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0
“윽!”
“소혜야-!”
남궁소혜는 피를 뿜으며 뒤로 물러섰다.
결정적인 한 수를 펼쳤다고 생각을 했는데, 모용공의 장력이 그녀의 가슴을 후려쳤다.
“아직 둔하구나! 경험이 모자라.”
모용공은 숨을 헐떡이며 이죽거렸다.
한순간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그 신형을 놓쳤다. 남궁종악만큼 노련한 고수였다면 놓치는 순간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소혜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짧은 순간이기는 했지만 바람이 흔들리는 것으로 위치를 파악했고, 뒤이어 뻗어 오는 검의 속도 또한 상당히 느렸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라는 게 괜한 것이 아니다.
남궁소혜는 틀림없이 모용공의 허를 찔렀으나, 모용공은 이미 그 위기마저 넘어설 힘이 있었다.
주륵 밀려 나가 울컥 피를 토하는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모용공은 또 한 번 웃음을 지었다.
남궁세가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모용혁문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용공은 모용혁문을 반드시 데려와야겠다는 의지를 또다시 다졌다.
모용세가가 천하제일세가로 거듭나기 위하여!
모용공은 쓰러진 남궁세가의 일원들을 바라봤다.
숨을 헐떡이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들의 표정.
오랜 세월 동안 남궁세가를 넘기 위해 무던히 고생하며 무예를 연마했던 기억이 속속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있는 사이.
뚝뚝-
무언가가 그의 머리에서 떨어졌다.
“장로님?!”
깜짝놀란 모용세가의 일원들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뭐…… 냐…… 이건?”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만지며 모용공이 떨리는 목소리를 뱉었다. 베이지 않았다 자신하였는데, 어찌하여 피를 흘리고 있단 말인가.
촤아아악!
모용공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궁세가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던 모용공은 굳은 표정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 이게 도대체……!”
당황을 금치 못하는 모용세가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남궁소혜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검을 손에 쥐었다.
한 차례 크게 심호흡을 한 그녀가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제 검이…… 조금 더 빨랐네요.”
믿기지 않는 말과 함께 남궁소혜가 검을 치켜들었다.
* * *
“오호…… 저게 환조검이라는 것인가?”
사도학은 눈을 반짝이며 모든 상황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먼저 움직인 남궁소혜는 장력을 얻어맞고 물러났다.
하나, 이미 그녀의 칼을 휘둘러졌고 모용공의 머리를 베어냈다.
뒤늦게 깨달아 봐야 결코 막을 수 없는 한 수였으며, 장력을 뿜은 시점에서 모용공은 이미 죽은시체나 다름없었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사도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남궁천 그놈도 최근 기도가 바뀌었는데, 그 손녀딸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무림이 이래서 재미있는 것이다.
한참이나 수준 낮았던 이가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단박에 치고 올라오기도 했으니까.
기연 따위가 아닌 스스로 가진 재능과 노력만이 살길을 열어 주었다.
남궁소혜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았다.
그녀가 한 걸음 더 이 무림에 발을 디딘 것이다.
사도학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볼 것은 이미 전부 보았다.
아직 모용세가의 인물들이 살아남았으나, 가장 중요한 전력이었던 모용공의 죽음으로 인하여 사기는 이미 무너지고 말았다.
굳이 보지 않더라도 결과는 뻔했다.
“자, 저곳은 어찌 되었으려나?”
그 말을 남기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가면을 뒤집어쓴 남궁천은 하염없이 걸었다.
마치 산책을 하는 듯 느긋했지만, 한 걸음마다 천근에 달하는 거석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오늘은 꼭 이길 거다!”
“하하! 너와 함께 마시는 술만큼 좋은 것은 없지!”
들려오는 목소리는 과거의 추억.
이제는 돌이킬 수 없으며 어찌할 수 없는 인연.
진심으로 친우라 생각하였으며, 평생 함께 길을 걸어갈 것이라 여겼던 동지.
그의 몰락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또 그에게 당한 상처를 아로새기며 남궁천은 걸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의 무게가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졌다.
“하아-.”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 하나 보이지 않는 청명한 밤하늘이 유난히도 그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걸음을 멈춘 남궁천이 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좋은 밤이로구나. 누군가를 떠나보내기에…….”
“…….”
남궁천의 시선 끝에는 한 이가 있었다.
이미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악귀라도 되어 버린 것인지 흉측한 몰골만이 눈을 자극했고, 살벌하게 빛을 내는 그 눈동자는 사람의 그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이미 죽었구나, 너는…….”
남궁천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으로 듣기는 하였지만, 전부를 믿지는 않았다. 언제나 소문이라는 것은 과장되기 마련이고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다.
살기를 띤 눈에는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검을 쥐고 있는 손은 설령 잘라 낸다 하여도 검을 붙잡고 있을 것처럼 힘줄이 잔뜩 서 있었다.
모용혁문의 살기가 찌릿찌릿 전해 들었다.
그렇기에 남궁천은 다소 애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만 멈출 생각은 없는가?”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으나,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털어 낼 생각으로 이 자리에 온 남궁천은 둘 중 하나만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오른손에 쥔 검을 뻗으며 말했다.
“앞으로 더 가 봐야 치욕스런 죽음밖에 없을 것이네.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내가 베어 주겠네. 그것이 자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온정이라 생각하게나.”
“크으…… 다…… 단우현…… 주…… 죽인다…….”
“그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겐가?”
모용혁문의 머릿속에는 마치 단우현을 죽이겠다는 의지밖에 없는 것 같았다.
남궁천이 착 가라앉은 시선을 보냈으나 모용혁문은 묵묵히 검을 들어 올렸다.
짙은 살기가 더욱 거세게 퍼져 나가 주위를 휩쓸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남궁천이 가볍게 검을 그었다.
콰콰쾅!
단순하게 뻗어진 검이 매섭게 허공을 갈랐다. 고작 검기였지만,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양단할 것 같은 한 수.
카카카캉-!
모용혁문이 검으로 그것을 막아 냈다.
보통 힘이 아니라 주르륵 뒤로 밀려 나갔으나,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다.
검황과 검성의 절대적 차이가 존재했던 과거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구먼…… 악귀에게 영혼이라도 판 것인가?”
남궁천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무엇이 그렇게까지 모용혁문을 몰아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그의 결정이었다.
“그놈에게 들은 것이 있어 혹시나 했는데…… 정말이었구먼…….”
쯧- 하며 남궁천이 혀를 찼다.
단전을 잃은 이가 다시금 공력을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인데,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면 그것은 보통의 수법으로는 불가능했다.
고로, 모용혁문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에 손을 뻗었다는 말.
남궁천이 한 발을 내디뎠다.
그의 몸에서 묵직한 기세가 흘렀다.
아주 오래전부터 창안해 두었던 한 수. 오로지 사도학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그의 검.
제왕검형의 힘이 사방으로 퍼졌다.
처음 느끼는 그 압도적인 힘에 모용혁문이 반응했다.
선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인지 달려들었다.
카카캉!
이미 그의 머리는 살육에 대한 본능만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검은 더욱 거칠고 포악하게 상대를 찢어발기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더 이상 모용혁문의 검술이 아니었다.
캉-! 카캉!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상대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짐승처럼 검을 휘두르는 모용혁문과는 다르게, 남궁천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우아하고 정교함이 깃들어 있었다.
모든 것을 아래로 내려다보는 제왕의 시선을 느꼈는지 모용혁문의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정신은 남아 있는 겐가?”
서걱!
촤악!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깊은 상처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가슴을 그어 냈다.
그러나 모용혁문은 얼굴 한 번 찌푸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마치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남궁천의 시선이 더욱 묘하게 변했다.
“이제는 피륙의 상처조차 느끼지 못하는가……?”
안타깝고 실로 씁쓸한 이야기이다.
모용혁문은 살아 있으나 산 것이 아니었다. 진즉 느끼고 있으나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촤촤악!
서로의 몸을 베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잠시 틈이 생겼으나 그것은 또다시 격렬한 공방으로 메워졌다.
콰쾅!
한순간 터져 버린 힘에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 갔다. 이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의 싸움인 만큼, 그 파급력 또한 상당했다.
상대를 죽이고자 검을 휘두르고, 한 수 한 수에 망설임이 없으니 그만큼 검은 날카로웠다.
촤촤촤악!
몸이 베이고 피가 튀었다. 두 사람 모두 동수를 이루고 있기에 누가 밀리고 누가 압도하는 그런 싸움이 결코 아니었다.
어느새 열 합이었던 부딪침은 스무 합을 넘어가고 또다시 시간이 흐르며 백 합을 겨루었다.
지치지 않을 것이라 여겼던 남궁천의 이마에도 흥건하게 땀이 맺혔다.
몇 번을 베이고 상처를 입었는지 두 사람 모두 상태가 말이 아닐 정도로 처참하게 변했다.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상황에서 반전을 꾀한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
그의 검이 조금 더 정교하게 변해 갔다.
머릿속에 죽이는 것밖에 없는 모용혁문과 모든 상황을 예측하며 냉철하게 검을 휘두르는 남궁천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서걱!
팔이 날아올랐다.
검을 쥐고 있는 모용혁문의 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여전히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모용혁문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칼이 없으면 몸을 던져서라도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남궁천은 그것을 바라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서걱!
훌쩍 날아오른 모용혁문의 머리가 툭 하며 바닥을 굴렀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크게 휘청이며 피를 뿜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넘어갔다.
남궁천은 그 모든 광경을 눈에 담았다.
“편히 쉬게나…….”
한때 중원 무림을 호령했던 검성 모용혁문.
그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