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2
“저…… 정말로 이곳이 맞아?”
남궁강은 믿지 못하겠다는 시선으로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남궁용을 비롯하여 남궁세가에서 소혜를 끔찍하게 여기는 이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대부분 사내놈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티끌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틀림없습니다.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미 유명하던데요?”
“유…… 유명이라니?”
남궁용이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눈빛에는 불안감이 깃들어 있었는데, 뒤이어 들려오는 말이 더욱 그것을 부추겼다.
“여기 사는 신선님의 아내라고…….”
“서, 선녀? 그 아이가 예쁘기는 하지!”
“아니, 신선이라고 했습니다만……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자식도 있다고 하던데…….”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들을 필요 없다. 확실하지 않은 낭성을 귀담을 필요 없다. 특히 남궁소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신선의 아내라든가 그런 것이 어디 가능키나 한가?
그냥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인 것일 테지.
“아니, 그런데 신선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남궁강이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사실 그 또한 여기저기에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신선이 사는 집이라니 뭐니 하면서, 이 악양의 현령마저도 어찌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신선이 이런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이곳도 상당히 외진 곳이기는 했지만, 신선이 산다고 하기에는 돈을 좀 많이 쓴 것 같았다.
그때, 대문이 열렸다.
긴장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하아아암-!”
자그마한 아이가 밖으로 나왔다.
길게 기지개를 피며 하품을 하곤 담벼락 사이에 놓아둔 물건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낚시를 하려는 건지 물건을 들고 총총 잘도 걸어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아이를 향했다.
“크큼!”
남궁강이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챙겼다.
잠깐이긴 하나, 어린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귀…… 귀여운 아이로구나…….”
“그렇지요?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소혜의 어린 시절과 똑 닮았습니다.”
“하하하, 그래그래 그 말이 맞다. 누가 보면 소혜의 딸이라고 생각할 것 같구나.”
“……그, 그렇지요.”
“으음…….”
“…….”
두 사람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상황을 부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의 나이는 일고여덟 살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소혜는 그 당시 무공 수련에만 전념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담장을 넘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거대한 덩치를 지닌 새하얀 백호였는데, 덩치에 걸맞지 않게 가볍게 착지하더니 남궁용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크르릉-
낮게 터지는 울음소리가 소름을 돋게 했다.
한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석상처럼 몸을 굳혔다. 단순한 백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다.
또한 백호의 등 위에는 자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마치 남궁세가의 사람들 기척을 느낀 듯 주시하며 낮은 울음을 터트렸다.
“윽……!”
그 울음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듣는 순간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감각. 제대로 정신을 붙잡고 있지 않는다면, 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았다.
냐옹-
몇 번이고 울음을 터트리던 그 고양이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픽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백호의 등 위에 누워 편히 자리를 잡았다.
그 순간, 백호가 아이가 뛰어간 곳을 향해 움직였다.
“뭐…… 뭐냐 저건…….”
“배, 백호 아니였습니까? 와…… 완전 영물입니다만……?”
“저, 저런 게 실제로 존재하기는 하나 봅니다……. 처음 봤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던 것이다.
또다시 문이 열렸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다시금 그곳을 주시했다. 이윽고 한 사내가 밖으로 나와 빗자루를 들고 슥슥 주위를 쓸어내기 시작했다.
생긴 것은 다소 얍삽하게 생겼고 무공 또한 그리 고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며 남궁강이 슬쩍 검파의 손을 얹고 슬그머니 날을 뽑아 들었다.
“저 새끼입니까? 죽여 버릴까요?”
순간적으로 마당을 쓸고 있던 사내가 몸을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닭살이라도 돋았는지 양팔을 문지르며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살기를 느낀 모양이다.
“아니! 아닐 거다! 그럴 리 없지!”
“그럼요! 우리 아씨가 누구인데 저런 이상한 놈과…….”
결코 그럴 리 없다면서 부정하는 이들의 모습은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특히, 당장이라도 장삼태를 향해 돌진 할 것 같은 남궁강은, 시뻘겋게 얼굴마저 붉히며 센 콧김을 뿜어냈다.
이윽고 다시금 문이 열리며 익숙한 면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소혜가 평소 입었던 옷과는 다른, 다소 추레한 복장으로 나타났다.
“억!?”
“소…… 소혜가?”
“허…….”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터졌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것만 먹어도 모자란 남궁소혜가 어찌하여 저런 옷을 입고 있단 말인가? 그것을 보는 순간 괜히 화가 치밀었다.
그와 함께 또다시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꺼먼 흑의를 입은 노인이었다.
그는 비질을 하고 있는 사내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다, 이내 쿵! 하며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괴로운 신음을 내뱉은 사내가 주저앉는 광경이 그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저…… 저자입니까? 신선이라는 놈이? 죽여 버릴까요?”
“으응?”
남궁용은 가만 그 노인을 바라봤다.
신선이라 생각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게다가 왜 저 노인은 이곳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단 말인가?
의문을 감출 수 없는 사이 남궁강이 검을 뽑았다.
순간, 노인의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남궁용은 기억 속 저 멀리 날려 두었던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죽이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기…… 기다……!”
말릴 새도 없이 남궁강이 달려 나갔다.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나가는 그 모습은 실로 대단했다.
검 끝에 실려 있는 공력 또한 상당했다.
누구도 이 기습적인 일격을 쉽게 막아 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짜아악-!
노인의 귀싸대기 한 방에 남궁강은 종잇조각처럼 날아가 구석에 처박혔다.
남궁소혜가 기겁을 하며 그 광경을 쳐다봤다.
이윽고 천천히 걸음을 좁히며 다가온 노인이 사납게 미소를 지었다.
숨을 죽이며 처음부터 모든 광경을 본 남궁용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에 서 있는 절대고수 마황을 황망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사도학이 이죽거렸다.
“누구부터 죽을래?”
모든 이들이 사색이 되었다.
* * *
“똑바로 박아라.”
세가 한복판.
열 명이나 되는 이들이 나열한 채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부들부들 몸을 떠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대부분 남궁세가의 인물들이 분명한데, 딱 한 명 전혀 아닌 이가 섞여 있는 것도 제법 기이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장삼태.
그가 맨땅에 머리를 박은 채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왜…… 왜 내가…….’
장삼태는 울상을 지었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비질을 하러 간 것밖에 죄가 없다. 주위에 다른 놈들이 숨어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아는가?
한데, 사도학은 숨어 있는 놈들의 기척을 읽지 못했다는 죄로 똑같은 벌을 내리고 있었다.
‘씨부럴…….’
곁눈질로 옆에 있는 남궁강을 쏘아보며 인상을 썼다.
이놈들만 아니었다면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괜스레 울컥울컥 화가 치밀었다.
심통이 난 그가 엉덩이를 이용해 남궁강을 밀어냈다.
콰다당-!
“컥!”
“윽!”
열 명이나 되는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우르르 넘어갔다. 화가 난 남궁강이 벌떡 일어서 여전히 홀로 머리를 박고 있는 장삼태를 향해 소리쳤다.
“미쳤느냐!?”
“뭐 이 새끼야?”
“뭐…… 뭐라?! 새끼?”
“그래 이 새끼야! 네놈들 때문에 내가 지금 무슨 꼴이야!”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듣고 단우현이 미간을 짚었다.
슬쩍 마장강을 향해 시선을 주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터벅터벅 다가간 마장강이 주먹을 쥐더니 남궁강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뻑-!
“아아아아악!”
주저앉는 남궁강을 보면서도 마장강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박고 있는 장삼태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휙!
“…….”
“…….”
그러나 어이없이 허공을 갈랐다.
날아오는 발길질을 눈치 챈 장삼태가 재빠르게 옆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땅에 머리를 박은 채로 움직이는 그 능력은 실로 놀랍다는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얼마나 머리를 많이 박아 봤으면 저런 능력까지 생겼는가?
마장강이 파르르 입꼬리를 떨었다.
“반성하고 있으니 때리지 마쇼. 때릴 거면 살살. 응? 우리 그런 사이잖수.”
“뭔 사이?”
“함께 천산까지 갔다 오고, 응? 밥도 먹고, 응? 같이 자기도 하고, 응? 그런 사이 아뇨.”
마장강이 한숨을 쉬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 또한 골치가 아픈지 고개를 젓는 것이 보였다.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냐?”
결국 장삼태에 대한 것은 무시하기로 한 단우현이 물었다.
순간 머리를 박고 있는 장삼태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다…… 단 공자, 그 아버님은 제가 걱정되어…….”
“걱정된다 해서 남의 집을 엿봐도 되는 것이냐?”
들려오는 한마디에 남궁소혜가 몸을 움찔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다소 애처로웠다. 단우현의 날카로운 눈빛이 좀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남궁강이 이를 갈았다.
“네놈이 뭔데 소혜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느냐! 저 아이는 생각보다 엄청 여려서 그런 말을 들으면 밤새 운단 말이다!”
“그래?”
“아니에요! 아니에요, 단 공자!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요!”
극구 부정하는 남궁소혜를 보며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다소 지루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흥미가 없구나.”
그 말에 남궁소혜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굳어 버렸다. 좋아하는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그녀의 마음에 비수가 되었다.
그 얼굴을 확인한 남궁강이 미친 듯이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이 새끼 죽어 버려-!”
“오, 오라버니!”
거침없이 달려드는 남궁강.
상대가 누구인지 얼마나 강한지 그런 것 따위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동생인 남궁소혜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다는 것에 분노했다.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그와 동시에 불같은 성정의 오라비는 곡소리가 날 정도로 얻어터졌다.