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2
“죄…… 죄송해요…….”
주지약은 고개를 숙인 채 말조차 잇지 못했다.
기껏 데려온 이가 사기꾼이라니?
물론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어느 정도 치료에 대한 소양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 빼면 그가 내뱉은 말 자체가 전부 거짓이었으니 제대로 된 이라 할 수 없었다.
“허허, 괜찮다 괜찮아. 이런 이도 있고 저런 이도 있는 법이지 않겠느냐.”
남궁천은 오랜만에 기분 좋은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그건 바로 사도학이 돌아온 덕이었다.
이제야 조금 장원 같은 느낌이었다.
“어디서 그런 사기꾼 놈 말을 듣고 있어? 노망이 났나, 이 인간이.”
“그래도 재미있지 않았나?”
“퍽이나!”
“허허, 그건 그렇고 이렇게 온 것을 보니 그쪽 일은 잘 정리되었나 보군.”
사도학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간자라 생각되는 이들을 모조리 죽였고, 훗날 마교의 적이 될 것 같은 이들의 싹을 잘라 버렸다.
장로와 호법들 대부분이 죽은 탓에 전력이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다음 천마 직위를 이어받은 놈의 능력이라면 능히 새로운 마교를 잘 이끌 것이다.
“누구에게 주었는가?”
“염화도 감춘이다.”
“오호…… 그자라면 확실히 세력을 이끌 만한 능력이 있지. 하지만 천마신공을 배우기에는 다소 늦지 않았는가?”
“알아서 하겠지.”
사도학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교인들은 그 많은 이들 앞에서 장로와 호법들을 죽인 것이 공포가 되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던 흑풍신마를 죽인 고수까지 있으니, 사도학의 결정을 허투루 흘리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천마신공을 대성하지 않아도 된다. 본디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현 마교에서는 제일의 실력이라 할 수 있으니 어느 누가 그의 자리를 넘보겠는가?
심지어 사도학이 알게 모르게 그 뒤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파도 그렇고 마교도 그렇고…… 하나같이 전력이 말이 아니로구나. 허허…….”
남궁천의 한탄에 제갈운 또한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중원에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과연 막아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아직도 천도회와 무림맹은 서로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으며, 마교는 마교대로 사파는 사파대로 많은 세력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
‘이 세가가 문제 아닙니까?’
제갈운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닫았다.
사파의 한 축인 마씨세가가 사라져 버린 것도, 무림맹이 반으로 갈려 나간 것도, 마교가 뒤집어진 이유 또한 이 세가에 살고있는 사람들 탓 아니었던가?
‘여기가 제일 문제야 문제.’
제갈운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고양이 새끼들이 안 보이는데?”
사도학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언제나 단소미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던 두 영물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가 싶어 남궁소혜를 바라보니 그녀가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소미가…… 끌어안다가…….”
“……살아는 있더냐?”
“배, 백호는 그나마 멀쩡한데…… 배, 백묘가 기겁을 하면서 도망치는 바람에…….”
가출했다는 말이다.
사도학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단우현의 공력이 얼마나 독하기에 저리되었단 말인가? 맥을 짚어 본 순간 사도학 또한 어찌할 수 없음을 느끼곤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렇고 그놈은 왜 없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네.”
“아직도?”
중간중간 전서구를 받고 있었기에 세가 상황이 어찌 되고 있는지 사도학 또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단우현이 장삼태를 데리고 따로 여정을 나간 것도 말이다.
“여자라도 만들어 오는 거 아니야?”
사도학이 한 잔을 마시며 물었다.
그러자 남궁소혜의 눈에 불이 일어났다. 그것을 바라보며 몹시 재미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뭐, 그놈이라면 능히 그럴만하지. 돈 있겠다, 집 있겠다……. 애 하나 딸려있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소미니까 뭐…… 잘 넘어갈 수 있겠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왜? 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놀리는 사도학의 말에 남궁소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단우현이 여자를 만들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는데, 사도학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아미를 찌푸렸다.
“장난치지 마세요. 단 공자한테는 소미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너는 탈락이지.”
“이씨!”
“해볼래?”
당장이라도 사도학을 향해 검을 뽑고 덤빌 것 같은 기세에, 사도학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설령 남궁소혜라 해도 봐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흥!
남궁소혜가 콧방귀를 뀌고는 부엌을 향해 부리나케 움직였다.
단우현이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그간 부단히 요리를 연습했고, 이제는 못하는 집안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여자를 데리고 온다면?
억장이 무너질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정말…… 언제쯤 돌아오려나…….”
부엌으로 향하며 남궁소혜는 먼 곳을 바라봤다.
마치 애타게 님을 기다리는 여인같이 보였다.
남궁소혜가 한숨을 쉬며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사도학이 돌아왔으니 맛있는 것들을 잔뜩 해 주어야지! 하며 잔뜩 기합을 넣었다.
불을 피우고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많이 만들어야 하니 다소 시간이 좀 걸리겠다며 즐거운 생각으로 요리를 시작하려는 찰나.
“오늘은 밖에 나가서 먹자! 내가 내마!”
“와아-! 좋아요!”
“음, 오랜만에 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 허허허.”
이윽고 들려오는 소리에 쥐고 있던 주걱이 부서졌다.
* * *
풍요객잔.
최근 악양에 새로이 들어선 객잔이었다.
일류 숙수가 만드는 음식들을 싼값에 제공했으며, 커다란 객잔의 내부가 나무와 꽃들로 꾸며져 있어, 마치 풍경화를 담아 놓은 듯 아름다웠다.
이곳의 주인은 금은학, 그리고 관리하는 사람은 호연지였다.
호연세가의 술을 파는 곳이라는 점도 있는 탓에 중원 곳곳에서 그 술맛과 요리를 접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객잔 앞은 언제나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었으며, 손님이 많을 때는 반 시진 가까이 기다리고 있어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일행들을 향해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금환상단의 상단주가 두 팔 벌려 환대한 일행들인 데다, 호연지가 직접 음식들을 날라 가져다주니 그보다 놀라운 광경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저기에서 소곤거리는 사람들이 부기지수였는데, 이 악양 사람들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 보니 소선녀가 점점 더 귀여워지네. 하아…… 며느리 삼고 싶다.”
“예끼! 그런 소리 말게! 함부로 그런 입방정 떨었다가 홍 대인께 죽을 뻔한 이가 몇인 줄 아는가?”
껄껄거리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겐 저 일행들 자체가 명물이다.
신선이 산다는 장원, 아니 이제는 세가라 불려야 할까?
그런 곳에 머무는 이들이고, 저들이 나타난 순간부터 이 악양의 치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많은 이들이 쉬쉬하고 있기는 하지만, 군자검과 마천군이 누구인지 어른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긴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겠는가?
“허허허, 여긴 언제와도 북적거리는구나.”
“그러네요.”
“장사가 잘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않습니까?”
제갈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눈물을 삼켰다.
이 객잔을 만들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는 금은학과 기왕 쓸 거면 팍팍 돈을 들이자는 제갈운은 알게 모르게 줄다리기를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는데, 결국 화가 난 제갈운이 금은학의 멱살을 붙잡고 뒷골목으로 끌고 간 뒤에 지금의 풍요객잔이 세워졌다.
한동안 의방 신세를 면치 못했던 금은학을 대신하여, 객잔 전체를 뒤집어엎었고, 상당한 돈을 들여 객잔을 꾸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금은학이 정산을 하고, 피눈물을 흘리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수익을 뽑아내고 있으므로 오히려 감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자, 조심조심…….”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들려오는 소리에 곁을 바라보니 의자에 앉아 있는 단소미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남궁소혜가 보였다.
젓가락질은 물론이고 수저조차 손에 쥐면 부러트리기 일쑤인 소미를 위해 하는 행동이다.
물론 단소미는 불만스러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게걸스럽게 입을 접시에 처박고 먹어야 할 판국이었다.
“으으…….”
단소미는 울상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루라도 빨리 체질을 고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것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때, 객잔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일행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고 있던 남궁천과 사도학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남자가 있었던 탓이다.
“아니, 꼭 밖에서 먹어야 해?”
“뭐 어때요? 악양에서 엄청 유명하다잖아요.”
“나는 장주님이랑 소미랑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네가 아니라!”
“칙칙한 사내들이랑 먹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해요?”
“소미는 사내가 아니야! 그 아이는 선녀라고 선녀!”
“아, 예예.”
투덜거리며 들어오는 두 남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객잔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익숙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다른 이들도 시선을 주었다.
“어?”
장삼태 또한 그곳을 바라봤다.
익숙한 면면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탓에, 깜짝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왜…… 여기에……?”
“장 아저씨!”
단소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보는 장삼태를 한눈에 알아봤다.
비록 그 모습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달라지기는 하였지만, 그가 장삼태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어…… 소미야!?”
“아저씨!”
단소미가 반가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곤 사도학을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달려갔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단소미와 오래 알았고, 그만큼 서로 의지하던 사이였으니 단소미의 마음이 오죽할까?
한달음에 달려가 그대로 품에 안겨들었다.
뻐걱!
“꾸웨에엑!”
그리고 순간.
장삼태의 몸이 들소에 치인 것처럼 훌쩍 날아갔다.
품에 안기려던 단소미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간 장삼태가 객잔 문을 뚫고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쿠다탕-!
“이…… 이봐요!?”
깜짝 놀란 매향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어떻게 조그마한 이 아이가 건장한 남자를 날려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엎어져 있는 장삼태를 망연히 쳐다봤다.
눈이 뒤집혀 흰자만 보였으며 입에서는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흠, 조금 과했구나.”
그때, 그 상황을 바라보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단소미가 퍼뜩 정신을 차리며 그곳을 바라봤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객잔을 향해 다가오는 단우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소미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도학이나 장삼태처럼 달려가 안기지 않고, 마치 꿈 같은 느낌에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눈물이 가득한 시선만 보냈다.
어느새 그런 단소미 곁으로 다가온 단우현이 머리 위에 손을 얹혔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렸다.
“잘 지내고 있었느냐?”
따스한 한마디에 단소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져 내렸다.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알려 주는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으아아앙!”
단소미의 울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