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대남궁세가의 직계이며 장차 정도 무림을 이끌어 갈 여무사이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악양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쉬이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만큼, 이 한 줄기 빛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심지어 저 아이 때문에 살아나지 않았는가.
이건 분명 인연이었다.
“저…….”
“싫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어쨌든 싫다.”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남궁소혜가 울상을 지었다.
사내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궁소혜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바랐고, 그것을 거부하는 사내를 억지로 붙잡았다.
그녀를 아는 누군가가 이 사실을 듣는다면 콧방귀를 뀔 일이었다.
반면, 화소미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다 무엇이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봤다.
단우현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손을 꽉 잡고 있다.
그곳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나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내가 이 아이의 아빠다.”
무슨 생각으로 내뱉은 말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부모를 잃고 두 번 다시 부모가 생길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이 크게 요동을 치는 것 같았다.
화소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꼭 잡고 있는 손을 당겼다.
“응?”
“우리 도와줘요…….”
화소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소리는 끝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점점 작아졌지만, 이내 용기를 얻은 것인지 질끈 눈을 감고 소리쳤다.
“아빠!”
“……!”
단우현이 난생처음으로 놀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