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1
“평화롭구나.”
남궁천은 툇마루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제갈운이 있었는데, 술 상대를 해 주고 있는지 빈 잔을 계속해서 채우고 있었다.
“평화 말입니까…….”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듯이 식은땀을 흘렸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남궁천의 행동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마당은 마당대로 여기저기 파이고 헤졌으며, 집 건물 곳곳은 부서지고 망가져 있었다.
빠직!
“어?”
그 중심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무언가에 손을 대면 부서지기 일쑤.
가볍게 돌을 던지며 노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 돌은 흉기처럼 날아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박살 내거나 벽에 틀어박혔다.
몇 번이나 고치고 또 고쳐 보았지만, 애초에 단우현 정도 되는 솜씨가 아니라면 계속 부서지는 장원을 원상 복구시킬 방법이 없었다.
단우현과 장삼태, 권무진이 힘겹게 만들어 놓았던 배 또한 이미 걸레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장원의 풍경을 화려하게 만드는 소나무는 멀쩡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밖에 것들은 고치려고 해도 고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남궁천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공력을 다스리는 방법은 한 가지였다.
무공을 익혀 자연스럽게 힘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단소미에게 온갖 무공들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였는데…….
오히려 그게 더 독이 될 줄이야.
“저럴 만도 하죠. 이해조차 하지 못한 아이한테 그런 최상승 무공을 알려 주면 어떻게 해요?”
제갈연이 오독오독 무언가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한숨이 나왔다.
오로지 남궁세가의 직계에게만 전해진다는 심법을 알려 주고, 무애검은 물론이거니와 남궁소혜조차 익히지 못한 제왕검형까지 알려 주려 했으니, 무리를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한테는 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힐끗-
남궁천이 마당에 멍하니 앉아 있는 단소미를 바라봤다.
그 앞에는 곤란한 표정의 소혜가 있었는데, 울먹이는 단소미를 애써 달래 주려 하다 이내 남궁천을 바라보며 쌍심지를 켰다.
움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돌렸다.
“커컴!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내부에 남아 있는 단 장주의 힘이 너무 강한 것이야.”
남궁천은 어색하게 중얼거리며 책임을 회피했다.
단우현의 천일조화공이 가지고 있는 힘을 단전에 넣은 것은 확실하나, 그 힘은 마치 주인을 깔보는 것처럼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발생한 문제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소미는…… 이제 밖에 못 나가요.”
“그…… 그렇지 않아, 소미야! 곧 아빠가 돌아오시면 고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얼마 전에도 진랑이랑 장난치다 날려 버렸는걸요…….”
풀이 죽은 한마디에 남궁소혜 역시 할 말을 잃었다.
그 상황이 지금도 눈앞에서 그려졌다.
홍진랑이 생각 없이 단소미 앞에서 무공을 뽐내다가, 한 대 툭 쳤더니 수 장 밖으로 날아가 혼절을 하며 널브러졌다.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선했다.
아직도 의방에 누워 끙끙거리고 있으니, 지금 단소미가 가지고 있는 힘이 어린아이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당시 달려온 홍원창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으나, 차마 단소미에게 뭐라 하지도 못하고 쩔쩔맸다.
“소미는 이제…… 아무것도 못해요.”
좌절한 사람처럼 주저앉은 단소미는 울상을 지었다. 나가지도 못하고 안에 있어도 이것저것 때려 부수는 게 일상이다.
손을 대기만 하면 힘이 흘러나오니 어린아이의 입장에선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다.
“너무 심려치 마라. 사 늙은이나 네 아비가 온다면 해결 할 수 있으니 테니까.”
“……할아버지는 못해요?”
단소미가 슬쩍 남궁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그 두 사람은 가능한데 할아버지는 못하냐는 시선이다.
순진무구한 질문에 남궁천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한 듯 고개를 돌렸다.
“아니…… 뭐, 사…… 사 늙은이도 불가능할지 모르겠구나.”
“힝…….”
자신만 안 된다고 생각하면 창피하니 괜한 사도학을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정말로 사도학이 온다 하여도 불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그만큼 단우현의 내력은 그 끝을 알 수가 없었으니까.
“정말이지 그 사람은 뭐하느라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건지…….”
남궁소혜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벌써 수 개월이 흘렀다.
곧 있으면 일 년이 지날 것이다.
천산에서 헤어진 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혹여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와 엮인 이들이 잘못되었으면 잘못되었을 테지.
어찌 되었든 슬슬 돌아와야 하지 않나?
투덜거리며 저도 모르게 불만을 드러냈다.
통통.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들겼다.
사람이 마중조차 나가지 않았는데, 끼이익 하며 문이 열리고, 자그마한 여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소미 있어요?”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주지약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소 거북한 것인지 조심스러워하는 투가 역력했다. 그러다 마당에 앉아 있는 소미를 발견하고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지약아!”
“나 왔어!”
“어서 들어와!”
지약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며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더니 이번에는 남궁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같이 온 손님이…… 있는데…… 괜찮아요?”
“허허, 괜찮으니 들어오너라.”
“네에…… 그 소미를 고쳐 줄 수 있는 분을 데리고 왔는데…….”
“진짜야!?”
“응!”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문이 열렸다.
지약의 뒤에는 다소 체구가 작은 한 사내가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를 올린 것을 보면, 서생 같았지만 그쪽은 아닌 것 같았다.
남궁천이 반짝 눈을 빛냈다.
“오호- 소미를 고쳐 줄 귀인이라는 게 저자이더냐?”
“네! 화……. 아니, 숙부님이 보내 주신 분이에요. 그…… 공력? 뭐시기 분야로는 최고라고 하시던데요……?”
“흐음…… 그렇군.”
남궁천이 시선을 돌려 사내를 바라봤다.
서생같이 생기기는 했지만 무공을 익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대단한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가 보냈다고 하니 믿어 보는 것 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소 찝찝함을 머금으며 환대했다.
“들어오시게.”
“감사합니다. 저는 장독군이라 합니다.”
“장독군…… 장독군…….”
남궁천은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되새겼다. 그러다 힐끗 옆을 바라보니 제갈운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또한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시선을 돌려 남궁소혜와 제갈연을 바라봤으나, 두 사람 또한 모른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노부는…… 천이라 하네.”
남궁이라는 성을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가는 여기저기 소란이 일 게 분명했다.
“하하, 천 어르신이십니까?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공 치료를 이용해 틀어진 기맥과 혈맥을 바로잡고 단전을 안정시키는 것이 제 전문 분야지요.”
“그…… 그렇군.”
“자, 그럼 어디 좀 볼까?”
장독군은 한적한 툇마루 한편에 앉아 바닥을 손으로 툭툭 쳤다.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단소미가 멋쩍은 표정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윽고 단소미의 맥을 짚었다.
“이거, 상당히 꼬여 있습니다. 영약을 잘못 먹은 것입니까?”
“뭐…… 그런 셈이네만?”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왔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장독군은 안심을 하라는 듯 가슴을 팡팡 두들겼다.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단소미가 환한 표정을 지었고 지약 또한 표정을 펴며 웃었다.
“예전에 말입니다…… 무림맹주셨던 검황께서도 주화입마에 빠지신 적이 있습니다.”
“응?”
“어?”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기이한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장독군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단소미를 치료하기 위해 봇짐에서 침을 꺼내 시술을 할 준비를 마쳤다.
“그때, 총사셨던 제갈운 님의 요청에 따라 제가 찾아가 검황님을 고친 적이 있습니다. 하하, 그 덕분에 북경에 부름을 받았고 현재는 그곳에 머무르고 있지요.”
“그…… 그렇구먼.”
남궁천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부채질을 시작했다.
힐끗 제갈운을 바라보니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담은 눈빛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갈운의 기억에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검황은 어찌 되었는가?”
남궁천이 물었다.
그러자 장독군이 하하! 하며 큰 웃음을 지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아련한 눈빛을 보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 하셨지요. 많은 돈도 보상으로 받았고 말입니다. 그 뒤에도 꾸준히 그분을 돌봤습니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말입니다. 어휴…….”
“쿡쿡.”
“헐…….”
“크큼!”
제갈연이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지었다.
남궁소혜는 얼빠진 소리를 내었고, 제갈운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단소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에요! 숙부님의 병환도 고치셨다니까요!”
지약이 눈을 반짝이며 장독군을 칭찬했다.
“그렇게 제 실력이 알려진 탓에…… 안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장독진이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마교의 마황…… 사도학이 어찌 알았는지 저를 잡으러 온 것입니다!”
“와아……?”
단소미가 탄성을 내지르다가 무언가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장독진을 바라봤다.
검황과 심지어 사도학의 이름까지 거론이 되자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는 것 같았다.
단소미가 힐끗 남궁소혜와 제갈연을 번갈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애처로운 시선으로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며 단소미가 슬그머니 손을 빼며 뒤로 물러섰다.
“내가 뭐 어쨌다고?”
이윽고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아무도 없었던 공간에 느닷없이 검은 회오리가 일더니, 시꺼먼 옷을 입고 죽립을 쓴 인영이 나타났다.
그가 슬쩍 죽립을 들어 올리자.
“할아버지!”
단소미가 사도학임을 눈치채고 달려가 안겼다.
퍼억!
“커억!”
단소미가 사도학의 배를 향해 돌진하자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그의 입에서 침이 튀어나오고 눈이 빠질 것처럼 튀어나왔다.
“어?”
단소미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쿨럭쿨럭 기침을 내뱉은 사도학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야?!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쩌렁쩌렁-!
남궁소혜가 급하게 다가가 단소미의 귀를 틀어막았다. 정작 자신은 귀가 터질 것 같은 외침을 고스란히 받은 탓에 골이 흔들렸다.
“그러고 너! 아까부터 내가 뭐?”
“에?”
“내가 뭘 어쨌다고?”
장독군은 시퍼렇게 질린 안색으로 사도학을 바라봤다.
이글이글 불타는 사도학의 시선이 장독군을 향해 쏟아졌다.
장독군의 바지가 서서히 축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