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1
“저…… 저건 남궁세가잖아?”
“왔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피가 묻은 것을 보니 벌써 한판 했나 본데…… 상대는…… 모용세가인가?”
“그럼 모용세가는……?”
악양 거리 한복판.
길을 걷고 있는 남궁세가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이 소곤거리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명문가.
한때 오대세가의 한 축이면서도 현 팔대세가의 수장 격이었던 곳.
천하제일세가(天下第一世家).
그러한 수식어들을 항시 달고 다녔던 곳이 바로 남궁세가다.
비록 누군가의 공격을 받고 그 세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이들은 남궁세가의 이름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많은 이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객잔을 향해 들어갔다.
그 당당한 발걸음이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속에 무게감을 심어 주었다.
객잔의 문이 훤히 열리고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 문이 닫히는 순간,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모용세가와 붙은 거라고!”
“그렇다면 모용혁문까지!?”
“이건…… 엄청나잖아!”
“남궁세가가…… 죽지 않은 것인가?”
그러한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정작 당사자들은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으나, 사람들은 저마다 추측을 하며 다시금 날개를 펼 남궁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 객잔 안으로 들어선 남궁용은 사람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지그시 한 여인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녀는 조심스레 그것을 벗으며 싱긋 웃었다.
“보아하니 괜찮은 모양이구나.”
“아프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죠. 그렇게 배웠고, 그리 자랐으니까요.”
남궁소혜는 가슴을 쓰다듬으며 숨을 골랐다. 아직까지 피로와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버틸 만했다.
물론 집으로 돌아간다면 그대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떳떳하게 아비를 마주했다.
“네가 어찌…… 이런 곳에 있는 것이냐?”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왜 세가의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 오신 거죠?”
“그것은 아버님의…….”
“할아버님도 바라지 않으셨을 거예요.”
똑바로 남궁용의 눈을 직시하며 쏘아붙였다.
남궁세가는 이번 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니, 온전히 가주의 책임이다.
“후우…… 그래, 이건 이 아비의 잘못이 맞구나. 생각을 잘못했다.”
“아시면 됐네요.”
남궁용이 묘한 표정으로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못 본 사이에 딸이 너무나도 많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다소 적응되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 전 네가 쓴 검술은……?”
“지금은 알려 드릴 수가 없네요.”
“……크큼.”
단호하게 잘라 내는 딸이 어딘지 모르게 무섭게 보이기까지 했다. 제갈운이 제 딸을 무서워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다소 제갈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연락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했잖아!”
그때, 소리를 치며 다그친 이가 있었다.
남궁소혜의 오라비이자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강이었다.
좋지 않은 시기에 뿔뿔이 흩어져 고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에 밤낮 잠을 못 이룰 때도 많았다.
특히, 남궁소혜는 가끔 어벙할 때가 많았다.
제갈연처럼 똑부러지지 않았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이 완전히 바뀌어 나타나니 적응은 둘째치고 괜스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휴…….”
그런 남궁강을 보며 남궁소혜가 한숨을 쉬며 팔짱을 끼었다. 다소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는 좀…….”
“응?”
“저한테 과한 관심을 안 가져 주셨으면 해요.”
쿵!
남궁소혜의 싸늘한 한마디에 남궁강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었다.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조차 따올 것 같은 남궁강이기에 더욱 당황했다.
곁에서 다른 이들이 쿡쿡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들 또한 남궁강의 지극한 여동생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저는 잘 있었답니다. 추후 따로 연락을 드릴 테니 지금은 잠시 기다려 주세요.”
남궁소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남궁천이 걱정되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 상황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거침없이 객잔을 빠져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예전과 너무나도 다른 탓에 남궁강은 눈물을 흘렸다.
“아, 아버님, 소, 소혜가…… 소혜가…….”
“울지 마라. 나 또한 같은 기분이니.”
남궁강과 남궁용이 복잡한 심정을 내보였다.
* * *
“돌아왔군.”
“할아버지!”
세가로 돌아온 남궁천을 반긴 것은 단우현과 단소미다. 피를 흘린 흔적이 가득한 그 모습에 다들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특히 단소미의 놀람은 이로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달려가 끌어안으려 하다 이내 멈칫하고 소맷자락을 잡았다.
“괜찮아요?”
지그시 올려다본 단소미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남궁천을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괜찮다.”
“네!”
단소미가 활기차게 대답을 하니 다소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겁게 느껴졌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쉽지 않았나 보군.”
“허허, 쉽지 않았고말고…….”
벌어진 싸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친우를 베어야 한다고 독하게 결심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에 눈을 감아 버리지 않았던가?
만약 모용혁문이 숨겨 둔 한 수를 가지고 있었다면, 남궁천이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인연을 잘라 내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반드시 끊어야 하는 악연이었지.”
“허허, 나도 안다네.”
단우현의 말에 남궁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직도 모용혁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주화입마에 걸렸든 누군가 고약한 짓을 저질렀던 간에, 친우가 그런 모습으로 살육을 저지르고 다니는 꼴을 더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네……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뭘 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 같았지.”
“그래도 다행이로군. 이곳까지 오지 않아서 말이야.”
단우현의 한마디에 남궁천이 꿀꺽 침을 삼켰다.
만약 남궁천이 지고 모용혁문이 살아남아 이곳까지 왔다면 어떤 꼴을 당했을까?
상상하기조차 싫은 광경이 눈앞에서 떠올랐다.
지금 보이는 단우현의 눈빛을 보면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야, 이놈아-!”
그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왔다.
씩씩거리며 한껏 얼굴을 붉힌 것은 다름 아닌 사도학이었다.
그는 무엇이 그리 화가 난 것인지 남궁천을 쏘아보며 거침없이 다가왔다. 이윽고 멱살을 부여잡고 강한 어조로 물었다.
“그거 뭐야!”
“뭐…… 뭐가 말인가?”
“네놈이 모용혁문 그놈한테 썼던 그 무공 말이다! 난 처음 보는 거라고!”
사도학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분명 남궁세가의 고유 검술은 아니었다. 그런 것이었다면 단박에 알아봤을 테니까. 그렇다면 단우현이 알려 준 삼천의 무공인가?
아니다.
남궁소혜가 펼친 것과는 검로는 물론이고, 기세마저 너무나도 달랐다.
그렇기에 전혀 다른 무공이 분명했다.
“아아, 그것 말인가?”
남궁천이 가볍게 금나수를 펼치며 사도학의 손을 밀었다.
사도학의 몸이 반걸음 밀려 나갔다.
“헉……!”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장삼태나 마장강, 권무진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볍게 내지른 한 수로 다른 사람도 아닌 사도학이 밀린 것이다.
“뭐야, 이거!?”
“제왕검형이라 한다네.”
“나한테 보여 준 적 없잖아?”
“그야…… 네놈의 목을 딸 비장의 한 수였으니 그랬지.”
사도학이 입을 쩍 벌렸다.
다른 이들 또한 당황을 금치 못한 채 입을 벌렸다.
마황에게 저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걸황이나 살황, 심지어 사파의 적무성이라 할지라도, 결코 입에 담지 못할 말이리라.
천하의 검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도학이 입술을 씰룩이며 다시금 손을 뻗었다.
교묘하게 뻗어 나간 그의 손이 다시 남궁천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동시에 흘러나온 묵직한 기세가 사도학의 손을 밀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세가 부딪쳤다.
“언제부터야?”
“허허, 꽤 되었네. 완성한 것은 팔이 이리되고 난 뒤였지만 말이야.”
오호- 하며 단우현이 흥미를 보였다.
남궁천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이 다소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이 제왕검형인지 뭔지를 완성한 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 어떠한 무공인지 궁금해 괜히 몸이 근질거렸다.
그러나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는 편이 조금 더 재미있을 듯했다.
“나와, 이 새끼야!”
“허허? 뭐라?”
“나오라고, 이 새끼야!”
남궁천이 착 가라앉은 시선으로 사도학을 응시했다. 마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의 기세가 허공에서 부딪쳤다.
싸늘한 바람까지 불어왔다.
장난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었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확실한 살기를 품은 기운이 주변을 휘몰아쳤다.
‘이…… 이건……!’
‘장난 아니다!’
‘엄청난 걸 보게 생겼군.’
지난번, 사도학이 날뛴 덕분에 장원을 통째로 고쳐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정도 분위기가 아니니 만큼 주변은 쑥대밭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기대감이 더욱 들었다.
오황의 싸움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검황과 마황의 싸움이라 한다면 정마대전 버금가는 일이나 다름없으니 만큼, 세 사람이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며 침을 삼켰다.
과연 누가 이길까?
장삼태는 은근슬쩍 내기를 해 볼까 생각했다.
“떽-!”
그때, 분위기를 끊어 내는 앙칼진 외침이 있었다.
까랑까랑하게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는 귀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단숨에 끊어지고, 모든 이들이 그 원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단소미가 우두커니 선 채, 양팔을 허리에 올리고 사도학과 남궁천을 번갈아 쏘아보고 있었다.
꽤 화가 난 것인지 앙칼져 보였다.
“싸우면 안 돼요! 제일 나쁜 거라고요!”
“어…… 으…… 응.”
“그…… 그렇구나.”
사도학과 남궁천은 식은땀을 흘리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화가 난 단소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장삼태는 생각했다.
역시, 이 호남단가의 최강자는 단소미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