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3
“상태는 좀 어떤가?”
단우현의 물음에 남궁천은 작은 신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작은 한숨을 내쉰 남궁천이 조심스레 물었다.
“혹 자네인가? 소혜의 몸에 공력을 넣어 준 것이?”
“그것이 없었더라도 버텼을 거다.”
남궁천이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먼 곳에서부터 이곳까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심지어 아이를 안은 채 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의 공력 덕분이었다.
물론 남궁소혜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점은 인정하는 것이나, 그것이 아니었다면 필시 숨을 거두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고맙네.”
“감사를 받고자 한 일이 아니다. 그보다 상태는 어떠냐고 물었다.”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누워 있다네. 당분간 요양을 좀 해야 하긴 하지만 곧 의식을 회복할 것이라 생각하네.”
남궁천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듣자 하니 소미를 지키려다 등에 깊은 상처를 얻은 것 같았으니 소미의 충격도 이만저만하지 않았을 터.
벌써 이틀이나 지났음에도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것 또한 그러한 이유이지 않을까 했다.
“소미는 좀 어떠한가?”
“괜찮아질 거다.”
단우현은 대수롭지 않게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여아에게 있어서는 큰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을 겪은 셈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잠을 자는 사이나 단소미가 모르는 곳에서 일이 벌어졌다.
또한 누군가가 크게 다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단소미를 지키다 남궁소혜가 중상을 입었다.
그것을 저 어린아이가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그 아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거늘…….”
“그걸 잘 알고 있으니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이지.”
모든 이들이 단소미를 위로하며 감싸 주었다.
“가 보지 않아도 되겠는가?”
“내가 가 봐야 비슷한 소리만 할 뿐이지. 지금은 나보다 더 적격인 사람이 있다.”
“으응?”
그런 이가 있던가?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사도학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여, 그자가 적격인 인물인가 싶어 의심 섞인 눈초리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단우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적격일 거다. 아마도 말이야.”
“…….”
남궁천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좀처럼 거둬지지 않았다.
* * *
“소미는…… 아무것도…….”
방 안에 있는 단소미는 사도학을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뚝!”
사도학의 한 마디에 단소미가 크게 놀랐다.
탁!
사도학이 탁자를 내려치고는 언성을 높였다.
“어른들에겐 어른들의 역할이 있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무슨 잘못이 있어!”
“그…… 그렇지만…….”
“애는 애답게 굴어라! 특히 그런 상황에서는 네가 뭘 할 수 있었겠느냐!”
사도학의 한마디에 단소미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부리부리한 사도학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모든 행동에는 결과와 그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어른이야. 소혜는 어른으로서 아이인 너를 지킨 것이고. 아직도 모르겠느냐?”
“아니요…….”
풀 죽은 표정에 단소미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어쨌거나 너를 지키기 위해 소혜가 저렇게 되었으니 그 책임을 지어야지.”
“네에?”
단소미가 두 눈 껌뻑이며 사도학을 바라봤다.
옆에서 간호를 해 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다른 것이 또 있는가?
고개를 갸웃하자, 지금까지 화를 냈던 것과는 다르게 다소 부드러운 표정을 지은 사도학이 입을 열었다.
“환자에게 좋은 음식을 만들러 가자꾸나.”
“아…….”
“그리고 네가 옆에 있어 주면 더욱 빨리 쾌차할 것 아니냐?”
“마, 맞아요! 소미가 할게요! 할 수 있어요!”
단소미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산에 올라가야 한다. 그곳에서 몸에 좋은 약초와 식재료들을 구해야 하니 이것저것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한 웃음을 지은 단소미가 서둘러 방을 나섰다.
이틀 만에 나서는 그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 *
“거봐라. 내 말이 맞지?”
사도학의 손을 잡고 세가를 나서는 단소미를 보며 단우현은 웃음을 지었다. 풀이 죽었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언제나처럼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사도학이 뭐라 하였는지 또 무엇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소미의 기분을 풀어 준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남궁천이 다소 못마땅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노부도 할 수 있는 일이었네.”
“하하, 그럴 테지…… 어쩌면 말이다.”
단우현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 순간, 집을 나서고 있는 단소미와 교차하듯이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단우현을 바라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강녕하셨습니까?”
“오랜만이구나.”
눈앞에 있는 이는 구무학.
하오문의 문주였다.
단우현의 부름에 헐레벌떡 달려온 듯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악양에 있던 것도 아니었던지라 최대한 빨리 오려 노력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일로 너를 불렀는지 짐작할 테지?”
구무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악양 인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모용혁문이 정파인들을 몰살시키며 귀신처럼 이동하고 있었고, 그 경로 끝에 악양이 있으며, 그를 죽이기 위해 무림맹은 물론 천도회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막기 위해 모용세가마저 은연중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자칫 악양 땅에서 피비린내 나는 격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것부터 듣고 싶으십니까?”
“먼저 무림맹이다.”
“무림맹은 현재 모용혁문의 뒤를 쫓으며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있는 도중이었습니다만…… 꼬리를 놓친 것인지 현재 수색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것은 천도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뱉은 말에 단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방해가 될 수 있는 이들이었기에 기왕이면 없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하고 있었다. 괜한 이들과 부딪쳐 봐야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대단하군. 살귀나 다름없는 녀석이 추격을 뿌리치다니……?”
“천도회와 무림맹 사이에 마찰이 있었습니다. 모용혁문을 잡기 위해 흔적을 찾는 도중에 말입니다.”
남궁천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같은 정파인이라 하여도 목적과 이념이 다르니, 부딪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구파일방의 입장에선 곤륜파를 멸문시키고. 정파의 이름을 더럽힌 자를 처단하여 다시금 그 힘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하는 처지였다.
반대로 천도회에서는 모용세가가 본디 팔대세가의 한 축이었다는 점과 모용혁문이 그 팔대세가의 이름을 더럽힌 중죄인이라는 것.
또한 그를 무림맹주로 추대한 것이 다름 아닌 자신들이라는 과거기 있었으므로 그를 처단함으로써 천도회의 힘과 자신들의 오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서로의 입장 때문에 모용혁문의 목을 양보할 수 없었으니,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궁천은 그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또 다른 게 있나?”
“예.”
구무악은 힐끗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가 표정을 감추며 작게 중얼거렸다.
“남궁세가는 어느 세력에도 끼지 않고 홀로 나섰습니다.”
“뭐…… 뭐라!?”
남궁천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휘둥그레 눈을 떴다.
세가를 결속시키고 다시금 일으키기 위해 그만큼 큰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또한 모용세가는 이미 적이나 다름없고 검황을 죽이려 하고 그 팔을 가져갔으니 응당 명분도 있다.
하지만 나서는 시기가 다소 이르지 않은가?
“현재 가주인 남궁용을 주축으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모용혁문의 뒤를 쫓는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 뒤를 모용세가가 바짝 쫓고 있으니 곧 사단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궁천이 아연실색하며 입을 벌렸다.
모용혁문의 능력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적지 않은 희생이 발생할 것이다. 아무리 복수도 중하지만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남궁용은 그런 무리한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남궁천은 미간을 부여잡았다.
“아이고…… 두야…….”
머리가 다 아파 올 정도로 어이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 남궁세가의 가주는 남궁용이고, 그가 결정한 사안이었다. 그렇다면 남궁천은 거기에 반대를 할 수 없었으며 더 이상 신경을 써서는 안 되는 법이다.
“그렇군…… 모용혁문은 어찌 되었나?”
“인근에 있는 문도들을 동원해 주변을 살피고 추격을 해 본 결과. 곧 호남으로 넘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번 모습을 감추면 좀처럼 찾을 수가 없는 탓에 이쪽도 꽤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모용혁문이 악양을 향해 오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중간중간 다른 이들이 끼어든 탓에 일이 묘하게 꼬이고는 있지만, 그 또한 예상했던 범위 내였다.
“결국, 날파리들을 불러모았다는 이야기로군.”
“그런 셈입니다.”
구무악은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무림맹과 천도회, 그리고 남궁세가를 날파리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저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명실상부 정도 최강의 단체라 할 수 있는 자들이니까.
“그리고…… 모용장욱이 사라진 것 때문에 모용세가에서 추격대가 결성되었습니다. 현재 악양 인근을 뒤지고 있습니다만…….”
“되었다.”
단우현은 거기에 대해서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어차피 그 정도야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그에 대한 대비책 또한 이미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자 제갈운이 씩 웃는 것이 보였다.
“이미 만전입니다.”
구무악은 고개를 끄덕이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몇몇이 보이지 않았다.
제갈연과 권무진, 마장강, 심지어 장삼태도 말이다.
그 순간, 구무악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돌이킬 수 없다.
모용세가가 먼저 싸움을 건 데다 그것을 물릴 자들도 아니었다.
그럼 어찌하겠는가?
제갈운이나 단우현은 결코 쉽게 넘어갈 이들이 아니니, 크게 일을 벌일 것이다.
결국, 지금 보이지 않는 이들은 모용세가를 치기 위해 나섰을 게 분명했다.
모든 것을 깨달은 구무악이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결의 찬 눈빛을 보냈다.
“정보료는…….”
“돌아가면 아이를 보내마.”
“예?”
“돈을 가져다줄 아이를 보낸다 했다.”
그 말에 구무악의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보자, 단우현의 눈빛 또한 서슬 퍼렇게 변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
“그냥 제가 가져가면 될 것 같습니다만…….”
“아니, 보내 주마.”
“아니, 제가…….”
“그만 가라.”
“…….”
단우현은 귀찮다는 듯이 휘휘 손을 저었다. 더 이상 상대해 줄 것 같지도 않다.
구무악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그때, 제갈운이 슬그머니 다가가 구무악의 어깨를 두들겼다.
“걱정하지 말게. 내 직접 가져다줄 테니.”
그 말에 구무악은 반짝 눈을 빛냈다.
단우현은 믿지 못해도 제갈운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제법 가벼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