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1
“하아, 하아…… 하아…….”
남궁소혜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숨겼다.
최대한 먼 곳으로 도망쳤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동을 하고 싶었으나, 저들은 마치 사냥감을 몰고 있는 것처럼 길목을 철저하게 차단했으므로 그럴 수가 없었다.
하여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몸을 숨겼다.
지금 남궁소혜가 숨어 있는 곳은 인근에 있는 폐가였다. 군데군데 구멍이 난 데다, 인적이 오래전에 끊긴 이곳은 당장 저들의 눈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괜찮니?”
“네…… 언니는요?”
“나는 괜찮아.”
남궁소혜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단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다독였다.
대낮에 괴한의 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린 단소미의 입장에선 불안감을 쉽게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언니가 길을 만들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달려서 집으로 가야 해. 알아들었지?”
“네에?”
깜짝 놀라는 단소미의 표정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머지않아 이곳까지 당도할 터.
‘하다못해 소미만큼은…….’
남궁소혜는 단소미를 끌어안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죽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다.
애초에 무림인들은 언제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살리고 싶었다.
저들의 목적은 남궁소혜, 자신이리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짐작이 갔다. 그렇기에 최대한 시선을 돌리기만 한다면, 단소미를 피신시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모용세가…….’
남궁소혜는 저들의 검식을 다시금 뇌리에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모용세가의 검술이었다. 비록 직계의 검술은 아니었으나, 방계인들이 펼치는 검법이 틀림없었다.
왜 모용세가의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것인가?
혹시 처음부터 남궁소혜를 노리고 온 것일까?
‘아니…… 아니야.’
처음 저들과 부딪쳤을 당시, 저들 또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죽립을 눌러쓴 탓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우연히 마주친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로 악양에 온 건가?’
남궁소혜는 쉽게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때.
푸욱-!
“크윽!”
“언니!?”
느닷없이 벽을 뚫고 검날이 어깨로 파고들었다.
그 강렬한 통증에 이를 악물며 몸을 빼내었다. 비명을 지를 겨를조차 없이 검을 뻗어 벽을 꿰뚫었다.
쾅!
남궁소혜의 검이 벽 뒤에 서 있던 이의 몸을 뚫었다.
짧은 신음과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을 들으며 안심할 만큼 남궁소혜는 바보가 아니다.
콰앙-!
곧 엄청난 울림과 함께 벽이 부서지고 누군가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 사내는 고고한 시선으로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입가에 짙은 미소를 지었다.
“모용장욱!”
“하하!”
그를 바라본 남궁소혜는 단박에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한때 후기지수 중에서도 남궁소혜와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차후 검성이 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치켜세워 주었던 자.
모용세가의 소가주이자, 죽은 모용관천의 아들.
“오랜만이구나, 남궁소혜-!”
모용장욱은 그 말을 내뱉으며 강하게 검을 내리쳤다. 그가 노리는 것은 남궁소혜가 아닌 그녀가 지키려 하는 단소미였다.
남궁소혜는 당황하지 않은 채 검을 쳐 냈다.
캉!
한 차례 부딪침에 불꽃이 일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뒤로 물러섰다.
새하얗게 질린 단소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으나, 지금은 달래 줄 여유 또한 존재치 않았다.
쾅!
다시금 소리가 들렸다.
남궁소혜의 뒤, 다 허물어져 가는 벽이 부서지고 한 사내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남궁소혜를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촤악!
“큭!”
어깨가 크게 베였다.
피가 튀고 고통이 몸을 마비시켰다.
다시금 사내의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남궁소혜가 단소미를 끌어안았다.
촤아악!
“아아악!”
등이 깊게 베이는 감각을 느꼈다.
단소미를 끌어안고 뒹구는 남궁소혜는 터지는 신음을 억누르며 고통을 참아 냈다. 부들부들 온몸이 떨려왔다.
“어…… 언니…….”
단소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남궁소혜의 얼굴을 매만졌다.
“괜찮아, 괜찮아. 소미는 잘못한 거 없어.”
남궁소혜는 이를 악물고 소미를 달래 주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착한 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을까 싶은 마음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남궁소혜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정도를 지향하는 모용세가는 없는 거군요…….”
“……이리 만든 것이 누구인데?”
모용장욱이 한껏 비웃음을 머금으며 남궁소혜를 쏘아봤다. 모용혁문이 남궁천을 건드린 그 순간부터 모든 일들이 꼬여 갔다.
그렇기에 모용세가가 모든 것을 잃고 주저앉은 것은 남궁세가 탓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이 모용장욱에겐 진실이었다.
더 이상 정도의 명문세가라 불렸던 모용세가는 없었다.
“그럼 나 또한…… 망설이지 않도록 하죠.”
“기개만큼은 가상하구나.”
모용장욱은 그녀를 비웃었다.
남궁소혜가 강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은 낮았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수하들만 나서도 능히 남궁소혜를 죽일 능력이 됐다.
그가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하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둘러싸인 그 형국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끝을 보지 못해 안타깝구나, 남궁소혜. 네가 내 발밑에서 기면서 목숨을 구걸한다면 살려 줄 생각은 있다만?”
“놀고 있네요.”
“하하, 그래야 남궁소혜지. 한껏 희롱하다 죽이거라. 아까운 미모이기는 하다만 어차피 죽여야 하는 년이니.”
모용장욱은 냉소와 함께 등을 돌렸다.
이런 곳에서 남궁소혜를 보게 된 것은 실로 우연이었으나, 어차피 죽여야 할 원수였던 만큼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하나, 모용장욱은 끝까지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세가의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해야 한다.
조금이라면 늦는다면 크게 꾸중을 들을 터.
재미있는 구경을 놓치는 게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등을 돌렸다.
남궁소혜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 뛰쳐나가 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지만, 눈앞에 있는 이들조차 뚫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언니…….”
“괜찮아. 정말 괜찮으니까…….”
단소미가 울먹이며 남궁소혜의 등을 바라봤다.
깊게 베인 그곳에서 뚝뚝 피가 흘러내렸다. 기실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남궁소혜는 단소미만큼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어 정신을 일깨우며 검을 들었다.
“포기해라.”
“댁들이나 좀 하시죠.”
남궁소혜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공력을 일으켰다.
‘내 잘못이야.’
단소미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고, 우연이 몇 번이나 겹쳐 만들어 낸 일이기는 했지만, 남궁소혜는 이 모든 사실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길게 숨을 내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세
창천환조검의 기운이 부드럽게 퍼져 나갔다.
길게 버텨 봐야 십여 수일 테지만, 단소미가 도망칠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 것이다.
탁-!
그때, 무언가가 날아가 사내들의 어깨에 부딪쳤다.
자그마한 돌멩이.
그것을 던진 것은 다름 아닌 단소미였다.
“저리 가요!”
강하게 소리를 치며 사내들을 쫓아내려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지만, 이렇게 작은 돌멩이라도 던져 남궁소혜를 구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러나 사내들은 무감각하게 옷을 털 뿐이었다.
“저리가라고요-!”
앙칼진 외침과 함께 단소미가 또다시 돌을 던졌다.
쇅-!
날아간 돌멩이가 그대로 한 사내의 얼굴을 가격했다.
뻐억-!
“커억!”
얼굴을 제대로 얻어맞은 사내의 몸이 뒤로 강하게 꺾이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쓰러진 사내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엑?”
“어……?”
단소미와 남궁소혜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단순히 조금 전과 똑같이 던졌는데, 얻어맞은 사내는 그대로 혼절을 해 버렸다.
“뭐야!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쩌렁쩌렁-!
당황한 사내들이 언성을 높이며 달려들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그 순간.
퍽퍽퍽퍽-!
느닷없이 벽을 뚫고 날아든 무언가가 달려든 사내들의 팔다리를 어김없이 후려쳤다.
마구 달려들던 이들이 괴로운 신음을 지르며 엎어지는 순간.
바람이 몰아치며 주변을 휘감았다.
“이…… 이건……?”
남궁소혜는 그 바람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동시에 손을 뻗어 단소미의 수혈을 짚었다.
축 늘어지는 단소미를 받아 든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들어왔다.
질질질-
한 손에는 조금 전 나간 모용장욱이 머리채를 붙잡힌 채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지 움찔움찔 몸을 떠는 것이 곧 숨이 다할 것처럼 보였다.
“다…… 단 공자…….”
“잘 버텼구나.”
단우현은 부상을 입은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남궁소혜가 주륵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도감이 전신을 휘감으니 저도 모르게 다리의 힘이 풀린 것이다.
“누구냐, 이것들은?”
단우현이 살벌한 시선을 보내며 쓰러진 이들을 쳐다봤다.
어느새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단우현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남궁소혜보다 그가 더욱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이다.
“모…… 모용세가.”
“그렇군.”
싸늘하다 못해 차가운 냉소가 그의 얼굴에 스며들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남궁소혜는 마치 전신이 얼어붙어 버리는 것 같은 냉기에 소름마저 돋았다.
마른침을 넘기는 순간, 살포시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지친 몸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현상에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자, 그제야 단우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라.”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다. 단소미를 업고 한 걸음을 내딛자, 지켜보고 있던 모용세가의 무사들이 칼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마라.”
느닷없이 들려오는 단우현의 한마디는,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명령처럼 이들의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부들부들-
모든 이들이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해 보았지만 그저 움찔거릴 뿐이었다.
단우현의 살기가 지독하게 주변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