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58
“그런데 정말 가는 거냐?”
권무진은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꼬임에 넘어가 악양까지 온 것은 좋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소 무리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힐끗 쳐다보니 마장강 역시 말을 하고 있지는 않으나, 표정에서 그 불안함이 느껴졌다.
“아! 진짜 걱정하지 말라니까! 괜찮대도!”
“주군께 걸리기라도 하면…….”
“에이! 우리 장주님이 누구야? 그런 거 신경 안 쓰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길림까지 따라간 보수를 받는 거니 뭐라 안 하신다니까?”
“으음…….”
장삼태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들겼다.
사내 놈들이 무슨 겁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물론 단우현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클 테지만, 장삼태는 누구보다 단우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인이었다.
고작해야 이런 일로 화를 내지는 않을 거다.
좋은 술 한 병 사 들고 가면 되지 않겠는가!
“다 왔다!”
이윽고 장삼태가 눈앞에 있는 곳을 바라보며 히죽 웃음을 지었다.
악양현청이라고 적힌 커다란 현판을 바라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들끓었다.
“간다!”
이윽고 거침없이 한 발을 내디뎠다.
장삼태를 알고 있는 포졸들은 당당하게 들어서는 그를 막아설 생각조차 하지 않고 길을 비켜 주었다. 다소 우물쭈물하기는 하였으나, 어쩌면 홍원창조차 어찌할 수 없는 이일 테니까.
“홍 대인, 있나-?”
장삼태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며 홍원창의 모습을 찾았다. 한껏 거드름 피우고 있는 그 모습에 마장강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저래도 되는 거야?”
“일단…… 지켜봅시다.”
권무진이 한숨을 쉬며 장삼태의 행동을 바라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엄청나게 당당했다. 물론 홍원창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으니 당연한 일일 테지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평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거만했다.
“응? 자네가 이곳에 웬일인가?”
“크큼! 홍 대인, 이 삼태가 홍 대인을 찾아온 이유가 뭐 있겠수?”
“엉?”
‘뭐야, 이놈?’
어딘지 모르게 거만한 모습을 바라보며 홍원창은 신음을 삼켰다.
보아하니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 같은데, 그것이 도통 무엇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 거드름을 피우던 장삼태가 툇마루에 앉았다.
“북경에서 일 잘 해결됐다고 들었는데-?”
“……으…… 그,그러네만…….”
“포상도 무척 잘 받은 모양이오.”
“…….”
그제야 홍원창은 저놈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짐작했다. 북경에서 벌어진 일은 오로지 홍원창의 공으로 돌아갔고, 덕분에 황실에서 상당히 많은 포상을 받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북경으로 가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다.
장삼태는 지금 그것을 노리고 찾아온 거다.
“주…… 주군께서 보내셨나?”
“에이, 우리 장주님이 어디 그런 거 받아오라 말라 하시나? 알아서 줘야지.”
장삼태가 손가락을 비비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영락없이 사악한 미소였다.
홍원창은 실제로 단우현의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막대한 포상 또한 손에 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단우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갈 예정이었는데, 때아닌 장삼태의 방문에 당황스러웠다.
“안 그래도 내가 주군께…….”
“크큼!”
장삼태가 헛기침으로 말을 자르고 다리를 꼬며 앉았다. 살짝 턱을 들어 올린 그가 씩 하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건 장주님께 알아서 드리고 나는 나대로 받아야지.”
“뭐라?”
“아니면 소문 좀 내 볼까? 자네, 잠시 이리 와 보게.”
그가 뜬금없이 지나가고 있던 포졸을 불러 세웠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포졸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바라보며 홍원창이 기겁을 하며 장삼태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자네……!”
치솟는 울화를 감당할 수 없어 손마저 떨려왔다.
“쓸데없는 짓 말게나!”
“어허, 죄 없는 양민의 멱살을 잡는 것이오? 이것 참…….”
순간 홍원창은 잡은 멱살을 슬그머니 놓으며 인상을 폈다. 툭툭 먼지를 털어 주듯 그의 가슴팍을 두들기더니 웃었다.
“그래그래, 무엇이 필요한가?”
꾹 쥐고 있는 주먹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장삼태가 마치 사람을 깔보는 미소를 지었다.
“일단 한 상 거하게 내놔 보쇼.”
* * *
“으음…….”
“배…… 배고파요…….”
남궁소혜와 제갈연은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 장사로 향했다.
고로 세가 안에 남아 있는 이들이라 해 봐야 몇 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그들 중 요리를 할 수 있는 이는 단소미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우현이 있는 상황에서 단소미에게 요리를 시키는 건 용납될 수가 없는 만큼, 쫄쫄 굶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남궁천과 사도학, 그리고 단우현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제갈운이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가뜩이나 세 사람은 밖에서 신나게 놀고 왔다. 체력적으로 지친 것은 아닐 테지만, 점심마저 먹지 않았으니 응당 배가 고플 만했다.
하지만 밥을 해야 할 장삼태가 존재치 않고, 소혜마저 나갔으니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소미가…… 할까요?”
“아니다.”
슬쩍 눈치를 본 단소미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단우현은 단칼에 거절하며 고개를 저었다.
어린아이에게 시키기에는 양도 양일뿐더러 불을 다루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 게야?”
사도학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인상을 썼다.
권무진과 마장강 ,그리고 장삼태.
평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함께 나가서 수 시진 동안 깜깜무소식이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때, 끼익 대문이 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을 향해 쏟아졌다.
안으로 들어오던 매향이 깜짝놀라 몸을 움찔했다.
“찾았나?”
제일 먼저 물은 것은 단우현이다.
악양으로 장삼태를 찾으러 갔다 왔으니 그 결과를 묻는 것이다.
그러자 매향이 다소 곤혼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한숨을 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게…… 말이죠…….”
“뭐냐? 빨리빨리 말해.”
사도학이 재촉을 하며 눈을 빛내니 겁을 잔뜩 집어먹은 매향은 질끈 눈을 감았다. 어떻게 해서든 장삼태를 감싸주고 싶기는 한데, 상황이 그리되지 못할 것 같았다.
매향은 속으로 장삼태의 명복을 빌었다.
* * *
“으하하하!”
“아주 좋구나, 좋아!”
“…….”
크게 소리를 치며 장삼태는 기뻐 날뛰었다. 그 뒤를 따르는 듯 마장강이 술을 퍼마시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악양의 홍등가에서도 나름 비싸다는 곳을 통째로 빌린 네 사람은, 기녀를 끼고 앉아 연거푸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공력을 이용해 술기운을 날리는 것도 아깝다 생각하는 것인지, 그들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심지어.
“역시 사내라면 이리 호탕하게 놀아야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장삼태를 찢어 죽이고 싶었던 홍원창마저, 완전히 취한 것인지 기녀를 끌어안고 연신 술을 마셨다.
그야말로 향락(享樂)에 빠진 이들처럼 술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그 방 안은 짙은 여인네의 향기로 가득했다.
“내 오랜만에 이리 노니 기분이 좋구나-! 안 그런가, 권 호위?”
“……잘 모르겠다만 좋기는 하군.”
평소 진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권무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연거푸 술을 마시며 관심이 없는 척 시선을 돌렸다.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푸하하! 내가 뭐랬어! 괜찮다고 했지?”
장삼태가 홍원창과 어깨동무를 하며 크게 웃었다.
단우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끔 사내들끼리 이렇게 모이는 것이야말로 돈독한 우정을 쌓을 기회 아니던가?
다 늙어빠진 이들이 있어 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끅! 하지만 괜찮으려나 모르겠군. 주군께서 아시기라도 하면…….”
“그렇다고 부를 수도 없잖아? 다 늙은 노친네들까지 와서 방해할 텐데 안 그래? 젊은 놈은 젊은 놈들이랑 어울려야지.”
“주군도 젊다만?”
“하하하! 뼈가 삭아도 진즉 삭았을 거다, 그 해골바가지는!”
단우현이 무신 그 본인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이들에겐 젊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장삼태에게 있어선, 이미 같은 사람이 아닌 셈이었다.
“해골바가지라니 말이 심하구나.”
“아니, 틀린 말이라도 했나! 옛날…… 옛적……?”
한순간, 시간이 멈춰 버렸다.
모든 이들이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술을 마시고 있던 권무진은 물론이고, 기녀 품에 파고들던 마장강과 홍원창마저 돌이 되어 버린 듯 혹은 정말로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시선 끝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단우현과 남궁천, 그리고 사도학.
아무렇지 않게 방 안을 둘러보고 있는 그들은, 화려한 술상을 주시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누구는 굶어 죽기 직전인데 맛있는 것들만 골라 먹고 있네.”
사도학이 슬그머니 닭다리 하나를 쭉 찢었다. 고급 닭을 요리한 것인지 육질이 꽤 부드러웠다.
그것을 한입 물고 멍하니 술잔을 들고 있는 권무진을 바라봤다.
“너도 한 점 먹어 봐라.”
뼈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그것을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권무진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 모든 행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어때? 뼈밖에 없어도 맛있지?”
“그…… 그렇습니다…….”
“뼈밖에 없는 것도 먹을 만하지?”
“네…….”
“그럼 다 늙은 놈들도 쓸모가 있겠지?”
권무진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력을 끌어올려 취기를 날려 버리려 하는 순간, 사도학이 퍽! 하며 그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끄억!”
“누가 공력 움직이랬냐?”
그 말에 움찔한 것은 곁에 있던 마장강이었다. 그 또한 취기를 날리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렸는데, 얻어맞는 권무진을 보며 급하게 공력을 가라앉혔다.
그사이, 단우현이 네 사람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술이나 내와라.”
그의 한마디에 기녀들이 부리나케 달려가 술을 가지고 왔다.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으니 따라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더 내와라.”
하나둘, 술병이 주변에 깔리기 시작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것을 보니 틀림없이 기루에 있는 모든 술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
네 사람이 불안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함께 술을 마시자고 가지고 오게 한 것은 아닐 테고…….
“마셔라.”
그때, 단우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퉁겼다. 바닥에 있던 술병 네 개가 네 사람 앞에 떨어졌다. 그것을 천천히 주워 든 이들이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꿀꺽꿀꺽-!
그러나 명령이 떨어졌으니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이윽고 각자 한 병씩 전부 비우자 단우현은 또다시 손가락을 퉁겼다.
“마셔라.”
그 한 마디에 모든 이들이 시퍼렇게 질린 채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의 의도를 그제야 알아챈 것이다. 틀림없이 단우현은 이 자리에 있는 술 전부를 마시기 전까지 돌려보내지 않을 것 같았다.
“마셔라.”
또다시 들려오는 한 마디에 모든 이들의 안색이 누렇게 떴다.
“공력을 일으키면 죽는다. 알아들었으면 계속 마셔라. 그렇게 좋아하는 술, 원 없이 마시게 해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