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68
모용세가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즉 돌아왔어야 할 모용장욱의 소식이 전혀 없었으며, 그를 찾기 위해 나간 이들마저 실종된 상황.
모용혁문을 데리고 간다 하여도 정통성 있는 이가 그 뒤를 이어 세가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버린 셈이다.
모용세가의 장로 모용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주름진 그의 얼굴에 걱정근심이 가득했다.
“화를 당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허…….”
모용공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늘이 모용세가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둔단 말인가? 제정신이 아닌 모용혁문을 데려가기 위해 장욱을 끌고 온 것인데, 그마저 계획의 차질을 빚고 있었다.
“어찌하시렵니까?”
“바뀌는 것은 없다. 주화입마에 빠진 태상가주를 데리고 세가로 돌아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용공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했다.
정말 우려라는 대로 모용장욱이 화를 입었다면 방계에서 다음 세가를 이을 가주를 뽑아야 했다.
몇몇 생각해 둔 인재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 재능이 장욱에 비하면 한참이나 낮았으니 절로 근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온전히 태상가주를 모시는 것만 생각하자.’
모용공은 고개를 저으며 세가의 일을 접어 두었다.
주와입마에 빠진 모용혁문을 데려가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그를 노리고 천도회와 무림맹이 움직이고 있으니, 최대한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쪽으로 가세나.”
모용공의 말에 세가의 일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을 시작했다.
흔적들이 별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가장 뒤에서 오는 이들이 모용혁문의 흔적을 지우는 것으로 꼬리가 붙을 가능성을 잘라 내었다.
귀찮은 하루살이들이 들러붙는 것만큼은 사양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촤촤촤촤악-!
날아드는 암기를 피해 내며 모용세가의 일원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이들을 쏘아보며 낮게 자세를 고쳐 잡았다.
먼저 나선 것은 모용공이다.
그의 검에서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서거거걱!
사방에 있는 나무들이 쓰러지고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검성에 버금가는 자.
그것이 바로 모용공의 진정한 실력이었다.
비록 모용혁문이라는 이름에 가려 강호에 이름을 제대로 날리지 못하였지만, 모용공의 진짜 실력은 십존도 버금갈 정도였다.
카카캉-!
한데, 그런 공격을 막아 내는 소리가 들렸다.
모용공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거, 그런 검으로 누구 하나 죽일 수 있겠는가?”
이윽고 수풀을 가르며 숨어 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익숙한 면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자네였는가? 남궁종악.”
검귀 남궁종악.
남궁세가의 장로이며, 십존에 있는 자.
무척 거친 검술을 펼치는데, 그의 검을 마주할 때 귀신을 보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별호였다.
그 뒤로는 남궁세가의 인물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남궁용, 현 가주이며 검황의 아들.
비록 검황만큼 강한 무인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수완으로 남궁세가를 다시금 일으켜 세울 만한 인재라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오랜만입니다. 일이 이리되어 다소 유감입니다만…… 빚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남궁용이 서늘한 눈으로 모용세가의 인물들을 바라봤다. 이미 그의 눈빛에 살기가 차고 넘치니, 이 자리를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란 헛된 기대는 버려야 했다.
모용공이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사천당가가 아닌 게 다행이로군.”
“우리를 당가와 비교하는 겐가? 쯧쯧…… 아직 멀었구먼 자네.”
“검황이 없는 네놈들 따위가 얼마나 무력한지 깨달아 놓고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하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먼.”
남궁세가의 일원들이 살기를 뿜었다.
감히 어디서 검황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설령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용세가의 입에서 검황의 이름이 나오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촤악!
남궁용이 검을 치켜들며 기세를 뿜기 시작했다.
“아버님의 복수…… 톡톡히 갚아 드리겠습니다.”
“의기는 가상하구나.”
모용공은 여유로웠다.
과거라면 또 모를까 지금의 남궁세가는 결코 모용세가의 적수가 되지 못할 테니까.
* * *
슥슥-
마당을 쓸고 있는 장삼태는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언제나처럼 생각 없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표정은, 지금 악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설령 옆에서 화포가 터져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술을 마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뭐가 말이냐?”
단우현이 술잔을 입술에 기울이다 힐끗 장삼태를 바라봤다. 뜬금없는 그의 물음에 의문이 든 것이다.
“그, 남궁소혜 말입니다요.”
“이해를 못하겠구나.”
“아니, 그래도 칼을 들고 나갔는데요?”
“응?”
단우현이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장삼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장삼태가 제대로 말 전달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끄응 하며 신음을 삼킨 장삼태가 어렵사리 입을 떼려는 순간.
슬쩍 단우현의 옆으로 다가와 안줏거리를 내려놓은 매향이 입을 열었다.
“혼자 나갔는데 정말로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잖아요, 저 인간이.”
“하하하.”
들려오는 앙칼진 말에 단우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장삼태가 매향을 쏘아봤다.
내심 사람을 걱정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단우현을 위해 일부러 돌려 말을 한 것이었는데, 그걸 저리 직설적으로 말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눈치가 없다고 해야 할지.
어휴-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치 없는 계지…… 컥!”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쉬는 순간, 매향의 신발이 장삼태의 머리를 후려쳤다. 어찌나 아프던지 장삼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괜찮을 거다.”
“어찌 그리 생각하시나요?”
사실 매향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남궁세가의 여인이라는 것은 알지만 칼을 든다 하여 여인이 사내가 되는 것은 아닌 법이다.
물론 무림인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인과 사내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더군다나 그 정도 미모인데…….’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처음 장삼태를 만났을 때, 그가 ‘남궁소혜-!’하며 소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는데, 실물을 보고 나니 충분히 납득할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인들조차 홀릴 외모이지 않은가?
그런 여인이 칼을 들고 나갔으면 응당 걱정을 할 법도 하건만,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혹시…… 사내를.’
“사내 따위 좋아하지 않는다.”
움찔!
순간 들려오는 말에 매향은 몸을 움찔하며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된 인간이 생각만 했는데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저는…… 아무 말도…….”
“얼굴에 적혀 있구나 누구랑 똑같이 말이다.”
“…….”
매향이 다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누구라는 것이 장삼태를 가리키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나쁜 것 같은 느낌은 뭘까?
매향은 한참 동안 그것을 고민해야 했다.
“장주님이 괜찮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저러다 정말로 죽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소미가…….”
어휴 하며 또다시 한숨을 쉰 장삼태가 빗자루를 가지고 단우현의 옆에 앉았다.
그리 친하지는 않으나 함께 이곳에서 생활한 지 일 년여가 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정이 들어 버린 것 같았다.
또한 소미도 걱정이다.
남궁소혜를 제 친언니나 엄마처럼 따르는 아이인데,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아마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는 않을까 싶었다.
힐끗 걱정되는 시선을 단우현에게 보냈다.
“그리 간단히 죽을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테지.”
“그 정도로 재능이 있습니까?”
“하하, 물론이다.”
“허…… 믿어지지 않는뎁쇼?”
“재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질 만한 아이가 아니다.”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다른 사람을 웬만해선 칭찬하지 않는 이가 단우현이다. 그런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만큼, 결코 허언으로 들을 수 없었다.
‘그 남궁소혜가 말이지?’
장삼태는 평소 남궁소혜가 보이는 모습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어리둥절한 그 여인의 재능이 천하의 둘도 없는 것이라니?
이걸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권무진 그놈이 들으면 또 눈에 불을 켜겠군.”
쯧쯧 하며 혀를 찼다.
재능이라는 말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자가 바로 권무진이었다.
오로지 노력으로 지금 수준에 이르렀고, 피땀 흘려 익힌 기술이 목숨을 구해 준다는 신념으로 무식하게 무공을 익히는 놈이다.
그런데 재능한테 져 봐라.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하지만 그것과 죽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까?”
“어찌 죽는다고만 생각하는 것이냐?”
“그야…… 남궁소혜니까?”
남궁소혜가 아무리 큰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평소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괴리감이 넘쳤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모용혁문과 모용세가가 상대라고 한다면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컸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너보다는 오래 살 테니 걱정하지 마라.”
“아니, 왜 또 저를 걸고넘어지십니까, 서럽게시리…….”
장삼태가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네북도 아니고 가만있는 인간을 왜 건드리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단우현 앞에 놓여 있는 빈 잔을 쥐었다.
“그래도 뭐 단 장주님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요? 저는 장주님 말이라면 돌이 금이라 해도 믿습니다요. 하하하.”
그런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이윽고 재빠르게 넘기며 그 알싸한 맛을 느꼈다.
“죽이네, 이거.”
틀림없이 호연세가의 술이라고 감탄하며 또다시 빈 잔을 채웠다.
한 모금을 더 마시고 매향이 가지고 온 안주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술과 안주가 잘 들어갔다.
“엄청 맛있네. 하하.”
장삼태가 또 한 번 마시고 안주를 먹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또다시 빈 잔을 채우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단우현과 시선을 마주쳤다.
“…….”
“왜 그러십니까요?”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남아 있는 안주 하나를 다시금 입에 넣는 순간.
빠각!
“커억!”
뒤에 서 있던 매향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입에 들어갔던 술과 안주가 고스란히 튀어나왔다.
“처먹지 말라잖아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이리도 눈치코치가 없지?”
까랑까랑한 매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